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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s페이스]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청야> 인디토크

by 도란도란도란 2014. 1. 20.


 인디's 페이스 (Indie's Face) 


상영 후 감독 배우들과 함께하는 인디토크와 인터뷰, 상영작 리뷰 등 인디스페이스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  기록 자원활동가 입니다. 극장 안 이야기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의 얼굴, <인디's 페이스>와 더욱 알찬 소식 만나세요 :D



영화: 청야_김재수

상영일시: 2014년 1월 12일

참석: 김재수 감독





60년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거창민간인학살사건의 이야기. 당시 국군의 작전명인 ‘견벽청야’에서 따온 <청야>라는 제목은 단아함 속에 서러운 사연을 감추고 있었다. 영화 <청야>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후손이 우연히 거창에서 만나 진실을 알게 되면서 화해와 용서를 하는 과정을 담았다. 우리는 그 가슴 아프고도 시린 기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재수: 안녕하세요. 영화 <청야>의 연출을 맡은 김재수입니다. 반갑습니다.


관객: 영화처럼 묻혀있던 기록들은 다 파헤쳐져야 하고, 관객들에게 진실이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감독님을 높게 평가합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재수: 제작비는 거창 군청에서 1억 2천만원을 지원받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기업들에게 투자를 받아 약 1억 7천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살다가 2009년 6월 25일에 경남 거창으로 귀농을 했어요.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그 동네가 운명처럼 거창 사건이 일어났던 그 동네였습니다. 그래서 농사를 접고, 15년 전에 읽었던 김원일 선생님의 ‘겨울골짜기’라는 책을 다시 읽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책에서 나온 산이고 마을을 골골샅샅이 밟아보았습니다. 밟으면서 ‘이것을 한 번 만들어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살고 있던 거창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았어요. 사실 애써 외면하고 있던 사람들도 더러 있었죠. 좀 더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나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관객: 저는 두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왜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로 만들었는지 궁금하고요. 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허구인지 실제인지도 궁금합니다.


김재수: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까 고민했습니다.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드라마에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더해서 표현을 했어요. 다큐를 하려다보니 그 당시를 재현 하기에 비용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이 이야기는 그 당시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특별히 한 지점을 극대화시켜 영화로 만들어보고자 했는데, 그렇기 하기에는 제 연출에 큰 자신도 없었고 다양한 연령층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 사건은 이보다 훨씬 잔인했으니까요.


관객: 영화가 만들어 진지는 꽤 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전국에 상영관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개봉과정이 많이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 그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김재수: 우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독립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키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겠죠. 반향을 못 일으킨 이유는 영화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라든지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의 전달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관객: 이 사건이 벌써 몇 십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그때 참여 했던 반대 쪽 입장의 사람들도 찾아보셨는지요. 그리고 제작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재수: 그 당시 가해자라면 저는 국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당시에 이 사건은 명백하게 이승만 정부의 잘못으로 인정하고 재판이 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명예회복과도 같은 보상 문제가 되지 않은 상태거든요. 그래서 그런 상황들도 고려를 했습니다. 극 중 선배 역할이 그 당시 군인들의 한 단면인데, 그 지휘계통을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어요. 12사단에서 후방에 있는 인민군 부대들을 소탕하기 위한 부대가 만들어졌는데, 그 사단장이 학살 명령을 내린 사람입니다. 무자비하게 학살을 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애국 열사 능에 묻혀있어요. 당시 훈련 대대장이나 부대장 같은 사람들은 재판 뒤로 형을 살다 이승만 정부 때 다시 석방이 되어 잘 살고 있고요. 그 사람들은 여러 역사학자들을 통해 연결해 보려 해도 안 되더라고요. 


관객: 거창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혹시 다른 사람에 의해 영화 제작이 된다면 그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듣고 싶습니다.


김재수: 제가 만들어야 되겠죠.(웃음) 저는 <청야>에서 쉽게 표현을 했지만 사실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정말 연출력이 뛰어난 감독이 만들었다면 더 다르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더 잘 녹아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 묻혀져 있었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었던 사건을 다루는 것은 많은 어려움을 동반한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거창사건을 되새기기 위해 노력한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몰랐다면 알아야 할 것이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하며, 외면하지 않았다면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리/유승민 자원활동가(iamyise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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