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숲 Forest Dancing
강석필│2012│Documentary│Color│106min
서울독립영화제2012 우수작품상 /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부문마을은 조용한 가운데 생기가 넘친다. “안녕하세요?” “안녕, 맥가이버! 안녕, 호호!” 익숙한 별명으로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동네 골목을 지나는 감독 부부는 10년 넘게 성미산마을 주민으로 살고 있다. ‘성미산마을’은 마을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어진 서울 도심에 있는 마을공동체다. 이 생기 넘치는 마을에서 주민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함께 의논하고 힘을 보탠다. “어떻게 하는 게 잘사는 걸까?” 답답한 기성의 틀에 질문을 던지고, 좌충우돌 새로운 길을 찾아간다. 그렇게 생각을 나누고 보태면서 17년이 흘렀고, 성미산마을은 이제 의미 있는 도시공동체로 주목받게 되었다. 2010년, 이렇게 평범한 별종들이 살아가는 마을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한 교육재단에서 성미산을 깎아 학교를 이전하겠다고 나섰고, 서울시가 이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개발의 신화가 성미산을 관통하는 순간이었다. 마을의 중심인 성미산이 위태로워지자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인다. 산을 지키는 싸움은 파란만장하지만, 성미산 사람들은 남다르게 풀어낸다. “낡은 가치를 뒤집는 유쾌한 항쟁기!”
참석: 강석필 감독
진행: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
김동현(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처음 공개됐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이 됐어요. 앞으로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영화 초반에 감독님이 영화에 대한 설명을 하고 계시지만 어떻게 성미산을 다룰 생각을 하셨고 그것들을 결정하는 과정들이 어땠는지 말씀해주세요.
강석필(강): 성미산 마을에 본격적으로 살기 시작한건 2003년 정도였어요. 그 전에도 물론 그 인근에 살았지만 그 때는 호칭이 성미산 마을이라고 불리진 않았었죠. 성미산 사람들과 어울려 살다보니 참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일이 생기고 소소한 즐거움이 많이 있는 동네라고 생각해서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동네를 찍자는 생각은 애초부터 했어요. 성미산 마을을 다루는 방송 매체가 참 많았는데 그래서 저는 이 마을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잠깐 다녀가는 사람보다는 좀 더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2007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깊이 다뤄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 마을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길이가 몇 분이 되었든 간에 한 편으로는 도저히 이 마을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했어요. 첫 번째는 마을의 소소하고 즐거운 일상을, 두 번째는 그 마을에서 공동육아를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커 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마을의 어른들이 마을 이외의 다른 꿈들을 꾸시는데 그 꿈들의 과정을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그 세 가지 이야기가 잘 어울려서 만나야 온전하게 성미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3부작을 동시에 시작해서 동시에 끝나고 순차적으로 개봉할 생각이었는데 무리한 계획이었더라고요. 현재는 2부 편집 중에 있습니다. 또 예기치 않게 급박한 사건이 생기면서 2부와 1부의 이야기가 뒤바뀐 점도 있고요. 1부가 마을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안을 다루되 애초에 계획한 마을의 일상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생각했어요. 보셨겠지만 이 사람들이 성미사노가 관련되어 행동하고 싸우는 양식이 굉장히 달라요. 유쾌하게 새로운 가치를 생각하면서 싸우기 때문에 그 싸우는 가치 마저도 일상으로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김: 일상들이 거대한 시리즈로 보여진다 라는 것에 대단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 모든 사람들이 성미산 주민으로서 하나로 뭉쳐서 논쟁에 대해 다른 방법으로 싸움을 하는데, 이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싸울 수 있었으며 마을을 운영해 나가는지 궁금했습니다.
강: 화면에 나오는 것만 예를 들어 말씀 드리자면 이 동네 사람들은 순둥이어도 너무 순둥이에요. 전기톱이 왔다 갔다 해도 이 분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나무를 부여잡고 울면서 호소하는 그런 것들이죠. 윽박지르는 치열한 다툼보다는 말로써 대화하고 설득하는 것들이 몸에서부터 훈련된 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단지 산을 지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공동체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색달랐고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 함께 공공의 가치를 지켜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그것도 또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지 작품이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계속 카메라를 들고 계시면서 참여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절박한 상황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느 사람의 위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강: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앞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데, 사실 그렇게 잘 되지가 않더라고요. 마을에서 촬영하면서 몇 번이나 카메라를 내팽겨 치곤했는데, 그 덕분에 제가 마을에서 맥가이버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버럭하는 다혈질로 굳히게 됐죠. 그래도 다 같이 촬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돌발행동을 해도 촬영은 계속 되고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할 수 있는 행동이었어요. 어떤 때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숙하게 또 어떤 때는 다큐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바라보며 왔다갔다 거리두기를 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김: 성미산 싸움 자체가 거대한 싸움이었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맞서 나가면서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또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도 참 많은데 그렇게 이야기가 많고 장면이 풍부하면 편집과정에서 힘드셨을 것 같아요.
강: 모든 작품의 편집과정이 참 힘들죠. <춤추는 숲>같은 경우 면밀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 가지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어요. 첫째는 산을 지키고자 하는 환경의 문제, 둘째로 마을 만들기 공동체 마지막으로 교육이라는 문제가 있죠. 촬영분량만 700시간 정도가 돼요. 5년 동안 촬영 했으니까 이 세 가지 주된 주제를 어떻게 묶어낼 것인가 하는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고, 참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죠. 자칫 산만해지지 않도록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 이어나가는 것이 편집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인 것 같아요.
김: 사실 이 영화의 내부에는 갈등이 존재하지 않잖아요. 마을을 운영하면서 내부에서도 갈등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작품에서 일부러 제외한 것인지 갈등이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성미산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궁금하고요.
강: 성미산 마을도 사람 사는 곳인데 갈등이 왜 없겠습니까. 성미산 마을 사람들도 살다보면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렇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이 마을 사람들의 차이점이 있죠. 대화하는 것에 훈련되어 있어서 밤을 새가면서도 토론하는 모습들이 일상화 되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고 생활하는 데에 있어 공동으로 가져야 할 가치들을 공감하고 끌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마을이죠. 이 영화를 주민 분들께 보여주는 것이 가장 긴장되는 일이었는데, 영상자료원에서 마을 시사회를 할 때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힘이 되는 말을 해주셨어요. 마을 주민 분들께서 영화를 보시고 치유의 과정이 된 것 같다는 말씀들을 해주셔서 저 역시 감사했습니다.
관객: 제가 사는 곳에도 마을 한 가운데 산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그 산에 체육관이 들어선다고 해서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막은 적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리고 영화 중간에도 나왔지만 낙선한 주민 후보가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또 박원순 시장께서도 마을 공동 만들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성미산 마을이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 먼저 선거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주민들이 자원봉사 하면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약 삼천 몇백 표를 얻었어요. 제 3당의 후보가 당선 될 가능성이 매우 적은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표를 얻은 거죠. 그 때 선거를 마무리하고 정리하면서 다음번 선거 때는 조금 더 잘 준비하자며 좋게 마무리 했던 기억이 있네요. 성미산 마을에 ‘마을 만들기’ 센터가 있는데, 그 ‘마을 만들기’를 했던 분들이 많이 머리를 맞대어 서울시에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김: 마지막으로 감독님이 영화 그리고 관객분들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강: 한국사회가 진정으로 변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이 마을이라고 종종 하곤 합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마을 만들기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려고 애쓰는데, 이 영화가 개봉이 되면 그런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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