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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새옹지마>의 김태용 감독 인터뷰
“가볍고 귀여운 로맨스지만 청춘남녀의 리얼한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출처] [5월의 단편] 인생
<얼어붙은 땅>(2010)으로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분 대상수상과 함께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분에 진출하였으며 <복무태만>(2011)으로 미장센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쥔 그가 이번엔 달콤하고 잔잔한 로맨틱 코미디로 한여름밤의 비밀스러운 사랑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 <인생은 새옹지마>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고경표, 이초희, 안재민 등 신예 스타들의 캐스팅으로 신선한 재미와 색다른 매력을 영화속에서 보여 줄 예정이다. 그는 한창 외로웠을 시기에 영화를 촬영했다고 말하며 사람의 외로움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첫 장편 영화 <거인>의 개봉도 앞두고 있어 모쪼록 바쁜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다.
Q. 필모그래피를 보니 한 해에 한 편씩 연출 혹은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 같더라. 참 부지런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지런하다고 하기보다는 강박관념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이렇다 할 취미가 없다. 영화를 만들 때 취미생활을 하듯이 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직업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 해에 만들어서 다음 해를 먹고 사는 방식이다. <얼어붙은 땅> 이후부터 쭉 그렇게 해왔다. 한 해에 한 작품을 만들어서 영화제에 출품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영화 만드는 일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평소에 지인들과 술을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또 대화하는 것도 좋아한다. 여러 영화제를 다니면서 많은 소재를 얻는 편이다. 취향에 맞는 영화들을 보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이 영화를 어떻게 변주할 것이냐'를 많이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꽤 많은 작품을 하게 된 것 같다.
Q. 많은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장르에 대해서 크게 생각한 적은 없다. <얼어붙은 땅>이나 <복무태만>, <밤벌레>는 개인적인 이야기와 사회적인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 나는 감독이라는 직업에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회성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나오는 많은 이야기 중에서 이것을 어떻게 풀어가고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했다.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영화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다.
Q. 유독 류승완 감독과 인연이 많다.
제일 처음 알게 된 것은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떤 프로젝트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되면서 지금까지도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인생은 새옹지마>의 제작도 맡아 주셨고 최근에는 <신촌 좀비 만화>의 ‘유령’ 편에서 감독님은 연출을, 나는 각본을 맡았다. 류승완 감독님은 나에게 있어선 굉장히 좋은 선생님이다.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
Q. 2010년 <얼어붙은 땅>을 통해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분 대상수상과 함께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분에 진출했다. 그때의 기분을 잠시 얘기하자면.
부산에서 공익근무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선뜻 실감이 나지 않았다. 공익근무를 할 때 만큼은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러지 못했다. 조금 억울했던 건 부산에 있어서 친구들과 기쁨을 누리지도 못하고 제대로 실감도 하지 못했다. 아마 서울에 있었다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웃음) 그래도 정신없는 와중에 영화제는 잘 다녀왔다. 그때 받은 상금을 잘 모아서 그다음 영화 촬영 때 썼다. 그때 문득 ‘내가 만드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사람들이 좋게 봐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이 일을 해도 되는구나 싶었다. 그때가 나름 전성기였다(웃음). 물론 다음 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컸지만, 그 다음 작품이었던 <복무태만>도 잘 되었다. 지금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인생은 새옹지마>는 30분 남짓의 단편영화다. 영화제가 아닌 극장 개봉으로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
인디스페이스의 업적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소위 독립영화를 생각할 때 어두운 이야기의 영화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것 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다. 마치 애피타이저 혹은 디저트처럼 말이다. <인생은 새옹지마>가 잘 되어서 다른 단편 영화들도 많이 상영되길 바란다.
Q. ‘젊은예술가 제작지원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인생은 새옹지마>가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정확한 명칭은 ‘테이스티 메이커스 프로젝트’다. 류승완 감독님에게 제안이 들어왔고 감독님과 신인영화감독의 콜라보로 이뤄졌다. 그중 한 명이 나고 나머지 한 명이 이상근 감독님이다. 류승완 감독님은 20대들의 사랑이야기를 만들면 어떠냐고 하셨고 그래서 <인생은 새옹지마>가 나오게 되었다.
Q. 전작들을 살펴보면 캐릭터들이 외로움에 대하여 많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따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서울연애>, <인생은 새옹지마>, <거인> 이 세 작품을 다 작년에 촬영했다. 작년에는 세 작품을 촬영하느라 정신없기도 했었는데 그 시기의 나는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하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가족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영화 캐릭터에 그 점들이 조금씩 드러난 것 같다. 위의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일정 부분 내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Q. <인생은 새옹지마>는 귀엽고 풋풋한 로맨스라는 느낌이 들었다. 캐릭터를 설정할 때 부부가 있던데, 특별히 부부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
특별히 설정이라기보다는 주변에 일찍 결혼한 친구들이 꽤 있었다. 일찍 결혼하다 보니 일찍 권태기가 와서 종종 나에게 상담을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보면서 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때 당시의 마음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Q. 영화를 보면서 준기와 하늘의 캐스팅이 참 잘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우들의 나이가 다 비슷하다 보니 다들 친해 보였는데 촬영 분위기가 참 좋았을 것 같다.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웃음). 실제로도 두 배우의 나잇대가 거의 비슷하고 둘이 친분도 있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친구들이고 감독인 나와도 나잇대가 비슷하다 보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가끔은 연기 고민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는데 그 고민이 참 귀여워 보이면서도 대견해 보였다. 두 배우 다 연기에 욕심도 많고 열정도 대단한 친구들이다. 특히 이초희는 에너지가 엄청나서 촬영하는 내내 평소보다 더 밝은 분위기로 촬영할 수 있었다. 배우든 스탭이든 항상 내가 아는 사람들과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 영화는 50명가량의 스탭이 투입되었다. 현장에서 내가 거의 막내라 조금 긴장을 하기도 했지만 그러면서 더 배우들과 잘 지낼 수 있었다. 물론 술도 많이 먹었다(웃음).
Q. 준기를 보면서 ‘고경표’라는 배우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 없다. 고경표를 준기역에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그때 당시 영화 때문이 아니라 그냥 눈에 들어왔던 친구가 고경표, 이초희였다. 꼭 이 작품 때문이 아니더라도 두 친구와 같이 꼭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경표는 코믹한 이미지도 있지만, 그의 눈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애잔한 구석이 있다. 또 실제로도 외로움을 많이 타서 극 중에 가족도 없고 친구도 별로 없어 외로움을 많이 타는 준기역에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Q. 하늘 역을 연기한 이초희가 직접 OST를 불렀다. 처음부터 OST는 이초희가 하기로 되어있었나.
실제 대본상에는 ‘여자가 노래를 흥얼거린다.’ 정도로 쓰여있었다. 따로 노래를 부른다는 직접적인 내용은 없었는데 음악감독과 얘기를 하다가 실제로 노래를 만들면 어떨까 해서 만들게 되었다. 이초희는 캐스팅된지 일주일도 안 돼서 바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웃음). 노래를 잘 부르기도 하지만 나이에 비해 어딘가 성숙한 데가 있어서 실제 촬영을 할 때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도 그런 감정들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것 같아 좋았다. 생각보다 많이 이슈가 되진 않았지만(웃음).
Q. OST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에 작사로 참여했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영화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지는데 영화의 여러 부분을 꼼꼼히 신경 쓴 노력이 엿보인다.
원래 예정에는 없었다. 음악감독과 얘기를 하다가 대사도 쓰니 노래 가사도 쓰면 어떨까 하셔서 시작하게 되었다.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한 상태에서 글을 쓰니 잘 써졌던 것 같다. 그렇게 하니 음악 감독님께서도 좋아하시더라(웃음).
Q. 준기는 하늘이에게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이 둘은 어떤 관계로 설정했나.
옛날에 잠깐 썸 있었던 사이 정도로 생각했다. 20대 초반에는 옷깃만 스쳐도 이성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웃음). 준기는 누군가를 좋아한다기보단 외로움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캐릭터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좋게 대해주면 날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처럼 말이다. 그만큼 외로움을 많이 탄다. 아마 하늘이에게도 그런 감정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Q. <인생은 새옹지마>는 20대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리는 동시에 준기의 사랑 성장기를 보여주는 느낌도 든다. 준기는 이번 사랑을 통해 얼마큼 성장했을까.
나는 준기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과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아빠도 자신을 떠나고 사랑을 못 받고 자랐기 때문에 사랑을 받을 줄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준기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법을 알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Q. 김태용 감독이 생각하는 청춘은 어떤 의미일까.
보통 청춘이라 하면 힘찬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청춘은 연약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연약함을 인정하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 청춘을 즐기는 우리의 시기는 연약한 시기이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좀 더 즐겁게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관객들은 <인생은 새옹지마>를 보고 어떤 것을 느꼈으면 좋겠나.
저렇게 되지 않도록 잘하자?(웃음) 따뜻한 마음으로 가볍게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있는 분들은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는 마음으로 봤으면 좋겠고 나이가 어린 분들은 가볍게 웃으며 봤으면 좋겠다. 난 이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 보다는 가족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사라져가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많이 바쁠 것 같은데.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꽤 바쁠 것 같다. 한동안은 <인생은 새옹지마> 개봉으로 여기저기 다녀야 할 것 같고 7월 3일에는 내가 연출한 <밤벌레>와 김조광수 감독님의 <하룻밤>을 묶어서 <원나잇온리>로 개봉한다. 퀴어옴니버스영화로 LGBT영화제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또 가을쯤엔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옴니버스 영화 <서울연애>가 개봉하고 11월쯤 되면 첫 장편 <거인>이 개봉한다. 올해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홍보도 하고 관객과의 대화도 할 예정이다.
영화 <인생은 새옹지마>는 5월 30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단독 개봉할 예정이다.
사진= 전유진 인디즈 관객기자단
인디스페이스 단편개봉프로젝트
단편 독립영화 어디서 보고 계신가요?
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혹은 다운로드로만 만날 수 있었던 단편 독립영화가 극장에서 정식 개봉으로 관객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존 독립영화가 장편 위주로 개봉되고, 단편영화의 경우 영화제나 일회성 상영회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면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 단편 개봉 프로젝트]는 단편영화 개봉 상영으로 관객여러분을 찾아갑니다.
Synopsis.
평범한 대학생 준기는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스튜어디스 소라의 귀국날 그녀를 찾아가지만, 오히려 그녀가 예전에 사귀다 갑작스런 결혼으로 자신을 버린 용주 부부를 방해하고 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용주 부부와 함께 MT를 떠난 준기. 과연 준기는 무사히 미션을 수행하고 소라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을까?
INFORMATION
제목: 인생은 새옹지마(One Summer Night)
제작: ㈜외유내강
제공: TASTEmakers
배급/마케팅: 어뮤즈
각본/감독: 김태용
출연: 고경표, 이초희, 안재민
장르: 청춘 멜로 드라마
상영시간: 31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 5월
개봉관: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http://indiespac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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