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담아 위로한다는 것  <눈꺼풀>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11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오멸 감독ㅣ배우 이상희

진행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벚꽃이 피고 지기를 4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극장의 스크린에서도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 개봉한 <눈꺼풀>은 하나의 문학 작품처럼, ‘오멸감독만의 상징과 은유를 통해 담담히 희생자들의 상처를 위로한다. 스크린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을 마친 후, ‘오멸감독, ‘이상희배우, ‘곽명동기자와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곽명동 기자(이하 곽명동) : <눈꺼풀>은 가슴을 울리는 한편의 진혼곡 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굉장히 시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많은데, 관객들이 궁금한 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기존에 감독님은 영화에 대한 해석을 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들었는데요. 최근에 이에 대한 생각이 바뀌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변화에 대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오멸 감독(이하 오멸) : 이에 대해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로 <지슬>이란 영화는 제주 4.3사건의 학살을 다룬 영화고, <눈꺼풀> 역시 또 다른 형태의 학살을 다뤘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들이 개인적인 목적의 영화라기보다 사회적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고, 이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것 또한 제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했어요.

둘째로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 영화를 상영한 후 화장실에서 관객들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는데요. 화장실에 있는 한 일행이 감독 자기도 모르면서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를 계기로 영화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웃음)

 

곽명동 :  이상희 배우님과는 어떻게 함께 작업하게 되셨는지요?

 

오멸 : 제가 제작한 영화 중에 <뽕똘>이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여기에 출연한 김민혁 배우가 이상희 배우를 적극적으로 추천했어요. 이후 이상희 배우에게 연락을 했고,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위로하는 <눈꺼풀>이라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또한 <눈꺼풀>을 찍는 과정이 열악할 것이라고도 이야기했는데, 이에 대해 이상희 배우가 너무 흔쾌하게 수락하더라고요. (웃음)

 

곽명동 : 이상희 배우님은 촬영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셨는지요?

 

이상희 배우(이하 이상희) : 일단 제가 현장에 갔을 때, 함께 일하는 스탭들한테 느끼는 게 정말 많았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심을 느끼고, 이 마음에 누가 되지 않고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감독님은 저한테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시기보다 함께 섬 주변의 환경에 귀를 기울이도록 해주셨어요. 하루는 <눈꺼풀>이 불교 영화는 아니지만, 각자의 마음에 부처를 찾아보자고 저를 포함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2시간 정도의 시간을 주셨어요. 이런 방식으로 하나에 대해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기의 방향성을 잡았던 것 같아요 

 

 


 

곽명동 : 이번 영화 <눈꺼풀>은 감독님이 촬영도 같이 진행 하셨는데요. 촬영을 하시면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셨는지요?

 

오멸 : 저는 <눈꺼풀>에서 공간도 배우라는 관점에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공간, 즉 섬 안에 있는 생명들을 미물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환경을 공유하는 동등한 존재로서 바라보려고 했어요.

 

이상희 : 제가 촬영 현장에 도착 했을 때, 제일 먼저 하셨던 이야기도 비슷했어요. ‘이 섬 안에 있는 어떠한 생명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곽명동 : 관객의 입장에서 이상희 배우님은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상희 세월호 참사를 겪은 동시대의 사람이자 참사를 바라본 사람으로서 말하기가 너무 버거워요.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죄스럽고, 죄송하다는 마음이 드는데요. <눈꺼풀>을 기술 시사에서 처음 봤었을 때, 조금이나마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곽명동 : 영화에서 라디오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라디오에서 세월호 참사 뉴스가 나오는 씬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잖아요? 이 때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오멸 일단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려고 했어요. 실제로 한 뉴스에서 구체적인 수치 대신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특정한 몇 명 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많은 이가 죽은 사건이라고 느끼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세월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이 영화의 여러 상징들을 반감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100년 후의 사람들이 영화를 봤을 때, <눈꺼풀>이라는 영화가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는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장면은 세월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는 장치이기도 해요.

 

 



관객 : 영화를 보기 전에 감독님이 하신 인터뷰를 찾아봤는데요. 세월호 참사 직후에 촬영을 시작하시고 2015년에 완성하셨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개봉하기까지 텀이 좀 긴데, '그 사이에 영화가 늙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더라구요. 어떤 말씀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오멸 : 최근에 기술 시사회를 하면서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요. 영화 제작과 개봉 사이에 세월호 관련해서 다양한 사건들이 밝혀졌어요. 제가 찍을 때는 참사 직후 시신을 수습하는 시기였고, 저의 감정도 격했었어요. 그리고 3년의 시간동안 많은 상황이 변했으니 영화가 늙어간다는 감정이 느껴졌어요.

 


관객 : 영화에 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요. 뱀이 하나의 상징성을 띄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멸 : 보통의 텍스트에서 은 인간에게 죄의식을 주는 동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욕망과 원죄를 이야기 할 때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뱀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눈꺼풀>에서 노인에게는 함께 이불을 덮고 있고, 함께 존재 한다는 점에서 친구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즉 보통의 사람에게는 뱀은 불편한 존재이지만, 노인한테는 이 또한 받아들이고 어우러진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관객 : <지슬><눈꺼풀>처럼 참사를 다룬 작품을 만들 땐 특정한 사건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담아낼 지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작품의 윤리성에 대한 감독님의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오멸 윤리적인 문제는 노력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노력하는 것은 가식적인 작업 속에서의 변화밖에 되지 않고, 평소의 삶이 이를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영화 안에서만 윤리적이지 않고, 평소의 삶 자체에서 윤리성을 찾아가는 것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숙제인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면서 텍스트가 윤리적인지 아닌지를 변증하는 순간 영화를 위선으로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관객 : 영화에서 전화기가 등장하는 씬이 많은데요. 영화에서 노인은 이 전화기를 상당히 이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것을 목적으로 전화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는데요. 이러한 텍스트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오멸 : 일단 노인이 존재하는 공간은 실존의 공간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현실과 죽음의 가운데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노인이 전화를 해서 바다에 무슨 일이 있다고 실존의 공간에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를 않아요. 반면 노인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망자들의 전화인데, 이 슬픔은 노인은 피하고 싶고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고 생각해요.

 






곽명동 : <눈꺼풀>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요. 저희 모두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사회적 시스템을 바꿔 나가서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저희가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 아닌 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자리 마무리하기 전에 간단하게 인사 한 번씩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희  늦은 시간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열악한 상황에서 촬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촬영이 기억 속에 가장 많이 남고 저에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함께 슬퍼했고 이 진심을 전하고자 노력했기에 이 진심이 희생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해요. 또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러한 상처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멸 : 일단 이렇게 극장에 와서 함께 영화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눈꺼풀>과 함께 개봉하는 영화 중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그날, 바다>라는 영화가 있어요. 두 영화가 다루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함께 공유하고, 또다시 이러한 아픔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4월 중순에 이르러 또다시 봄은 만개했다. 시간이 흐르고 아픔의 기억이 희미해지던 찰나, 만개한 봄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현듯 괴리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이렇게 <눈꺼풀>은 관객들에게 이 최소한의 죄책감과 연민을 상기 시켰다. 또다시 시간은 흐르고 아픔의 기억은 희미해지겠지만, 가슴 한편에 이 아픔과 세월호참사의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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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을 더듬어 현실의 나를 오롯이 대면하다  <누에치던 방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2월 2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완민 감독 | 김새벽, 이상희, 이주영 배우

진행 이동진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범수 님의 글입니다. 





과거와 현실이, 그리고 낯선 인물들이 낯선 방식으로 얽히고설키기 시작한다. 모호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영화의 전개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것은 인물들이 겪는 상실의 감정과 과거를 통해 연대를 모색하는 새로운 관계의 출현이다. 잠실이라는 공간을 에워싼 특유의 분위기와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누에치던 방> 인디토크에 이동진 영화평론가, 이완민 감독, 김새벽, 이상희, 이주영 배우가 함께 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이하 진행) : 개봉 3일차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신지.

 

이완민 감독(이하 감독)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3월이 되면 알 수 있지 있을까. 그냥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진행 :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또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이상희 배우(이하 이상희) : 굉장히 디테일한 상황 환경 묘사가 많아서 대본을 읽기가 어려웠다. 감독님에게 솔직히 제 심경을 말했더니 모든 것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셨다. GV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멋쩍은데 감독님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웃음닮고 싶고 곁에 두고 싶은 좋은 사람이다. 이 분과 함께 한다면 영화가 망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진행 : 김새벽 배우님께 질문 드리고 싶다. 전철에서 감독을 처음 만났고 두 분이 전화번호 뒷자리가 같다는데, 엄청난 인연이 아닌가 싶다. 영화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김새벽 배우(이하 김새벽) :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나온 다른 영화 시사회에서 처음 뵙고 같은 방향의 전철을 타게 되었다. 감독님께서 전화번호로 연락을 남겨주셨는데 뒷자리가 똑같았다. 제 생일과 전화번호 뒷자리가 같은데, 거기서 느낌이 왔다. 이 분도 생일이 같은 게 아닐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둘 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었다.(웃음감독님에 대해서 더 알고 싶었다. 아주 짧은 쪽지였지만 거기서 사람이 느껴졌고 감독님께 반하기도 했다.

 

진행 : 이주영 배우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이주영 배우(이하 이주영) : 단번에 이해가 잘 되는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연달아 두 세 번을 더 읽었다. 맥락의 측면도 있었고 생소한 단어도 있었고그래서 거의 공부를 하다시피 했다. 감독님을 처음 뵌 건 추운 겨울이었다. 여태까지 해온 작업과는 다른 작업이 될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팀과 함께라면 내가 그냥 뛰어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주저 없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역할이나 분량에는 신경 쓰지 않았고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한 명이라도 빠진다면 이 퍼즐들이 어그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행 : 캐스팅이 흥미로운 영화다.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 면면이 연기가 탁월하다. 25년에 걸쳐 오고 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12역과 21역이 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기도 한다. 캐스팅을 할 때 원칙 같은 게 있었나.

 

감독 : 10대 역할과 30대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를 나누어 생각했다. 유일하게 12역을 한 김새벽 배우의 케이스는 조금 달랐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의도였다. 실제로 완전히 다른 무관한 인물로 봐도 되고 유령과 같은 존재로 생각해도 된다.

 

진행 : 배우 분들은 연기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했나.

 

김새벽 : 감독님께 (연기하는 인물이) 같은 인물인지 다른 인물인지 여쭤봤는데 어느 쪽도 상관없다고 하더라. 다시 물었더니 둘이 달랐다면 좋겠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확실하게 단언을 하지는 않으셨다. 그래서 감독님이 준 몇 가지 키워드에 맞춰서 적당히 맞춰가려고 했다. 예를 들면 감독님이 자주 해준 말인 빡침’, ‘정념’, ‘자기 검열 없는 상태같은 단어다. 이런 단어들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이상희 : 과거를 표현하는 것 자체는 별로 문제가 없었는데, 어쨌든 고등학생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이 머리를 묶으면 고등학생처럼 보일 거예요라고 하시더라. 자신이 없어서 가발을 사달라고 했더니 급하게 산 것 치고는 비교적 저렴하게 하나 구했다. 길이에 맞춰 감독님이 가발을 직접 잘라줬다. 거칠어 보일 수도, 티 날 수도 있는데 그게 나름대로 순수해 보이기도 하다며 합리화한다.(웃음)

 

이주영 :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홍승이 선배님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성인이 된 '성숙'의 습관이나 외모 같은 걸 모사해야 했다면 더 고민할 부분이 많았을 텐데, 감독님이 제가 고민했던 것들을 없애는 매개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장면이나 감정에 집중하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오히려 홍승이 배우님보다는 김새벽 배우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게 해주셨다. 저도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하긴 하다.

 

감독 : 이주영 배우를 오디션에서 만났을 때 홍승이 배우님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질문 중의 하나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인가?’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결론이 없는 상태에서 인물이 어떻게 나아가는 지 한 번 보자는 심정으로 영화를 만들어 갔다.

 

: 제목의 의미가 잠실의 뜻풀이인데, 영화의 주무대가 잠실에 있는 아파트다. 감독님의 개인적 추억과도 관련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굳이 '누에치던 방'이라는 우리말로 바꿔서 제목을 정한 이유가 있나.

 

감독 : 옥탑방이나 고시원 같은 공간과 연결 지을 수도 있고 잠실이라는 지역과도 연관시킬 수도 있다. 보다 직접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잠실에서 학교를 다닐 적에 창가에 앉아 딴 생각을 하다가 선생님이 잠실의 뜻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그 때 잠실이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누에치던 방'으로 풀어 쓴 건 잠실이라는 지명과 과도하게 연결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관객 : '성숙'과 '익주'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감독 : 공동의 기억을 가지고 동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결혼 관계가 아니더라도 그런 동거관계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관객 : 홍승이 배우가 맡은 '성숙'이라는 인물만이 유일하게 모든 캐릭터와 접점이 있는데, 어떤 생각을 하며 캐릭터를 구성했는가.

 

감독 : 처음 생각했을 때는 우리가 소위 운동권적이라고 말하는, 모든 것을 받아 주려는 의무감을 가진 캐릭터를 상상했다. 다만 찍는 과정에서 이런 인물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를 받았고, 이런 걸 무조건적으로 대상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을 해주셔서 그 인물에 대한 생각이 변하게 되었다. 그게 영화 속에서 드러난 것 같다.

 


관객 : 유독 먹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감독 : 먹는 장면, 잠을 자는 장면, 휴식하는 장면이 일상과 가깝다고 생각해서 넣었다. 특별히 의식하고 넣은 장면들은 아니다.


 : 초판이 138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어떤 장면들이 삭제됐나.

 

감독 : 분량을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했다. 화장실도 다들 가고 싶어하실 것 같고.(웃음자의식 과잉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영화 문법과는 다르게 영화가 진행되는데, 길이까지 길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런 장면도 있다. 누군가가 '채미희'를 촛불동지라고 부르자 '조성숙'이 촛불동지는 부정적 뉘앙스가 아니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인데, (2016년의 촛불혁명 과정을 거친 마당에) 촛불동지라는 표현을 굳이 옹호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뺐다.

 






관객 : 포스터를 보면 배우들이 무채색 옷을 입고 있는데, 왼쪽으로 갈수록 색이 진해지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옅어진다. 김새벽 배우의 옷만 유채색인데 영화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감독 : 포스터는 제가 아닌 다른 분들이 제작했는데, 영화의 채도를 따라간 게 아닐까 한다. 현실을 찍은 장면은 낮은 채도로, 현실이 아닌 장면과 과거 장면은 누렇게 처리했는데, 현실과 비현실을 대비시키면서 과거는 환상이자 노스탤지어라는 생각을 담고자 했다.

 


관객 : 영화에서 남성이 두 명 등장한다. 남성 캐릭터를 굳이 등장시킨 이유가 궁금하다.

 

감독 : 여성적인 남성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목적의식이 있다기 보다는 늘 제가 마음속에 가졌던 반감의 표현이다. ‘여성이나 남성은 꼭 이런 이미지로 그려져야 해같은 게 있지 않나. 그런 제약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남성 캐릭터들을 넣었다.

 


관객 :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프레임을 짰다고 하셨는데, 추모나 애도가 아닌 희망의 메시지나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시선 같은 게 영화 속에 있는가.

 

감독 : 저는 이 영화가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직면하는 것 자체가 변화를 예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인물들이 과거에 매여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지 않나.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

 


관객 :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 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다. '미희'가 '성숙'과 친구가 되는 와중에 '성숙'이 동거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미희'가 전에 만났던 남자를 '성숙'이 만나기도 한다. 남성 캐릭터를 그런 관계 속에 둔 이유가 궁금하다.

 

감독 : 인물이 너무 많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와 현재를 계속 오가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들을 그리기가 모호해서 있는 사람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 가자는 생각을 했다. 굳이 연애 관계에 집중한 건 아니다.







  : 마지막 인사말과 함께 GV를 마치고자 한다.

 

감독 : 해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뭔가를 잔뜩 적어왔다. 영화가 좀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가 아무거나 막 던지는 건 절대 아니다.(웃음여러 고민들이 담겨 있다. 이 영화가 여러분이 각자의 삶에서 고민하는 부분에 대한 재료가 됐으면 한다.

 

이주영 : 관객 여러분들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 감독님이 다음 작품도 멋지게 찍을 수 있게 좋은 입소문 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상희 : 독립영화를 많이 접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영화를 어렵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우려했다.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분명 있지만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으셔서 너무 감사하다

 

김새벽 : 시나리오에 사람을 그렇게 잘라내냐. 너는 나한테, 나는 너한테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그냥 잘라내 버리면 아무 것도 못하지 않느냐라는 대사가 있다. 저에게는 그 대사가 이 영화의 전부다. 영화를 찍은 뒤에 과거의 불편했던 관계를 대면하는 계기가 생겼는데, 그게 겁냈던 것만큼 두렵지는 않더라. 여러분도 이 영화를 통해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와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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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O)존 <꿈의 제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6 22일(목)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조현훈 감독, 이상희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처음 볼 때보다 두 번째 봤을 때 더 좋은 영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영화는 세 번, 네 번째에도 그때마다 새로운 감상을 선사하는 듯하다. 영화 <꿈의 제인>은 그런 영화들 중 하나다. 물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보는 데에도 큰 에너지를 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다시 영화관으로 향하게 만드는 영화 <꿈의 제인>. 진행을 맡은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와 감독 조현훈, 그리고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사랑한다는 이상희 배우가 인디토크게 함께했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보고 이번에 두 번째로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희 배우는 <꿈의 제인> 어떻게 봤는지?



이상희 배우(이하 이): 아름다운 영화다. 아름답다는 표현을 슬플 때도 쓸 수 있다더라. 나에게 <꿈의 제인>은 그런 영화다. 저도 오늘 극장에서 두 번째로 봤다. 내 기준에서 말로 전달하기 편한 영화가 있고 어려운 영화가 있다. <꿈의 제인>으로부터 받은 게 많은데 여러분들에게 말로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싶은 영화이기 때문에 다시 봐도 역시나 아름다웠고 어딘가 꼭 존재했으면 하는 ‘제인’같은 영화다.



조현훈 감독(이하 조): 극장에 오는 일도, 영화를 선택하는 일도 쉽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그리 친절하지도 않은데 메시지에 귀 기울여주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다. 저를 비롯한 스태프들 모두, 우리가 보낸 편지에 답장을 받는 기분인 요즘이다. 



진: 여름밤과 아주 잘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눅눅한 여름 공기에 네온사인이 켜진 종로 거리를 걸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희 배우는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해서 볼 수밖에 없었을 텐데, 연기할 맛 나는 캐릭터들이 담긴 영화라 부럽기도 했을 것 같다.



이: 캐릭터들이 다들 살아있어서 되게 좋은 자극을 받았다. 이 영화가 촬영에 들어가기 전, 구교환 배우와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촬영 전 피팅을 막 마쳤을 때였는지 제인 풀 착장을 하고 있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기운이었다. 깊고 음습한 분위기. 그래서 대체 무슨 역할을 맡았을까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그때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나오더라. 제인이라는 캐릭터의 아픔이나 힘듦의 기저는 공유하되 다른 양상으로 표현을 해내서 연기가 훨씬 풍성하고 다채롭게 느껴졌다. 웃고 있어도 아픈 듯, 그러면서도 함께 즐거운. 그리고 이민지 배우는 영화 맨 처음부터 극중 ‘소현’ 그 자체로 존재하는 듯해서 그 캐릭터가 하는 말과 행동, 그 모두를 온전히 나에게 담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정말 캐릭터 구축에 함께 노력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제인이 해변을 걷다가 쓰레기를 줍는 장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듯한 장면인데도 그 캐릭터의 성격이 온전히 다 묻어나오는 느낌이었다. 부연설명 없이도 다 느껴지는 부분들이 참 좋았다.



진: 사실 저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구교환 배우에게 너무 놀라서 다른 배우들을 눈여겨보지 못했다. 그래서 실례되는 말이지만 그때는 소현 역이 다른 분으로도 대체가 가능한 역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다시 보니까 소현 역이 얼마나 깊이 있고 무거운 역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혹시라도 저처럼 이 영화를 오늘 처음 봐서 제인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던 분들은 영화를 한 번 더 보면 이 이야기가 소현에게 얼마나 아픈지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상희 배우 말대로 이 영화는 배우들과 감독님이 함께 하모니를 잘 이뤄낸 영화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조: 제인이라는 인물을 가장 먼저 만났다. 구교환 배우가 제인을 맡겠다고 결정한 이후 다른 배우들에게도 그 사실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그리고 이민지 배우가 함께하게 되었을 땐 거의 캐스팅이 마무리 되어가던 시점이었다. 두 배우가 캐스팅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 셈이다. 구교환 배우가 모든 장면에는 나오지 않는 반면 이민지 배우는 대부분의 장면에 나온다. 그래서 저에겐 이민지 배우가 의지할만한 배우였고 믿을 수 있는 배우였다. 한편 제인은 저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제인이 등장하는 장면과 등장하지 않는 장면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제인과 함께 작업을 하고 나면 또 다시 힘과 용기를 얻어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 촬영은 두 사람과 함께하는 장면이었다. 우연이든 아니든 그렇게 두 배우로 시작해서 두 배우로 끝나는 영화가 된 것이다. 어디선가 제인과 소현 두 사람이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고 쑥스럽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진: 영화에서 특정 장면이 특히 가슴에 와 닿는 경우가 있지 않나. 저의 경우에는 바닷가 장면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터널 장면이 와 닿았다. 이상희 배우는 어떤 장면을 가슴에 담았는지 궁금하다.



이: 처음 볼 때도, 오늘도, 영화 맨 처음 제인이 고개를 들며 “다시 돌아왔구나”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듣기로는 그 장면이 첫 날 첫 촬영이었다고 한다. 구교환 배우를 영화에서 처음 봤을 때 장국영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렇게 깊이감 있는 눈빛이 첫 촬영에서부터 가능했다는 게 너무 놀랍고 질투 났다. 그 장면이 너무 좋다.



진: 영화 속 호흡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끝나고도 함께 작업을 계획 중인지 궁금하다.



조: 아직 그럴만한 경황은 없었다. 이번에 이 영화로 뉴욕아시아영화제에 참석하게 되었다. 오며가며 비행기 안에서 배우님들과 이야기 한번 나눠보겠다.



이: 아주 사소한 부분인데도 인물들의 성격이 비추어지는 장면들이 있다. 쓰레기를 줍는 제인이나 미러볼을 훔쳐오는 제인 등 대본에 적혀있던 것인지 아니면 배우의 아이디어였는지, 함께 의논한 것인지 궁금하다.



조: 대본에서의 제인은 훨씬 까다롭고 까칠한 이미지였다. 구교환 배우가 소화한 캐릭터에서 보다 섬세하게 다듬어진 부분들이 있다. 좀 더 유머러스하고 사려 깊게 변했다. 가령 제인이 휘파람을 부면서 기차소리를 흉내 내는 장면 같은 경우는 처음엔 제가 빼려고 했다.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는데 너무 우스꽝스러워지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있었다. 그러나 연기로 잘 살려서 결과적으로 더 멋진 장면이 되었다. 그리고 이민지 배우는 본인이 캐릭터를 아주 세밀하게 잡아가기 때문에 오히려 편집을 하는 도중에 알아차린 부분이 많다. 예컨대 제인이 구토하고 소현이 등을 두드려주는 장면이 있다. 대본에는 ‘등을 두드린다’와 같이 평이하게 적혀있었다. 편집을 하면서 보니 이민지 배우가 제인의 등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더라. 좋았고 감사했다. 특히 이민지 배우는 시선처리나 타이밍 같은 것들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사해낸다.



진: 구교환과 이민지라는 두 배우가 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민지 배우는 외모에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고 큰 눈동자에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흠칫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 몇 있기도 하다.



이: 저도 이번 영화를 보면서 그런 순간들이 특히나 많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착한데 너무 무서운 그런 느낌.





진: 혹시 구교환 배우의 대사에서 애드리브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조: 워낙 많이 중얼중얼 하는데,(웃음) 이번 작업에서 특히 감사한 게, 저의 의도를 많이 배려해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준비를 해서 그대로 연출을 했을 때 가장 애드리브처럼, 실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부분을 많이 존중해줬다. 배우님들이 대본에 충실했고 의논이 필요한 부분들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함께 이야기했다. 분명 애드리브가 있었을 텐데 기억나는 건 없다.



이: 구교환 배우는 문장을 소화할 때 절반은 그대로고 끝부분만 살짝 변주를 주는 방식으로 연기를 하기 때문에 딱히 애드리브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애드리브가 아니지만 애드리브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는 배우다. 어미를 바꾸거나 살짝 첨언을 하는 식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구교환 배우에게 배우로서의 어떤 매력이 있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게 무엇인지 완전히 깨닫게 됐다. 그에게는 풍자와 해학이 있다. 어떤 단어나 손짓을 해도 잘 묻어난다.



진: 그러한 풍자와 해학의 미는 그가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들에서 특히 잘 묻어난다. 그래서 다음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이자 연출자이다. 



관객: 영화를 보면서 <레옹>(1994)이 떠올랐다. 제인과 소현 두 사람이 마치 레옹과 마틸다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 속 두 사람은 마주보기보다는 유난히 같은 곳을 바라보거나 걸어 다니는 장면이 많다. 특별히 의도한 것인지?



조: 우선 <레옹>을 언급해주셨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 영화의 모태가 된 작품이 존 카사베츠 감독의 <글로리아>(1980)인 걸로 알고 있다. <꿈의 제인>의 제인 역시 그 작품의 ‘글로리아’ 캐릭터를 참고했다. 영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순 없지만 제인의 인물상을 그 영화에서 따왔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마 그런 제인의 생각이 반영된 장면들이 아닐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어가는.



관객: 유독 제인이 동그란 것들에 주목하고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 이 영화 속 인물들이 다들 어딘가 결함이 있고 상처가 있다고 느꼈다. 그 중에서도 다른 이들 모두를 감싸주고 안아주는 제인은 특히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조: 구교환 배우는 이렇게 답하더라.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할 때 특정한 이유를 찾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이유를 가지고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이 영화 전반의 주제의식이 동그란 것들의 형체에 담겨있지 않을까 싶다.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필자가 영화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을 때마다 하는 고루한 말이지만 어쨌든 또 한 번 <꿈의 제인> 역시 비단 영화 속 제인과 소현에게만 종속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디선가 제인과 소현이 꼭 실제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다는 감독의 말처럼 마치 꿈과도 같은 제인의 모습은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아스라이 사라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붙잡고 싶어지는 현실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겠지, 가 아니라 함께 오래 오래 힘들게 같이 살아가고 싶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해서 죄송하지만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한번쯤 어리광부리듯, 이기적이지만 나의 이야기인 냥 소중히 간직할 수 있길 바란다. 그래도 된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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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연애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연애담>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2일(일) 오후 4시 20분 상영 후

참석 이현주 감독, 배우 이상희

진행 김소연 감독 (<문영>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의 글입니다.


어떤 영화는 너무나도 쉽게, 보는 이 자신의 이야기로 탈바꿈한다. 지난 해 많은 사랑을 받고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도 러브콜을 받은 이현주 감독의 <연애담>이 그렇다. <연애담>의 관객 중 누군가는 ‘윤주’가 되고 누군가는 ‘지수’가 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다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거기에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사랑이라는 주제 하나에 집중하게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힘.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과 <문영>의 김소연 감독, 그리고 예고 없이 찾아온 이상희 배우와 함께했다. 



김소연 감독(이하 김소연): 제가 <문영>이라는 영화로 한 달 전에 첫 GV를 했고, 그 GV를 이현주 감독님께서 진행해주셨어요. 덕분에 즐겁게 잘 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확히 한 달 만에, 이번에는 제가 <연애담> 진행을 맡게 됐습니다. 이현주 감독님께서 저를 무슨 생각으로 추천하셨는지 모르겠지만.(웃음) 혹시 오늘 <연애담> 처음 보신 분이 계신가요? 생각보다 꽤 있네요. 작년에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 영화를 애정 하는 분이 워낙 많은 지라 한 번 이상 보신 분이 대부분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GV를 굉장히 많이 다녔다고 들었어요.


이현주 감독(이하 이현주): 해외 영화제까지 해서 40번 이상 한 것 같아요. 아직도 남아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웃음)


김소연: 관객으로 <연애담>을 보고,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 가득 채운 영화의 힘, 한눈팔지 않고 정직하게 다가가는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사랑 이야기가 낡은 주제일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고요. 감독님께 사랑 이야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현주: 사랑이라는 주제가 제일 재미있지 않나요?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누가 누구를 죽이는 것보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일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게 굉장히 미묘하게 어긋나잖아요.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가까워질 수도 있고, 그러다가 거리를 두게 되기도 하고, 뭔가 변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단편부터 누가 누굴 좋아하다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내용을 많이 만든 것 같아요. <연애담>에서도 누가 누구를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고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갖게 되는,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저한테는 사랑이 아직까지 제일 흥미로운 주제에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일은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멜로를 제일 좋아하기도 합니다. 


김소연: 영화에 좋은 대사가 많았어요. 예를 들면 윤주가 품에서 고구마를 꺼내면서 “잘 보이고 싶어서”라는 대사를 하잖아요. 이 대사를 들으니 윤주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지수는 두 사람이 한정식 집에서 밥 먹는 장면에서 “무슨 반찬 먹는 지 보려고”라는 대사를 하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께선 대사를 어떻게 쓰시나요?


이현주: 배우들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거의 제가 썼어요. 영화에 사랑한다, 좋아한다, 사귀자 같은 대사가 거의 안 나와요. 제일 직접적인 표현은 마지막에 나오는 “보고 싶었어”라는 대사죠. 좋아하면 어떻게 표현을 할까 생각을 하면서 대사를 썼는데, 사랑한다, 사귀자 이런 말을 하는 관계도 있지만, 대다수는 자연스럽게 이뤄지죠. 살다보면 자고 가, 자자 이런 게 아니라 다른 말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잘 보이고 싶어서”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죠. ‘너 주려고 샀어’라는 말보다 더 윤주가 할 것 같은 말, 더 자연스러운 말로 쓰려고 했습니다. 


김소연: 반면에 지수 같은 경우는 우회하지 않고 말하는 게 오히려 매력적이더라고요. 처음 편의점에서 만나서 자기가 일하는 가게로 오라는 대사가 있는데, 보통은 ‘한 번 오세요’ 이렇게 말할 텐데 안 그러고 꼭 오라고 하는 게.(웃음) 이건 안 갈 수가 없잖아요. 본능적으로 내가 지금 ‘꼬심’을 당하고 있구나 느끼게 하는.(웃음) 그리고 해뜨기 전이 제일 춥다는 말을 하다가 딱 “자고 갈래요?” 하잖아요. 지수는 윤주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올라가버리죠. 오지 않을 거라는 의심 전혀 없이. 이게 되게 매력적이었어요.


이현주: 류선영 배우가 캐스팅된 후 지수의 그 매력이 배도 아니고 제곱이 됐어요. 


김소연: 이상희 배우는 전작에서 만난 인연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부터 윤주 역으로 생각했다고 들었는데, 류선영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이현주: <연애담> 오디션은 공통적인 신을 드리고 리딩을 했어요. 선영 배우님한테도 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보통은 대본을 하나 하고, 상황 하나를 갑자기 만들어서 그 상황을 어떻게 넘기는지 봤어요. 즉흥 연기는 아니고, 예를 들면 어떤 백화점에서 물건을 하나 훔치다 직원에게 걸렸을 때 어떻게 모면할 것인가 하는 것이죠. 배우의 감춰진 모습을 보려고요. 선영 배우님을 보고 촬영감독님이 기본적으로 되게 안정적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 이후에 카페에서 뭔가를 마시며 만났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되게 재밌게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서 지수가 이런 캐릭터면 좋겠다 생각을 했죠. 


관객: 윤주가 세아, 병기랑 술집에 찾아갔을 때, 처음에는 시무룩해 하다가 지수가 등장하면서 윤주의 표정이 밝아지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에서 세아가 병기에게 그만 좀 보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게 윤주를 향하는 말 같기도 하고 병기를 향하는 말 같기도 해서 그 의도가 궁금했습니다. 


이현주: 의도한 부분입니다. 사실 그만 쳐다보라고 하고 화장실 신으로 넘어가기 전에 병기가 '우리 같이 예술 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걸 볼 의무가 있다' 같은 말을 하는데, 그 때 윤주가 지수를 더 노골적으로 보는 장면도 넣을까 하다가 고민 끝에 걷어냈어요. 



관객: 최근 두 해외 영화제에 다녀온 걸로 알고 있는데 영화제에서의 반응이 궁금하고 DVD, 블루레이 등 업데이트 된 소식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현주: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영화제와 프랑스 끌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까지 두 영화제를 다녀왔어요. 예테보리는 <연애담>으로, 끌레르몽페랑은 <바캉스>로 갔습니다. 예테보리 영화제는 백 명 정도 들어가는 극장에서 상영을 했는데, 거의 매진이 돼서 저도 한 번 밖에 못 봤어요. 되게 웃으면서 보더라고요. 스웨덴은 동성결혼 합법이 된 지 삼 년이 됐다고 들었어요. 문화가 달라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었는데, 사랑 이야기로 공감해준 것 같아요. 끌레르몽페랑에서도 <바캉스>를 재밌게 봐줬어요. 그리고 DVD, 블루레이는 열심히 만들고 있어요. 출시시기를 조금 빠르게 하려고 했는데, 영화제에 다녀오면서 공백기가 생겨서 얘기를 못 드렸습니다. 코멘터리도 녹음을 했어요. 여름 안에 만들려고 해요. DVD, 블루레이 순으로 나올 거고 <바캉스>도 들어갈 겁니다. 


관객: 지수가 돌아와서 윤주가 먼저 자고 있는 걸 보고 자냐고 묻는 부분이 있잖아요. 윤주가 벽 쪽을 보고 자고 있고 지수가 등지고 누워서 자는데, 윤주가 다시 돌아누워서 팔을 걸치는 장면이요. 영화를 여러 번 보니까 그 장면이 되게 차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윤주는 사실 안 자고 있고, 지수가 어떤 말을 해주길 기다렸는데, 그냥 등을 돌리고 자고. 윤주가 팔을 걸치는데도 별 반응이 없고요. 의도한 건지 궁금합니다. 


이현주: 침대 장면은 제가 의도한 걸 이해하신 것 같아요. 그 장면 전에 나오는 게 설거지 장면인데, 그때부터 뭔가 단절 되는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설거지 장면을 되게 좋아해요. 윤주가 처음에는 손님으로 지수 집에 왔지만, 이제는 주인만 쓰는 공간에 들어가게 된, 얹혀사는 사람처럼 되잖아요. 그런데 그 장면에선 서로 마주보지도 않고. 침대가 처음에는 몸도 섞고 같이 늦잠도 자던 공간인데, 점점 시간이 지나며 관계가 변해간다는 걸 생활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윤주가 안 자고 있었던 게 맞습니다. 원래는 그 이후에 지수가 잡아당기는 것까지 액션을 했어요. 근데 냉랭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뒤에는 잘라냈습니다. 


관객: 영은에게 커밍아웃을 했을 때의 흔들리는 카메라 워킹에 대해, 그리고 엔딩에 피아노 곡을 삽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현주: 엔딩곡은 중간에 한 번 더 나오기는 합니다. 저와 음악감독님이 이 영화에는 노래가 많이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공통된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마지막에는 우리가 윤주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곡을 삽입했습니다. 영화에서 제일 좋을 때와 제일 혼란스러울 때에 노래를 넣었어요. 그리고 이 영화는 컷이 별로 많지 않아요. 저는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입장에서 세밀하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장면은 거의 없어요. 커밍아웃한 후에 룸메이트가 피해가는 신에서도, 윤주는 룸메이트가 살갑진 않더라도 적어도 ‘왔어?’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슥 지나가 버리니까 ‘이게 무슨 상황이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윤주의 움직임을 따라 카메라도 움직여요. <연애담>에서는 인물의 행동이나 말, 휴대전화 소리에 맞춰 카메라가 움직이는 게 컨셉이었어요. 카메라가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도록. 그리고 추가적으로 말씀 드리면 처음에는 예뻤던 장면도 뒤에 가면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도록 찍는 것도 컨셉이었어요. 교수실만 해도 처음 부분과 후반 부분에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김소연: 저도 느꼈어요. 교수실에서 처음에는 어깨 너머로 앵글을 잡다가 마지막에는 윤주 얼굴을 타이트하게 잡더라고요. 이 대화 장면이 똑같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잡는 구도가 한계가 있을 텐데, 여러 고민 끝에 찍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카메라 얘기가 나와서 더 여쭤보고 싶은 게, 저는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인물들을 그대로 관찰하고, 이야기가 지나는 방식을 정직하게 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로서는 왜 여기서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을까 했던 부분이 두 지점 있어요. 첫 번째는 일흔 일곱 번째 여자라는 농담이 나올 때 술집에서 지수 어깨 너머로 카메라를 잡고 있는데, 지수와 윤주가 나란히 앉게 되면서 화면에 뒷모습만 나올 때가 있잖아요. 관객은 인물의 눈빛과 표정을 바라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죠. 감질나면서, 왜 이렇게 찍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이현주: 앞에서 찍은 컷이 있었어요. 모니터를 현장에서 했는데, 뒤에서 찍은 샷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초반에는 베드신도 있고 좋아하는 이야기들이 계속 붙어 있으니까 첫 번째 베드신과 두 번째 베드신도 차이를 두고 싶었고, 한정식 집과 술집 장면도 차이를 두고 싶었어요. 그 차이를 어떻게 둬야하나 되게 고민을 했어요. 뒤에서 보면 두 명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궁금해지죠. 한정식 집과는 뭔가 다르게 생략을 하고 싶었어요. 흘깃 봐도 얼마나 좋은지를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바로 뒤에 지수가 화장실 따라가는 것도 이 둘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할지, 얼마나 좋을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 생략하고 넘어간 장면이에요. 근데 둘이 같은 장소에서 재회를 할 때는 완전 정 반대의 앵글로 들어가서 카메라가 같이 움직이며 이들을 더 천천히, 가까이 보여주도록 했죠.


김소연: 그 의도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실 연출자는 잘 보여주고 싶잖아요. 정면 샷이 있었음에도 뒷모습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과감하고 재밌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지수가 아버지 집으로 들어왔을 때 식사하는 장면에서 아버지만 보여주잖아요. 지수의 어깨만 나오고. 앞에서 찍은 샷이 분명이 있을 것 같은데.


이현주: 없습니다.


김소연: 없어요? 와, 대단하시네요.(웃음) 주인공인 지수가 안 나오고 아버지만 보여주면서 진행이 되니까 그게 되게 재밌더라고요. 지수가 자신의 공간이 아니라 아버지의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지수의 주체성이 보여지지 않는 느낌, 그래서 지수가 희미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현주: 촬영감독님이 내는 아이디어들이 이 영화에 굉장히 많이 반영이 됐어요. 이 영화의 주요한 인물들이 자연스럽지 않게, 조금 이상하게 시작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아버지가 지수에게 있어서 되게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왜 이 사람을 계속 보여주지?’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식으로 촬영했습니다. 



관객: 윤주가 졸업을 미루고 졸업 작품을 철수했는데 그걸 왜 안 버리고 집에 그대로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희: 모든 창작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비슷할 것 같아요. 잘 나왔든 습작이든 내 새끼 같은 마음이 있잖아요. 그 작업을 접기는 하지만 쉽게 버리지는 못할 거에요. 그렇다고 다시 쓰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작업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려는 확신이 들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직접 만든 것이기도 하고 실수한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니까요.


이현주: 그 작업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오히려 그 과정에 의미를 뒀어요. 사람들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요. 윤주는 고물상 같은 데 가서 모은 재료들로 새로운 걸 만드는 인물이다 정도였어요. 나중에 교수님이 세아의 작품이 더 좋다고 하면서 가능성도 좋지만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죠. 세아의 작품은 참신하지 않지만 노력이 보이는 작품이고 윤주의 작품은 오히려 가능성에 가까운 작품이에요. 윤주와 지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많은 관계는 아니죠. 그런 걸 대사에 넣고자 했어요. 연애 때문에 작업을 못하게 되고 결국엔 망치게 되는. 


관객: 윤주가 지수를 많이 따라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화장을 하고 지수가 입는 것 같은 코트를 입고. 담배도 바뀌었나요?


이상희: 혹시 담배 피우시나요? 그럼 아실 텐데. 여간해선 안 바뀌잖아요.(웃음)


이현주: 여성 둘이 연애를 하면서 서로 닮아가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의도한 대로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관객: 윤주와 지수 사이에 대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래서 답답했기도 했어요. 그중에 가장 답답했던 건 모텔 장면이에요. 갈등의 최고조인데 대화는 더 없고. 이런 식으로 자제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윤주였다면 지수가 떠난 다음에 바로 모텔을 떠났을 것 같은데 왜 아침까지 기다렸을까요?


이현주: 기다렸겠죠. 문자 하나라도 기다렸을 거예요.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마음과 여기서 내가 나가는 순간 우리는 정말 끝이 날 거라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했을 것 같아요. 사실은 지수가 간 순간 끝이 난 거지만. 그래서 원래는 그 모텔에서 윤주가 밤을 지새우는 장면을 찍기도 했어요. 중복적인 느낌 때문에 빠지긴 했지만요. 제가 생각하는 윤주는 집에 못 갔을 것 같아요. 그리고 왜 윤주와 지수가 대화를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요즘 식의 영화가 아니라 옛날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메시지 같은 것도 잘 등장을 안 해요. 통화를 하더라도 상대방 목소리를 안 들려주죠.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 알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고자 했고요. 윤주의 감정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저희 조연출 분도 뭐 하나 부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웃음) 저랑 촬영감독님은 더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터뜨리고 싶은 유혹은 되게 많았는데 “보고 싶었어”를 위해 아껴놓은 느낌이었어요. 둘이 대화를 많이 했으면 영화 톤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김소연: 되게 세련된 영화인 것 같아요. 20년 뒤에 우리가 느낀 감정이 유효할까, 이 가치가 그대로 전해질까를 생각했을 때 이 영화는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오랜 시간 뒤에도 색이 바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연출자로서 배운 게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상희: 감독님이 외국을 왔다 갔다 해서 정신이 없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옆에서 힘이라도 되고자 급하게 왔습니다. 언제나 저희 영화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 또 새롭게 봐주시는 분들 모두 너무 감사하고 편안하게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현주: <연애담>은 되게 작은 영화인데 지난해부터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독립영화들이 많은데 지난 해 열심히 홍보하고 다닌 덕에 ‘으랏차차 독립영화’에 선정되었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되게 좋았어요. 몸은 힘들지만 기쁜 마음으로 왔습니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이곳 인디스페이스를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게 많지만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김소연 감독님은 <연애담> 10주년에 또 진행을 봐주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연애담>은 일상적이고 간결한 톤으로 사랑과 연애를 이야기한다. 아는 사람인 것 같은, 평범하면서도 섬세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이 겪는 연애감정, 그들의 친구와 가족에 관한 이야기까지 엮어내며 담담하게 연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지수와 윤주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속한 공간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일상이 평범해 보이지만 얼마나 굴곡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 연애관계는 누구나 겪는 것이지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모험적이고 드라마틱한 행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인물에 공감하고 이입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게 된다. 끊임없이 해석되고 확장될 여지가 충분한 이야깃거리로서 영화는 사랑받아 마땅해보인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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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곳에 가닿다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철원기행>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0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대환 감독, 배우 이상희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가족 간의 어색하고 불편한 만남에서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가족보다 서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행하는 바쁜 움직임이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 서로가 저마다 각자의 가족을 위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하나뿐이었던 가족이 둘이 되고, 셋이 되며 어른이 된다. 때가 되면 남는 것이 과거를 향한 추억뿐일지라도 우리는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너무 당연해서 무관심해지고 마는 가족에 대해 생각해볼 영화 <철원기행>이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 안녕하십니까. 오늘 진행을 맡은 진명현입니다. 김대환 감독님과 이상희 배우님 모시고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대환 감독(이하 김): 안녕하세요. <철원기행>을 연출한 김대환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상희 배우(이하 이): 안녕하세요. <철원기행>에서 ‘혜정’ 역할을 맡은 이상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진: 이전에 인디스페이스에서 <철원기행> 개봉을 했었죠. 오늘 <철원기행>을 다시 봤어요. 볼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영화인 것 같아요. 먼저 감독님, 오랜만에 관객 분들 만났으니 최근 어떻게 지내는지 말씀해주세요.


김: 최근에 촬영을 끝냈어요.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한 달 촬영했고, 지금은 편집 중에 있습니다. 아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진: 그 작품에 대해 조금만 더 설명해주세요.


김: 동거하는 커플이 결혼을 막중한 벽으로 느끼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양가인 삼척과 인천을 하루씩 오가는 내용이에요. 두 군데를 오가며 변하는 두 사람의 생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직 가제인데 ‘초행’이라는 제목을 지었어요.



진: 이상희 배우님에게 <철원기행>은 어떤 작품이었는지요.


이: 이전엔 혼자 정처 없이 떠도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철원기행>은 관계가 많이 얽힌 영화고, 그러한 관계들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접했어요. 그래서 많이 헤매기도 했고 선배님들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찍은 영화 중 관객으로서 유난히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해요. 되게 많이 봤거든요. 거의 열 번 가까이 본 것 같아요. 제가 *블로킹 꽝이거든요.(웃음) 블로킹에 대해서도 배우고, 카메라 무빙에 대한 블로킹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었고, 상대 배우와 호흡하는 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어요. 그 다음 작업을 할 때 많이 도움이 된 영화에요.

*블로킹(BLOCKING)영화에서 블로킹은 주로 카메라를 기준으로 배우가 서야하는 위치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될 수 있으나, 더 넓은 의미에선 카메라 구도 내에서 배우의 행동 전체 계획을 의미한다. 영화배우는 연극과 달리 카메라의 위치와 숏의 종류를 반드시 확실하게 파악하고 연기에 임해야한다. 특히 숏의 종류에 따라 자신의 행동폭, 블로킹의 폭을 조절할 줄 알아야한다.  -‘영화연출’ (송낙원)


진: 이 작품이 이상희 배우님에게는 해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게 해준 작품이기도 해요. 또 3대 영화제인 베를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된 작품이기도 하죠. 제가 이 영화에서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중국집 장면이에요. 조용하지만 거의 전쟁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장면인데, 오늘은 그 장면에서 제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상희 배우님의 연기를 봤어요. 둘째 아들에게 수저를 건네는데 받지 않으니까 표정이 시무룩해지고, 다시 수저를 받으니까 표정이 변하더라고요. 정말 좋은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이상희 배우님이 연기한 혜정 캐릭터를 감독님은 어떻게 만들었고, 또 이상희 배우님은 어떻게 구체화 했는지도 여쭤보고 싶어요.


김: 사실 이 시나리오를 처음 구상했을 때는 등장인물의 관계가 지금과 같지 않았어요. 첫째 아들이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고 아버지의 퇴임식을 배경으로 한 것도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둘째 아들의 군 면회를 가는 가족의 이야기로 구성을 했거든요. 혜정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았죠. 그런데 초고가 너무 저의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배제하며 극적인 부분을 끌어내기로 했어요. 물론 이야기 자체가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들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와중에 극적인 부분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버지의 퇴임식이라는 사건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올라가면서 결혼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혜정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같이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분이 있는데, 여성이고 결혼을 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며느리는 절대 가족이 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부모님하고 할머니와 함께 살았어요. 그래서 이 말이 정말 충격적이었고, 며느리 혜정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이 속에서 고군분투할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혜정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혜정의 성격, 직업적 특성과 연결해서 어떻게 표현할까를 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캐스팅이 된 다음부터는 상희 배우님이 이런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했고요.


진: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게 혜정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이: 제 생각에 혜정이라는 친구는 되게 애쓰는 사람이었어요. 가족들한테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끼리 함께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하죠. 물론 돈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사실 이 영화를 찍을 때 혜정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요.(웃음) 작품 속에서 며느리라는 상황이 저를 혜정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시어머니와 불편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으면서 가족이 되려고 노력하는 그런 것들 말이에요. 선배님 두 분이랑 작품 하는 것은 처음이었고, 실제로 제가 두 분 사이에서 연기하면서 약간은 며느리처럼 애쓴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표현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진: 개인적으로 오늘 아버지 역에 집중해서 봐서 그런지 감독님이 이 영화를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될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화 끝에 나오는 소리가 아버지의 개인적인 삶을 축하하는 축포처럼 들렸어요. 감독님이 영화를 만들 때 중심이 되었던 생각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김: 제가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아들은 아버지와 가까워질 수 없나’ 하는 개인적인 질문 때문이었어요. 저희 부모님이 실제로 다 교직에 있고, 아버지가 철원으로 발령이 났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찍기 위해 로케이션 헌팅 겸, 철원에 대해서 알아볼 겸해서 매주 철원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지냈어요. 저는 그 전까지 제가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함께 지내다보니 정말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죠. 어떻게 보면 궁금해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본 관객 분들이 ‘나는 우리 가족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진: 이상희 배우님도 영화를 여러 번 보았으니 좋아하는 장면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떤 장면을 좋아하나요?


이: 좋아하는 장면이 많은데, 변하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면, 아버지하고 아들 둘이 감자를 먹는 장면이요. 볼 때마다 눈물 쏟으면서 봐요. 되게 ‘웃프다’고 해야 하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서글픈데,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표현이 되어있는 것 같아서 그 장면이 정말 좋아요.



관객: 혜정이라는 캐릭터가 박복한 며느리의 표상이고, 그러면서도 마냥 착한 캐릭터만은 아닌데,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듣고 싶어요.


이: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혜정이라는 캐릭터가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부모님이 눈에 띄었어요. 둘의 곁에서 작업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해서 하게 됐어요. 사실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원래 제가 그렇게 무언가를 많이 생각하지 않는 편이거든요.(웃음) 


관객: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의견이 다른데, 결국 큰 아들은 감자를 좋아하는 건가요?


김: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어머니는 감자를 좋아했던 아들의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고 며느리는 아들의 현재를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감자의 설정은 이런 거였어요. 좋아하는 것도 많이 먹으면 질리게 되잖아요. 저한테는 양갱이 그랬어요.(웃음) 어렸을 때는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손도 안 대거든요. 마지막에 아들이 감자를 한 번 베어 문 것은 2박 3일의 기간이 가족이 극적으로 화해하고 봉합되는 시간은 아니지만, 한 입 베어 문 감자처럼 서로 조금 더 알게 되고 가까워졌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에요.


관객: 영제가 ‘End of Winter’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 가족끼리 함께한 2박 3일을 계기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서도 가족에 대해 한 번 쯤 더 떠올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겨울의 끝에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목을 정했어요. 또 아버지의 정년퇴임 이후 제2의 삶에 있어서도 그런 제목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관객: 배경음악이 많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김: 취향인 것 같은데, 저는 음악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봐도 어떤 음악이 좋았더라, 하는 생각이 잘 남지 않아요. 물론 음악이 너무 좋아서 모든 트랙이 기억나는 영화들도 있지만요. 음악을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잃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가급적 음악을 쓰지 않으려고 했고 한두 포인트 정도 인상적으로 사용하고 싶었어요.


관객: 영화 초반 부에 군인들이 지나가는데 섭외한 건가요?


김: 섭외한 것은 아니고요, 영화 1회차 촬영 때 운이 좋게 장병들이 지나갔습니다. 



















관객: 극중 혜정과 큰 아들이 반지 낀 손가락이 다른데, 이유가 있나요?


이: 저희가 결혼을 안 해봐서 어느 손가락에 끼워야하는 지 몰랐어요.(웃음) 촬영이 조금 진행된 뒤에 발견을 해서 당황했었죠.


김: CG로 지울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질문을 몇 번 받았는데, 때마다 난처합니다.(웃음)


관객: 대구에서 올라온 영화감독 지망생인데, 감독님이 어떤 계기로 영화감독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어릴 때부터 영화 일을 해야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제일 좋아하는 것이 영화 보는 것이었어요. 영화를 좋아하는 감정으로 시작해서 찍을 수 있는 환경으로 갔던 것 같아요. 영화를 배울 수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서 영화를 찍어봤는데 <철원기행>을 찍기 전에 찍었던 두 영화는 완전히 망했어요. 그 때까지 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좋아하겠지’ 생각하면서 현란한 영화를 만들려고만 했거든요. 그래서 <철원기행>을 찍을 때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 저도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영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크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연기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더라고요.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일은 자신이 없었고,(웃음) 연기는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진: 그럼 혹시 연기 말고 영화 제작 과정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이: 영화에서 모든 분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촬영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진: 오랜만에 인디스페이스에서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셨어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인사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김: 추운 날씨에 찾아와 영화를 감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은 이유들이 있잖아요. <철원기행>이라는 영화는 특히 영화 속 풍광과 분위기 때문에 더욱 그런 영화인 것 같아요. 오늘 스크린으로 관객 분들과 함께 <철원기행>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겨울은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살을 에는 듯이 춥다. 잃어버린 봄의 온기라는 감사함을 일러주려는 것일까. 아버지의 이혼 선언도, 폭설로 갇혀버린 2박 3일도, 잊고 있던 가족을 알게 하는, 그저 지나가는 폭풍이었나 보다. 우리의 게으른 본능은 무척 빠르게 적응해서 따뜻한 곳에 오래 있으면 그 곳이 따뜻한 곳인지도 잊어버리고 만다. 지금이 겨울인지도 잊고 만다. 창문을 열어야 비로소 ‘아, 겨울이었구나’ 얼마나 따뜻한 곳에 서있는지 깨닫게 된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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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하는, 가장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연애담’  <연애담>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11월 20일(일) 오후 5 10분 상영 후

참석: 이현주 감독 | 배우 이상희, 류선영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최근 독립영화계의 뜨거운 화제는 이현주 감독의 <연애담>이 아닐까 싶다. 두 여성 ‘윤주’(이상희 분)와 ‘지수’(류선영 분)의 설레면서도 한편으로 저릿한 사랑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 <연애담>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고 관객들의 호평을 받아 입소문을 타며 관심을 끌었다. 정식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연애담>답게 감독과 두 주연 배우의 인디토크가 있었던 이 날, 많은 관객이 인디스페이스를 찾아 객석을 가득 메웠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행): 오랜 기간 준비하고 관객들을 만나는 소감이 궁금하다.


이현주 감독(이하 이현주): 기적 같다. 오랫동안 누군가를 짝사랑했는데, 그 사랑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 너무 설레고 잠깐씩 하는 무대인사도 잘 얘기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긴장되어서 한편으로는 힘든 부분도 있다. 어제는 관객 분들과 더 가까이 만나는 행사도 했다. 어떻게 받은 사랑만큼 돌려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고 긴장하게 된다. 다시 오지 않을 순간 같아서 감사하다.


류선영 배우(이하 류선영): 인디스페이스에서 이렇게 많은 관객을 만난 게 처음이다. 이 자리가 꽉 차니 계속 독립영화를 해왔던 배우로서 기분이 이상하다. 추울 때 고민하며 만든 영화인데, 마침 이런 날씨에 개봉을 했으니 관객 분들도 이 온도까지 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순간순간이 모여서 사랑이 된다. 관객들이 모여서 영화가 만들어지고 영화가 모여서 세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상희 배우(이하 이상희): 인디스페이스가 독립영화전용관이기 때문에 운영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관객으로 영화를 보러 올 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신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얼마 전에 팟캐스트 ‘배우파’ 녹음을 했다. 혹시 못 들으신 분들이 계시면 들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진행: 이상희 배우가 아닌 윤주, 류선영 배우가 아닌 지수를 상상하기 어렵다. 감독님이 두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 그리고 어떻게 시나리오를 제안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현주: 이상희 배우는 <바캉스>(2014)라는 단편으로 처음 만났으니 첫 만남은 오래되었다. 홍대 어느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배우와 감독이 만나면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모르니까 보통 서로 친절하게 대한다. 그런데 이상희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만나본 어떤 배우보다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할 말을 다 했다. 에두르지 않고 “어떻게 <바캉스>라는 영화를 만들 것인가?”를 바로 물어서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차 한 잔도 안 마시고 가지고 온 물만 마시겠다고 했다.(웃음) 그때는 내가 윤주 같고 이상희 배우가 지수 같은 느낌이었다. <연애담>은 <바캉스>와 다른 온도의 영화지만, <바캉스>와는 다른 이상희 배우의 훌륭한 연기가 들어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더 담고 싶은 이상희 배우만의 엄청난 지점이 있다. 이상희 배우가 영화에 나오면 영화인데도 진짜 같은 느낌이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느낌이다. <연애담>은 잔잔히 흘러가는 영화다. 그러나 진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이상희 배우에게 제안했다.

그리고 저 뒤에 멀리 앉아 계신 관객 분들도 류선영 배우의 매력을 느끼고 계실 것 같다.(웃음) 같이 차를 마실 때 너무 매력적이었다. 지수보다도 매력적이어서 류선영 배우만큼 지수가 매력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수를 만들면서 류선영 배우의 모습을 많이 참조했다. 훔쳐서 담아내고 싶었던 지점이 많았다.



진행: 배우 분들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캐릭터에 대해 매력을 느꼈을 것 같다.  


이상희: 대본을 봤을 때 윤주를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웃음) 대본에 있는 둘의 이야기가 좋았다. 대본도 진짜 좋았는데, 영화가 대본보다 잘 나왔다. 너무 예쁘고 몽글몽글한 연애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 것에 호감이 갔고 둘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이었다. 사실 대본보다는 감독님이라서 하게 된 이유가 더 크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 연락을 하면 준비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말해주셨다. 어떤 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시선으로 윤주와 지수를 보고 싶은지, 그런 디테일한 이야기들을 사전에 많이 들었다. 같은 대본을 다른 분이 주셨으면 겁이 났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현주 감독님이고 또 두 번째이니까 100퍼센트 가깝게 믿고 작업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류선영: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오디션을 봤는데, 나를 지수로 보는지 윤주로 보는지 궁금했다. 지수는 대본에 거의 안 나온다. 그래서 여쭤봤더니 “아직은 열어놓고 있다”라고 대답하시더라. 오디션에 떨어진 줄 알고 감독님을 그냥 편한 언니로 삼으려고 했다. 편한 관계로 사적인 대화들을 나누는 것이 재밌었다. 


이현주: 여성 둘의 사랑 이야기이다 보니 캐스팅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상희 배우에게는 준비를 많이 하고 나서 제안하고 싶었다. 그래서 속마음을 감추고 “이 역할을 이상희 배우가 연기할 것은 아니지만, 이 시나리오 어떻게 생각해?” 식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겨울에 스케줄이 있는지 중간 중간 은근히 확인했다.(웃음) 류선영 배우 오디션을 보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났을 즈음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밤 11시였고 시나리오 작업 중이었다. “류선영 배우인데요”라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책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류선영 배우는 나와 했던 대화가 재밌어서 그냥 편한 맘으로 전화를 해서 부른 것이었는데, 굉장히 덜덜 떨면서 나갔다. 그렇게 나가서 비 오는 날에 둘이 밤새 커피를 마셨다. 


류선영: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이 “나는 늦게 자니까 지나가다가 커피 마시고 싶으면 연락해요”라고 계속 강조를 하셨다. 연락하라고 해서 했을 뿐인데.(웃음) 


이현주: 윤주가 지수의 전화에 벌떡 일어나서 나가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벌떡 일어나서 나갔다. 사실 빨리 시나리오를 고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류선영 배우가 차를 마시자고 하니 거절하지 못했다. 


진행: 감독님의 섬세한 작업 덕분에 누구나 적당히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감독님은 지수와 윤주를 반반 섞어 놓은 모습으로 영화에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


관객: 감독님이 배우님들을 만나길 정말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인지 궁금하다. 배우님들도 이 영화를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었을 것 같다.


이현주: 캐릭터는 아무리 묘사를 해도 모자라기 때문에 시나리오만 두고 봤을 때는 앙상한 부분이 있다. 두 분의 연기 덕분에 영화가 굉장히 살아난 느낌이다. 영화가 입체적으로 살아나서 눈앞에 일렁이는 순간이 있다. 그런 느낌을 현장에서 많이 받았다. 둘이 함께 골목을 올라오는 장면을 찍을 때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어서 조명도 깨지고 다들 추워서 떨고 있었다. 그다음에 찍을 장면도 많았다. 너무 힘든 상황이었고 모두가 날이 서 있었다. 급하게 카메라를 세워놓고 두 배우가 걸어오는 것을 모니터로 보고 있었는데, 너무 예쁘고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느낌이 났다. 그 장면을 비롯해 다른 장면들도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 


이상희: <바캉스>가 끝나고 나서 감독님이 나에게 다음에 또 같이하자고 말했다. 그때 내가 “시나리오 보고요”라고 했다.(웃음) <연애담> 촬영이 끝나고 나서 감독님께 “한 번 더 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때 가 봐서요”라고 말하시더라.(웃음) 여러 순간들이 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제안했던 때는 그때였던 것 같다.   


류선영: 감독님은 세심한 분이다. 영화 컷마다 애정을 넘어 집착의 수준으로 집요하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좋은 예감, 믿음이 있었다.


진행: 감독님이 가장 집요하게 촬영했던 장면이 무엇인가?


류선영: 너무 많다.(웃음) 지금 생각나는 것은 모텔 장면이다. 그때 타이밍을 잡기가 서로 어려웠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세세한 타이밍과 전체적인 타이밍을 잡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관객: 영화를 여러 번 봤는데, 물 흐르듯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끝나있어서 영화가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의 행복한 시간을 추가적으로 넣는다면 어떤 것을 넣을 것 같나?


이현주: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 중복이 될 만한 장면은 촬영감독님과 정말 많이 걷어냈다. 수정 전의 시나리오에는 사람들과 함께 섞여서 데이트하는 장면이 있었다. 명동이나 인사동 같은 곳, 인파 속에서 데이트하는 모습을 넣어주고 싶었다.



관객: 지수의 마음이 영화에서는 잘 안 드러난다. 지수를 꽁꽁 싸맨 이유가 궁금하고 지수에게 거짓말이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이현주: 지수가 윤주와 다른 결의 사람이긴 하지만, 과정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처음 좋아했을 때의 지수는 윤주 같은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윤주가 연애를 계속 하게 되면 지수처럼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작하는 사람의 모습은 많이 보여주고 이미 경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는 뒤로 배치를 했다. 그러다 보니 지수의 분량이 적어지고 미스터리해지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 것 같다. 지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우리에게만 살짝 보이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에 윤주의 집에서 윤주가 물을 뜨러 갔을 때 혼자 남겨진 지수의 초라하고 진심 어린 모습은 우리만 볼 수 있다. 윤주는 그 부분을 못 봤기 때문에 지수가 끌어안았을 때도 밀쳐내려고 했던 것이다. 지수는 으레 그렇듯 괜찮은 척하지만, 그 초라한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 장면을 통해서 지수의 진심을 보여주려고 했다.


류선영: 지수에게 거짓말은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인 것 같다. 


진행: 윤주가 준비하는 것이 졸업 전시가 맞나?


이현주: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것이 맞다. 외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연애담>을 만들 때 내 목소리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 다니면서 경험했던 부분들이 많이 담겨있다. 


관객: 영화 속에 지수의 아버지가 등장하고 윤주에게는 그와 비슷한 지점에 있는 교수님이 등장한다. 여성영화라는 지점에서 아버지의 위치에 있는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든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때문에 영화가 더 깊어진 것 같다. 주변에 졸업 전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윤주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이현주: 지수에게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으면 했다. 지수에게 어려운 과제를 주고 싶었다. 만약에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였다면 지수를 이해해서 돌아가지 않았어도 됐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사이가 나쁘지는 않지만, 아버지를 마중 나오면서도 지수는 옷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대화도 방 밖에 서서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이어간다. 이게 지수와 아버지의 관계를 나타내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지수가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하는 효도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지수가 자유롭게 살게 되더라도 지금 효도를 해야 부담감을 덜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에 다시 들어간 것이다. 아버지도 지수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에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다시 잘 해보려는 마음 때문에 스스로 부담감을 느껴서 지수가 윤주를 그렇게 경계한 거다. 교수님을 특별히 남성으로 설정한 이유는 없다. 아카데미에서 많은 남자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설정인 것 같다. 전형적이긴 하지만, 막 야단치는 캐릭터는 아닌 것으로 설정해서 그 안에서 전형성을 탈피하려고 했다. 


이상희: 윤주의 의상은 다 감독님이 정한 것이다. 내가 입은 옷의 절반 정도는 감독님 옷이다. 다른 스태프들로부터 공수하기도 했다. 의상이나 소품처럼 디테일 한 것은 다 감독님이 선택한 것이다. 


이현주: 상업영화에 비해 아주 적은 예산으로 작업했다. 의상 팀이 있더라도 스타일링까지 해줄 수는 없다. 스태프들이 어떤 옷을 입고 온 것을 보고 그것이 괜찮다 싶으면 그대로 입고 촬영하기도 했다. 지수의 방은 세트장이다. 친구 집, 나의 집의 물건들을 싹 끌어다가 꾸몄다.


진행: 마지막으로 인사를 부탁드린다.


이현주: 아까 오랜 기다림 끝에 고백이 받아들여진 기분이라고 말씀드렸다. 이 사랑이 오래갔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좋은 느낌으로 헤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관객 분들이 마지막으로 영화를 완성해주시는 것 같다. 이 영화를 완성해주신 관객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독립영화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한다.


류선영: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혹시 오늘의 기억이 좋았다면 주변에도 많이 홍보 부탁드린다.  


이상희: 객석을 가득 메워주시고 한결같은 눈빛으로 끝까지 저희 얘기를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누군가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기들만의 경험을 공유하다가도 비슷한 경험들을 늘어놓게 되는 순간들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연애는 어쩌면 가장 특수한 관계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관계이다. 영화처럼 극적인 사건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사소한 눈빛과 행동 때문에 극적인 사건이 되기도 하는 것이 연애다. <연애담>은 섬세한 시선으로 이런 지점들을 담아내며,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윤주와 지수가 영화 속 인물이 아닌 어느 공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이들이라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어떤 과장 없이도 그들의 연애가 내 주변에 있는 어떤 이들의 이야기 같고, 마치 내 연애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바로 그 지점이 많은 관객을 <연애담>에 빠지게 만든 힘일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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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담한줄 관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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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담리뷰: <연애담>이 '보통의 연애'인 이유



*관객기자단 [인디즈] 전세리 님의 글입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캐롤>(2015), <아가씨>(2016) 그리고 <연애담>까지. 언제부터인가 극장가에 여성 퀴어의 섬세한 바람이 분다. 그 일련의 작품들을 만나며 퀴어만이 주는 감흥에 대해 줄곧 생각했다. 여성 퀴어와 멜로의 합이 그려내는 결은 보다 심도 있게 해당 성별의 성 역할과 경제적 지위를 반영한다. 그리고 성차를 차치한 지점에서 연애의 발생과 권력 투쟁의 과정을 드러낸다. 그를 통해 성차가 빚는 권력 관계를 한 꺼풀 벗겨낸 뒤, 경제 논리가 가르는 관계의 간극을 본다. 연애 영역의 권력은 철저히 경제 논리에 따르고 맞선다. 그리고 그것은 선택하게 만든다. 따라서 <연애담>을 '보통의 연애'로 말하게 되는 이유가 앞서 말한 내용을 통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윤주와 지수의 연애 또한 상황(조건)에 부딪힌다. 조건에 따라 감정과 행동이 변모하고 그것은 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그들 사랑의 시작부터 가슴 아릴 정도로 감정을 사로잡는 영화적 경험이 뒤따랐는데, 그 요인은 2-30대 여성이 겪는 경제적 불안정성으로부터 조성된 환경으로부터 온다. 식사, 직업, 주거에서 드러나는 조건이 연애를 흔들고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과도 맞서야 한다. 



윤주는 친구 집에 월세를 내고 산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급히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잦다. 그는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지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 윤주에게 사랑의 시작은 감격이다. 그들은 지수의 자취방에서 사랑을 나누는데, 머지않아 지수는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둘은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고 지수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아버지에게 관계를 들키지 않으려 윤주의 전화를 받지 않거나 그를 친한 언니로 소개한다. 윤주는 늘 지수를 찾아간다. 그러나 지수는 계속해서 냉랭한 태도로 일관하는데, 윤주에게 모텔을 잡아주고 자신은 집으로 돌아간다. 윤주 시점에서 친구 집, 애인의 자취방과 집을 거쳐 모텔이라는 공간에 이르러 둘의 관계는 완벽히 틀어진다. 



윤주는 같이 사는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했다가 그와도 관계가 틀어지는 일을 겪는다. 한편 지수는 아버지의 권유로 선을 보는데, 그 만남에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다시 윤주를 찾는다. 물리적 거리와 사회적 편견이 제약이 되었으나 윤주의 새 집에서 화해하려는 지수는 더없이 사랑스럽다. 극복이기 때문이다. <연애담>은 연인이 사랑하고 화해하는 지점까지를 그려낸 모두의 연애다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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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편안한 사랑 이야기  <연애담> 인터뷰 

이현주 감독 | 배우 이상희, 류선영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형주,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김은혜 님)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은 이현주 감독의 영화 <연애담>은 미대생 ‘윤주’(이상희 분)가 우연히 만난 ‘지수’(류선영 분)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따뜻한 분위기와 내 연애를 베껴간 듯한 사실적인 이야기, 그리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더해져 영화를 본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거 내 얘기야”라는 감상을 자아내며 주목을 받았다.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과 두 주인공 이상희, 류선영 배우를 만나보았다.




Q: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을 받았고 이제 정식으로 개봉한다. 그 동안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수상도 하고 주목도 많이 받았는데, 작품의 인기를 체감하시는지? 


이상희 배우(이하 이상희): 영화를 몇 번씩 봐준 관객들이 있다. 그분들에게 우선 감사하다. 해본 적 없는 경험이라 무척 감사한 마음이다.


류선영 배우(이하 류선영): 나는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처럼 관객을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연기 활동도 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공연도 찾아와주더라. 그걸 보고 같이 공연하는 분들이 <연애담>이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무척 궁금해한다.(웃음)


이현주 감독(이하 이현주): 아직은 실감이 잘 안 난다. 영화 개봉이 끝나야 무언가 느껴질 것 같다. 영화제 당시 처음으로 잡지 인터뷰를 했는데,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가 그걸 보고 연락을 해줘서 다시 만난 경험이 있다. 큰 영화는 아니지만 친구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는 알려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관객들이 반복해서 봐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전혀 예측 못 했던 반응이라 매우 어색하다. 가족들이 내가 영화를 하는 것은 알지만 직접 내 작품을 본 적은 없었다. 부모님이 할머니에게까지 연락을 해서 3대가 함께 <연애담>을 봤다. 결혼도 안 하고 특별한 직장도 없는 내가 무얼 하는지 잘 모르다가 이 영화를 통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기뻐하셨다.(웃음)


Q: 이현주 감독의 <Distance>(2010)는 여성의 로맨스를 다루지만,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이고 <바캉스>(2014)는 이에 비해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영화였다. <연애담>이 풍기는 차분하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둘의 사이쯤으로 느껴졌다. 두 영화 작업이 <연애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감독님이 로맨스물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현주: <Distance>는 굉장히 어둡다. 예전엔 계속 그렇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KAFA)에 들어가 처음으로 영화 학교 수업을 들으며 이전과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용기를 내본 게 코믹한 느낌의 <바캉스>였다. <연애담>도 처음엔 <바캉스>처럼 소동의 즐거움을 담은 밝은 톤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장편으로 끌어가기 위해 내가 잘 아는 느낌으로 바꿨다. <연애담> 초반의 유쾌한 장면들이 <바캉스> 풍이라고 볼 수 있겠다. 로맨스 영화를 작업할 때 큰 사건을 만드는 것보다 누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떠나서 아파하는 감정이 관객들의 마음에 전달되는 것이 목표다. 지수와 윤주가 만나는 장면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느냐였다. 너무 좋은데 숨기고 있는 눈빛, 교차하는 시선, 서운할 때의 눈빛 등 바라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가 섬세하다. 그러나 극적인 사건이 없어서 연기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희: 맞다. 영화를 찍는 도중에 감독님에게 멜로가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류선영: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바라봄’이 이해는 되지만,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 안에 담긴 게 시간일수도 있고 거리일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것들이 종합적으로 한 컷 한 컷 담겨야 하니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미묘한 것들을 담는 데에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기도 했다.

  









Q: 두 배우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너무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캐스팅을 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둔 부분이 있는지?


이현주: 이상희 배우와는 이전에 단편 작업을 했다. 이상희 배우는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진 듯한 역할을 많이 해왔다. 실제로는 유쾌하고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매력적이다. 친구로서의 편안함도 있지만, 함께 작업하는 동료이자 한 명의 관객으로 보면 되게 멋있는 점이 많다. 시나리오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연기할 때 이 사람이 그냥 이 영화인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다. <바캉스>는 코미디이다 보니 그런 매력을 많이 담지 못했는데, 이번에 윤주 캐릭터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내가 관객으로서 좋아해온 모습을 담으려 노력했다. 

류선영 배우는 오디션에서 처음 만났고 실제로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말 매력적인 배우다. 혼자 시나리오를 쓸 때는 좀 더 평범한 모습으로 그렸는데, 류선영 배우를 만나 관찰을 하다 지수도 저렇게 매력이 풍겨 나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 때 류선영 배우에게 많이 물으며 참고했다.


Q: 류선영 배우를 참고해서 만든 대사가 있는지?


이현주: “싫은데”.(웃음)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새로웠다. 류선영 배우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어 대사 톤들을 바꾼 부분이 있다.


Q: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좋았던 장면이 궁금하다. 


이상희: 대답할 때마다 바뀐다. 아마 엮으면 영화 한 편이 될 거다.(웃음)


이현주: 골목을 걸어 올라가는 장면이 있다. 다들 추위로 굉장히 고생하던 때였다. 언덕에서 배우들이 서서히 걸어 올라오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또 둘의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가 굉장히 풍성해지겠구나 싶었다. 


류선영: 지수네 집에서 아버지가 등장했을 때 그 뻘쭘한 장면이 좋았다. 영화 초반부 지수의 느낌이 한번 확 꺾이는 느낌이랄까? 


이상희: 나도 그 장면이 좋았다. 아버지가 정말 잠깐 등장하는데도 이전에 깔려있고 숨어있는 레이어들, 외부에서 받는 압력 등 이 친구의 상황을 짐작하게 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팡팡 터지는 느낌의 장면이다. 아버지라는 인물 하나만으로 지수가 어떤 가정의 딸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추측할 수 있게 한다. 그렇게 당차고 자유로운 아이도 아버지에게 솔직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게 다 설명이 된다. 


Q: 사랑을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나이인데도 윤주가 지수를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갈 때 연애감정인지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상희 배우는 그 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를 했는지?


이상희: 나이와 상관없이 극 중 윤주가 체험하는 처음은 이때이다. 영화에서 같이 사는 친구에게 “잘 모르겠는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윤주는 이런 감정이 처음이다. 이전에 연애를 해봤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감정은 처음이기 때문에 어리둥절하고 본인도 모르게 쑥 빨려 들어가 버린 거다. 물가에 너무 예쁜 물고기가 있으면 생각 없이 따라 들어갈 수 있지 않나. 그러다 빠져 죽을 뻔해봐야 물이 무서운 줄 아는 것처럼 모르니까 그냥 따라가는 거다. 


    


Q: 자취할 때의 지수와 인천으로 돌아간 지수는 거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버지와 함께 지낸다는 사실 외에 지수가 변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류선영: 지수도 누군가의 딸이고 하나의 개체로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다. 윤주가 물이 깊은지 모르고 들어가는 사람이라면 지수는 불이 뜨거운 줄 알지만 한 번 더 용기를 내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인천으로 돌아갔을 때, 이 사람을 끌고 불 속으로 들어가도 되는 건지 아닌지, 둘이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던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편적인 사회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지수는 평범한 가정의 딸이기 때문에 불 속으로 윤주를 데려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 같다. 


Q: 지수도 윤주 못지않게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숨기는 것 같다. 지수가 솔직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지?


류선영: 즉흥적이고 솔직한 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하다. 아버지가 소개해준 남자를 만나 “자기가 평생 한 나쁜 짓이 있다면 거짓말”이라는 말을 하는데, 거기에 하지 못한 많은 말들이 담긴 것 같다. 윤주의 시점으로 진행되기에 윤주가 앓는 건 관객들이 볼 수 있지만, 그것 이상으로 지수도 끙끙 앓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수는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안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그건 스스로 만지기 힘든 불 같은 진짜 속마음이다. 그걸 같이 태울 수 있느냐가 터닝 포인트였고 그 두꺼운 벽을 넘어 지수는 결국 한 발자국의 용기를 낸 거다.


Q: 전시를 미루고 주변 친구들을 정리하는 등 윤주는 첫사랑을 호되게 겪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공간의 변화를 겪으며 혼자 살게 된다. 앞으로의 윤주도 지수처럼 좀 더 방어하고, 무뎌질 수 있을까?


이상희: 그렇게 되지 않을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상처가 있으면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 상처가 많을수록 더 자기를 보호하는 선을 긋게 되니까. 그렇지만 나는 윤주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영화에서 지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과 인천에 거주 중이라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지수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더 설명해 줄 수 있는지?


이현주: 지수가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영화에는 없다. 지수는 심리학 대학원을 준비 중이고 손을 벌리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는 설정이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많기에 바에서 일하고 있다. 바에서 일하고 담배를 피우는 설정들 때문에 지수가 자칫 가벼워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진지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방 안에 쌓여 있는 책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넣었다.


Q: 윤주를 미대생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는지?


이현주: 불확실한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기를 바랐다. 미술 중에서도 설치미술로 선택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뭐가 될까?’ 싶은 것에 의미를 두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답을 찾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어떻게 보면 윤주와 지수의 관계도 남들이 보기엔 저게 무슨 사랑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윤주와 지수에게 남들의 시선은 상관이 없다. 또 직업과 삶이 확정되지 않은 모습이 한국에 사는 제 또래들이라면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Q: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지만, 2-30대 여성의 성장 영화라고도 생각했다. 앞으로도 여성과 관련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고민을 담고 싶은지 궁금하다.


이현주: 꼭 퀴어 영화가 아니더라도 소수자, 아웃사이더 같이 사람들이 아직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 사람들의 얘기를 계속하고 싶다.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많은 부분이 비가시화 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소수자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Q: 윤주와 지수는 사회적인 이유로 미래를 약속하기 어려운 커플이다. 이런 점들에 있어 이성애를 연기할 때와 달리 둘의 감정을 표현할 때 어떠한 차별점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 같다.


류선영: 사람을 사랑하는 건 매우 럭키한 것이지 않나. 동성애보다는 이 캐릭터의 성격으로 외부적인 환경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를 더 고민했다.


이상희: 윤주는 편견의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들이 자기감정을 표현하듯 “여자친구가 생겼어”라고 말하는 데도 스스럼이 없었다. 후에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지수가 나보다 먼저 이런 감정을 겪었겠구나 짐작해 볼 수 있었을 테고 다시 한 번 지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Q: 룸메이트의 태도 변화가 굉장히 극적이었다. 


이현주: 단순히 혐오라고 할 수는 없다. 굉장히 가까운 친구였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주고받았을 것이다. 가까이 있던 사람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서먹하고 이질감이 들지 않나. 그런 복합적인 마음인 것이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둘의 대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었겠지만, 영화에서 윤주가 거부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또 친구 캐릭터를 단편적이지 않게 표현하려 했기에 생략했다. 윤주 주변 사람들이 영화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떠나고 빠진다. 너무 혼자 내버려 둔 게 아닌가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수가 왔으니까.(웃음) 


Q: <연애담> 뿐만 아니라 최근 퀴어 영화들의 일련의 흐름을 보면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퀴어 영화’라는 장르가 유지된다면 여기에 앞으로 어떤 고민을 더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현주: <연애담>은 우리들 안에 있는 것이 그들에게도 똑같이 있다는 태도를 가진 영화이다. 어떤 것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 ‘퀴어 영화’라는 정의도 잘 모르겠다.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가 퀴어 영화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까? 범죄물도, 액션물도 있을 수 있다. 무궁무진할 것이라 생각한다. 소비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잘 모르는 낯선 이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Q: 군고구마, 담배 등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소품들이 등장한다. 


이현주: 우선 담배를 가장 신경 썼다. 처음 둘의 만남을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고민이 많았다. 특정한 커뮤니티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성애 멜로 영화에서 스치는 것이 반복되다 인연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촌스러워도 담배를 사주면서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이후에 둘이 담배를 피울 때 마주보지 못하고 나란히 피우기도 하고 따로 피우기도 하며 두 사람의 상황과 감정을 설명한다. 이처럼 동일한 물건, 장소의 반복 등을 이용하여 사건 대신 사소한 디테일들로 인물의 상태를 묘사하고 싶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이들이 사랑할 땐 화면이 더없이 따뜻하지만, 멀어질 땐 생기 없고 먼지 낀 도시처럼 보인다. 장소와 영화의 톤에 대해 의도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현주: 전반적으로 최대한 인공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찍었다. 야외는 야외의 느낌을 살리고 밤엔 밤의 느낌을 살려 사실적인 톤으로 그리려 했다. 특히 톤에 감정이 담기는 건 촬영감독님이 많이 설정해줬다. 아무래도 사랑 이야기이다 보니 윤주와 지수가 사는 공간이 많이 나오는데, 그곳들이 둘의 상태를 대변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지수가 자취할 땐 다양한 소품으로 방을 꾸미지만, 아버지의 집에서는 어떠한 특징도 없는 방에서 지낸다. 지수라는 빛나는 친구가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 눅눅해지는 느낌이길 바랐고 인물을 예쁘게 비추는 조명보다는 밝지 않은 느낌을 담기 위한 것들에 신경을 썼다. 


Q: 영화 속에서 지수와 윤주가 행복했던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아쉽진 않았는지?


이상희: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다. 윤주는 충분히 행복했다.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그 시간이 짧았다고 느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류선영: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윤주는 혼자 설레는 시간이 길지만, 지수는 그보다 걱정이 더 많았다. 아쉽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지수가 좀 더 용기 내는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Q: 최근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KAFA 작품이다. <연애담>의 제작과 배급의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현주: KAFA가 아니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하고 싶은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너의 가능성을 보았으니 이 기간 동안 한번 만들어봐”라는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신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준비가 완벽하게 안 되었어도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가 없어진다. 이 냉정한 환경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계속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KAFA의 특징을 하나 꼽아 본다면 ‘개성’이 아닐까? KAFA에서 원하는 것도 고집이 있는, 앞으로 영화판에 나가서는 하기 어려운 영화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개성이 묻어 나오는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Q: <연애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상희: 만약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말고 큰 기대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기대가 너무 크면 여운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나. 편안하게 관람하다 보면 영화 속의 작은 순간이 쌓이고 쌓여 영화가 주는 좋은 기운을 갖고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류선영: 심심할 때 생각나는, 계속해서 기억나는 친구 같은 영화였으면 좋겠다. 작은 영화에 힘을 보태주시는 관객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얘기를 늘 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지지 부탁 드린다.  


이현주: 밤에 집에 가기 아쉬울 때, 쓸쓸히 걸려 있는 포스터를 보고 들어가서 “아, 그랬지” 라고 감상하며 나올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연애담>을 보는 순간, 또는 이후 잠깐씩 떠오를 때, 따뜻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두 명의 주연 배우와 이현주 감독은 입을 모아 <연애담>이 편안한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안함’은 <연애담>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키워드다. 언젠가의 사랑이 슬그머니 생각날 때, 당장 누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 아니면 정말로 그냥 집에 가기 아쉬울 때, <연애담>은 잠시나마 위안받을 수 있는 따뜻한 온기를 지닌 영화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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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목) 16:00

12월 11일(일) 17:30

12월 13일(화) 10:40

12월 14일(수) 17:00

12월 15일(목) 10:20

12월 19일(월) 19:30

12월 21일(수) 13:30

12월 24일(토) 11:00 | 15:00

12월 25일(일) 13:00 | 19:00

12월 27일(화) 16:10

12월 29일(목) 19:30 프리허그

12월 31일(토) 17:00

1월 1일(일) 19:10

1월 2일(월) 15:30

1월 3일(화)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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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금) 17:20

1월 7일(토) 16:10

1월 8일(일) 20:00

1월 10일(화) 12:50

1월 11일(수) 19:30 종영 인디토크 







 예매하기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네이버 http://bit.ly/OVY1Mk

● 다음 http://bit.ly/1srfYBx










 인디토크(GV) 





<연애담> 인디토크

● 일시: 2017년 1월 11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 참석: 이현주 감독 | 배우 이상희, 류선영, 김종수, 박근록, 박주환, 이다영, 한근섭



● 일시: 2016년 11월 25일(금) 오후 8시 상영 후

● 참석: 배우 이상희, 류선영


● 일시: 2016년 11월 20일(일) 오후 5시 10분 상영 후

● 참석: 이현주 감독 | 배우 이상희, 류선영

●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예매이벤트 


























온라인 예매 후 <연애담>을 관람하시면 추첨을 통해

<연애담> 영문 레터링 맨투맨 (2명), <연애담> 영문 레터링 에코백 (3명) 을 드립니다.


 기간: ~ 11/30(수) 예매분까지 (온라인 예매 시 자동 응모)

● 발표: 12/1(목) 개별 연락






 INFORMATION 


제        목   연애담 (Our Love Story)

감        독   이현주

출        연   이상희, 류선영

제        공   영화진흥위원회

제        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공동제공/배급  (주)인디플러그

장        르   로맨스

러 닝 타 임   99분

등        급   청소년관람불가

개        봉   2016년 11월 17일

영 화 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 수상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퀴어레인보우 부문

제17회 도쿄필멕스영화제 경쟁 부문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 여성영화특별전 부문

제32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신인감독 경쟁 부문

제35회 벤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 부문

제64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신인감독 경쟁 부문  

제4회 한국영화축제브뤼셀 폐막작

제17회 샌디에고아시안영화제 디스커버리스 부문





 SYNOPSIS 


더할 나위 없이 따뜻했던 

우리의 연애담을 들려드립니다.


미술을 공부하는 윤주(이상희).

졸업 전시를 준비하던 중 자꾸 눈길이 가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살짝 마주친 눈빛에서 느껴진 따뜻함에

윤주는 점점 마음이 이끌리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찾아가는 지수(류선영).

추운 겨울 어느 날,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얼마 후, 그 사람을 다시 만난 지수는 

그 사람에게 마음을 이어나가려 손을 내밀어 본다. 


두 사람의 마음이 이어진 가장 행복하고 따뜻했던 이 순간은 정말 영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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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연애담 (Our Love Story)

감        독   이현주

출        연   이상희, 류선영

제        공   영화진흥위원회

제        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공동제공/배급  (주)인디플러그

장        르   로맨스

러 닝 타 임   99분

등        급   청소년관람불가

개        봉   2016년 11월 17일

영 화 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 수상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퀴어레인보우 부문

제17회 도쿄필멕스영화제 경쟁 부문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 여성영화특별전 부문

제32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신인감독 경쟁 부문

제35회 벤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 부문

제64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신인감독 경쟁 부문  

제4회 한국영화축제브뤼셀 폐막작

제17회 샌디에고아시안영화제 디스커버리스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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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이 따뜻했던 

우리의 연애담을 들려드립니다.


미술을 공부하는 윤주(이상희).

졸업 전시를 준비하던 중 자꾸 눈길이 가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살짝 마주친 눈빛에서 느껴진 따뜻함에

윤주는 점점 마음이 이끌리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찾아가는 지수(류선영).

추운 겨울 어느 날,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얼마 후, 그 사람을 다시 만난 지수는 

그 사람에게 마음을 이어나가려 손을 내밀어 본다. 


두 사람의 마음이 이어진 가장 행복하고 따뜻했던 이 순간은 정말 영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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