관객기자단 [인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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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디돌잔치] 환상속의 그대_ 감독 강진아
일시: 2014년 5월 27일
진행: 김하나 인디플러스 기획팀장
참석: 강진아 감독
영화 <환상속의 그대>는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하게 된 연인과 친구가 겪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판타지적 환상과 결부시킨 감각적인 영화다. 2013년 5월 16일 개봉작으로,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무비꼴라쥬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인디스페이스에서 매달 진행되는 ‘인디돌잔치’에 2013년 5월 개봉작으로 <환상속의 그대>가 선정되어 영화 상영 및 강진아 감독과의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진행 : 인디돌잔치에서 다시 상영된 소감 부탁드립니다.
감독 : <환상속의 그대>가 작년 5월 16일에 개봉한 작품인데, 그 당시 다른 좋은 작품들도 많이 개봉하였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다시 이 영화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행 : 이 영화는 이전에 만들었던 단편영화 <백년해로 외전>의 변조 및 확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해하기 상당히 어렵고 힘들었는데,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저도 지난달에 네이버 [단편극장]에서 <백년해로 외전>이 상영되어 겸사겸사 다시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가졌어요. <백년해로 외전>이 제작되던 그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영화를 촬영할 때 이리저리 복잡한 점들이 많았어서 영화에 대해 불만이 있었어요. 그렇게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없어지다 보니 제 영화이지만 다시 보기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창피했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왜 그런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작가적 무책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요하게 생각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영화를 촬영하면서 캐릭터를 너무 방치했던 것 같습니다. <백년해로 외전>에서도 나오는 '김혁근'이나 ‘성차경’이란 인물이 너무 딱하고 안 좋은 삶을 살아가게 그려지다 보니, 그 캐릭터들에게 미안해졌고 이 점이 한동안 저를 공격해 왔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를 만든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깨어나는 시간>(환상속의 그대 가제)의 초고가 만들어지고 곧이어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관객 : 저에게는 <백년해로 외전>은 밀크초콜릿 같고, <환상속의 그대>는 다크초콜릿 같았습니다. 이 두 편이 본인에게는 어떤 느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백년해로 외전>은 쪽팔리고 <환상속의 그대>는 좋았습니다. (웃음) 사실, <환상속의 그대>가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이런 게 있네’ 하며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예상외로 반응이 생각만큼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왜 그런가에 대해 틈날 때마다 생각을 하게 되어요. 아직까지 결론을 딱 내리지는 못했지만, 내가 영화에 너무 공격적으로 구겨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년해로 외전>은 무언가를 포장하거나 덮어 높고 싶어 급하게 작업하다보니 부끄럽게 느껴진 것이라면, <환상속의 그대>는 그동안 고민하면서 찾아진 것들, 발견하게 된 것들을 여기저기 담으려다가 오히려 제대로 꼴을 갖추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런 생각들이 다음 작업을 하는 데에 있어 많은 동력이 되어주고 되고 있습니다.
진행 : 단편과 장편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백년해로 외전>은 '김혁근'의 이야기라면, <환상속의 그대>는 누구의 세상을 그린 이야기인지 알기 힘들었어요. 단순하게 정리하기는 어려운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관객 : 서태지도 이 영화를 보았다고 들었는데, 서태지의 감상평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서태지가 영화를 보았다는 점이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충만감을 얻었을 때에요.(웃음) 서태지는 영화를 보면서 평에 대해 오케이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후기와 관련해서는 서태지컴퍼니 측이 관리하고 있다 보니 그렇게 알려준 것이 전부에요. 그래도 이 자리를 빌어서 서태지님에게 다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관객 : 촬영 시 “더, 더, 더”를 많이 외치셨다고 하는데, 제일 많이 외쳤던 장면은 어떤 것인지요?
감독 : 나는 아직까지도 연기연출이란 용어를 아직 이해하질 못했습니다. 저는 딱히 인물에 대한 기준이 확실하지 않은 편이라, 캐스팅을 하고나서는 내가 기존에 생각했던 인물을 버리고 그 배우의 느낌에서 찾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내가 모르고 있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서 배우들에게 "네가 잘하는 걸 더 해봐"라고 계속 말했었습니다. 근데 그게 촬영을 마치고서 들어보니 배우들에겐 큰 압박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기준을 좀 더 세우고 배우들에게 알려드릴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특정한 장면에 ‘더, 더, 더’를 외친 것 같진 않고, 특히 이희준 배우에게 많이 '더, 더, 더'를 외쳤었어요. 아무래도 내면으로 들어 가야하는 역할이다 보니 이희준 배우를 많이 괴롭혔던 기억이 납니다.
관객 : '성차경'이 '김혁근'에게 귓속말을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인지요?
감독 : 그 부분은 저도 몰라요. 제가 시나리오를 만들면서부터 채우지 못한 부분이었어요. 한예리 배우와 함께 고민하면서 배우에게 한번 이 부분을 채워보라고 하니깐 바로 다음 미팅하는 날에 채워 왔더라고요. 저는 1년 동안 고민하면서도 못 채웠는데 말이죠. 그래서 나에게 말하지 말고 촬영할 때 그 대사를 귓속말로 바로 하라고 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제가 알려달라고 해도 한예리 배우가 끝까지 비밀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예리 배우도 기억 못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진행 : <환상속의 그대>에서 나오는 배우들과 <백년해로 외전>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이미지가 많이 다른 편이에요. 이희준 배우는 독립영화에서 만나기 쉬운 배우가 전혀 아닌데, <환상속의 그대>에 나오는 세 명의 배우들을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한예리는 <백년해로 외전>에도 출연했던 배우라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만나고 캐스팅을 했어요. 이희준은 당시 인지도가 올라가는 데에 큰 몫을 했떤 드라마<넝쿨째 굴러온 당신> 전에 캐스팅이 되었던 상태였고요. 이 영화 촬영 막바지에 ’넝쿨당‘ 대본을 들고 왔었죠. 일전에 이희준 배우를 '구천리 마을잔치' 때도 캐스팅하길 원했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아 같이 못했다가 여기서 만나게 되었어요. ’김혁근‘이란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를 캐스팅 할 때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상황이었는데, 이희준 배우를 만나면서 바로 해결이 된 편이었습니다. 이영진 배우는 촬영 두 달 전에 정말 힘들게 캐스팅을 했어요. 단편에서 없던 캐릭터가 처음 들어왔기에 고민도 많았고, 키가 저보다 더 크고 여성스럽지 않은 배우를 찾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엎어야할 고민까지 하던 상황에서 만났는데 잘 만났다고 생각됩니다.
관객 : ‘돌고래’가 자유롭게도 느껴지면서 수족관 안에 갇혀 있고 사람들이 만져주길 원하는 존재라고도 생각합니다. 꼭 자유라는 이미지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왜 돌고래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시나리오를 쓸 때엔 그저 ‘물’만 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물 자체가 저에게는 무언가 공포를 느끼게 하는 요소였어요. 돌고래를 사용하게 된 이유가 외적인 이유와 내적인 이유로 나눠서 얘기를 해보면, 우선 외적으로는 시나리오를 쓸 때 친구에게서 태교 음악 테이프를 빌려 듣게 되었는데, 그 음악들 중에 돌고래 소리가 들어가 있는 음악들이 있잖아요. 그 소리가 신비로웠고, 그 음악을 듣던 어느날 새벽에 문득 나를 알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듣다보니 '성차경'이란 캐릭터도 이렇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적으로는 돌고래가 안락함, 치유, 물 등의 의미도 갖고 있다 보니 여러모로 저에게는 적합한 소재였습니다.
관객 : '단 하나의 사랑'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랑이나 이별이 힘든 이유는 사랑했던 사람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그 사람과 있었던 내가 사라짐에 대한 상실감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별한 직후 그렇게 난리를 치다가 마지막에 남게 되는 상처는 그 사람과 있었던 나에 대한 상실감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보고 느꼈던 추억이 없어지는 것. 그것 때문에 모든 사랑이 다 '단 하나의 사랑'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김혁근’에게 ‘성차경’과의 단 한 번의 사랑이 있었고요. 그런데 저도 촬영하다 보니 알았는데, 어쩌면 ‘김혁근’에게는 ‘원기옥’이 진짜 사랑일 수도 있다고 봐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가 이 사람을 지금 완전 사랑하고 있다”라고 의식하며 사랑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 그 때가 진짜 사랑이었는데”하는 생각이나 후회가 들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촬영하면서 ‘김혁근’이 ‘원기옥’과 같이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그녀에 대한 마음도 어느 정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김혁근’과 ‘원기옥’의 사랑도, ‘김혁근’과 ‘성차경’의 사랑도 모두 단 하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 : 주인공 이름이 상당히 인상적이에요. 보통 드라마를 보면 아예 대놓고 이름에 의미를 함유하고 있는 편인 경우가 많잖아요.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이름은 그런 편이 아닌데, 그렇다고 또 평범한 이름은 아닌 것 같고.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서로 이름을 많이 불러주는 편이에요, 이름을 붙여주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붙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저는 이름을 붙이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웃음) 우선 '성차경'은 저의 외할머니 이름이에요. 이름이 예뻐서 옛날부터 할머니에게 미리 허락을 받아 <백년해로 외전>에서부터 사용하고 있던 이름이에요. ‘김혁근’은 꼭 친구 아들의 이름 같지 않나요? 정말 남자 같은 이름은 무언가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에게는 제약이 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름마저 강하게 불린다면 이 남자는 어떻게 버텨나갈까 하는 걱정에 이 이름을 적어놓고 이번 영화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원기옥'은 정말 얼토당토하지 않게 사용하게 되었어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언니가 드래곤볼의 원기옥을 너무 좋아하고 있어서 저도 기억하고 있었던 이름이었어요. 이 이름을 사용하고 싶어서 그 언니에게 천원 주고 허락받기도 했답니다.(웃음)
관객 : 귓속말은 온전히 그 둘만의 이야기이기에 실제로 어떤 말을 했는지 알고싶지 않기도 해요. 대신 왜 그 부분이 대화가 아닌 귓속말로 표현된 이유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감독 : 그 부분은 성차경이 나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시나리오를 쓸 때 차경이가 무언가 말은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귓속말을 한다’라는 결론 밖에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쓸 때도 ‘귓속말을 하는 차경’으로만 적었어요.
관객 : 단편영화를 만들어오다가 장편영화를 만들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나 유의했던 점이 있으셨는지요?
감독 :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길어져서 장편을 만들게 된 것 뿐이에요. <백년해로 외전>에서 내가 도달하지 못한 이야기를 더 채우고 싶었어요. 시나리오에 사람의 관계가 들어오고 인물들이 서로를 터치해가며 나아가는 과정을 넣다보니 이야기의 층이 더 많아졌어요. 시나리오를 쓸 때는 둘 다 비슷하게 썼던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정말 상실감에 빠져있는 사람의 점차 나아지는 과정은 어떨지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추다가 내용이 길어졌습니다.
관객 : 애초에 ‘죽음’, ‘이별’ 등 이런 소재의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감독 : 저는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했는데 성장하면서 사람들 각자의 우주가 있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 예정되어 있는 건데, 죽음에 대해 아무렇지 않아 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정말 의아했어요. 저는 아직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섭고, 혼자 밤에 집에 있을 때에도 무서움을 느끼거든요. 사랑하고 이별하는 것도 누군가의 죽음을 인정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만든 작품들을 보면 다 누군가가 죽어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계속 쌓이다 보니 그 감정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진행 : 지금까지 GV를 진행하다보니 <백년해로 외전>이 많이 언급되었어요. 이 단편이 예전에 네이버 인디극장에서 상영이 되었다가 지금은 내린 상태이죠. 많은 분들이 <백년해로 외전>을 찾으실 것 같은데, 지금은 어디서 그 영화를 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부끄럽지만 네이버에 '강진아'를 검색하면 저의 공식사이트가 바로 나옵니다. 그 사이트에 제가 지금까지 작업한 영화들을 업로드 하였으니 그 곳에서 감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진행 : 현재 근황과 차기작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시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지금은 영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건 정말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영화를 만들기 위해 참아야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은 힘든점이에요. 제가 참는 걸 못 견디는 편이데 지금은 열심히 참아가며 준비 중입니다. 이전까지는 제가 하고 싶은 날에 촬영을 하는 등 제가 스스로 원할 때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제는 투자금을 받아 영화를 제작하는 상업 틀에 들어가 보려니 배워야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어요. 영화 자체에 대한 주제적인 부분 외에도 시스템적인 것도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고 있긴 한데, 부디 올해 안에는 촬영에 들어가길 바랍니다.
진행 : 쑥과 마늘만 먹고 살던 곰의 마음으로 영화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웃음) 오늘 강진아 감독님과 함께하는 <환상속의 그대> 인디토크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강진아 감독님과 참여하신 관객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진실로 사랑했던 사람을 갑작스럽게 잃었을 때의 그 상실감은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마음속 한켠에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환상 속에서라도 만난다는 건 그리움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방법이면서도 오히려 그리움이 더 짙어지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렇게 짙어져만 가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던 영화 <환상속의 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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