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s 페이스 (Indie's Face)
상영 후 감독 배우들과 함께하는 인디토크와 인터뷰, 상영작 리뷰 등 인디스페이스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 기록 자원활동가 입니다. 극장 안 이야기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의 얼굴, <인디's 페이스>와 더욱 알찬 소식 만나세요 :D
영화: 문감독 예고편:40MIN_문병곤
상영일시: 2014년 1월 11일
참석: 문병곤 감독
진행: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지세연 프로그래머
지난해 권위 있는 영화제 중의 하나인‘칸 영화제’에서 영화 <세이프>로 한국 대학생 최초단편 부문‘황금 종려상’을 수상하고 금의환향을 한 문병곤 감독과의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인디스페이스 1월의 단편개봉작 <문감독 예고편: 40min>. 문병곤 감독의 세 단편 <노 모어 커피 브레이크>, <불멸의 사나이>, <세이프>의 깊고도 세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문병곤: 안녕하세요. 연출을 맡은 문병곤입니다. 반갑습니다.
진행: 네. 안녕하세요 감독님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노 모어 커피브레이크>와 <불멸의 사나이>는 재미있는 유머 코드가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 작품 같은 경우에는 아이가 납치된 줄 알았지만 결국에는 아니었고, 마지막에 부인이 남편의 뺨을 딱! 때렸잖아요. 그런 부분 들이 여자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통쾌함을 줄 수 있었던 것 같고, 두 번째 작품은 마지막 장면이 관객들에게 재미를 준 것 같아요. 그런데 <세이프>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진지해졌죠. 혹시 본인만의 확실한 구상도가 있었나요?
문병곤: 원래는 친구의 시나리오였는데, 원작에는 금고에 들어가는 아이디어도 없었고, 여자 주인공이 삥땅(?)치거나 가불하는 사건들이 전혀 없었는데, 금고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확신이 생겼어요. 그래서 의도했던 것은 ‘금고 자체에 문제의식을 일으키자!’ 그 정도? 환전소라는 공간의 단단한 금고가 직유라고 볼 수 있어요.
진행: 관객 분들이 <세이프>를 한 번 이상 보신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아마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질문을 생각하고 계실 것 같은데, 질문 한 번 받아볼게요.
관객: <세이프>에 질문이 있습니다. 감독님 작품에는 핸드폰이 자주 등장하는데 항상 방전되어있는 공통점이 보였어요. 그렇게 하신 배경이나 이유가 있는지 듣고 싶고요. <세이프>는 다시 보니까 남자가 문을 따고 들어갈 때 갑자기 망치가 등장하는데요. 의도적인 것인지 궁금합니다.
문병곤: <세이프>의 망치는 주차장이지만 창고처럼 사용하는 그 공간 안쪽에 공구들이 많아서 가져오는 것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것까지 설명해서 보여주면 이 남자가 덜 무서울 것 같아서 이 남자에 대한 정보나 하는 일을 최소화 시켜 이 남자를 돋보이기 위해 연출을 했어요. 핸드폰 같은 경우에는 항상 이야기를 쓸 때 핸드폰이 있으면 갈등이 명확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핸드폰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도움 요청이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핸드폰이 없을 때 고립감을 느끼게 되고. 그런데 핸드폰이 꺼져버리면 그런 의문이 안 생기니까, 그런 의도가 있었습니다.
관객: 첫 번째 단편은 내용에 압도되어서 봤는데, 두 번째 단편은 소리가 정말 잘 들리더라고요. 소리 때문에 그 사람의 느낌을 더 생생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소리는 어떻게 하신 건지, 후시를 따신 건지 궁금하고요. 다른 질문은, <불멸의 사나이>에서 어떻게 독거노인의 욕망을 알아내신건지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했어요.
문병곤: 제가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늙어가는 게 슬픈 게 아니라 나는 늙었는데 생각은 아직 젊기 때문에 슬픈 거래요. 그 할아버지도 혈기왕성한 생각을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거죠. 할아버지의 정신상태는 여전히 젊어요. 그런데 외로우니까 단호하게 자살을 준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세이프>는 소리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썼어요. 한정된 공간에서 찍다보니 앵글이 안 나와서 분위기를 다르게 하기 위해 사운드에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렇다고 음악을 인위적으로 넣으면 재미없을 것 같아 주변에서 날 법 한 소리를 가지고 리듬을 만들었어요. 예를 들면 두 번째 작품에서 개수대 소리가 남자의 망치 소리로 번진다든지, 앞 처음 중간 끝 소리 배치를 하고 그 사이에 여자가 그 공간에서 하는 액션들의 소리를 넣었어요. 소리에 신경을 많이 썼죠.
관객: <노 모어 커피브레이크>에서 자이로드롭이 멈추는 장면이 진짜 일어난 일인지 상황을 연출하신 것인지 궁금하고요. 또 영화에 보면 계속 영화 내내 사회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라디오나 TV를 통해 나오는데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인지 궁금합니다.
문병곤: 노 모어 커피브레이크 찍을 때 자이로드롭이 실제로 멈췄었어요. 그런데 찍어 놓으니까 멈춘 것처럼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멈췄을 때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을 다시 찍었어요. 영화 중간 중간에 남대문 방화사건 넣고, 두 번째는 자이로드롭, 세 번째는 새우깡 사건을 넣고, 마지막에는 택시기사 이런 함축적인 것들을 넣었는데, 이 사건들의 공통점이 그 당시에 실제 일어났으며 일상에서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었어요. 그 사건들을 관통하는 것이 불안이었고, 그 불안을 사람의 감정으로 표현하고 싶었죠. 사실 제가 더 영리했다면 한 가지 문제만을 갖고 깊게 팠겠죠. 처음 찍은 영화라서 제가 찍고 싶은 장면들을 다 넣었어요.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스탭들이 싫어했죠.(웃음) 영화로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정리는 안됐던 것 같아요.
관객: 앞으로 어떤 소외 계층에게 어떤 이야기로 다가갈 지, 이게 감독님이 앞으로 만들어가는 영화에 있어서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아요. 앞으로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문병곤: 저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불멸의 사나이>를 찍고 나서 장편시나리오를 썼어요. 그런데 공백이 너무 크다 보니 불안해서 찍은 작품이 <세이프>거든요. 장편을 찍어야 하는데 계속 고민중이예요. 일단은 아마 제가 단편에서 다뤘던 무게 있는 메시지들은 다루기 힘들 것 같고, 상업영화라고 생각하는 것을 해볼 것 같아요.
관객:‘칸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시고 초청도 많이 받으셔서 기대를 많이 했거든요. 언론 매체에서도 굉장히 많이 언급되셔서 영화가 어떨지 궁금했는데, 제가 너무 기대를 했었는지, 혹은 제가 영화적 역량이 부족한 것인지. 영화가 전달하는 주제의식이 다른 수많은 영화들에 비해 크게 대단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거든요. 작품을 연출하신 감독님 입장에서, 영화의 어떤 요인이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주는 결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문병곤: 예를 들어 수학 시험이 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100점을 맞았으면 당당할 것 같아요. 시험이니까. 그런데 영화제에서 상을 타는 것은 정답이 있는 시험이 아니에요. 어느 정도 운도 있었고 저랑 경쟁하는 다른 작품들에서 우연히 조금 더 나은 장점도 있었을 것이고요. 그 당시 심사위원의 취향에 맞은 거죠. 저는 상이라는 것이 어떤 점수라기보다는 권위이자 한 번의 화제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는 사람 본인이 판단하는 거죠. 그 영화제 측에서 어떤 영화를 좋다고 판단하고 그 영화를 내가 봤을 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하면 끝인 거예요. ‘저 영화제는 나랑 좀 안 맞구나’ 그래서 자기만의 색이 있는 다양한 영화제가 있는 것 같아요. ‘저건 황금 종려상이야’라고 하고 해서 봤는데, 기대에 크게 떨어진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냥 ‘이 사람 한 번 봐주세요’ 하는 것이지 어떤 점수 같은 것은 아니에요. 영화제에 뽑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즐겁고 의미 있게 말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결과는 그 이후의 일이고요.
진행: 네. 시간상 오늘 GV는 여기까지고요. 오늘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제 수상은 시험이 아니다.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자기가 정말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말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말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노 모어 커피브레이크>, <불멸의 사나이>, <세이프> 문병곤 감독의 단편영화 3편이 <문감독 예고편: 40min>으로 묶여 인디스페이스 1월의 단편개봉작으로 선정되어 상영되고 있다.
정리/유승민 자원활동가(iamyise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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