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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도란도란인디토크후기] 나비와 바다│박배일 (with 이송희일)

by 도란도란도란 2013. 2. 12.




이송희일: <나비와 바다>를 처음 어떻게 기획했고 제작과정에서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지 많이 궁금하실 것 같아요.

 

박배일: 우영이 형이 제년씨에게 프로포즈를 한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그 장면을 찍으면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특별한 기획 없이 촬영을 시작했고, 차츰 영화를 진행하면서 가부장제 안에 장애인들의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됐어요. 1년 6개월~7개월 정도 촬영을 했고 3~4개월 정도 편집을 했습니다.

 

이송희일: 우영씨와는 처음 어떻게 알게 된 건가요?

 

박배일: 2007년에 처음 다큐멘터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다큐멘터리라는 것 자체를 몰랐어요. 그래서 교육을 받게 됐는데 그 자리에서 우영이 형을 처음 만났어요. 그 때 저는 저희 삼촌을 생각해서 장애인 결혼을 다루고 싶었고, 형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다뤄보고 싶어 해서 서로 ‘장애인’이라는 공통분모로 같은 조가 되었어요. 당시에 우영이 형이 제년씨와 5년 정도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한 번도 집에 데려다 준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왜 그랬는지 들어보니 버스, 지하철이 있어도 정작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형과 제년씨 이야기를 하며 <내 사랑 제제>라는 2008년에 시작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 <나비와 바다>를 통해 완결을 맺게 됐습니다.

 

이송희일: 테잎이 총 몇 개나 들었어요?

 

박배일: 80개 정도요?

 

이송희일: 보통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 오랜 기간 작업하기 때문에 테잎이 많이 나오는데 많은 편은 아니네요. 영화에 감독님께서 직접 출연한 장면이 있잖아요. 보통은 연출자의 목소리라든지 우회적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중간에 맥주 캔까지 던지면서 출연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웃음) 그리고 제작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데, 결혼이 주제이기 때문에 중간에 제제씨 마음상태라든지 그런 것에 의해 난관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 대해서도 한 번 말씀해 주세요.

 

박배일: 저 스스로가 남성이다 보니 우영이형과 촬영을 한 초반에는 우영이형한테 감정이 많이 몰입되어 있었어요. ‘아 저 사람 굉장히 로맨시스트다’라고 느낄 정도로 몰입된 상태에서 제년씨와 활달하고 예쁜 모습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혼 얘기가 나온 이후부턴 제년씨가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예요. ‘우영이 형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왜 그럴까, 제년씨가 좀 더 잘해주지.’라고 생각했는데, 제년씨가 침묵으로 일관하니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있을 것 같아서 주변 친구들을 만나서 묻고 다녔어요.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이 결혼을 하면 그 이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많다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풀고 함께 공유해 줄 사람이 제년씨 주위엔 많지 않더라고요. 우형이 형 역시 그것을 들어주고 풀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일방적으로 빨리 함께 살고 싶어 했던 것이었고요. 그러한 모습들을 알게 되면서 제년씨에게 더 집중하게 됐어요. 제년씨의 고민도 들어주고 이해해주면 좋겠는데, 만날 때마자 ‘결혼하자’ ‘결혼하자’ 하니까... 오히려 제년씨가 스스로 이겨내려는 노력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년씨에게 ‘어떤 점이 문제냐’라는 질문을 했을 때 결국에는 아침밥을 잘 차릴 수 있을까.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 낳으면 잘 키울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촬영하는 중간에 저희 감정이 제년씨에게 확 쏠린 부분이 있었어요. 촬영 초반 아무 기획이 없을 때 촬영감독이 무조건 찍어서 그 부분을 제외하면 1년 반 동안 60개의 테잎밖에 안 남았었는데, 그 이유가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그 커플의 어느 선까지만 개입하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꼭 촬영을 해야하는 부분만 하고, 그 두 사람만의 시간도 지켜주자고요.

 

이송희일: 그리고 왜 출연하게 된건지... (웃음)

 

박배일: 당시 제가 감독으로서 우형이 형의 심정을 더 자세히 듣길 원했어요. 옆집 아주머니는 밥 해 주시는 역할 밖에 없고, 친구 혹은 지인들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 하는 상황이 없더라고요. 제가 카메라 뒤에서는 감독이지만 카메라를 끄면 우영씨에게 가장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감독이 개입을 한다는 판단에서가 아니라 친한 사람으로서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됐어요.

 

이송희일: <나비와 바다>를 보면서 신선하게 느꼈던 점이 일대 일로 인터뷰 장면을 이어 붙여 작품을 만드는 것이 예전의 방식이었다면 최근의 트렌드이기도 한데, 다들 보셔서 아시겠지만 사운드와 그림이 따로 움직이죠. 소리는 인터뷰 내용으로 흘러가는데 인서트 화면이 들어간다든가. 이런 것들을 제작 과정에서 미리 계획하고 들어간 것인지. 편집을 하면서 하게 된 것인지 듣고 싶네요.

 

박배일: 일단 안 그래도 영화가 지루한데, 인터뷰 장면을 많이 사용하면 러닝타임이 길어지니까 그런 방법을 쓰게 됐어요. 우영이 형의 인터뷰 사운드에 형이 등장하면서 형 스스로의 입장을 나타냈지만, 어머니의 인터뷰 사운드가 나오면서는 다른 장면이 들어가기도 했어요. 그 이유는 대부분의 시어머니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장애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자기 자식이 어느 정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는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여자이길 바라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시어머니 입장인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편집을 하게 됐습니다.

 

이송희일: 마이크를 돌려서 영화 보면서 여러분들 궁금하셨을 얘기들을 들어볼게요.

 

관객: 감독님 서울에 오신 것 환영하고, 영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처음 말씀하실 때 한국의 가부장제 안에서 장애인 결혼식이 어떤 식으로 이해되는가를 보여주겠다고 하셨는데, 우영씨와 제제씨가 결혼까지 가는 과정에 여자의 입장이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충분히 오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감독님께서 어떤 의도로 이렇게 연출 한 것인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박배일: 제년씨 스스로의 입장을 본인이 설명하는 장면이 없어요. 제년씨의 입장이 다른 사람의 입으로 대변되는데 그것이 결혼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두려움이라고 얘기를 해요. 가부장제 자체를 보여주자고 해서 편집 과정에 조금 극단적으로 간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제가 본 결혼은 여성이 계속해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더라고요. 제년씨 뿐만 아니라 일반 한국사회에서는 무언가 이야기 해봤자 해결될 수 없는 구조라고 생각했어요. 우영이 형이 굉장히 가부장적인 사람이거든요. 제년씨 역시 여성의 역할을 탈피해 자신의 인생을 살아 가려기보다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잘 수행해내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졌더라고요. 그러한 여성과 남성이 만나 결혼하는 과정을 담고 싶었어요. 여성이 계속해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안에서 결혼제도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고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면서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게 얼마나 침묵하게 만들며 폭력적인지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랐습니다. 수많은 남성들이 우영이 형처럼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게 해줄게’라는 말들로 계속해서 여성을 결혼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이러한 결혼제도 안에서 또 다른 대안 생활을 할 수 없는지 하는 이야깃거리들을 던져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극단적으로 몰아가게 된 것 같네요.


 



이송희일: 제년씨가 글을 쓰실 수 있죠? 편집이라는 것이 어쨌든 취사선택을 하는 과정이잖아요. 제년씨 분량 중에 예를 들어 직접적으로 의사를 묻는 시도는 해보셨나요? 우영씨 보다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인터뷰를 시도한 분량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박배일: 제년씨도 불편하지만 의사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를 통해 결혼을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 들었어요. 자신이 아침에 일어나 누군가 출근하기 전에 밥상을 차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부터 의학적으론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자기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게 되진 않을까 하는 것들이 두렵다고 하더라고요. 그 외에 편지 형식으로 복지관에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넣으면 좀 더 풍부하지 않았겠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넣지 않았던 이유는 뭔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이 결혼해서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구민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고민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 보다는 제년씨가 계속해서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 담고 싶었어요. <나비와 바다>를 꼭 두 번 보셔야 하는 이유가 주변에서 두 번 세 번 보면 제년씨의 입장에서 영화가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우영이 형이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제년씨의 표정에 집중하게 된다고요. 그런 점은 제가 의도한 부분이기도 해서 영화를 보신 분들이 꼭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관객: 처음엔 우영씨의 로맨스가 크게 보였는데, 마지막 엔딩으로 가면서 제년씨를 왜 결혼으로 몰아가는지에 대해 집중하다가 롤 플레잉 자체가 지배하고 있다는 반전 같은 메시지를 받았어요. 그리고 제목이 <나비와 바다>인데 그 의미가 무엇인가요?

 

박배일: <나비와 바다>는 김기림 시인의 시 중에 ‘바다와 나비’라는 시가 있는데, 그 내용 이 어떤 나비가 청무 밭인 줄 알고 바다에 나갔다가 거친 파도에 휩쓸려 날개가 젖어서 온다는 내용이에요. 결혼제도 자체가 결혼을 하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거친 파도가 있는 바다와 같다고 느껴졌어요. 결혼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일차적인 목표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행복만 바라보고 청무 밭에 뛰어들었다가 파도에 휩쓸리는 모습들이 바로 결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목을 똑같이 하면 시인께 왠지 죄송스러워서 약간 바꿔 <나비와 바다>라고 짓게 되었어요.

 

관객: 저도 영화 잘 봤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분들이 몸에는 장애가 있지만 영혼은 장애가 아니구나를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혹시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한 이후에 대해서도 다큐로 계속 담아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박배일: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데이트를 하고, 연애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정말 많아요. 1년 반 동안 촬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그런 점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이 두 사람이 거리에 나오면 쏟아지는 시선이 있는데, 거기에 카메라까지 있으니까 더 많은 시선을 받는 거죠. 이 두 사람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런 폭력적인 시선을 받아왔어요. 그리고 카메라가 그 폭력을 두 배 세 배로 가중시키죠. 그래서 거의 막바지에는 우영씨, 제년씨가 촬영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만약 한국 사회의 가족들의 모습들을 담고자 한다면 다른 형태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나비와 바다>는 제년씨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제년씨는 파도가 심한 결혼제도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우영이 형을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선택을 했어요. 여성들이 결혼하면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 남자들은 관계가 돈독해지는 데에 반해 여성들은 많은 관계를 끊게 되더라고요. 제년씨 역시 매일 보던 친구나 선생님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처음엔 외롭게 지내는 듯하더니 이제는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어울리려 노력하더라고요. 우영이 형은 직장을 구해 장애인 자립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제년씨의 결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우려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잘 살아가고 있어요.

 

이송희일: 각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영상 활동들을 하시는데 특히 부산 지역에서 오지필름으로 활발하고 활동하고 계세요. 지역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시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 나름의 고충이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박배일: 오지필름에 세 명이 있어요. 10년 넘게 친구로 지냈던 친구가 촬영을 하고, 6~7년 된 친구가 조연출과 오지필름 대표를 맡고 있어요. 촬영하는 친구가 연출을 해봤는데, 정말 촬영밖에 소질이 없더라고요. 그 친구도 스스로 충분히 인정해서 적극적으로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지역에서 영화 하는 것이 어떠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독립영화는 지역이든 서울이든 다 힘든 것 같아요. 부산이 대선 때 40% 넘게 야당을 지지하긴 했지만 아직까진 그 보수성을 깨기 위해 해야 할 이야기가 참 많아요. 그래서인지 부산은 그 근처 아무 곳이나 짚어도 다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제를 잡기엔 최적의 지역이 아닐까 합니다.

 

이송희일: 그 촬영에만 소질이 있는 촬영감독이 트위터엔 소질이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웃음) 이제 끝내야 할 시간이 됐네요. 마지막으로 관객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배일: <나비와 바다>를 결혼제도의 폭력성으로만 보시면 우영이 형이 정말 나쁜 놈이 돼버려요. 내가 겪어보지 못한 40년의 장애인으로서 살아간 현실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거예요. 영화는 일방적으로 만들었지만 장애인이라는 요소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러한 측면과 함께 결혼제도에 대한 폭력성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영화 개봉이 저희가 10년 넘게 꿔왔던 꿈이었기 때문에 처음 개봉하던 날 참 많이 들떴었는데, 촬영감독을 맡은 친구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비와 바다>가 0.2%의 좌석 점유율을 갖고 있는데, 노력의 대가가 오는 것이 맞는 건가. 이 안에서 이 말들이 돌고 도는 것은 아닐까 하는 회의 섞인 말을요. <나비와 바다>를 처음 만들 때 우영이 형 아버지께서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그 때 장황한 편지를 쓰면서 마지막에 드린 말씀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이런 식으로 가면 10년, 2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장애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해서 허락을 받았었는데, 이렇게 약속을 지켜드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니까 저도 회의적인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영화가 좋았든 나빴든 주위에 많이 알려주세요.

 

이송희일: 자리 끝까지 지켜주셔서 감사하고요.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처럼 천문학적인 액수의 마케팅비가 없기 때문에 거의 없이 홍보를 해야 하는데, 영화를 보신 여러분들이 블로그나 트위터에 글 하나 남겨주시는 것이 거의 100만원이상의 홍보효과라고 해요. 일반적인 장애인을 다룬 영화와 달리 굉장히 평등한 지점에서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던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점들 많이 홍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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