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편안한 사랑 이야기 <연애담> 인터뷰
- 이현주 감독 | 배우 이상희, 류선영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형주,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김은혜 님)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은 이현주 감독의 영화 <연애담>은 미대생 ‘윤주’(이상희 분)가 우연히 만난 ‘지수’(류선영 분)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따뜻한 분위기와 내 연애를 베껴간 듯한 사실적인 이야기, 그리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더해져 영화를 본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거 내 얘기야”라는 감상을 자아내며 주목을 받았다.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과 두 주인공 이상희, 류선영 배우를 만나보았다.
Q: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을 받았고 이제 정식으로 개봉한다. 그 동안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수상도 하고 주목도 많이 받았는데, 작품의 인기를 체감하시는지?
이상희 배우(이하 이상희): 영화를 몇 번씩 봐준 관객들이 있다. 그분들에게 우선 감사하다. 해본 적 없는 경험이라 무척 감사한 마음이다.
류선영 배우(이하 류선영): 나는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처럼 관객을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연기 활동도 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공연도 찾아와주더라. 그걸 보고 같이 공연하는 분들이 <연애담>이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무척 궁금해한다.(웃음)
이현주 감독(이하 이현주): 아직은 실감이 잘 안 난다. 영화 개봉이 끝나야 무언가 느껴질 것 같다. 영화제 당시 처음으로 잡지 인터뷰를 했는데,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가 그걸 보고 연락을 해줘서 다시 만난 경험이 있다. 큰 영화는 아니지만 친구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는 알려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관객들이 반복해서 봐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전혀 예측 못 했던 반응이라 매우 어색하다. 가족들이 내가 영화를 하는 것은 알지만 직접 내 작품을 본 적은 없었다. 부모님이 할머니에게까지 연락을 해서 3대가 함께 <연애담>을 봤다. 결혼도 안 하고 특별한 직장도 없는 내가 무얼 하는지 잘 모르다가 이 영화를 통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기뻐하셨다.(웃음)
Q: 이현주 감독의 <Distance>(2010)는 여성의 로맨스를 다루지만,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이고 <바캉스>(2014)는 이에 비해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영화였다. <연애담>이 풍기는 차분하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둘의 사이쯤으로 느껴졌다. 두 영화 작업이 <연애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감독님이 로맨스물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현주: <Distance>는 굉장히 어둡다. 예전엔 계속 그렇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KAFA)에 들어가 처음으로 영화 학교 수업을 들으며 이전과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용기를 내본 게 코믹한 느낌의 <바캉스>였다. <연애담>도 처음엔 <바캉스>처럼 소동의 즐거움을 담은 밝은 톤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장편으로 끌어가기 위해 내가 잘 아는 느낌으로 바꿨다. <연애담> 초반의 유쾌한 장면들이 <바캉스> 풍이라고 볼 수 있겠다. 로맨스 영화를 작업할 때 큰 사건을 만드는 것보다 누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떠나서 아파하는 감정이 관객들의 마음에 전달되는 것이 목표다. 지수와 윤주가 만나는 장면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느냐였다. 너무 좋은데 숨기고 있는 눈빛, 교차하는 시선, 서운할 때의 눈빛 등 바라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가 섬세하다. 그러나 극적인 사건이 없어서 연기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희: 맞다. 영화를 찍는 도중에 감독님에게 멜로가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류선영: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바라봄’이 이해는 되지만,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 안에 담긴 게 시간일수도 있고 거리일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것들이 종합적으로 한 컷 한 컷 담겨야 하니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미묘한 것들을 담는 데에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기도 했다.
Q: 두 배우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너무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캐스팅을 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둔 부분이 있는지?
이현주: 이상희 배우와는 이전에 단편 작업을 했다. 이상희 배우는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진 듯한 역할을 많이 해왔다. 실제로는 유쾌하고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매력적이다. 친구로서의 편안함도 있지만, 함께 작업하는 동료이자 한 명의 관객으로 보면 되게 멋있는 점이 많다. 시나리오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연기할 때 이 사람이 그냥 이 영화인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다. <바캉스>는 코미디이다 보니 그런 매력을 많이 담지 못했는데, 이번에 윤주 캐릭터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내가 관객으로서 좋아해온 모습을 담으려 노력했다.
류선영 배우는 오디션에서 처음 만났고 실제로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말 매력적인 배우다. 혼자 시나리오를 쓸 때는 좀 더 평범한 모습으로 그렸는데, 류선영 배우를 만나 관찰을 하다 지수도 저렇게 매력이 풍겨 나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 때 류선영 배우에게 많이 물으며 참고했다.
Q: 류선영 배우를 참고해서 만든 대사가 있는지?
이현주: “싫은데”.(웃음)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새로웠다. 류선영 배우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어 대사 톤들을 바꾼 부분이 있다.
Q: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좋았던 장면이 궁금하다.
이상희: 대답할 때마다 바뀐다. 아마 엮으면 영화 한 편이 될 거다.(웃음)
이현주: 골목을 걸어 올라가는 장면이 있다. 다들 추위로 굉장히 고생하던 때였다. 언덕에서 배우들이 서서히 걸어 올라오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또 둘의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가 굉장히 풍성해지겠구나 싶었다.
류선영: 지수네 집에서 아버지가 등장했을 때 그 뻘쭘한 장면이 좋았다. 영화 초반부 지수의 느낌이 한번 확 꺾이는 느낌이랄까?
이상희: 나도 그 장면이 좋았다. 아버지가 정말 잠깐 등장하는데도 이전에 깔려있고 숨어있는 레이어들, 외부에서 받는 압력 등 이 친구의 상황을 짐작하게 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팡팡 터지는 느낌의 장면이다. 아버지라는 인물 하나만으로 지수가 어떤 가정의 딸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추측할 수 있게 한다. 그렇게 당차고 자유로운 아이도 아버지에게 솔직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게 다 설명이 된다.
Q: 사랑을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나이인데도 윤주가 지수를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갈 때 연애감정인지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상희 배우는 그 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를 했는지?
이상희: 나이와 상관없이 극 중 윤주가 체험하는 처음은 이때이다. 영화에서 같이 사는 친구에게 “잘 모르겠는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윤주는 이런 감정이 처음이다. 이전에 연애를 해봤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감정은 처음이기 때문에 어리둥절하고 본인도 모르게 쑥 빨려 들어가 버린 거다. 물가에 너무 예쁜 물고기가 있으면 생각 없이 따라 들어갈 수 있지 않나. 그러다 빠져 죽을 뻔해봐야 물이 무서운 줄 아는 것처럼 모르니까 그냥 따라가는 거다.
Q: 자취할 때의 지수와 인천으로 돌아간 지수는 거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버지와 함께 지낸다는 사실 외에 지수가 변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류선영: 지수도 누군가의 딸이고 하나의 개체로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다. 윤주가 물이 깊은지 모르고 들어가는 사람이라면 지수는 불이 뜨거운 줄 알지만 한 번 더 용기를 내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인천으로 돌아갔을 때, 이 사람을 끌고 불 속으로 들어가도 되는 건지 아닌지, 둘이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던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편적인 사회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지수는 평범한 가정의 딸이기 때문에 불 속으로 윤주를 데려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 같다.
Q: 지수도 윤주 못지않게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숨기는 것 같다. 지수가 솔직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지?
류선영: 즉흥적이고 솔직한 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하다. 아버지가 소개해준 남자를 만나 “자기가 평생 한 나쁜 짓이 있다면 거짓말”이라는 말을 하는데, 거기에 하지 못한 많은 말들이 담긴 것 같다. 윤주의 시점으로 진행되기에 윤주가 앓는 건 관객들이 볼 수 있지만, 그것 이상으로 지수도 끙끙 앓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수는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안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그건 스스로 만지기 힘든 불 같은 진짜 속마음이다. 그걸 같이 태울 수 있느냐가 터닝 포인트였고 그 두꺼운 벽을 넘어 지수는 결국 한 발자국의 용기를 낸 거다.
Q: 전시를 미루고 주변 친구들을 정리하는 등 윤주는 첫사랑을 호되게 겪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공간의 변화를 겪으며 혼자 살게 된다. 앞으로의 윤주도 지수처럼 좀 더 방어하고, 무뎌질 수 있을까?
이상희: 그렇게 되지 않을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상처가 있으면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 상처가 많을수록 더 자기를 보호하는 선을 긋게 되니까. 그렇지만 나는 윤주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영화에서 지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과 인천에 거주 중이라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지수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더 설명해 줄 수 있는지?
이현주: 지수가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영화에는 없다. 지수는 심리학 대학원을 준비 중이고 손을 벌리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는 설정이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많기에 바에서 일하고 있다. 바에서 일하고 담배를 피우는 설정들 때문에 지수가 자칫 가벼워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진지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방 안에 쌓여 있는 책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넣었다.
Q: 윤주를 미대생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는지?
이현주: 불확실한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기를 바랐다. 미술 중에서도 설치미술로 선택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뭐가 될까?’ 싶은 것에 의미를 두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답을 찾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어떻게 보면 윤주와 지수의 관계도 남들이 보기엔 저게 무슨 사랑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윤주와 지수에게 남들의 시선은 상관이 없다. 또 직업과 삶이 확정되지 않은 모습이 한국에 사는 제 또래들이라면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Q: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지만, 2-30대 여성의 성장 영화라고도 생각했다. 앞으로도 여성과 관련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고민을 담고 싶은지 궁금하다.
이현주: 꼭 퀴어 영화가 아니더라도 소수자, 아웃사이더 같이 사람들이 아직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 사람들의 얘기를 계속하고 싶다.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많은 부분이 비가시화 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소수자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Q: 윤주와 지수는 사회적인 이유로 미래를 약속하기 어려운 커플이다. 이런 점들에 있어 이성애를 연기할 때와 달리 둘의 감정을 표현할 때 어떠한 차별점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 같다.
류선영: 사람을 사랑하는 건 매우 럭키한 것이지 않나. 동성애보다는 이 캐릭터의 성격으로 외부적인 환경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를 더 고민했다.
이상희: 윤주는 편견의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들이 자기감정을 표현하듯 “여자친구가 생겼어”라고 말하는 데도 스스럼이 없었다. 후에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지수가 나보다 먼저 이런 감정을 겪었겠구나 짐작해 볼 수 있었을 테고 다시 한 번 지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Q: 룸메이트의 태도 변화가 굉장히 극적이었다.
이현주: 단순히 혐오라고 할 수는 없다. 굉장히 가까운 친구였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주고받았을 것이다. 가까이 있던 사람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서먹하고 이질감이 들지 않나. 그런 복합적인 마음인 것이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둘의 대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었겠지만, 영화에서 윤주가 거부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또 친구 캐릭터를 단편적이지 않게 표현하려 했기에 생략했다. 윤주 주변 사람들이 영화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떠나고 빠진다. 너무 혼자 내버려 둔 게 아닌가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수가 왔으니까.(웃음)
Q: <연애담> 뿐만 아니라 최근 퀴어 영화들의 일련의 흐름을 보면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퀴어 영화’라는 장르가 유지된다면 여기에 앞으로 어떤 고민을 더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현주: <연애담>은 우리들 안에 있는 것이 그들에게도 똑같이 있다는 태도를 가진 영화이다. 어떤 것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 ‘퀴어 영화’라는 정의도 잘 모르겠다.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가 퀴어 영화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까? 범죄물도, 액션물도 있을 수 있다. 무궁무진할 것이라 생각한다. 소비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잘 모르는 낯선 이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Q: 군고구마, 담배 등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소품들이 등장한다.
이현주: 우선 담배를 가장 신경 썼다. 처음 둘의 만남을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고민이 많았다. 특정한 커뮤니티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성애 멜로 영화에서 스치는 것이 반복되다 인연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촌스러워도 담배를 사주면서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이후에 둘이 담배를 피울 때 마주보지 못하고 나란히 피우기도 하고 따로 피우기도 하며 두 사람의 상황과 감정을 설명한다. 이처럼 동일한 물건, 장소의 반복 등을 이용하여 사건 대신 사소한 디테일들로 인물의 상태를 묘사하고 싶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이들이 사랑할 땐 화면이 더없이 따뜻하지만, 멀어질 땐 생기 없고 먼지 낀 도시처럼 보인다. 장소와 영화의 톤에 대해 의도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현주: 전반적으로 최대한 인공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찍었다. 야외는 야외의 느낌을 살리고 밤엔 밤의 느낌을 살려 사실적인 톤으로 그리려 했다. 특히 톤에 감정이 담기는 건 촬영감독님이 많이 설정해줬다. 아무래도 사랑 이야기이다 보니 윤주와 지수가 사는 공간이 많이 나오는데, 그곳들이 둘의 상태를 대변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지수가 자취할 땐 다양한 소품으로 방을 꾸미지만, 아버지의 집에서는 어떠한 특징도 없는 방에서 지낸다. 지수라는 빛나는 친구가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 눅눅해지는 느낌이길 바랐고 인물을 예쁘게 비추는 조명보다는 밝지 않은 느낌을 담기 위한 것들에 신경을 썼다.
Q: 영화 속에서 지수와 윤주가 행복했던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아쉽진 않았는지?
이상희: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다. 윤주는 충분히 행복했다.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그 시간이 짧았다고 느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류선영: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윤주는 혼자 설레는 시간이 길지만, 지수는 그보다 걱정이 더 많았다. 아쉽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지수가 좀 더 용기 내는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Q: 최근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KAFA 작품이다. <연애담>의 제작과 배급의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현주: KAFA가 아니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하고 싶은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너의 가능성을 보았으니 이 기간 동안 한번 만들어봐”라는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신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준비가 완벽하게 안 되었어도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가 없어진다. 이 냉정한 환경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계속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KAFA의 특징을 하나 꼽아 본다면 ‘개성’이 아닐까? KAFA에서 원하는 것도 고집이 있는, 앞으로 영화판에 나가서는 하기 어려운 영화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개성이 묻어 나오는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Q: <연애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상희: 만약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말고 큰 기대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기대가 너무 크면 여운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나. 편안하게 관람하다 보면 영화 속의 작은 순간이 쌓이고 쌓여 영화가 주는 좋은 기운을 갖고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류선영: 심심할 때 생각나는, 계속해서 기억나는 친구 같은 영화였으면 좋겠다. 작은 영화에 힘을 보태주시는 관객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얘기를 늘 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지지 부탁 드린다.
이현주: 밤에 집에 가기 아쉬울 때, 쓸쓸히 걸려 있는 포스터를 보고 들어가서 “아, 그랬지” 라고 감상하며 나올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연애담>을 보는 순간, 또는 이후 잠깐씩 떠오를 때, 따뜻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두 명의 주연 배우와 이현주 감독은 입을 모아 <연애담>이 편안한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안함’은 <연애담>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키워드다. 언젠가의 사랑이 슬그머니 생각날 때, 당장 누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 아니면 정말로 그냥 집에 가기 아쉬울 때, <연애담>은 잠시나마 위안받을 수 있는 따뜻한 온기를 지닌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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