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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다시 시작할수 있도록, <한공주> 인디토크

by 도란도란도란 2014. 5. 26.


관객기자단 [인디즈]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의 얼굴로 소중한 공간을 널리 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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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공주> 감독 이수진

일시: 2014년 5월 22

진행: 허남웅 영화 평론가

참석: 이수진 감독, 이영란 배우





영화 <한공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열일곱 소녀 한공주의 이야기로, 한국 독립영화 극영화 부문에서 최단 기간 최다 관객 기록을 불러 모으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여러 상을 거머쥐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러한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관객들이 함께한 가운데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과 극중 '조여사' 역할의 배우 이영란이 참석한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허남웅: 먼저 감독님께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감독: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봤던 건 아니었고요. 긴 시간 동안 성폭행, 중고등생의 자살 ,왕따 이런것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었고 그 기억들이 이 영화를 만들게 했던 시작이었습니다.


허남웅: 사건도 사건이지만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요. 한공주와 조여사, 선생님 등 주변인물이 많은데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잡아갔는지도 궁금합니다.


감독: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공주는 강한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의 아픔이 있지만 스스로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캐릭터이길 바랐고 조여사같은 경우에는 우리의 모습과 가장 흡사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허남웅: 사실 조여사라고 얘기하지만 '선생님 어머니'라는 호칭이 관객분들한테는 더 인상깊을것 같은데요. 선생님 어머니라는 호칭, 한공주라는 이름도 그렇고 여러가지 많은 면에서 해석할수있고 생각해볼수있을텐데 호칭과 이름은 어떤 의도이고 어디에 초점을 맞췄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선생님 어머니'라는 단어에 큰 의도가 있었던건 아니고요. 실질적으로 공주가 호칭을 부르기가 참 어렵죠. 또 공주에게 중요한 공간을 제공해주는 인물이기 때문에 일종의 잘 보여야 할 대상이죠. 17세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호칭으로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허남웅: 공주라는 이름 자체가 어디로 숨을래도 숨을 수 없는 이름이기도하고, 영화 <오아시스>에서 문소리 배우미님의 극중 이름이 '공주'이기도 한데요. 감독님이 처음 공주라는 이름을 지을때 혹시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예전부터 극 중 인물의 이름이 영화의 제목이 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이 이야기를 쓰면서 이 친구의 이름이 영화의 제목이 되겠구나 싶었어요. 어렸을 때는 애칭으로 공주라는 이름을 많이 써서 누나 이름이 공주인줄 알았어요. 그만큼 공주라는 이름의 느낌은 사랑받을 존재인데 극중에서는 오히려 외면당하는 아이러니함이 이 이름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허남웅: '선생님 어머니'가 공주를 처음 만날 때 첫 행동이 임신했는지 배를 만지잖아요.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감독님의 지시가 있었나요? 그런 식의 애드립이 몇 개 보이는데 어떻게 나온 장면인지 궁금합니다.


이영란: 시나리오에 있었던 장면이이에요. 배 만지는 장면은 많이 싸웠어요.(웃음) '임신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배도 안 나오고 만져봤자 전혀 감도 안잡히는데 손을 대는 건 말도 안된다' 했는데, 감독님은 '그래도 대라' 하셔서 나온 장면이었죠. 자연스럽게 보인다면 다행입니다 사실 촬영하면서도 '선생님 어머니' 캐릭터가 그렇게 부각 되리라곤 생각 안 했습니다 .열심히 해보려고 애썼을뿐인데 예상 외로 '선생님 어머'니 캐릭터를 많이 생각해주시니 다 캐릭터를 재밌게 만들어주신 감독님 덕분입니다.

 

허남웅: 배우들에게 대사 전달에 대한 지시사항이 따로 있었나요?


감독: 이영란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사무실에서 시나리오 보시고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히려 제가 오디션을 보는 듯 했어요. '왜 저를 선택하신거죠?'부터 시작해서.. (웃음)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선생님이 제한된 시간 안에서 대본에 있는 감정을 잘 살려주시고 많이 보여주려고 애쓰셨기 때문에 지금 이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이영란: 감독님이 어떻게  60대 여성을 그렇게 잘 알고있는지 60대 여성의 속내, 감성, 욕망, 판타지 등이 이 캐릭터에 전부 다 깔려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볼 수없는 전형적이지 않은 60대 여자인거에요.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설정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함에 꼬치꼬치 묻느라고 오디션을 좀 했습니다 (웃음)

60대 여성이어도 여자잖아요, 분명 여자로서의 욕구가 있죠. 이 여자는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너무나도 당당하고 또 자기가 돈 있다고 해서 돈없는 사람은 사람 취급도 안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생님 어머니'가 밉지 않아요. 스스로에게 솔직하기 때문이죠. 젊은 남자의 시선에서 60대 여성을 한 여인이면서 하나의 주체로 굉장히 당당하고 톡톡 튀게 그려준 것이 고마웠어요.


허남웅: '60대 여성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까' 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배우님이 그렇게 느끼셨던 구체적인 장면이 있었나요?


이영란: 예를 들어 이런 대사는 굉장히 신세대적인 감각이죠. "결혼하자는데 그만 만날까?" 전형적이고 순정적인 사랑, 진부한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쿨하게 애정 관계도 정리할 수 있는 의지요. 그리고 이사람의 언행이 경쾌해요. 그것 자체가 이 여성의 정서나 에너지를 보여주는 거죠.




허남웅: <한공주>라는 영화에서 천우희라는 배우가 어떤 점이 공주와 잘 맞다고 생각하셨는지, 천우희라는 배우를 캐스팅 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감독: 처음 만났을 때 천우희 배우가 슬럼프를 겪고있던 시기였어요. 굉장히 영리한 친구인데, 어쩌면 저를 만나면서 계속 공주의 느낌을 주려고 했는지도 몰라요. 예를 들어 오디션이 끝나고 배웅을 하는데, 함께 가면서도 걸음걸이, 표정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 공주의 느낌을 주려는 것을 느꼈고 그런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허남웅: 배우님께는 어떠세요? 호흡을 맞추는 부분에 있어서 특별한 대화를 나눈 적 있나요? 둘이서 대체모녀관계의 모습도 보이는데, 연기를 하면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이영란: 거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투명하게 곁에 있었어요. 굉장히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기가 되었어요.

제가 관객의 입장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약한 아이들을 가해하는 모습을 볼 때 제속에서 살의가 올라오는 것을 느껴요. 정당화 될 수 없는 폭력성에 대한 분노와 함께 그러한 모습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객: 은희가 공주의 전화를 받았을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약간 모호하게 자살의 이미지를 담았는데,  그 정확한 의미가 궁금하고요.


감독: 못 받았습니다. 은희도 그 순간에는 공주의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용기가 없었겠죠. 아마 무서웠을 것 같아요 . 그래서 공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도 있을거고, 엔딩에 대한 의견은 분분할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판타지, 혹은 죽음 아니면 공주가 살아나갔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죠. 


허남웅: 결말에서 보여지는 카메라워크가 우리 사회에서 한공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버스 안에 있던 카메라가 밖에 있는 한공주를 끝까지 잡을 수 없고, 공주가 물에 빠졌을 때는 카메라가 다리 난간에서 아래로 바라보기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졌거든요. 우리사회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 거리감을 다른 장면에서 어떻게 보여주려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말씀 주신게 맞아요. 유리벽, 문 등에 막혀있는 장면이라든지 공주가 항상 바라보는 시선으로 공주의 내면을 보여줬습니다.


관객: 영화를 보면서 화가 많이 나더라고요.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혹시 감독님은 영화를 연출하면서 관객들이 단순히 영화를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것만큼은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혹은 지나간 얘기지만 이런 주제를 다시 회자시키면서 관객들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감독: 이 이야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과거의 이야기로 보여지기보다는 지금 시점에 대한 이야기 즉 앞으로의 이야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진 고민에 대한 것들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매체를 통해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 굉장히 감동하기도 혹은 화가 나기도 하고 그렇게 마치 나의 얘기인 양 느끼는데 '만약 내 주변 어떤사건의 피해자들, 가해자들을 본다면 나는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쉽게 분노했던 것만큼 그들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을까. 그게 또 '이 영화의 큰 주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이 이 영화의 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허남웅: 배우님께서는 영화에 출연하실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하나요?


이영란: 저는 배우의 존재감에 대해서 고민해요. '이 사람 이 영화에 왜 필요한가' 혹은 '어떻게 고민하나' 그런 것들이 분명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지요.


감독: 사실 조여사라는 캐릭터를 배우로 캐스팅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왜냐하면 이 영화의 조여사라는 캐릭터에 집단린치신이 있고 베드신, 목욕신까지 있잖아요. 선생님께서 '내가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한번도 하지 않은 세가지를 이 영화에서 다 하고 있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단 한번도 싫은 말씀을 안 하셨어요. 아마도 신인감독에 대한 배려를 해주신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관객: 한공주를 둘러싼 수많은 인물들 중에 가장 궁금했던 것이 선생님이었거든요. 공주를 가장 많이 응원해주고 옆에 있어주는 인물 같은데  그선생님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합니다.


감독: 계약직 선생님이죠. 공주를 책임지고 전학을 보내 생활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그런데 그것 조차도 정규직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해야 할 일인거죠. 


허남웅: 사실 이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하기 전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는데, 혹시 해외 관객들은 한국 관객들과  다르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나요?


감독: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미국같은 경우엔 법제도에 대해 분노 했었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영화제에서는 굉장히 깊이 공감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해외 감독들은 오히려 한국관객들 반응에 대해 역으로 궁금해하더라고요. 





관객: 저는 영화를 보면서 한공주가 새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 적응해가는 부분, 오디션 준비를 하는 장면이 제일 좋았어요. 감독님께서는 영화 안에서 어떤 장면이 제일 좋았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한 장면 한 장면이 저에겐 다 소중해요. 가장 아쉬운 장면, 그리고 제일 먼저 생각했던 장면은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고요. 특히 마지막 장면은 굉장히 긴 시간 공을 들여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1분28초 정도 되는 그 하나의 장면 때문에 나머지 111분의 장면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나 하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남웅: 배우님은 어떤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나요?


이영란:는 개인적으로 파출소 소장 부인과 그 친구들에게 얻어맞은 상처에 공주가 약을 발라주는 장면이 제가 봐도 연기가 편안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감독님께 칭찬 받았거든요. (웃음)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마지막에 한공주가 가방을 끌고 다리에 가기 전 보여지는 나무에서 한공주 내면의 스산함을 느꼈어요. 그 나뭇가지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한공주가 고개를 내밀고 헤엄 치다가 그림자로 이어지는 그 이미지가 굉장히 좋습니다. 한공주가 물에 뛰어들었지만 살고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한공주는 끊임없이 살아서 흘러간다는 또다른 차원의 삶의 비법을 깨우친게 아닐까'하는 점에서 그 장면들이 좋습니다.


허남웅: 한공주와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과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감독: 다음달에 영화제로 뉴욕과 LA에 갈 예정이고요, 차기작은 <한공주>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준비를 할 것 같습니다.  

 


은 관객들이 영화 <한공주>를 보며 분노와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극장 밖을 나서면서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과 나아가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감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영화의 묵직한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의미있는 소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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