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났다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인디토크(GV) 기록


일시: 2015년 9월 10일(목) 오후 8시

참석: 김선 감독 

진행: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영화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제한상영가 결정으로 5년간 빛을 보지 못한 채 소문만 무성해진 김선 감독의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가 드디어 정식 개봉했다. ‘불도저처럼’ 만들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돌발적이고 우발적인 리듬으로 정신없이 몰아치는 이 영화. 정권에 대한 날선 비판만 가득할 줄 알았으나 의외로 영화 속 선과 악의 경계는 불분명했다. 할 이야기가 있으면 후속편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이 집요한 감독을 모시고 영화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관련법의 발전에 있어서 몇 가지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던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함께 자리했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하 조): 이 영화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지만 <자가당착>이라는 단편영화가 2008년에 있었어요. 상당히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였는데요. 2008년부터 <자가당착>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요?


김선 감독(이하 김): 2008년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영화인들을 많이 탄압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자가당착>이라는 단편을 만들었고 <철의 여인>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개봉을 했었어요. 스톱모션으로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스톱모션은 한 콤마 한 콤마씩 찍어야 하니까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려요. 하다보면 정신수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십시오.(웃음) 라디오를 틀어놓고 한 콤마 한 콤마씩 찍고 있는데 촛불시위로 난리가 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얘기를 듣고 가만히 이걸 찍고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사실 스톱모션은 중간에 움직이면 안 되거든요. 그러면 연속동작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그래서 카메라를 테이프로 붙여놓고 뛰어나갔어요. 어쨌든 2008년도에 <철의 여인>이라는 단편을 만들고 정권의 만행이 계속 되자 속편을 만들어야겠다 싶더라고요. 언제나 속편은 ‘전쟁’입니다. 포돌이와 쥐떼가 혈투를 벌이는 내용을 구상했죠. 예전부터 만화캐릭터나 인형 같은 걸 좋아했었어요. 특히 ‘얀 슈반크마이어’라고 체코출신의 정말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이 있는데 그 분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그들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퀘이 형제’도 좋아하고요. 영국의 쌍둥이 형제인데 그 분들은 좀 더 괴기하고 음산한 느낌이에요. 어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전부터 너무 좋아했어요. 포돌이 캐릭터에는 왜 그렇게 끌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포돌이 인형을 가지고 쥐들과 혈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찍어보자 싶어서 이렇게 찍게 된 거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형들을 가지고 집 안에서 난리를 쳤어요. 제가 사는 집이었습니다. 불도 지르고 물도 뿌리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주민들이 한 번도 불평을 안 했어요. 영화 찍기 딱 좋은 곳이죠. **아파트라고 여러분도 영화 찍으려면 거기서 찍으세요. (웃음)


조: 보기에는 간단해보이지만 제작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스태프도 없는 상황에서 이걸 해냈다는 게 신기했어요. 실제로 스톱 애니메이션이 많이 없어졌어요. 세계적으로도 드물고 1년에 몇 편 나올까 말까한데, 21세기 한국에서, 영화도 많이 만들었던 김선 감독이 이걸 도전한다고 해서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애니메이션 기법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지만...(웃음) 아무튼 영화를 보면서 제일 의아하게 생각했던 건 쥐의 이중적 이미지예요. 해외 영화인들도 그렇게 물어봐요. ‘너네는 쥐가 나오는 영화는 못 만든다며?’라고요. 그럴 정도로 ‘쥐’는 전 정권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데, 여기선 쥐라는 이미지가 이중적으로 쓰여요. 그리고 포돌이가 하체가 없고 자기 하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싸움을 벌이는데 이걸 어떤 맥락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김: 포돌이의 이야기를 하면서 포돌이의 아버지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했었기 때문에 포돌이와 쥐는 뗄레야 뗄 수 없었어요. 그리고 쥐는 떼로 다니잖아요. 떼로 다니는 동물들은 번식력이 굉장히 강해요. 포돌이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이현세 만화가가 포돌이를 처음 그릴 때 어린아이로 설정했어요. 그 설정이 저에게는 딱 이었던 게 포돌이는 아이이고, 아버지를 찾아가는 성장영화처럼 그리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아이이기 때문에 성적인 능력이 거세되면 어떨까 싶었어요. 성적 능력을 없앤 건 아버지 혹은 어머니라고 자연스럽게 구상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중적으로 쥐는 번식력이 강하니까 민중의 세력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영화 속의 이미지들은 이중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성적인 충동을 자극하다가 경찰이 되고, 이명박 정권을 상징하는 쥐는 다시 민중의 세력으로 등장하기도 하고요. 이미지가 계속해서 이중적으로 쓰이는데 그건 아마 제가 본 세상의 이미지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아이러니예요. 모든 세상이 아이러니한데 우리나라는 그게 강한 것 같아요. 청와대에 큰 쥐 한분이 계신데 밑에 있는 쥐떼들은 아버지 쥐한테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어요. 자기들끼리 싸우는 자가당착 적인 세상을 봤어요. 


조: 포돌이가 아버지를 만나려는데 거절당하다가 포돌이도 쥐로 변하잖아요. 결국 쥐세상이죠. 우리가 현장에서 만난 경찰들을 생각하면 정부의 앞잡이 같지만 현실은 우리와 다른 존재는 아니죠. 그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피리 부는 여자의 이미지는 조금 놀라웠어요. ‘지도자’의 이미지인줄로만 알았는데 다시 역전되면서 영화를 혼란에 빠뜨리는 역할을 해요.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라거나, 관객들에게 좀 더 전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지요.


김: 상업영화는 선악이 분명해야 재밌거든요. 그 때 쾌감을 느끼고요. 하지만 이런 영화는 여러분들에게 쾌감을 드리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일종의 블랙코미디입니다. 이 영화는 여러분들에게 씁쓸한 느낌을 드리려고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겁니다. 


조: 영화를 보면 ‘대한늬우스’가 맨 처음에 나오는데 상당히 심각해요. 정권의 비밀인양 이명박 정권의 ‘수흥화망’을 얘기하고 고등학생 딸이 아버지에게 설명해주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다음으로 <칠거지악>이라는 굉장히 뜬금없는 예고편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본영화가 크레딧 없이 시작되거든요. 그리고 본영화 마지막에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처럼 한나라당 옷과 쥐 탈을 쓴 사람이 나와서 4대강 공사하는 곳도 가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문하는 곳에도 가고 그러죠. 그렇게 구조를 배치하는 게 어느 정도 계획이 되어있었나요?


김: 시나리오 쓸 때 다 계획이 되어 있었습니다. <칠거지악>은 계획은 없었어요. 완성하지 못한 영화인데 같이 만든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냥 넣은 거예요.(웃음) 대한늬우스는 이명박 정권 때 실제로 복원된 적이 있었어요. 대한늬우스라면 과거에 정책을 홍보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억압적인 트레일러 같은 거죠. 이명박 정권에 복원되었을 때 바로 이런 형태였거든요.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 콘셉트를 따서 4대강을 홍보하는 대한늬우스를 만들었어요. 하도 반발이 심하니까 얼마 안 하고 내렸을 거예요.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 그걸 다시 패러디 한 거예요. 마지막 퍼포먼스도 원래 시나리오 상에 계획된 거예요. 원래는 청와대로 진격하는 걸로 되어있었어요. 영화를 다 편집하고 음악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 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발언을 취소하라고 주장하던 대학생들이 청와대로 진격했다가 강하게 제압당하는 영상을 봤어요. 그 영상을 보고 바로 계획을 접었죠.(웃음) 제 몸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영화의 완성을 위해서. 청와대를 포기하고 4대강으로 바꿨어요.



관객: 이 영화에 쓰인 수많은 사운드를 어떻게 삽입하셨는지 궁금하고요, 포돌이가 자신의 부모를 잔인하게 제거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김: <자가당착>을 16mm 카메라로 찍었어요. 러시아에서 나온 소형카메라를 썼는데 싸고 가벼워서 기동성이 좋아요. 단점은 녹음이 안 돼요. 녹음할 자본도 없었고 여력도 없었지만, 제가 구상했던 건 무언극이예요. 언어가 나오는 게 아니라 소리나 음악을 쓰는 걸로요. 그런데 음악으로만 만드는 건 참 힘들더라고요. 사운드 편집을 꽤 오래 했던 것 같아요. 같이 믹싱한 분과 아내가 사운드를 굉장히 많이 모았었죠. 어쨌든 콘셉트는 콜라주였어요. 어떤 논리 없이 쓰나미처럼 나오는 걸 생각했던 거죠.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를 죽이는 장면을 지적하셨는데 제가 영등위에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정치인들 목을 베는 게 제한 상영가가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의 목을 베는 것을 이유로 제한상영가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존속살인이거든요. 하지만 존속살인에 대한 부분은 제한상영가 결정 사유에 한 마디도 없고 정치인 목을 벤다고 제한상영가를 주더라고요. 왜 이유를 딴 데로 돌리고 있는가 싶었어요. 그리고 영화가 설명 없이 불친절하게 진행되지만 사실 그 둘은 불륜이에요. 낯선 남자가 계속 어머니 방에 왔다 갔다 하는 거죠. 남편이 아니라 정부에요.


조: 우리나라에선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서 해야 하는 거지, 장면 가지고 심의를 하면 안 되거든요.


김: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장면 때문에 문제가 되었죠. 구체적으로 한 장면을 뽑는다면 인형이긴 하지만 마지막에 목을 치는 장면 때문일 것 같아요. 이상한 부분이 뭐냐면 첫 번째 제한 상영가 받았을 때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이거든요. 근데 어떤 문구가 있냐면 ‘국가의 원수를 살해하려는 살인무기같은 영화’라고 되어 있어요. 이명박 대통령 캐릭터에 목을 베는 장면은 없거든요. 이상한 심의 사유인거죠. 


조: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겠죠. 아무튼 그 장면이 영등위를 자극한 것 같고요. 사운드는 CF, 드라마, 외국영화, 한국영화에서 상황에 맞게 다 찾아서 붙인 것이죠. 무작위로 넣은 게 아니라. 상당히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16mm로 찍었으니 모니터가 없었을 거예요. 어떻게 찍히는지 볼 수가 없죠. 필름으로 오랫동안 작업하셨기 때문에 일부러 스크래치 낸 것 빼고는 화질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스크래치는 어떻게 내셨나요?


김: 영화를 다 찍은 다음에 필름을 현상하고 콘크리트 바닥에 스태프들이 모여서 세 시간씩 문질러요.(웃음) 


조: 일부러 필름에 손상을 낸 거군요. 하지만 어떻게 손상이 될지 모르는 것이거든요. 포돌이 얼굴이 지워질 수도 있고요.(웃음)


김: 한번 해보신 분들은 알 거예요. 아무리 문질러도 필름 속 얼굴이 지워질 정도로 스크래치는 안 나더라고요. 연속성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엄청나게 문지르다 보면 필름이 끊겨요. 그걸 찾아 연결하는 작업을 두 시간 동안 하고.(웃음) 인고의 과정이에요.


관객: 인터넷에는 정치인에 대한 조롱과 풍자가 많은데, 어떤 것을 보면 기분이 나쁘고 어떤 것을 보면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느낌입니다. 김선 감독님 생각에는 패러디와 풍자, 그리고 멸시적인 표현의 차이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김: 대중들의 자체적인 정화를 믿어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정치인에 대한 풍자는 무지막지해도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어쨌든 그 사람들은 우리가 뽑은 거고 우리의 권리를 위임한 거잖아요. 하지만 현실은 역전되어 있지요. 우리가 권력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을 조롱하거나 풍자하는 건 얼마든지 허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조: 관객이 <자가당착>을 보고 기분이 나빠서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고 ‘이 영화는 상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과 정부에서 상영 자체를 막는 건 다른 것 같아요. 시민사회에서 자체적으로 합의하는 것과 국가에서 영화는 상영하지 못하도록 막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거죠. 대법원의 판사들이 이 영화의 예술성이 뛰어나서 상영을 허용했다기보다는 ‘영화는 좀 그렇지만 막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강했을 것 같아요. 당연히 이 영화도 박근혜 대통령 친지들이라든지 그런 분들이 보면 기분 나쁠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분들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제도적으로 막는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미국에서도 명예훼손이 중요하지만 공직에 있는 사람들의 명예는 대중의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만큼 중요하진 않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그런 부분에서는 개선이 필요할 것 같아요.



관객: 쥐라는 동물의 이미지가 말씀하셨다시피 이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비판하려는 대상이 모호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런 선택을 하셨나요.


김: 아마 세상이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적과 아군이 중요하지 않죠. 분노할 때는 적이 분명한데 적에 대해 분노하고 난 다음에 정신을 차려보면 제 자신이 적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386세대’를 보면 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룬 민중세력이지만 지금 그들의 역사는 그렇지가 않아요. 그래서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가 ‘자가당착’이란 말이었습니다. 세상 자체가 모순으로 이뤄져있고 모순 자체가 존재를 만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그런 것들이 더 심하고요.


관객: 영화를 보는데 현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는 순간 겁이 나더라고요. 결국 개봉까지 하긴 했지만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감독님께 남겨진 게 무얼까 궁금해요. 자기검열이 심해졌을 수도 있고, 오기가 더 강해졌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김: 꼭 만들어야 되는 영화라 만들었는데, 사실 <자가당착>이 제한상영가가 될 줄 몰랐어요. 이 영화의 운명이라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 사명감을 갖게 됐죠. 꼭 개봉을 시켜서 제한 상영가의 부당함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아요. <자가당착>으로 텀블벅 후원을 받았는데 금방 모이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제한상영가 이슈에 대해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계시구나 싶었어요. 개봉 후 하나 아쉬운 점이 있는데, 헌법소원을 하지 못한 거예요. 판결나고 몇 달 안에 진행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쳤어요. 담당해주신 박주민 변호사님이 세월호 때문에 너무 바쁘셨어요. 


조: 한국에서 영화 관련법을 바꿨던 작품들은 다 독립영화에요. <파업전야>(1990)라는 영화가 사전심의제는 검열이라는 판결을 이끌어 냈어요. 또 제가 열심히 제작했던 <둘 하나 섹스>(1997)가 헌법소원까지 가서 등급보류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고 그것 때문에 제한상영가가 나온 거죠. 이 영화가 그 제한 상영가를 없앨 수 있는 계기였는데...


김: 어떻게 보면 <둘 하나 섹스>가 제한상영가를 만든 거 아녜요!(웃음)


조: 사실 상업영화같은 경우엔 그런 문제가 생기면 자진삭제를 해요. 제작자나 투자자가 어떤 장면에 대해 언급하면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잘라내죠. 그러면 헌법소원까지 갈 일도 없죠. 그리고 자기 검열에 대한 부분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사실 그게 제일 무서운 거거든요.


김: 안 생겼다면 거짓말인 것 같고요. 조금은 생겼어요. 


조: 한국에서 등급심사를 받는 영화들 중 높은 비율이 청소년관람불가예요. 영화를 보면 왜 이게 청불이지 싶어요. 관객들의 볼 권리를 지키고 등급을 세분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5년 만에 원치 않는 개봉을 하게 되신 거 축하드리고(웃음) 감독님의 근황을 들으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김: 요즘은 <무서운 이야기 3>라는 상업 옴니버스 영화의 한 꼭지를 맡아서 만들고 있습니다. <자가당착>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5년만인 것 같아요. 보면서 5년 전의 제 모습이 많이 떠오르네요. 그 때는 참 불도저처럼 영화를 만들었구나 싶어요. 여러분들과 함께 해서 기뻤습니다. 개봉 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 곁에서 사정없이 폭주하는 기관차를 보는 기분이다. 난해하고 불친절한 구석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내 느껴지는 감독의 분노와 열정, 그리고 머릿속으로 자꾸 떠오르는 자가당착적 현실로 인해 영화를 보는 동안 마음속에 작은 소용돌이가 인다. 굼뜬 방식으로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작품이고 탄생 후에도 오랜 시련을 겪다가 이제야 대중의 곁으로 왔다. 집요한 감독의 이 사연 많은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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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곡 감독이 지난 7월, 폴란드에서 열렸던 '이어라 뉴호라이즌 국제영화제'에서

캐나다의 가이매딘을 만나 <고갈>에 대해 소개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가이매딘에게서 온 편지의 전문입니다.

"술을 퍼마셨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

 

친애하는 곡에게!

 

답장이 늦어진 것에 대해 심심한 감사를! 용서하리라 기도할께요.

몇 주전에 별장에서 당신의 영화를 봤지만, 컴퓨터가 없었어요.

 

<고갈>은 엄청나군요.

근 몇 년 간 본 영화 중에 가장 강렬한 영화.

가장 매혹적인! super8mm 이멀젼을 정말 맛있게 요리했더군요!

 

무한히 매혹적인 풍경들과 사운드스케이프들!

대사의 사용법이 정말 좋더군요...

딱 적당한 정도만 쓰는! 필름 그레인이 주제, 배우들, 스토리의 톤과 완벽하게 결합하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엄청난 내러티브. 이 영화를 선물로 받은 것이 감사할 정도.

내 친구들과 저는[영화를 본 후] 별장에서 기어나와 몇 시간 동안 멍하게 있었어요.

우리 중 누군가는 당신 영화 덕분에 술을 퍼마셨습니다.

어떻게 더 감사해야할지.

 

당신의 여배우는 영화 속에서 숭고하더군요.

열정적이고 섹시한데다 똑똑하더군! .

영화 그 자체처럼 말이죠.

 

무한한 축하를. 이 영화로 상을 받은 것을 알기에, 이러한 찬사들이 필요 없으시겠지만,

전 당신의 영화들에 가장 열광적인 팬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준 다른 영화들을 얼른 봐야겠군요!

 

..........가이로부터.

 

 [원문]

 

Dearest Gok!

A million apologies for taking so long to get back to you! I pray you forgive me. I watched your film a few weeks ago at the cottage but I have no computer out there. Exhausted is incredible, the most intense film I've seen in ages. It's also the most gorgeous! What tasty super8mm emulsions you have cooked up! What endlessly fascinating landscapes and soundscapes! I adore your use of dialogue -- just the right amount! I love the way the film grain marries up to the subject matter, the actors and the tone of the story perfectly! And what a narrative. Thanks so much for the gift of this film. My friends and I staggered out of the cottage and remained numb for hours afterward. Some of us resumed long-dormant alcoholisms! on account of your film. I can't thank you enough. YOur Diietrich is sublime in the picture, too. As hot, sexy and smart as the movie itself. A zillion congratulations. I know you have already received awards for this film, so you don't need these kudos, but I feel most enthusiastic about your work. Can't wait to watch the other films you sent me!
Now, I must write that Ventian Snares guy. He has suggested we meet for coffee.
Warmest hugs,
- Guy

 

 

가이매딘(Guy Maddin)

 1956년 2월 28일 캐나다 출생.
85년, 첫 연출작 <죽은 아버지 The Dead Father>를 시작으로,
88년 80년대의 대표적인 컬트 영화 <김리 병원 이야기>으로 장편 데뷔.
<신비의 도시 아키엔젤>(91), <조심>(92) , <황혼의 얼음요정>(97), <드라큘라의 춤>(2003) 등 연출.
2000년에 토론토영화제 25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6분짜리 단편 <세계의 심장>은 영화비평가들로부터 격찬을 받은 바 있고,
이미 95년에 텔루라이드영화제에서 평생공헌상을 수상한 바 있다.
무성영화적 스타일을 고수하며 실험영화적 색채가 풍부한 단편 및 장편 영화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


논쟁적인 영화 [고갈]이 9월 3일 곧 개봉합니다.
이미 [고갈]의 첫 감독과의 대화는 이 영화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관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단체관람을 위해 티켓을 미리 예매하는 분들로
인디스페이스도 두근두근 개봉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09년 최고의 이슈가 될 김곡 감독의 [고갈] 많은 기대바랍니다.

Posted by indie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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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8월 20일에 김곡 감독의 뷰티풀 호러 [고갈]의 특별시사가 있었습니다.
이날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고, 충격적인 영상 미학을 보인 [고갈]에 찬사를 보내왔습니다.

제한상영가 논란으로 2009년 하반기 한국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문제적 수작 [고갈]의 특별시사회를 찾은 분들의 몇가지 반응을 보면...
“도대체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한국에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세다기에 각오를 하고 왔는데도 상상이상이다”

아, 상영이 끝난 후 김곡 감독의 절친 최진성 감독님이 간담회를 진행하였답니다.
황폐한 갯벌 위의 두 남녀에게 찾아오는 거대한 파국을 그린 뷰티풀호러 [고갈]은 9월 3일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 고갈 공식블로그 http://blog.naver.com/goksa_film



(왼쪽부터 최진성 감독, 김곡 감독, 배우 장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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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호러

2008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2008 서울독립영화제2008 대상
2009 제38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네덜란드 로테르담)
2009 시라큐스 국제영화제 (미국 뉴욕) 최우수작품상/여우주연상/감독상/촬영상 특별언급
2009 이어라 뉴호라이즌 국제영화제 (폴란드 브로추아프)
2009 스플리트 국제영화제 (크로아티아)
2009 리즈 국제영화제 (영국 리즈)
2010 부에노스아이레스 독립국제영화제 (아르헨티나)

"심약자는 보지 말 것"
 
Gerwin Tamsma, 로테르담 영화제 프로그래머

“<고갈>을 보고 영화엔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갈>은 영화가 아니다. <고갈>은 영화 폭탄이다.”  Sergio Wolf, 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제 집행위원장.


"장르의 한계를 넘어, 관객의 믿음을 심판하는 영화"  Brandon Harris, Filmmakers Magazine 기자

"<고갈>은 섹스전쟁의 가혹한, 표현주의적 비전이다."  Tony Rayns, 영화평론가


Synopsis
세기말의 황폐함으로 가득한 불모의 갯벌,
언어를 잃은 채 오직 ‘몸’으로만 소통하던 두 남녀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파국의 배달부가 당도했다

시공간을 가늠할 수 없는 황폐한 갯벌 위에서 놀고 있던 한 여자를 ‘주운’ 남자는
여자를 데려가 공단의 이주노동자들에게 매춘시킨다.
틈만 나면 달아나려 애쓰는 여자는 번번이 남자에게 붙잡히는데…

어느 날 그들 앞에 한 중국집 배달부가 나타나고, 여자는 강렬한 떨림을 느낀다.
며칠 후, 드디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데 성공한 여자.
배달부는 함께 달아나자고 제의하지만 여자는 남자에게로 되돌아가 버린다.

두 남녀에게 배달부가 다시 찾아오면서,
숨 막히는 공포와 거대한 파국은 절정으로 치닫는데…

Trailer
 


Production Note 01


핸드메이드 걸작, <고갈>
감독이 직접 현상한 필름 184,320 커트가 스크린 위에 그려지다

<고갈>은 노출을 낮춰 촬영한 고감도의 슈퍼 8mm 필름을 35mm사이즈로 블로-업(blow-up)한 후 HD로 컨버팅하는 복잡한 탄생과정을 겪었다. 블로-업을 통해 의도적으로 그레인(입자)이 부풀려진 필름은, 심지어 약품으로 오염되는 과정까지 거쳤다.

촬영만큼이나 현상도 고됐다. 최근에는 슈퍼 8mm 카메라를 사용하는 작업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필름현상 업체도 따로 없는 열악한 상황. 김곡 감독은 국내 유일의 8mm필름 현상업체인 8mmfilm.co.kr의 우병훈 대표와 함께 100여 롤의 필름을 직접 현상하다가 “난생 처음 손수 강장제를 사먹었을 정도”라고 현상 때의 어려움을 회고했다.

네가(음화) 커팅도 문제였다. 필름 위에 키코드가 없는 8mm필름의 특성상, 감독은 그 작은 필름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면서 컷을 끊어야 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35mm필름이 호수라면 16mm는 목욕탕이고 8mm는 세숫대야 정도 될 것이다.)
김곡 감독과 공동 작업을 고수하고 있는 쌍둥이 동생 김선은, 필름현상을 하다 나중에는 “손의 촉감만으로 컷 포인트를 찾아내는 비기를 체화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른 이들은 걷지 않는 지난하고 어려운 길을 택한 감독의 뚝심과 용기, 그리고 감독과 함께 작업한 많은 이들의 열정이 더해진 리얼 핸드메이드 필름, <고갈>.
9월 3일, 우리는 21세기 한국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수작업 필름을 보게 될 것이다.

Production Note 02

잊혀질 공간에 대한 특별한 기록
사라져가는 새만금과 남동공단, <고갈> 안에서 다시 살다

<고갈>은 한창 개발 중이던 새만금과 인천 남동공단에서 촬영했다. 김곡 감독은 이미지 채집을 위해 가끔 16mm 카메라를 들고 “찍을만한 것들”을 찾아 다녔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방문한 남동공단의 묘한 이미지에 곧 매료되고 만다. 모든 것이 죽은 듯 고요해 음산하기까지 했던 갯벌과 그 위에 서있는 한 대의 굴착기. 감독은 그 때 그 굴착기가 “마치 언제라도 무너질 준비가 되어 있는 평면 밑 깊이를 측정하는 게이지처럼” 서있었다고 회고했다.

남동공단과 새만금을 살펴본 감독은 ‘사라져가는 공간’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을 기록하기로 결정하고, 즉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5일 만에 완성된 단편 시나리오는 <고갈>의 원형이 됐다.

소멸해가는 인물들의 애처로운 드라마와 사라져가는 새만금/남동공단의 만남은 더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화면으로 돌아왔다. 더는 볼 수 없는 새만금과 남동공단의 모습이 <고갈> 안에서 더욱 묘하고 아름다운 형태로 환생한 것이다.


Information

제목: 고갈 (Exhausted)
감독: 김곡
주연: 장리우, 박지환, 오근영
제작연도: 2008년
러닝타임128분
장르: 뷰티풀호러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일: 2009년 9월 3일 (목)
개봉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제작: 비타협영화집단 곡사
배급: 비타협영화집단 곡사
마케팅: 서울독립영화제
개봉지원: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블로그: 고갈 (http://blog.naver.com/goksa_film)

Credit


Posted by indie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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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sita.tistory.com BlogIcon ssita 2009.08.21 13: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예고편만 봐도 굉장히 강렬하네요. 대전아트시네마로 이 영화가 내려올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indiespace.kr BlogIcon indiespace 2009.08.24 11: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영화의 강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답니다!
      2009년 최고의 작품이 될꺼에요!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꼭 대전에서 상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Hot Issue 01


독립영화의 새로운 서막!

<고갈>, <워낭소리><낮술>을 넘어 독립영화가 나아갈 길을 묻다

2009년은 독립영화의 해였다. <워낭소리>의 대중적 성공을 계기로 독립영화는 하나의 브랜드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젊은 패기에서 출발한 독립영화가 대중들의 기호로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순간이었다.

독립 영화의 성공이 <워낭소리>에서 갑자기 불거져 나온 것은 아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독립영화는 <후회하지 않아><우리학교><우린 액션배우다> 등의 흥행작을 만들어내며 꾸준히 관객들을 사로잡는 대중성을 검증 받았다. 그러나 <고갈>은 <워낭소리>와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독립영화가 나아가야 할 또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

2000 년대 접어들어 본격적인 대중과의 만남을 선언한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낮은 목소리><송환> 등이 5만 ~ 10만의 관객을 동원한 이래, 독립영화는 대중의 취향과 호흡하며 발전해 왔다. 그러나 사실, 지난 십 수년간 독립영화는 파격과 실험으로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둘 하나 섹스>는 제한상영가 문제에 대한 적극적 태도로 헌법소원 승리라는 초유의 성과를 얻었다. 이로써 ‘독립영화=표현의 자유’라는 공식이 처음 대두됐다. 노인들의 성애를 소재로 한 <죽어도 좋아> 역시 제한상영가 판정으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그리고 무모하고 집요한 미학적 도전으로 또 다시 도마에 올랐던 <고갈>.

2009년 독립영화는 대중성과 더불어, 거침없는 예술성을 실험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독립영화계의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Hot Issue 02

독립영화 대안마케팅을 모색하다
서울독립영화제, 전년도 대상 <고갈> 개봉에 배급/마케팅 지원

< 고갈>의 마케팅 전담자는 상업적인 마케팅 전문 기업이 아니라 비영리단체인 서울독립영화제다. 배급사에서 마케팅을 전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영화계에서, 전문적 마케팅 대행사가 아닌 영화제 사무국이 마케팅을 전담한 것은 전무한 일이다.

서울 독립영화제2008 본선심사위원장이었던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에게 “같은 창작자로서 질투가 날 정도”라는 찬사와 함께 대상을 수상한 <고갈>은 2009년 인디스페이스 개봉지원작으로 선정되어 개봉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학적 성취와 영화적 완성도를 높게 평가 받은 <고갈>은 그러나 정작 배급사를 구하지 못했다. 감독의 뚝심 하나로 완성된 <고갈>은 상업적인 성공을 약속한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꾸준 히 곡사의 영화를 상영하며 인연을 맺은 서울독립영화제가 감독을 돕겠다고 나섰다. 영화제에서 좋은 작품을 골라 시상만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 이후에도 더 많은 관객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하여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서울 독립영화제는 <고갈>의 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독립영화의 배급/마케팅 일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다. 특히 “주류시장에서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영화적으로 의미 있고 뛰어난 영화들을 위주로 새로운 배급/마케팅 루트를 모색할 생각”이다. 상업영화와는 다른 배급/마케팅 방식을 필요로 하는 독립영화 배급에 서울독립영화제의 행보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Hot Issue 03

다시 만나는 곡사의 전작(前作)들
곡사, <고갈>개봉을 맞아 작품전을 기획하다

쌍둥이 형제 김곡과 김선은 본인들을 ‘비타협영화집단 곡사’라 일컬으며 활동하고 있다. 곡사는 데뷔 후 <정당정치의 역습> <자살변주> <Bomb Bomb Bomb> 등을 만들며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계속해왔다. 발표하는 신작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던 비타협영화집단 곡사는 이제 21세기 한국독립영화계의 중요한 축이라고 할 만큼 의미 있는 창작집단이 됐다.

곡사는 이번 <고갈> 개봉에 맞추어 지난 작품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독립영화계의 스타감독인 곡사의 다양한 전작들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략) 곡사의 작품은 그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나 작품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영화제 이외의 공간에서 온전히 소개되지 못했다. 한국의 주류영화문화가 아직 ‘곡사’의 영화를 수용하지 못한 것이다.
때문 에 <고갈>의 극장 개봉과 기획전까지도 일종의 도전이다. 2001년 이후 지속되어 왔으며, 21세기 초입 한국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온 그들의 영화적 실험과 반항은 점점 더 밀도를 더하면서, 큰 자장을 만들 것이다.

-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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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ovie 01


이토록 지독한 충격은 없었다!
[고갈], 유례없는 표현의 수위로 한국영화계를 경악시키다

<고갈>은 ‘비타협영화집단 곡사’의 김곡 감독이 연출했다. ‘곡사’는 2001년 <이 사람을 보라>로 데뷔한 이래 명민한 정치적 풍자로 당대의 관습을 모반하는 작품들을 만들어온 독립영화계의 스타감독그룹.
 <고갈>은 ‘곡사’의 김곡 감독이 독자적으로 연출한 첫 번째 작품으로, 황폐한 갯벌에서 만난 두 남녀에게 정체 모를 자장면 배달부가 나타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설정의 장편극영화다.

< 고갈>은 개봉 전, ‘관객을 경악시키는 표현의 수위’에 관한 소문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특히 충격적인 표현의 수위가 정점으로 치닫는 ‘후반 30분’에 대한 극과 극으로 엇갈린 반응은 <고갈>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실제로 한 영화제에서는 후반30분을 견뎌내지 못한 관객들이 줄줄이 극장을 빠져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말 못하는 여자, 그 여자를 매춘하는 남자, 거대한 가학과 끝없는 탈주’라는 거침없는 소재와 충격적인 표현으로 한국영화계를 패닉에 빠뜨린 <고갈>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심사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으면서 논란의 정점에 섰다. 재심의를 통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기는 했으나 “청소년들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붙자, <고갈>이 가진 표현의 수위 대한 일반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About Movie 02

이토록 뜨거운 도발은 없었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세 배우의 연기, 그리고 또 하나의 캐스팅!

< 고갈>은 12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비해 ‘도망치는 여자, 쫓는 남자, 그들을 압박하는 배달부’라는 의외로 단순한 인물구성과 스토리로 이뤄졌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긴 러닝타임과 단순한 이야기 전개는 3명의 배우들이 가진 압도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워졌다. 스크린을 터트릴 것만큼이나 강력한 세 배우의 연기는 관습적인 역할극에 머물러 있는 한국영화계를 향해 던지는 뜨거운 도발이다.

 한 편 <고갈>은 영화의 캐스팅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다. <고갈>은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던 낯선 미학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감 독은 <고갈>이 단순한 대사로는 표현되지 않는 공허와 불안의 모습들을 포착하길 원했고, 이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이미지 자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황폐한 갯벌, 허무와 공허가 가득한 공장지대, 공장지대의 굴뚝과 실린더 등의 이미지를 ‘캐스팅’했다. 이 공간들을 찍은 8mm필름을 35mm사이즈로 확대해서 곧 사라질 듯 보이게 만든 <고갈>의 낯선 영상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캐스팅이다.
 이에 더해 노이즈 뮤지션 홍철기가 만들어낸 ‘음원을 상실한 불길한 앰비언스’는 감독이 의도한 <고갈>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스토리가 아닌 에너지와 이미지로 무장한 <고갈>은 관습적인 영화보기 틀에 얽매인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About Movie 03


이토록 격정적인 찬사는 없었다!
로테르담, 부산, 서울을 극찬으로 뒤덮은 고갈의 힘!

< 고갈>은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로 줄곧 ‘경악을 동반한 찬사’가 따르는 화제작.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진출 등으로 국제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2009년 시라큐스 국제영화제에서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특별언급 등 13개 수상 부문 중 4개 부문을 휩쓸며 저력을 과시했다.

세 기말의 황폐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세 인물의 이야기. 소멸과 불안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 찬 푸르고 거친 필름의 이미지. 인간 욕망의 파국을 통한 역설적 카타르시스. 웰메이드 영화의 세련된 플롯과 정반대에 서있는 <고갈>에 전세계가 찬사를 쏟아내고 있는 이유다.

부 에노스아이레스 영화제 집행위원장 세르지오 울프(Sergio Wolf)는 “<고갈>을 보고 영화엔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갈>은 영화가 아니다. <고갈>은 영화 폭탄이다” 라며 격찬했다. 뉴호라이즌 국제영화제는 <고갈>이 ‘관습에 대항하는(transgression) 호러’라며, ‘관객들은 그들이 가진 영화보기의 관습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라큐스국제영화제는 <고갈>에 대해 ‘성숙하고, 지적이며, 아름다운 작품’이라 평하며 영화제의 주요 상을 수여했다.

 <고갈>은 치밀하게 계산된 낯선 세계를 통해 보는 이에게 당혹감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갈>의 영화적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는 한국독립영화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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