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도란도란인디토크후기] 반달곰│이정홍 (with 최경준 배우)

by 도란도란도란 2013. 2. 26.

영화: <반달곰>_이정홍

일시: 2013년 2월 23일 (토)

진행: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참석이정홍 감독, 배우 최경준 





진행: 영화를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와 <반달곰>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이정홍 감독: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는 사실 시나리오보다 배우를 먼저 염두 해 뒀어요. 주인공 원석으로 등장하는 배우가 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형인데, 2년 정도 함께 다니면서 뭔가 ‘이 형 같은 캐릭터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마땅한 이야기가 떠올라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반달곰>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괴롭힘을 받는 동물이잖아요. 이 점이 극 중 원석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제목을 짓게 되었어요. 실제로 원석이 곰 같이 생기기도 했고요(웃음)

 

진행: 최경준 배우의 실제 모습을 연기한 거군요. 그럼 배우님께서는 본인의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경준 배우: 제 모습과 매우 흡사합니다. 지금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원석처럼 살았던 때가 있었죠.(웃음)

 

진행: 2007~8년부터 88만원 세대라든지 청춘세대들의 담론을 만들어낸 단편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 영화가 참 리얼하게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석이라는 인물을 통해 가장 드러내고 싶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이정홍: 살면서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 어떤 사회가 만들어 놓은 궤도대로 살아야 하는 책임을 부여받게 되는데, 분명히 주변엔 그 궤도에 이탈해 있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들, 그리고 다시 궤도로 이끌기 위해 행하는 좋은 의도를 가진 폭력적인 힘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진행: 최경준 배우님께 질문 드릴게요. 극중 원석이 본인의 캐릭터라는 것을 알고 계셨겠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어떠셨어요? 정말 본인의 모습 같았나요?

 

최경준: <반달곰> 작업을 하면서 이정홍 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 준비하며 보냈는데요. 제게는 이 영화작업 자체가 마치 연극 치료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 자신 스스로를 최대한 보여주면서 연기를 하고 완성된 영화를 보며 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관객: 영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영화에 클로즈업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몰입이라든지 그 해소가 자연스러워서 와 닿았어요. 감독님께서 어떤 의도로 그렇게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이정홍: 사실 그 부분은 저보다 촬영감독이 더 주장했던 부분이에요. 인물과 카메라의 거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절대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이길 바랐어요. 더 말하자면 어떠한 영적인 어머니의 시선과도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런 느낌의 카메라 거리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카메라 시선도 그렇고 음악이 배제된 채 극이 쭉 흘러가잖아요. 대신 도시의 소음들이 계속해서 들리는데 전체적으로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나요?

 

이정홍: 음악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사실 취향적인 부분이었지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영화를 촬영한 공간이 실제로 통영의 죽림이라는 곳인데, 신도시라서 거의 한 블럭마다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 느낌들이 지금 시대에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정서를 대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그런 환경을 느낄 수 있도록 건설 소음, 공사장 풍경, 포크레인 등을 사용했습니다.

 

진행: 영화에서 원석이라는 캐릭터가 변하는 순간순간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반달곰이 봄이 되면 어느 순간 깨트리고 나오듯이 그런 순간을 감독님은 어느 장면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정홍: 원석이 롯데리아에서 학생들을 찾아가 열쇠에 대해 따지고 핸드폰을 부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그 장면이 원석에게는 세상과의 첫 부딪힘이었을 것이고 그러면서 분명 무언가를 느꼈을 거예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짧지만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저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였어요. 아까 감독님도 말씀하셨듯이 카메라도, 영화도 굉장히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그 애매함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사실 저 개인적으로 그 애매함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을 하게 만들었거든요. 감독님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어떠한 깨달음을 얻으셨고 답이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다음 과정에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 있다면 어떠한 것이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진행: 이 작품이 감독님에게 영화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영화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이정홍: 사실 <반달곰>이라는 영화를 찍기 전까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날 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어요. 성격도 게으른 편이어서 주변 걱정들도 많았고요.(웃음) 사실 최경준 배우에게 매력을 느낀 부분이 세세한 결들은 다르지만 분명 저와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원석이 롯데리아를 찾아가 그 학생들과 부딪쳤던 것처럼 저 또한 영화라는 것을 처음 찍어보고 부딪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관객: 사소한 질문인데, 영화 초반에 프링글스를 분리수거 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제가 자취를 해서 프링글스 빈 통을 버릴 때마다 종이로 구분해야 할지 철로 구분해야 할지 항상 고민하는데, 영화 속에서 원석이 프링글스 빈 통을 들고 머뭇거리던 장면이 감독님께서 설정하신 장면인건지 궁금하네요.

 

이정홍: 그 장면을 캐치하신 분을 제가 처음 만났네요.(웃음) 분리수거 하는 장면에서 뭔가 느적느적 행동했으면 했는데 그런 계기를 줄 수 있는 소품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선택한 소품이 종이 같기도, 철 같기도 한 프링글스 통이었습니다.


진행: 혹시 프링글스 빈 통처럼 관객 분들이 캐치하지 못했지만 숨겨진 장면들이랄까요? 감독님이 의도하신 장면들이 있다면 몇 가지 말씀해주세요.

 

이정홍: 영화를 처음 만들다보니 욕심이 많아진 부분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장면은 원석이 집에서 드라이하고 나와 햄버거를 먹으면서 길을 건너 피시방 가는 장면을 26번이나 찍었어요. 지금까지도 경준이 형이 힘들었다고 종종 말하는 부분인데, 햄버거를 거의 8~9개나 먹어야 했죠.(웃음) 그 장면에서 원석이 먼저 가면 아이들이 뛰어가서 매트리스 위를 뛰는 장면이 나오고, 그 뒤로는 공사장 풍경이 펼쳐지면서 원석이 길을 건널 때 쯤 포크레인이 지나가요. 그 모든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더라고요. 걸음걸이부터, 원석을 대변하는 듯한 아이들의 움직임이라든지 포크레인 등이 저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심이 되는 가치들을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 저는 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몇 번째 보고 있어요. 볼 때마다 늘 주인공 원석이라는 친구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밉고 불편한 감정이 유난히 크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지금처럼 쾌적한 거리에 저런 캐릭터를 두는 것이 아니라 바로 주변에 뒀을 때에도 과연 원석이라는 캐릭터가 마냥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도 이 영화를 굉장히 많이 보셨을 텐데, 원석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한 사람으로서 이 캐릭터가 늘 사랑스럽나요?

 

이정홍: 지금 질문하신 분이 배우님의 여자친구분이신데, 사적인 감정이 오늘따라 유독 작용하신 것 같네요.(웃음) 저는 편집 작업을 하면서 영화를 굉장히 많이 봤어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원석이가 사랑스럽네요.

 

진행: 그렇다면 배우님은 원석이라는 캐릭터가 사랑스러우신가요?

 

최경준: 아니요. 저는 원석이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원석이라는 캐릭터가 저와 굉장히 닮았지만,  저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떼어놓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부산에 있었다면 원석처럼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저에게 원석은 그다지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아닙니다.

 

진행: <반달곰>이 개봉한고 한 달 정도 꾸준히 상영되면서 많은 분들이 영화를 사랑해주고 있어요. 영화를 개봉한 소감과 관객 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한마디씩 부탁드릴게요.

 

이정홍: 열심히 만든 영화이지만 이제 와서 보니 조금 투박하기도 하고 아쉬운 점이 많이 생기네요. 그래도 많이 찾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으로, 아직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30대 포토그래퍼가 생계를 위한 작업과 순수한 사진에 대한 작업의 경계에 서 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3월부터 촬영 예정이에요.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경준: 영화 봐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반달곰>을 촬영하고 일 년 정도 주변에서 굉장히 많은 연기 권유를 받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연기를 하면 안 되겠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식으로 연기하시는 분들과 다르게 기본기가 안 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그래서 사실 연기 욕심은 크지 않고요, 연출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보니, 이정홍 감독님처럼 멋진 작품 만들어서 관객 앞에 내 놓는 것에 더 욕심이 납니다.

 

진행: 오늘 함께해주셔서 감사하고요. 2월 한 달 <반달곰> 계속 상영되니 앞으로도 관심있게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