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기자단 [인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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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우주가 한 사람으로 가득 차버렸는데 그 주인공은 없는 상태, 짝사랑이란 이렇듯 홀로 텅 빈 우주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고백 한번이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지만 상대방에게 그 말은 그냥 스쳐지나가고 만다. 이런 안타까움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렇다면 원하는 사랑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용주와 하늘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것도 처연하긴 마찬가지다.
내 사랑이 중요해서 다른 사랑을 방해하고 그 과정에서 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마음들이 만나고 헤어진다. 이게 무슨 막장드라마냐고? 아시겠지만, 실제로 인생이 그렇고 사랑이 그렇다.
<인생은 새옹지마>는 사랑과 사람 앞에서 약해지고 쉽게 부서져버리는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다.
준기는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만 해도 그 사람에게 마음을 어느 정도 빼앗겨버린다. 그만큼 외로운 사람이다. 소라를 사랑하지만 실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아직 사랑 할 줄도 사랑 받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준기를 너무 약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게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나부터가 준기이고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준기다.
소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세웠던 계획은 엉뚱하게 이미 지나서 바래버린 하늘의 마음을 알게 하고 준기는 잠깐 흔들리지만 마지막엔 깨닫는다. 자신이 외롭고 불안정한 이유는 돌아갈 데가 없어서 였다는걸. 동시에 사랑이란게 결국 마지막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도착점이라는걸. 불행해만 보이는 용주와 하늘의 결혼생활도 아쉬운 대로 그 나름의 균형을 잡고 유지되고 있음이 하늘의 미소에서 느껴졌다. 아마 그걸 보고 준기는 깨달았을 것이다. 사랑이 그래도 최고라고.
평생 행복할 것만 같던 사랑도 결혼이라는 현실과 맞물리며 내 자신이 소모 되는게 아깝게 느껴지게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마음을 이용하고, 숨겨져 왔던 진실이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와 모든 것이 또 흔들리더라도, 사랑이 최고라고.
어렸을 때는 강렬한 감정들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강렬한 기쁨이나 슬픔, 같은 감정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동시에 그토록 강하게 마음을 흔들만한 것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조금은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사랑은 조금 예외적이었다. 아무리 평정을 유지하려 해도 그럴 수 없게 만드는 것, 그리고 아무리 변해가도 결국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도착점이기 때문이다.
한없이 찌질한 인물들이 총 집합된 영화 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사람이 이렇게 찌질하고 연약해 지는 것도 사랑 앞에서만 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관계를 정의 내리려고만 하지말 고 사랑하는 게 뭔지, 사랑받는 게 뭔지 느끼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어차피 인생도 사랑도 새옹지마 이니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가볍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밝아서 재밌었지만 영화를 보며 마음 한 켠은 조금 슬프기도 했다. 사랑이 전부라 마음을 이용당하는 준기, 자신을 바라보는 여러 마음들을 이용하는 소라, 상처 줄 용주, 상처받을 하늘, 그들 모두에게서 내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에서는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인 사랑을 준기는 아마 시작했을 것이다.
다들, 그렇게 시작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영화를 다 보고나니 어쩐지 외로움이 덜어진 느낌이었다. 외로움이 서툰 우리들에게 무작정 부담스럽게 말고 친구처럼 솔직하게 말해주는 영화, <인생은 새옹지마>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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