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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인디토크후기] 1999, 면회│김태곤 (with 배우 안재홍 김창환 심희섭)

by 도란도란도란 2013. 2. 28.


영화: <1999, 면회> 김태곤

일시:  2013년 2월 23일(토), 2월 24일(일)

진행: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참석: 김태곤 감독, 배우 안재홍 김창환 심희섭




진행: 스무 살 세 친구의 면회기. 정말 밝고 명랑한 영화죠. 먼저 영화가 어떻게 기획되었고 진행과정은 어땠는지 여쭤볼게요.

 

김태곤 감독: <1999, 면회>는 사실 제 경험담이 담긴 영화에요. 제가 스무 살이었던 99년도에 1박 2일 동안 민욱이라는 친구의 면회를 가서 겪었던 일들을 반추하면서 만든 영화죠. 원래는 졸업영화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단편으로는 기회가 안 닿더라고요. 그래서 접어두었다가 나중에 우연히 친구들과 술 한 잔 마시면서 ‘장편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곧바로 다음날 술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곧장 철원으로 가보니 그 공간이 그대로 남아있더라고요. 그 이후로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이 친구들과 만나면서 두 달 만에 뚝딱 만들게 된 영화입니다.

 

진행: 배우 세 분과의 만남도 굉장히 궁금해요. 작품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으며, 겨울에 촬영을 하셨는데 힘들거나 즐거웠던 기억들 말씀해주세요.

 

심희섭: 작년에 졸업을 앞두고 감독님을 소개 받아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어요. 촬영하면서 12일 동안 마을회관에서 숙박을 하면서 촬영했는데,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하지만 재홍군이 코를 정말 심하게 골아서 다른 곳으로 보내버렸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역시나 추위였는데, 다들 힘들었겠지만 제 복장이 면바지에 얇은 코트였어요. 승준이 같은 경우엔 골덴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더플코트 안에는 털도 있었는데...(웃음) 추위와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김창환: 저는 전 작품에 함께 출연했던 형의 소개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시나리오가 공감 가는 부분도 많고 재미있어서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민욱’역할을 준비해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께서 ‘민욱’을 맡겨주셨어요. 저 역시 발가락을 자르고 싶을 만큼 추위가 힘들었어요.(웃음) 촬영장 주변 주민들도 ‘14년만의 강추위에 여기서 뭐하냐’면서 구경들 하시면서도 또 금방 들어가시더라고요.

 

안재홍: 저는 대학교 졸업하고 1년 정도 대학로에서 코믹연극을 했어요. 같은 연극을 1년 정도 하니까 스스로 피로감도 느끼고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운 좋게도 시나리오를 받고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저는 추위를 잘 타지 않아서 추위는 별로 힘들지 않았고요.(웃음) 영화처럼 실제로 2주 전에 면허를 땄기 때문에 운전하는 것이 가장 무서웠어요. 그냥 운전만 하는 것도 무서운데, 연기를 해야하고 고가의 카메라까지 장착해서 운전을 하려니 정말 힘들게 촬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진행: 영화를 보다보면 정말 본인인양 캐릭터에 딱 맞게 연기를 하잖아요. 감독님께서 그 모든 것들을 파악하고 캐스팅 하신건지 궁금해요.

 

김태곤: 이 친구들은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났어요. 세 명이 정말 친구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친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 친구들이 다 술을 좋아하더라고요. 그것이 한 몫 했고, 촬영 전에는 저희 집에서 2박 3일 정도 다 같이 숙박하면서 연기연습도 하고 밤에는 또 술을 마시면서 돈독하게 지냈던 것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진행: 영화가 99년도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영화라서 의상과 같은 소품들을 많이 신경 쓰셨을 텐데,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김태곤: 사실 천 만원 이라는 적은 예산으로 배고프고 고되게 12회차를 찍었어요. 그러다보니 형편상 미술부에 들일 예산 역시 적었고요. 미술감독이 99년 당시의 신문스크랩이라든지 인터넷 자료들을 찾아서 스타일에 많이 참고했어요. 각자 99년도에 어떻게 지냈는지 앨범을 뒤적여보기도 했는데, ‘승준’같은 경우엔 우연히 발견된 사진 속 캠퍼스에 똑같은 스타일의 사람이 있었어요.(웃음) 블루클럽에서 머리 스타일을 해결하고 옷을 입혀 놓으니 99년의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촬영 후에 편집하면서 도로에 새 주소가 쓰여 있는 간판이나 최근에 생긴 편의점 간판 등을 지우는데 CG를 많이 사용했어요. 도로 위에 지나가는 신 차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내버려둔 것도 있는데, 귀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행: 세 분 모두 친구라고 알고 있는데, 군대는 모두 다녀 오신건가요?

 

김창환: 네. 셋 다 현역으로 다녀왔습니다.

 

진행: 군대에 있을 때 친구들이 면회는 많이 왔어요?

 

김창환: 저는 서울과 가까운 곳에서 복무해서 고맙게도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줬어요. 아무도 면회를 오지 않을 때는 내무실에 있기 싫어서 매주 동생을 불러다 놓고 각자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네요.(웃음)

 

안재홍: 저는 친구들이 면회를 잘 안 왔어요. 강원도 원주에서 복무했는데, 교통편이 그리 불편하지 않음에도 안 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사실 영화처럼 찐한 면회 경험담은 없네요.

 

심희섭:는 창원에서 복무를 했어요. 멀어서인지 아무도 면회를 안 와서 저 역시 찐한 면회담이 없네요. 영화를 찍고 생각해보니 그런 경험들이 부럽기도 하더라고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 앞부분에 나오는 영상이 어떤 영상인건지 궁금해요.

 

김태곤: 그 영상은 제 실제 영상이에요. 영화에도 이야기가 나오지만 제가 고등학교 때 성가대를 했었어요. 당시엔 남자들이 성가대를 한다는 것이 부끄러워서 연습을 열심히 안 했더니 예선에 꼴찌로 올라간 거예요. 괜히 자존심이 상해서 친구들하고 정말 열심히 연습을 하고, 마침내 꼴찌팀이 1등을 하게 됐던 희열 넘치는 기억이 있어요. 그런 장면들이 영화 앞에 나오면 관객 분들도 웃으면서 ‘아 이 이야기가 진짜일 수도 있다’이런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했어요. 제가 이 영화를 만들면서 99년의 ‘나’를 회상했듯이 관객 분들도 당시의 추억들을 반추하면서 이 영화를 봐주길 바랐습니다.

 

진행: 그럼 99년도의 감독님은 이 세 배우님 중에 어떤 분이신가요?

 

김태곤: 네.........승준인 심희섭 군이죠. 인디스페이스에서 VIP 시사회를 했었는데, ‘왜 잘생긴 애가 너냐’라고 하시는 욕을 참 많이 받았어요.(웃음) 영화 속에서는 여심을 공략해야하지 않을까 해서 훤칠한 배우를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에스더가 민욱이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편지로 전달했잖아요. 만약에 실제로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헤어짐의 편지를 전달받는 상황이라면 배우 분들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심희섭: 굉장히 고민되는데, 저는 전해주지 않았을 것 같아요. 군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인데, 꼭 그 상황에서 전달해야 했을까. 시간이 지난 후에 전달해도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제 입장이라면 바로 전달하진 않을 것 같네요.

 

김창환: 저는 받은 즉시 전달했을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엔 견디기 힘들겠지만 함께 있는 시간동안 친구로서 토닥여주고 위로가 되어 준다면 분명히 잘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재홍: 저 역시 ‘민욱’이와 같은 생각입니다. 바로 전달하고 함께 기분을 풀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진행: 영화를 보다보면 굉장히 많은 욕구가 보여 지는데 담배, 성욕 그리고 무엇보다도 식욕에 대한 욕구가 정말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정말 많은 음식을 먹었는데, 실제로도 식욕이 그렇게 강하신지 궁금하네요.

 

안재홍: 저는 원래 음식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먹는 것을 좋아하고요.(웃음) 영화 촬영하면서 처음 먹었던 음식이 라면이었는데, 라면은 역시 추운 겨울에 스테인리스 용기에 끓여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웃음)

 

김태곤: 군복을 입고 있으면 굉장히 배고파지는 무언가가 있어요. 예비군 훈련 때문에 군복을 입어도 괜히 배가 고파서 안 먹던 점심이 먹고 싶고 그러더라고요.(웃음)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성분들도 공감하시겠지만 군대에서 먹는 음식들이 대부분 배가 금방 꺼지는 음식들이라서 휴가나 면회를 나오면 거의 음식 섭취로 욕구를 푸는 것 같아요.

 

관객: 영화를 두 번째 보는데요. 마지막 부분에서 철조망에 전기가 흐르는지 궁금해하는 장면이 잘 이해가 안 가요. 그 장면을 넣으신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태곤: 주인공의 심정을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과연 민욱이는 면회를 와 준 이 친구들을 보내기 전에 어떤 말을 할까 상상을 해 봤어요. 민욱이는 이미 편지를 본 상태고, 친구들을 즐겁게 보내주길 원하는 상황이잖아요. 그 가운데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 슬픔이라든지, 승훈에 대한 열등감이랄지 그러한 복잡한 심정을 철조망에 전기가 흐를까, 흐르지 않을까 하는 썰렁한 유머와 연결되도록 대사를 이어가고 싶어서 넣게 되었습니다.

 





진행: 1999년이라는 해가 감독님 개인에게도 추억을 불러일으킬 만한 중요한 해였지만 사회적으로도 IMF라든지 대중문화 콘텐츠가 활성화됐던 시기이기도 하잖아요. 이런 것들을 통해 감독님께서 가장 드러내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김태곤: 1999년도에 제가 대학 입학을 했는데,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멀쩡한 집안의 가장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직을 당하고 많은 기업들이 무너졌었죠. 그렇게 집안 사정이 좋지 않으니까 당시 친구들이 민욱이처럼 군대를 많이 갔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 나이가 사회적인 분위기와 상관없이 즐기고 싶은 나이잖아요.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고, 연애도 하고 싶은데 억압적인 분위기가 컸어요. 그 때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많은 것들이 나를 억압했고 그것에 대한 분출을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던 것 같아요. 스무 살 그 때 제가 면회를 가서 받은 여러 가지 풍경들이 남겨준 감성들을 영화 속에 공기로 녹아내서 그 시절을 관객들도 느끼길 바랐습니다.

 

관객: 감독님께서 각본을 쓰실 때 어떤 대사를 가장 신경쓰셨는지 궁금해요.

 

김태곤: 각본을 쓸 때도 그렇지만 연출을 하면서도 굉장히 썼다지웠다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마지막에 민욱이가 들어가면서 ‘고마워’라고 하는 대사에요. 어떻게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 대사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너무 전형적으로 보이면 단막극 느낌이 들 것 같아서 ‘고마워’에 대한 뉘앙스에 대해 촬영팀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고민을 했습니다.

 

진행: 영화를 찍으면서 혹은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배우 분들에게 굉장히 애착가는 장면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장면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안재홍: 저는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세 친구가 눈밭에서 뛰어놀며 엎어지고 웃는 그 장면이 정말 좋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민욱이의 상병 그리고 그 여자친구와 억지로 함께 앉아 가진 술자리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불편하면서도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이 이야기들을 실제로 경험한다면 그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네요.

 

김창환: 저는 마지막에 민욱이가 쓸쓸하게 걸어 들어가는 그 뒷모습에 애착이 많아 가요. 저도 군대를 갔었고, 민욱이처럼 쓸쓸하게 복귀를 한 적도 있어서인지 정말 제 자신 같아서 기억에 진하게 남네요.

 

심희섭: 저 역시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눈밭에서 뛰어놓는 장면과 민욱이의 뒷모습이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꽃비씨와 베드신을 찍던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오후쯤에 촬영을 했는데 정말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오묘한 분위기에서 정신없이 연기를 했는데, 전체적인 틀 안에서 보니 많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기억에 남습니다.

 

진행: 마지막으로 인사말씀 들을게요.

 

안재홍: 귀한 시간 내서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이 영화는 누구와 봐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부모님과 봐도 좋고, 친한 친구와 봐도 좋고, 앞으로 친해질 친구와 봐도 좋고(웃음)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주변분들에게 입소문 부탁드려요.

 

김창환: 사실 작은 영화들이 빛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아요. 저희같은 경우엔 운이 좋아 빠르게관객분들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계속해서 이런 영화들에 관심 가져주시고 사랑 베풀어주시면 한국 영화에 큰 발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심희섭: 저 역시 감사드리고요 오늘 재미있게 보셨다면 주위 분들에게 많은 추천 부탁드립니다. 저희 역시 또 다른 곳에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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