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s 페이스 (Indie's Face)
상영 후 감독 배우들과 함께하는 인디토크와 인터뷰, 상영작 리뷰 등 인디스페이스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 기록 자원활동가 입니다. 극장 안 이야기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의 얼굴, <인디's 페이스>와 더욱 알찬 소식 만나세요 :D
영화: 누나_이원식
상영일시: 2014년 1월 28일
참석: 이원식 감독, 배우 성유리 이주승
진행: 박현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장
<누나>는 차가웠던 마음을, 상처로 가득했던 마음을 따뜻하게 치유해주는 영화다. 운명처럼 만난 ‘윤희’와 ‘진호’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진정한 누나가 되었고 동생이 되어 꽁꽁 숨기려고만 했었던 서로의 아픔을 감싸며 치유해준다. 서로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상처를 극복해가는 모습이 조용하고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 <누나>. 지금부터 그 인디토크를 시작한다.
진행: 영화 ‘누나’를 1년 만에 인디 돌잔치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압도적인 지지율로 인디 돌잔치에 초대되셨는데, 감독님의 소감과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감독: 갑자기 <누나>를 상영한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엔 ‘이걸 왜하지?’(웃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분이 정말 좋네요. 오늘 꼭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닭살 돋을 것 같아서 결국 못 봤네요. 많은 분들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성유리: 안녕하세요. 성유리입니다. 영화 재밌게 보셨나요? 저도 감독님 연락을 받고 이렇게 오게 되었는데요, <누나>를 다시 보러와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 전해드리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이주승: 안녕하세요. 진호역할을 맡았던 이주승이라고 합니다. 일 년 만에 이렇게 또 누나를 보게 되어서 새롭게 느끼게 되는 점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피부도 많이 나빠졌구나.(웃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행: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작을 뽑는 투표를 매달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달 투표율이 굉장히 높았고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차이로 선정되었어요. 오늘 영화를 보면서 궁금한 점들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간단하게 질문 먼저 받아볼까요?
관객: 두 배우 분들께 질문 드릴게요. <누나>에서는 두 주인공이 힘들던 순간에 서로를 만나면서 치유해가는 과정이 보이는데, 배우 분들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심적으로 힘들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성유리 : 저는 특별히 힘든 일을 극복하는 노하우는 없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어느 순간 힘들었던 일들도 지나가 있더라고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처럼요. 그래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겨내는 것 같아요.
관객: 두 배우님께서 어떤 부분에 이끌려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셨는지 궁금하고, 이주승 배우님은 학생 영화를 굉장히 많이 찍으셨잖아요, 요즘에는 또 어떤 영화를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성유리 : 저는 이렇게 어둡고 말이 없는 캐릭터가 처음이라 그런 부분이 많이 끌렸어요. 사실 처음에는 대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 좋았는데,(웃음) 찍다보니 오히려 ‘대사가 많아야 연기하기엔 편하겠구나‘ 싶더라고요. 이런 연기를 경험해 보니 이 영화의 매력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표현의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깨달았어요.
이주승 : 저는 독립영화 작업을 많이 했지만, 살벌한 영화가 많아서 <누나>처럼 따뜻한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그런 부분이 끌렸던 것 같아요. <누나>를 찍을 때만해도 학생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제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학생 역할이 안 들어오더라고요.(웃음) 나이에 맞게 요즘에는 20대 청년 역할을 많이 맡고 있습니다.
진행: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영화에서 성유리씨가 굉장히 많이 맞잖아요. 왜 그렇게 때리셨어요?(웃음)
감독 : 윤희 집 장면을 몰아서 찍기 며칠 전에 유리씨가 상심에 찬 얼굴로 어떻게 찍을 거냐고(웃음)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사실 저는 그 때 별 생각 없이 ‘그냥 맞으면 되겠지’하고 무책임한 생각을 했었는데, 그 때서야 어떻게 해야할지 고이 되더라고요. 사실 실제로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으니까 정말 심하게 맞는 것처럼 영화가 나오길 바랐어요. 그래서 가장 사실적으로 찍으려고 노력했는데, 많이 고생시킨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관객: <누나>를 촬영한 지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배우 분들게 이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감독: 제게는 기쁨이면서 소망인 것 같아요. 제작비가 너무 부족해 정말 주님만 믿고 찍었는데, 사실 작업하는 과정에서는 원망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래도 완성을 하고나니 그 과정들 마저 정말 감사했고, 다른 영화를 작업할 때 전보다 더 큰 소망을 갖고 임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 영화에요.
성유리: 제게는 <누나>가 기적 같은 작품인 것 같아요. 촬영 과정에는 제작비 문제로 ‘과연 다 마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는데 완성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개봉 역시 기적적으로 이루어졌죠. 또 개인적으로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작품인데 이렇게 일 년이 지나 한 분이라도 더 보실 수 있는 기적 같은 기회를 갖게 되니 앞으로는 또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이주승: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에겐 따뜻한 영화고요. 군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영화이면서 전역하고 바로 개봉한 영화라서 더욱 의미 있는 영화입니다.
관객: 감독님은 어떤 계기로 작품을 구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제가 당시에 준비하던 상업영화가 있었어요. 2년 정도 준비를 하다 엎어지게 되면서 굉장히 힘들던 차에 컴퓨터를 정리하다가 스크랩 해두었던 기사를 보게 됐어요. 장마기간에 작은 다리를 건너다 강물에 휩쓸린 누나를 구하려고 동생이 뛰어들었다가 안타깝게 모두 사망한 남매 기사였는데, 제가 그 기사에 ‘누나가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평생 동생에 대한 그늘과 앙금을 갖고 살게 되었을 것이다. 그녀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내용들을 적었더라고요. 이 누나가 상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영화라면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작업하게 되었어요.
관객: 영화 속 캐릭터가 실제로 본인이라면 어떤 행동을 하셨을까요?
성유리: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윤희처럼 매번 맞진 않겠지만 꽤 비슷하게 반응 할 것 같아요. 윤희가 어렸을 때부터 어둡고 수동적인 성격은 아니었을 거예요.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저 또한 그런 상황이라면 윤희만큼 착하게 살진 않지만 조금 반항도 해보다가, 하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행: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강추위에도 자리해주신 관객 분들께 한마디씩 남겨주시고 마무리를 해볼까 합니다.
감독: 일 년이 지난 후에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새해에는 과감히 상처를 끊어내는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성유리: 오늘 <누나>라는 작품을 여러번 봐주시는 관객 분들이 계시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고요. 앞서 말했듯 <누나>가 기적을 만들어낸 영화였던 것처럼 또 다른 기적을 위해 여기 계신 분들 모두 함께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주승: 날씨가 많이 추운데, 가시는 길에는 모두 마음 따뜻해지셨으면 좋겠고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디토크 내내 빠지지 않았던 단어가 ‘감사’였다. 감독과 배우들은 이 영화에 ‘감사’ 한다고 수도 없이 말했다. 그들이 온 마음으로 노력했던 진정성 있는 영화라는 것이 느껴졌다.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시간일까. 시간이 지나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있진 않을까. 누나가 상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영화라면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라는 이원식 감독의 말처럼 영화 <누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치유와 그리고 감사함을 주는 영화일 것이다.
정리/유승민 자원활동가(iamyise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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