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s 페이스 (Indie's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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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 플레이스_박문칠
상영일시: 2014년 2월 4일
참석: 박문칠 감독
진행: 황진미 평론가
박문칠 감독의 가족은 캐나다에서 역이민을 왔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이들이 각자의 자리, 그들의 플레이스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다큐멘터리 <마이 플레이스>는 수많은 국내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디토크에는 황진미 영화평론가와 박문칠 감독이 참석했다.
황진미 : 영화 재미있게 잘 보셨나요? 저는 이 영화 굉장히 흥미롭게 봤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세 가지의 키워드를 생각해 봤는데요. 첫 번째는 ‘글로벌 유랑가족’의 이야기, 두 번째는 미혼모에 대한 어떤 새로운 접근이랄까? 여성주의적인 측면에서 미혼모를 새롭게 다뤘다는 것, 세 번째는 셀프다큐로서 자신의 가족을 통해서 다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 즉 셀프다큐로서의 가능성, 자기성찰의 의미 등의 키워드를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이렇게 키워드를 꼽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웃음)
감독 : 네, 뭐 좋은데요. (웃음)
황진미 : 오빠와 여동생의 성격이 대조적이잖아요. 오빠는 훨씬 더 늦게 한국에 온 상황이라 어쩌면 한국화가 더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한국에 그럭저럭 잘 적응을 했고.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후에 방황이 나타난 게 아닌가 싶고. 여동생의 경우에는 계속 참을 수 없는 것들이 결국은 미혼모가 되는 격렬한 저항을 통해서 극적인 화해에 도달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지 않는 길로써 한국사회에 적응해서 그냥저냥 잘 사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예요. 한국이 상대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여기에 별다른 기득권이 있어 보이지 않으면 정상적이지 않다는 착각 속에 산다고 생각되어 튕겨나갈 수도 있는데, 그게 격렬한 저항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표현될 것 인가 아니면 성찰적이고 관조적인 방향으로 나타날 것인가 이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은 후자에 해당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바라보며 관찰자적으로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럭저럭 정상적인(?) 상태로 사셨는지 궁금하네요.
감독 : 저희 부모님도 처음 한국에 올 때 제가 나이가 많으니까 저를 더 걱정하셨지, 동생은 전혀 걱정을 안 하셨는데, 사실은 그것도 우리들의 통념, 선입견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린애는 아무 생각이 없을 거야” 라는 생각이 대개의 경우는 맞을 수도 있는데 사람 개개인의 인성이나 성격을 들여다보면 기질차이가 되게 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어린 나이더라도, 동생 같은 경우는 특정한 기질을 타고난 경우였고 그게 쉽게 사라질 거라 생각한 게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야 되고 그냥저냥 사는 것이 제 기질이었던 것 같아요. 맏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성격자체가 원래 좀 무던한 편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캐나다에서도 저만 친구들과 다르단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눈치를 많이 봤었고, 그 삶의 방식이 한국에서도 이어지면서 “룰만 달라졌지 게임은 똑같은 거니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관객 : 처음 비디오를 찍게 된 동기가 동생의 파격적인 결정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는지, 단순히 기록을 남겨보자는 뜻에서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하고요. 가족에게 인터뷰 요청을 어떻게 하셨으며 가족들의 영화를 관람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감독 :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상은 없었지만 막연하게 우리가족의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동생한테 인터뷰 동의를 구할 땐 제가 느끼고 있었던 혼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생각을 정리하면서 변화의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 어떤 작품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아요. 가족들이 영화를 다 보시긴 했어요. 아버지는 시사회 때 영화를 보시고 “나는 실패한 아버지다”라며 자책? 한탄을 하셨는데, 창피한 부분이 있으셨나 봐요. 그 후 영화에 대한 거리가 조금 생기셨을 땐 ‘잘 만들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어머니 같은 경우, 영화에선 쿨하게 포용을 하시는데, 그건 가족 안에서의 모습인 것 같아요. 막상 영화를 외부에 내놨을 때는 동생이나 조카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를 많이 하셨죠. 한국에 와서 관객과의 대화도 함께 하셨었어요.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고 영화가 갖고 있는 순기능을 몸소 체험하시며 어머니의 변화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동생에게는 가족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소통 매개가 된 것 같아요. 소울이는 내용보다 화면에 자기 모습이 나오면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황진미 : 이전에도 가족다큐는 꽤 있었어요. 가족다큐 중에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가족구성원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모두 드러나며 본인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대목이 굉장히 감동적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과거 싱글맘 이야기를 다루면 사회적인 문제로써 부정적으로만 다뤄지던 것이 자아 확장 혹은 관계 확장의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이 영화가 정말 가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 : 외부 사람들에게 소울이의 존재를 알리면서 어떠한 다툼이 있지는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저도 ‘어떤 사단이 나겠다’ 싶은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는데 (웃음) 생각보다 영화적으로 제가 기대한 장면은 안 나오더라고요. (웃음) 소울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우리가 ‘장롱 속 아이’라고 불렀거든요. 하필이면 집 뒤에 교회 수련원이 있어요. 그래서 소울이가 태어난 여름에는 문을 열어놓다가도 사람이 지나가면 문을 닫곤 했죠. 곤란한 상황은 전화 통화 할 때 상대방이 애기 울음소리를 들으면 둘러대야 한다든지 그런 상황들이 있었는데 동생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니까 크게 상처 받진 않더라고요.
관객 : 감독님이 이 영화를 시작할 때와 끝맺을 때 미묘하게 달라지셨던 것 같아요. 어떤 변화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영화 제목이 <마이 플레이스>잖아요. 동생을 통해 가족을 되돌아보면서 본인에게 가족이나 동생은 어떤 의미이고 이 영화나 동생의 삶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처음에는 어쨌든 싱글 맘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접근한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의 싱글 맘 뿐만 아니라 너무 특수한 점이 많은 거예요. 편집 막판 쯤 ‘이건 가족 전체에 대한 이야기 일수도 있고 내가 느꼈던 한국사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동생은 항상 사고를 치고 더 어리기 때문에 내가 돌봐주며 가르쳐줘야 된다는 우려의 입장에서 바라봤는데, 캐나다에서 사는 모습을 보면서 ‘얘가 나보다 어른이 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생이 가장의 역할을 하면서 아이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며 ‘이 친구야 말로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고 필요한 걸 밟아 나가는데, 나야말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고 방황의 시기를 거쳤구나’ 싶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고 진로를 결정하는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
관객 : 싱글 맘이라는 소재와 배가 부른 여동생의 모습이 굉장히 울림이 있었어요. 그 장면을 보면서 가족이라는 소재를 통해 울컥하게 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눈물 없이 굉장히 깊은 생각이 들게 하는 힘이 있었던 것 같아요. 편집하면서 가족이다 보니 이건 지켜줘야겠다는 조절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별로 격렬한 사단이 일어나지 않아서, 또 그런 게 있다 하더라도 마침 카메라가 없더라고요. (웃음) 결국에는 펑펑 울고 있는 동생을 다독여주는, 감독보다 오빠의 역할을 택한 순간이 많았어요. 특별히 편집하면서 넣지 말자했던 부분은 없고, 약간 관조적이지만 차분하게 보면서 여백들 속에 자기를 비춰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황진미 : 나의 장소, 나의 가정, 마이 플레이스는 어디인가. 그 얘기가 나오고 바로 몽골에 계신 아버지와 캐나다에 있는 어머니, 동생을 찾아가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집, 엄마가 사는 집이라는 곳이 있어서 힘들 때 집에 가서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고 힘을 얻는 그런 의미로서의 마이 플레이스가 생각되는데 여기서는 굳이 말하자면 그런 곳은 없는 거예요. 아버지는 몽골에 계시고 어머니랑 동생은 캐나다에 있고, 하지만 거기에서도 계속 묻잖아요. ‘가족의 범위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어디에도 없지만 가족이 있는 곳이 결국 집이죠. 가족은 흩어져 있으며 거기에 내가 결합할 수도 있고 떨어져 나올 수도 있는, 따로 또 같이 이런 형태의 가족이란 의미죠. 제가 봤을 땐 가족의 미래형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 플레이스>라는 제목은 대단히 역설적이면서 반어법적으로 사용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 : 요즘에 제 머리 한쪽에는 항상 <마이 플레이스>가 채우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전부다 가면을 쓰고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민낯을 보여줄 공간이 있어야 살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다 벗고 그냥 제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한테는 그런 마음이 놓이는 자리가 가족들 말고 또 있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질문 드려요.
감독 :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관계’에 대해 조금 더 생각했던 것 같아요. 혈연, 피로 묶여져 있다고 해서 저절로 관계가 성립되는 것도 아니고. 그 관계가 의지가 되도록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화두를 장소로 치환해서 던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물론 저한테는 이런 변화를 겪은 가족이 제 자리이기도 하고, 오늘 영화를 보러 와준 고등학교 친구들도 든든하게 서로 챙겨주면서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제 여자 친구도 큰 비빌 언덕이기도 하고요.
황진미 : 저도 좀 비빌 언덕을 마련하면서 살았어야 하는데 고독하고 그러네요. (웃음)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걸로 마치기로 하고요. 지금 시대의 가족은 도대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얻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영화가 시작할 땐, ‘싱글 맘’은 어쨌든 결국 힘든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우려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땐 ‘싱글 맘’도 결국 똑같은 ‘맘’이구나, 엄마의 마음이 깊게 느껴지면서 결국 소울이와 엄마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그렇다면 나의 자리, ‘마이 플레이스’는 어디인가에 대한 성찰이 시작된다.
정리/최이슬 기록자원활동가(iamyise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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