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Sleepless Night
장건재│2012│Fiction│Color│65min│김수현, 김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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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현수와 주희는 2년 전 결혼했다. 현수는 멸치 가공 공장에 취직하고, 주희는 요가 센터에서 강사로 일한다. 며칠 뒤, 두 사람은 결혼기념일을 맞이한다.
참석: 장건재 감독
진행: <똥파리> 양익준 감독
양익준(양): 영화의 러닝타임이 길지 않지만 이 한 시간 안에 이야기가 참 알차게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나요?
장건재(장): 보통 영화 작업을 할 땐 언제쯤 찍어야겠다는 준비를 하잖아요. 저는 특히나 준비를 좀 많이 하는 편인데, 이 영화 같은 경우는 즉흥적인 동기가 있었어요. 당시 제 상황을 설명 드리자면 계속 준비하던 시나리오가 한 두 편정도 있었고,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아무래도 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 생활비가 떨어지고 있었죠. 그리고 어느 날 이 영화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아내에게 잠깐 환기를 시킬 겸 다른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얘기하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이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평소와 다르게 아내도 흔쾌히 동의를 했고 그 자리에서 시작을 하게 됐어요. 시나리오도 없이 딱 삼십대 중반 결혼한 1, 2년차 부부 얘기를 하기로 했어요. 시나리오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적어간 것 같아요. 엔딩 역시 영화 작업 중에 배우들과 고민하면서 정해졌고요.
양: 저 역시 감독님 영화를 꽤 본 사람인데, 이번 <잠 못 드는 밤>이 확실한 시나리오 없이 즉흥적으로 연출하셨다는 것이 참 도전적이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지만 사실 전 과감한 도전은 지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사실 이 영화도 단편이나 중단편으로 7회차 촬영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당시 제작비도 별로 없었기도 해서(웃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했는데, 시나리오가 없다보니 회차가 늘어나더라고요. 배우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영화에 담을 거리는 많아지고, 점점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결과적으로 22회차를 찍었어요.
양: 제가 여배우님을 개인적으로 아는데, 몇 년 전에 결혼을 하셨죠. 이 영화에 참여하시면서 이 여배우가 감독님 얘기대로만 따라갈 수는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배우도 나름대로 결혼 생활을 해오면서 본인의 갈등이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감독님과 주고받지 않았을까 하네요. 보통 남녀가 등장하면 왠지 깨질 것 같은 불안감을 유발시키는데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불안한 요소는 있지만 둘의 관계가 끊어질 것 같다든지 하는 불안감은 안 들더라고요. 감독님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장: 제게는 정말 큰 칭찬이세요. 영화 작업을 하면서 실제로도 두 사람이 갖고 있는 환경은 참 열악했는데, 마음에는 단단한 것들이 있었어요. 부족하지만 풍족하다, 온전하다 이런 느낌들을 가졌었죠. 사실 영화를 찍은지 1년 반 정도가 지나 돌이켜보면 순진하게 찍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말씀하신대로 저 영화에도 위태로워 보이지만 사실 서로에 대한 믿음 같은 것들이 더 크게 존재했던 것 같아요.
양: 영화 사이즈가 4:3이던데 그렇게 정한 이유가 있나요?
장: 영화에 두 사람이 등장하니까 그 두 사람만의 사진첩 같은 사이즈로 화면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또 영화의 내용 자체가 크고 복잡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와이드 스크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촬영감독과 여러 사이즈 테스트를 했는데, 16:9 사이즈는 공허한 느낌이 크고, 4:3으로 봤을 때 가장 잘 어울리더라고요.
양: 지금 딱 느껴 진건데, 4:3사이즈가 어떤 집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레임 자체가 자그마한 짐과 같다는 생각이.
관객: 시중에 좋은 카메라도 많은데 왜 550D 카메라로 촬영을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장: 이 영화에 어울리는 질감을 찾다보니 그 기종이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또한 스텝 중에 그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따로 대여 비를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이나 조건의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영화가 갖고 있는 소박한 느낌들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됐습니다.
양: 이야기가 장면이 계속 바뀌기보다 한 배우를 지긋이 바라봐주고 따라가니까 관객들이 이 배우의 속마음 같은 것들을 함께 궁금해 하고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보통 영화들은 관객들이 따라오게 만들잖아요. 이건 뭔가 한 장면장면들을 관객도 기다려주고, 안에 있는 배우들도 기다려주면서 그 안에 대사는 없지만 굉장히 풍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의 상상치에 대한 배려일까요.
장: 그 부분은 배우의 몫이 컸다고 생각해요. 즉흥적인 부분이 많은데, 기술적인 액션과 리액션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과 생각을 대사로 쳤을 때 대사 자체의 액션과 리액션이 큰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영화는 대화 액션영화입니다 라고 한 적이 있죠. 이 영화 촬영을 할 때 영화를 만든다는 느낌보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대화를 보며 조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것들이 절 납득시키면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될 때 오케이 한거죠.
양: 영화를 만드는 과정 중에 낯간지럽다든지 빨가 벗겨진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나요?
장: 영화를 찍을 때마다 그래요. 영화를 찍고 공개하면서 ‘제 고민을 반영한 영화입니다’라고 하면 사실 굉장히 부끄러워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경계가 풀어지고는 있지만 따지고 보면 창작인데도 불구하고 저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생각이 들어요. 우리도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저 역시 영화를 찍을 때 나를 걸고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면 겁이 날 때도 있어요.
양: 내가 투영이 됐지만 실제 이야기는 아니고 픽션으로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어떤 박스 안에 덩어리를 넣고 계속 정성들여서 곱게 포장을 하는 것 같아요. 내용물은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내용을 넣은 어떤 자가 포장지의 색깔이나 질감을 선택하곤 하는 거죠. 그러면서 사실은 그 포장지에서도 내용물의 힌트나 만든 자의 마음 등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작품을 보면 그런 것들이 투영되는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한 상이나 고민 같은 것들 말이죠.
마지막으로 <잠 못 드는 밤>의 추후 계획이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 부탁드립니다.
장: <잠 못 드는 밤>이 65분 정도 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부부의 후일담 같은 것을 60분정도 더 붙여 장편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따뜻해지는 5, 6월쯤 개봉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많이 관심 가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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