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사이의 모호함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대담 기록


일시 2018년 5월 3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광국 감독

진행 정성일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채영 님의 글입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라는 제목은 우리에게 다양한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영화를 감상한 후에도 퍼즐이 명확히 풀리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각자의 해석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며, 혹은 갸웃거리며 상영관을 걸어 나왔다. 그래서인지 이 날 자리한 손님들이 무척 반가웠다. 이광국 감독과 정성일 영화평론가였다.

다행히 인디스페이스에는 오늘 다음 회차가 없습니다. 우리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날의 인디토크는 무려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하지만 시종일관 영화 칭찬만 하는 GV만큼 따분한 게 없다는 정성일 평론가의 지론처럼, 감독이 난처할 법한, 그러나 여태 망설이느라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에 이끌려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여러분도 긴 글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정성일 평론가(이하 정성일): 안녕하세요. 정성일입니다. 우리들의 대화가 감독에게 응원이자, 어떤 논쟁적인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광국 감독을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이광국 감독(이하 이광국): 안녕하세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을 연출한 이광국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성일: 아무래도 이미 백 번쯤 들어보았을 질문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제목을 들으면, 도대체 이 제목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결정된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게다가 호랑이가 직접 나온 것은 아닙니다만, 호랑이 마스크를 쓴 아이들과 호랑이 마스크를 쓴 사내가 나오기도 합니다. 제목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이광국: 2016년 여름에 집에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데, 저희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더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어머니가 말씀 중에 그러니까 여름손님이 호랑이보다 무섭다고들 하지 않냐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우리나라의 관용구잖아요. 예전에 에어컨이 지금처럼 보급되지 않았을 시기 한 여름에 누군가 집에 오면 얼마나 접대하기 고역이었을지 생각하니 직감적으로 영화 제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이 제목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가 여름이었으니까 여름부터 구상을 해서 가을쯤에 시나리오가 나오게 된다면 어떻게든 부지런히 움직여서 겨울에 촬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있었고, 저는 시나리오를 쓰면 촬영을 꼭 해야 된다는 각오 같은 것이 있어요. 그래서 제목을 겨울손님으로 바꿔보았어요. 겨울에 찍으니까. 제목을 겨울손님으로 바꾸고 나니까 이 제목에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은 호기심이 더 생겨나고 본격적으로 하나씩 갈피를 잡아 나가기 시작했는데, 저도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목을 짓고 나서 제일 처음 든 생각이 영화가 시작하는 부분에 호랑이 한 마리가 동물원에서 탈출을 하면 어떨까였어요. ’한 남자가 같이 동거중인 여자친구로부터 영문도 모르고 버림받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이어지고 그 이후에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맥락 구상을 시작한 것 같아요.

 

정성일: 고현정이라는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듣고 싶습니다. 고현정이라는 배우를 이광국 감독께서 처음 본 건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을 했었던 시절, <해변의 여인><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일겁니다. 홍상수 감독은 배우의 성질, 능력, 특질 같은 것을 매우 특별하게 이끌어내는 연출자인데, 그걸 조감독의 자리에서 지켜보면서 아마도 남다른 것들을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을 보면서 제 기대와 달랐던 건, 의외로 고현정의 분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고현정 배우가 영화에 등장하는 순간 그녀가 갖고 있는 아우라 때문에, 혹은 카리스마 때문에 거의 영화를 멱살을 잡듯이 끌고 갈 것이 자명한데, 한편으로 이런 배우를 캐스팅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광국: 말씀해주신 것 중에 재미난 지점이 고현정 선배님이 갖고 계신 어떤 아우라에 대한 것인데요, 이 영화 안에서도 일종의 착시가 있긴 한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분량으로 치면 고현정 선배님이 연기한 '유정'은 경유’ 역의 절반의 절반이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서브캐릭터일 수 있는 역할이고, 실제로 시나리오도 경유가 혼자서 쭉 끌고 가는 이야기로 썼어요. 하지만 고현정 배우가 갖고 있는 어떤 아우라가 착시를 만들어주면서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가 조감독 때 처음 고현정 배우를 만나 뵀었는데요, 말 그대로 카메라 뒤에서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거나 혹은 감독님이랑 말씀하시는 걸 듣기만 했는데 되게 독특한 리듬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말씀하실 때나 연기하실 때, 고유한 리듬인데 불규칙적이고 예측이 안 되는. 대사만 그런 게 아니라 선배님 행동, 몸짓도 전체적으로 불규칙한 이상한 리듬이 있더라고요. 저 대사를 어떻게 저런 호흡과 저런 리듬으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고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저 혼자 고현정 배우와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공상에 빠졌던 거죠. 영화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 후 한 2년 있다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때 좀 선배님하고 얘기를 많이 하게 됐었던 것 같아요. 이후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시나리오는 유정역할에 선배님을 생각하면서 쓴 부분도 있고요. 10월 말 경에 시나리오가 나왔는데, 정말 무턱대고 선배님한테 말씀을 드려서 시나리오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어요. 선배님이 통화하시다가 따로 그럼 날을 잡지 않고 지금 바로 만나서 받겠다고 하셨어요. 저도 생각보다 빨리 시나리오를 전해드리게 됐고, 쓴지 이틀 만에 드렸기 때문에 사실은 드리고 나서 후회를 엄청 많이 했어요. 제가 시나리오 쓸 때 수정을 여러 번 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 때 보여드린 게 초고였거든요. 드리고 나서 더 다듬고 드릴 걸 그랬다 싶고 너무 보여드린 게 후회가 되는 거예요. 두 번째로는 제작비도 하나도 없는데 선배님한테 ‘2월 달에 무조건 촬영에 들어갈 거니까 선배님이랑 같이 하고 싶다, 제작비를 못 구하더라도 스마트폰이라도 들고 찍을 텐데 그런 상황이 되어도 선배님이랑 하고 싶다라고 되게 무모한 부탁을 드렸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께서 시나리오 드린 지 이틀 만에 전화로 되게 재밌게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보통은 이런 이야기에서 주인공을 먼저 캐스팅을 하고 거기에 맞는 서브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게 순서인데, 본의 아니게 유정먼저 캐스팅이 된 거죠. 선배님이 함께 하시기로 하면서 동기부여나 독려 같은 것들도 생기고, 마찬가지로 김형구 촬영감독님께도 부탁을 드렸습니다. 지금도 내가 선배님하고 영화를 찍은 게 맞나싶을 정도로 저한테는 되게 막연한 희망 같은 일이어서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기도 합니다.

 




정성일: ‘유정역을 연기할 고현정 배우가 먼저 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경유를 연기할 이진욱 배우는 그 다음에 만나게 되었을 텐데요. 시나리오를 건네면서 상대가 고현정입니다할 때 약간 망연자실 했을 것 같습니다(웃음). 고현정은 그냥 배우가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진욱 배우가 보였을 반응이 조금 궁금한데요.

 

이광국: 제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경유역할이 너무너무 어려웠었거든요. 다 쓰고 나서도 말 없는 이 답답한 친구를 누가 연기하는 게 좋을지 막막했는데, 말씀하신 대로 고현정 선배님이 유정을 하기로 한 이후에는 남자배우의 폭 자체가 좁아지는 거예요. 어쩔 수가 없는 건데, 시각적으로나 기운으로 눌리지 않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계속 고민을 하다가 이진욱 배우를 신인 때 만났던 기억이 났어요. 너무 잘생겼는데 그냥 잘생긴 느낌이기보다는 눈빛이나 얼굴의 모양 같은 것들이 저에게 되게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이진욱 배우가 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어요. 시간이 타이트하게 남은 상태에서 혹시 모르니까 시나리오를 보여드렸죠. 상대는 이미 정해져 있고 누구라는 말씀도 드렸는데, 약간 갈증을 갖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이진욱 씨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인의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고 한편으로는 소모된 것이 있었는지 본인이 되게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래서 약간 다른 방식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상대역에 대한 당연한 부담도 있었겠지만 어떤 호기심 같은 것들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정성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저를 멈춰 세운 것은 배우가 아닌 김형구 감독이었습니다. 김형구 촬영감독은 <살인의 추억><괴물>을 찍었고,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연인>도 촬영했고요. 또 조명에 이의행이란 이름이 있는데, 이의행 씨는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계속 조명을 맡고 있습니다. 물론 스텝은 얼마든지 누구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편의 영화 안에서 고현정, 김형구, 이의행, 그리고 이들과 함께 조감독 시절을 보냈던 감독의 이름을 함께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이 조합이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어떤 효과를 염두에 두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김형구 감독이 임권택 감독님의 <화장>을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임권택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서도 김형구 촬영감독은 자기가 완전히 선택이 안 되면 그냥 찍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것보다는 저게 어떻겠습니까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입니다. 아마도 그것이 영화를 사진에서부터 시작한 촬영감독들의 특징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광국: 촬영감독님도 제가 조감독 하면서 같이 작업을 했던 분이고요, 제 첫 영화 <로맨스 조> 만들 때 시나리오를 드렸었어요. 시나리오를 보시고 같이 하고 싶다고 하셨으나 촬영 스케줄이 안 맞아서 작업을 같이 못하게 되어 아쉬웠는데, 제가 김형구 촬영감독님의 샷들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물론 많은 분들이 좋아하지만 그 중에 저는 정적인 샷에서 되게 감동을 받았던 것 같아요. <봄날은 간다>도 촬영 하셨는데 그런 고요하면서도 핸들이 느껴지는 샷들을 제 영화에서 한번 해보고 싶었고, 카메라는 최대한 안 움직이고 여백이 있는데 어떤 기운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이 있었습니다. 촬영감독님께 시나리오를 드리자 운이 좋게도 흔쾌히 작업을 승낙을 해주셨고, 감독님하고는 촬영 컨셉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카메라가 땅에 붙어있었으면 좋겠다, 인물들을 따라다니는 것은 안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두 번째로 인물들에게 서서히 다가갔으면 좋겠다, 경유의 뒷모습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다가가서 결국엔 타이트한 바스트 샷으로 영화가 끝났으면 좋겠다, 이런 컨셉에 대한 말씀들을 많이 드렸습니다. 촬영감독님께서 본인이 존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드시면 마찬가지로 감독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와 존중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특별히 어렵지 않았었던 것 같아요.

 

정성일: 최근 한국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카메라를 들고 찍는 핸드 헬드 촬영이 거의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영화들을 보다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을 보면 거의 완강하리만큼 카메라가 멈춰 서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인물들도 거의 동선이 없습니다. 대부분 서서 이야기를 하거나 앉아서 이야기를 하거나 하죠. 이 멈춰 서있는 카메라와 함께 한 가지 더 여쭤보고 싶은 건 영화가 인물들로부터 갖고 있는 독특한 거리감입니다. 인물들이 아주 특별하게 상대가 반대편에 서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투 샷, 한 구도에 두 인물이 같이 있는 구도로 나오는데,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약점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상 인물의 표정을 거의 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경유’나 유정이 대사를 할 때 어떤 표정을 보여주는 지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유정은 제스처가 크지만 경유를 연기하는 이진욱 배우는 그 소심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거의 어떤 제스처도 보여주지 않거든요. 표정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그의 마음은 더더욱 더 불투명하게 보이는 점을 각오하고서라도 완강하게 멈춰 선 영화를 만들었을 때 가진 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광국: ‘경유캐릭터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경유가 가진 그 답답함, 혹은 어떻게 보면 무능력하고 누구와 소통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며 카메라 역시 인물의 감정을 도와주거나 아니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철저히 경유의 곤경과 난처함을 지켜보도록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촬영감독님이랑 인물을 어디서부터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했었던 것 같고요. 카메라가 인물 캐릭터를 도와주지 않으면 이 인물이 좀 더 곤경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정성일: 처음 이광국 감독이 설명하신 것처럼 호랑이보다 무서운 '여름손님겨울손님으로 바꾸셨는데, 간단하게 겨울에 찍느라고 바뀌었다고 말했지만, 전작 <꿈보다 해몽>에 이어서 다시 한 번 겨울입니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감정이 이광국 감독에게 이 영화에서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에 이 영화가 <호랑이보다 무서운 여름손님>이었으면 아 그냥 배경이 여름으로 바뀌었겠구나가 아니라 완전히 모든 게 바뀌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많은 장면이 야외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계절의 풍경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겨울은 고양이가 돌아다니기에 좋은 계절이 아닙니다. 단지 제목 이상으로 저는 이 영화에서 겨울이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광국: 제가 평소에 생활 패턴이기도 하고 습관이기도 한데, 길에 많이 있어요 평소에. 걸어 다니거나 어디 앉아서 사람들 구경한다거나 실내보다는 야외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20대 후반쯤, 조감독 하다가 작업이 끝나면 그 다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그냥 지낼 때, 한 마디로 그냥 백수생활 하게 될 때, 집에서 제가 있지를 못하더라고요. 집에서는 밥 먹고 씻기만 하고 일단 무작정 나오는데 막상 정류장에 섰을 때 갈 데가 없더라고요. 어디를 가야 될 지도 모르겠고. 이게 그냥 하루면 모르겠는데 계속 몇 달, 일 년, 이렇게 반복이 되니까 어느 날에는 정류장에서 한 시간 서있을 때도 있었어요. 그렇게 갈 곳이 없다는 느낌이 그나마 봄, 여름, 가을에는 저를 치명적으로 힘들게 하지는 않았었는데, 겨울에 그렇게 서 있다 보면 춥기도 하고 스스로 더 위축되고 더 쓸쓸해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던 것 같거든요. 아무래도 저한테 겨울에 대한 인상은 그런, 어딘가 목적지가 없이 거리에 던져진 인상이 제일 크고요. 이 영화의 제목을 겨울손님이라고 정한 이유가 단순했다고 말씀드렸고 그게 사실이지만, 자연스럽게 제가 가진 겨울에 대한 정서가 담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정성일: 배경이 겨울이 되면서 이야기에서 뭘 더 강력하게 만들었을까 생각했습니다. 이광국 감독에게 홍상수 감독은 좋은 스승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에게 없는 것이 이광국 감독에게 있습니다. 그건 영화에서 다루는 빈곤이었습니다. 경유는 빈곤 때문에 한겨울에 거리를 떠돌아야 하고, 대리기사를 하면서 못 볼 꼴을 보게 됩니다. 대리기사를 하면서 만나는 손님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의 제목을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이렇게 짓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 빈곤에 대한 의식은 <로맨스 조><꿈보다 해몽>에도 있었지만 매우 희미했습니다. 그러나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에서는 빈곤의 감정, 또는 감각이 전면에 나서서 영화를 끌고 가는 힘 같다는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또 몇몇 대목에서는 이광국 감독이 그 빈곤에 대해서 느끼는 분노의 감정도 있었습니다. 이 변화는 어떤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광국: (웃음) 이건 저 혼자 스스로 생각하는 건데요, 사회적인 각자의 사이클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 나이대가 갖는 기대치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서로에게 갖게 되는 이정도 나이 되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사회적인 기준 같은 것들이 있는데, 제가 그 기준에 저를 대입해봤을 때 평범한 제 나이또래 사람들이랑 비교하면 사이클이 한 10년 정도는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빈곤이라는 것에 대해 되게 막연한 낭만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막연한 낭만. ‘뭔가 하나를 붙잡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경제적으로도 좋아지겠지’ 하고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한 생각으로 30대까지 보낸 것 같아요. 그런데 40대가 되면서부터는 갑자기 , 이게 진짜 대책이 없는 거였구나, 내가 독립영화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게 경제인으로서는 말도 안 되는 민폐를 누군가에게 끼치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피부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부터는제가 빈곤하다고까지는 생각 안 했지만(웃음) 독립영화작업이 경제활동 면에 있어서는 '직업'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되게 큰 낙심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영화를 40대 지나서 만들었으니까 당연히 그런 것들이 좀 반영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계속 독립영화를 한다면 나는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그럼 이 시점에 내가 영화를 하지 않고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뭘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할 수 있는 게 정말 없더라고요.

 

 

 


정성일: ‘경유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유정이 몇 번 물어보아도 이제는 안 쓴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유정경유가 쓴 소설 <나그네>를 자기가 고쳐서 발표해도 괜찮겠냐고 질문했을 때, 사실상 자신이 소설을 포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됩니다. 그래서 화가 났을 겁니다. 하지만 경유가 왜 소설 쓰기를 그만두었는지는 끝내 알 수가 없습니다. 왜 그 부분은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이광국: 이번에는 되게 미니멀하게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게 저한테 항상 딜레마이긴 한데요, 저는 시나리오를 쓰면 찍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제가 찍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고, 그러다 보니 '경유'가 글을 그만 둔 이유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고 그 이후에 다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성일영화는 시작하자마자 '현지'가 '경유'를 내보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현지'는 그냥 이별을 선언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을 해서 '경유'를 쫓아낸 다음 연락처를 바꿉니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를 추론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유정보다 현지가 훨씬 미스테리하게 여겨집니다. 이 인물은 어떤 각도로 다가가도 잘 설명이 안 됩니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미스테리한 인물을 놓고 영화를 시작했을 때 여기서 얻고자 한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광국: ‘현지경유한테 마지막 기회를 주는 캐릭터라고 생각을 했고요, ‘경유의 비겁함들이 쌓이고 두려움들이 쌓여서 결국 상대들이 떠나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날 아침에 경유가 용기를 냈다면 현지는 그렇게 가버리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그래서 '현지'가 사라진 사건이 영화 전체에 그림자처럼, ‘경유밑에 깔려서 공기처럼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마지막에 경유가 전화를 한 번 걸어보는 것으로 첫 장면의 현지를 환기했습니다.

 

정성일: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에 나오는 두 인물 경유유정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삶이 망가져 가고 있다는 겁니다. 이 영화 속 이야기 이후에 아마 상태가 더 나빠질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벼워 보이는 이 영화의 내면은 사실상 참담하고 참혹하다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로맨스 조><꿈보다 해몽>은 인물들이 더 나아지려고,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유'는 점점 더 나쁜 손님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심지어 맨 마지막에는 자살을 시도하는 소녀까지 포착하게 됩니다. ‘유정은 새 삶을 살겠다는 듯이 소주를 다 갖다 버리지만 또 술에 손을 댑니다. 심지어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작가로서의 경력도 끝납니다. 말하자면, 두 인물이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앞의 두 영화에서 보여준 더 나은 삶, 더 나은 인간으로 가려던 노력에 관한 태도의 변화를 느꼈습니다.

 

이광국: 제가 스스로한테 어떤 절망감 같은 것들이 전보다 좀 크게 생긴 것 같고요, 제가 시나리오 쓰면서 경유유정이 결국은 한 사람의 모양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과 원하는 것을 조금씩 이루면서 사는 사람이 둘 다 불행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고, 계속 영화 만드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있지만 이어 나간다고 해도 그렇게 달라지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섞이다 보니 이야기가 어두워진 것 같습니다.

 

정성일: ‘유정은 나중에 안 사실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재능이 없었습니다. 창작의 재능이 고갈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게는 처음부터 재능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소설가로 살고 싶어 합니다. ‘유정은 처음에 경유를 만났을 때 자기가 결혼했다고 대답합니다. 그 말뜻은 나한테 조금도 가까이 오지 마라는 방어선일 겁니다. 그런데 소설이 써지지 않자 유정경유에게 연락합니다. 영화는 모호합니다. 한편으로는 경유가 보고 싶었다는 느낌도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경유가 남겨 놓은 소설 <나그네>에 관심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은근히 들게 만듭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에서 경유유정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반대의 방식으로 창작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재능이 있는 경유는 포기하고, 재능이 없는 유정은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광국: 결국 이 이야기는 저의 고민에서부터 나온 것 같은데,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 많이 얘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이야기를 쓰면서 제 안의 두려움하고 당당하게 마주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그 동안은 도망치거나 스스로 무서워서 피하거나 모른척하면서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조금 더 열심히 하면 그럴듯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가도, 또 어떤 날은 다른 좋은 영화를 접하고는 나는 재능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찍고 싶으니까 지금까지 했는데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에는 과연 내가 이것을 업으로 평생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매일매일 있거든요. 꿈을 포기한 사람과 꿈을 이룬 사람이 한 사람으로 보이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이 결국에 동전의 양면처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물음 같은 게 이번 이야기에 담긴 것 같아요. 결국 제 딜레마들이 이야기에 어떤 식으로든 작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일: 우리는 그 사람이 지금 무엇에 관심 갖고 있는지 그 사람의 책상을 보면 정확하게 알게 되지 않습니까. '유정'의 집에 우리들의 시선을 유난히 끌었던 건 여러 권의 <노인과 바다>입니다. 한 권도 아니고 여러 권이 있었습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라면, <노인과 바다>는 상어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경유가 유일하게 가방에 넣고 가지고 다니는 것은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삼중당 문고의 <노인과 바다>입니다. <노인과 바다>가 무언가 '경유'와 '유정' 사이에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저는 사실 이게 잘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걸 연결시켜주면 이 영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광국제가 뒤늦게 소설을 좋아하면서 번역에 따라서도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거든요. 좋아하는 소설이 있으면 출판사별로 보면서 어떤 게 내가 읽기에 제일 좋은 번역인지 살피는데 이런 행위 자체가 재밌고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경유라면 좋아하는 소설을 그렇게 출판사별로 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선물하지 않았을까 생각했고, 유정집에 있는 <노인과 바다>들을 다 '경유'가 선물했다고 설정했습니다, 아까도 살짝 말씀드렸듯 저는 이 영화의 큰 맥락이 결국 <노인과 바다>와 닿아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치열하게 실패하고, 거기서 오는 쓸쓸함이 저에게는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경유혹은 유정역시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끊임없이 뭔가를 하는 과정들이 <노인과 바다>와 닿아있다고 생각하여 그 책을 선택했습니다. 삼중당 문고는중학생 때부터 갖고 다니는 작은 문고판 책이 있으면 좋겠어서요. 여전히 연결은 안 되시겠지만.(웃음)

 


관객: <노인과 바다>에서 나오는 노인이 청새치한테 뜯기고 꾸는 꿈이 아프리카 초원 속의 사자 꿈이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 속에는 호랑이잖아요. 호랑이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마치 꿈처럼 존재하는데, <노인과 바다> 속 사자와 꿈에 대해서 염두에 두고 만드셨는지가 궁금합니다. 또 영화를 보면 사는 공간과 생활, 결혼에 대한 문제에 있어 감독님이 개인적으로도 뭔가 난감해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 역시도 궁금합니다.

 

이광국: <노인과 바다>의 사자 꿈 부분을 의식하고 책을 선택한 건 아닙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 책 안에서의 사자는 제가 느끼기에 희망적인 느낌인데 이 영화에서 호랑이는 두려움의 상징이기 때문에 대비가 생길 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결혼 타이밍을 한번 놓쳤고요. 그 때 제가 30대 초반이었는데 제가 도망쳤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이후로는 당연히 결혼을 못했고, 계속 결혼에 대한 공포감이 기본적으로 있어요. 결혼이 여전히 무섭고, ‘결혼 절대 안하고 혼자 살 거야보다는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지, 무서운 호랑이 같은 존재다라는 생각인 것 같고요.

 

 

정성일: 마지막 장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양수역. 그 역까지 가시려면 경의선 전철 타고 양수리 근처까지 가셔야 됩니다. ‘경유는 거기에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글의 제목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입니다. 그때 호랑이 마스크를 쓴 사내가 나타납니다. 이 장면을 볼 때 갑자기 영화 중간의 유정이 떠올랐습니다. ‘유정이 아파트 벤치에 앉아서 자신의 글 호랑이가 우리에서 탈출하던 날을 쓰다가 계속 지울 때, 여러 명의 아이들이 호랑이 마스크를 쓰고 그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얼마든지 마주칠 수 있는 일상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에게 어떤 초현실주의적인 인상을 느끼게 했습니다. 저는 그 둘이 동일하지만 그만큼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정은 지나가는 호랑이 마스크를 쓴 아이들을 보며 어떤 예술적 감흥도 없습니다. 말하자면, 재능이 없는 거죠. 마지막 장면에 양수리에서 '경유'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을 쓰다가 한 사내를 마주쳤을 때, 한 번도 쓰지 않은 와이드 앵글을 써서 갑자기 화면이 늘어나고 그것은 어떤 초현실주의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그것이 둘의 삶만큼이나 다른 엔딩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 엔딩을 조금만 설명해주시면 우리는 이 영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광국: ‘유정이 글을 쓸 때 지나가는 아이들이 가면을 쓴 것은 호랑이가 우리를 탈출한 상태지만 도심의 사람들이 이를 무감각하게 느끼는 모습, 그 사실이 공포가 아니라 하나의 뉴스이자 놀이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유정은 되게 절실하게 자기 주위의 모든 것들에서 쓸 수 있는 ‘꺼를 찾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그 타이밍에 지나갔기 때문에 호랑이에 관련된 뭔가를 써보게 되고, 자기 일상에서 뭔가 빨리 캐치해내고 싶은 욕망을 나타내면서 그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하구요. 엔딩에서 나온 '사내'라고 말씀하신 그 인물은 소년이에요. 10살 정도의 키 작은. 엔딩은 경유가 자신 안에 있는 어떤 두려움을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장면으로 생각하고 썼는데, 어떻게 보면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다 취하고 싶었어요. 첫 번째는 상징적이거나 비현실적으로 환영처럼 보이면 좋겠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실제로 그 공간에 꼬마아이가 호랑이 가면을 쓰고 경유 앞에 우연히 서게 되는 것이었어요. 저는 환영 쪽이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실제 그 공간에서 어린아이를 만났다기 보다는 하나의 해석의 여지로 작용했으면 더 좋겠고, 자기 안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저한테 갖는 바람이기도 하고, ‘경유한테 갖는 바람이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장면입니다.

 

 

관객:경유라는 인물이 감독님 자신이 투영된 분신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보다가 궁금한 건데 유정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삼청각에서 입고 있는 옷과 머플러, 가방, 신발 이 모든 것들이 출판사 블랙리스트 이야기하는 장면과 똑같거든요. 시나리오 쓰실 때 출판사 장면의 유정이 먼저 등장을 하고, 그 다음에 '경유'를 만나는 그런 상황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광국: 정확하게 보셨는데요, ‘유정이 편집자 먼저 만나는 씬이 시나리오 상에서는 앞부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영화를 찍고 시나리오의 순서대로 붙여보니까 흐름이 너무 뻔하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유정이 갖고 있는 곤경은 뒤에 보여주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나리오랑 다르게 그 씬을 뒤로 보냈는데 다행스럽게도 의상이 의도치 않게 같아진 건 저는 오히려 좋았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질문은그냥 뭐 외모 빼고는 제가 많이 투영 됐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관객: 감독님의 전작들을 모두 봤는데요, 환상과 현실 두 가지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혼재 또는 발현으로 그리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광국: 이유라기 보다는요, 예를 들어 잠을 자며 꿈을 꿨을 때 꿈 안에서는 그게 현실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가끔 꿈에서 깼을 때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싶을 정도로 그 안에 머물고 싶은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럴 때 마다 이게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면?’이라는 하는 물음이 항상 있었고, 만약에 내가 잠을 하루에 12시간 꼬박 잔다면 정확히 인생의 절반을 꿈속에서 보내는 건데, 이 둘 중에 어떤 것이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혼자 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어떤 미학적인 접근을 위해서 하는 생각이라기 보단 그냥 제가 평소 생활에서 하는 질문이고, 그 지점들이 이야기를 쓸 때 들어있었던 것 같고요.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전작들에 비해 그런 지점들이 줄어들기는 한 것 같아요.

 

 



정성일: 그러면 제가 마지막 질문을 하면서 이 자리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이 공식상영으로는 마지막 GV 자리인데, 이 세 번째 영화가 지금 생각해보면 이광국 감독에게 어떤 의미였던 것 같습니까?

 

이광국: 저한테는 가장 오래 꾸던 꿈같은 건데, 고현정 선배님하고 작업하고 싶은 제 소망이 현실이 됐다는 점에서 남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대 갔다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격할 때 영점이라는 걸 잡잖아요, 자기 눈에 맞는. 제가 많은 영화를 찍은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 제 스타일, 앞으로 평생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제가 붙잡고 가야 되는 영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격할 때도 딱 세발 쏘고 영점이 잡히면 좋다고 하거든요. 장편 영화를 세편 만들었으니까 다음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 가야 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제 영화를 보고 구조적인 재미가 있다고들 하시는데, 사실 그것보다는 제 스스로 작업을 계속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는 근거를 찾고 있어요. 그래야지만 제작비가 있건 없건 제가 영화를 적극적으로 찍을 동력이 생길 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영화에 다양한 문제들이 있겠지만 그냥 움직여서 만들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이제 다음으로 빨리 또 넘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정성일: 이광국 감독님의 네 번째 영화를 원하면서, 여러분들을 이광국 감독의 다음 영화 GV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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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로맨스 조>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2a9wxOc





<로맨스 조> 리뷰: 소문이 그렇듯이. 영화가 그렇듯이.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 지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영화라는 틀 안에서는 이런 생각들이 무의미해진다. 허상이 현실일 수도 있고 현실이 허상일 수도 있음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맨스 조>는 이를 이용하여 아예 대놓고 우리들에게 술래잡기를 시도한다.





300만 관객을 동원하여 스타감독으로 주목 받은 이감독은 프로듀서에게 끌려와 시골의 한 여관에서 시나리오 집필을 시작하게 된다. 혼자 심심했던 이감독은 다방 레지를 부른다. 레지는 이감독에게 ‘로맨스 조’의 러브스토리를 말해준다. 인기 여배우가 자살하던 날, 세상은 그녀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쏟아내고 그녀와 마지막 영화를 같이 작업했던 조감독인 ‘로맨스 조’는 영화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데 그 순간 레지와 마주치게 되고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첫사랑 초희를 떠올린다.





영화는 액자의 말 그림을 줌 아웃 하면서 ‘이 영화는 액자식 구성을 보여줄 예정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면서 레지가 들려주는 로맨스 조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나열되어 있기도 하고 보기에 따라 과거와 현재가 교차 편집된 스토리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이 모든 이야기들은 서로 한 지점을 두고 엮여있음을 느끼게 될 터. 우리가 잘 따라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낯선 모험은 아니다.





<로맨스 조>는 마지막에 토끼를 따라 어디론가 향하며 마무리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연상된다. 우리는 그 동안 누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걸까, 하며 술래잡기는 끝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허구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이 영화를 어떻게든 해석해내고 싶을 것이다. 가장 먼저 드는 궁금증은 ‘이 영화의 주인공, 혹은 이야기의 발화자가 누구인가’일 것이다. 제목처럼 로맨스 조가 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발화자일 수도 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이 영화의 발화자를 이감독으로, 혹은 마담 레지로 둘 수 있다. 영화가 그렇듯이, 소문이 그렇듯이, 각자의 시점에 따라 주인공이 달라지고 이야기의 짜임새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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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시선 사이>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6월 18일(토) 오후 5 상영 후

참석: 이광국 감독 | 배우 박주희 

진행: 김민아 국가인권위원회 팀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올 여름도 어김없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영화 프로젝트의 작품이 우리를 찾아왔다. 올해는 최익환 감독과 신연식 감독, 이광국 감독의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과대망상자(들)>, <소주와 아이스크림>이 <시선 사이>라는 제목으로 한데 모였다.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던 토요일 저녁, 세 단편 중 가장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소주와 아이스크림>의 이광국 감독과 박주희 배우가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



김민아 국가인권위원회 팀장(이하 김): 제가 같이 작업을 해보니, 감독님이 정말 섬세하시더라고요.(웃음) 시나리오를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영화 제안 받고서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광국 감독(이하 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13년동안 진행했고, 좋은 감독님들이 많이 참여하셨던 프로젝트여서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고독사에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어디서부터 잘못됐길래 사람들이 점점 더 고립되는 걸까, 이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곤경에 처해있는 한 아주머니가 먼저 떠올랐는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아서 한 주인공의 이상한 하루를 통해서 다양한 것들을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보험설계사도 감정노동자니 그분들의 어려움도 간접적으로 다뤄볼 수 있겠다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김: 박주희 배우님은 <어떤 시선>(2013)으로 민용근 감독님과 같이 작업했었어요. 인권영화 제안이 또 들어왔을 때 어떠셨나요?


박주희 배우(이하 박): 또 ‘인권’이라 달랐던 점은 없었어요.(웃음) 감독님한테 먼저 시나리오 좀 봐줬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고독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시나리오 보고 얘기 해달라고 하셨죠. 저는 사실 고독사를 다룰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마냥 진지하고 어두울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신선해서 놀랐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아서 빨리 만나서 감독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관객: 소주와 아이스크림, 이 두 개가 서로 느낌이 너무 다른데, 소재로 가져오신 이유가 궁금하고 소주병에 바람을 불어넣는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여름에 아버지와 같이 산책하면서 "아버지,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돈 있어?" 이런 대화를 여러 번 했었어요. 사소한 건데, 저한테 뭔가 남았는지 그때부터 아이스크림을 소재로 할 수 있겠단 생각을 이미 가지고 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인권영화 제안 받았을 때 막연하게 ‘아이스크림’이 제목에 들어가겠구나 싶기도 했고요. 아이스크림을 제목으로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보니 단어 자체가 주는 달달함 때문에 이야기랑 동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반대의 것을 같이 붙여야겠다 생각했고 그렇게 소주가 생각났습니다. 또 실제로 제가 아는 분이 알코올중독 상태까지 가셨는데, 그분이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안주로 술을 마시기도 했었어요. 그 잔상도 영향이 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이라는, 긴 소주병을 보면서 아버지의 한숨 같은 것을 느꼈다는 뉘앙스의 시가 있어요. 종이컵에 실 묶어서 전화하는 것처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그런 끈이랄까요? 소주가 줄어들수록 마시는 사람의 깊은 한숨, 숨소리 같은 것들이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관객: 옴니버스 영화인데, 감독님 세 분이 같이 모여서 방향을 잡거나 조율하신 부분이 있었나요?


김: 감독마다 성향이 달라요. 주제를 한정해주면 그 주제 안에서 고민해보겠다는 분도 있고, 본인 생각대로 해보겠다는 분도 있어요. 이번에는 감독님들께서 각자 원하시는 주제를 잡으셨어요. 저희가 사실 약간 나 몰라라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웃음) 제작하는 입장에서 그것이 어떤 이야기가 됐건 감독님들께서 진심을 다해서 최선으로 만들어주시면 그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생각해서 크게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 말씀 드리지 않고 감독님들의 자율에 맡기는 편입니다. 


관객: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위에요. 근데 그 중에서도 청소년이나 청년보다 노인 자살률이 약 2배 정도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독사 문제가 심각한데요. 청년이자 이 영화에 참여했던 배우로서 박주희 배우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셨는지, 그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 처음에 고독사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압감 때문에 막연하게 어렵고 힘들겠다 생각했어요. 고독사에 대한 뉴스나 기사를 많이 봤지만, 참고할 만한 게 많지 않더라고요. 근데 사실 이 영화 내용에는 가족해체에 대한 문제도 있고 결국에는 개인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래서 거기에 중심을 둬야겠다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저도 표현하기 쉬워지더라고요.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감독님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 덧붙여 대답하자면 고독사를 떠올렸을 때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층이 노인일 것 같잖아요. 저도 이야기 만들면서 깜짝 놀랐는데, 생각보다 중년 남성분들의 고독사가 많더라고요.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가족이 해체되는 상황이 그 출발일 텐데 그렇다면 가족이 왜 해체될 수 밖에 없을까도 생각해봤어요. 결국은 모든 가치의 기준이 돈에 맞춰져서 돈을 왜, 얼만큼 벌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남들이 저만큼 버니까 나도 이만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식으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맞춰지고, 사람들은 그 소용돌이 속에서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러다 보니까 당장 매일 보는, 나랑 제일 가까운 사람이 지금 어떤 곤경에 처해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을 가지지 못할 정도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관심이 있다 해도 가족끼리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낯설기도 하죠.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 같아요. 기술 발전으로 우주도 갈 수 있고 당장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전화도 할 수 있지만, 정작 사람 마음을 아는 일은 더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고요. 여러 면에서 살기는 편해졌지만, 필요 이상의 편안함 때문에 자신에게 더 중요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잃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관객: 타인은 고독사하는 사람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만, 가족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기 힘든 문제일 수 있다 생각해요. 그들이 어떤 잘못을 했다면 단순히 피해자라기보다는 피의자로 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피의자로서의 고독사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언론 시사회 때 어떤 기자 분이 저한테 여기 나오는 인물들 중에 집주인 캐릭터가 제일 불쌍하다고, 나머지 인물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답답해졌었는데요, 우리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언젠가는 아플 수 있고 사고로 인해 장애가 생길 수도 있는 거고 정말 알 수 없는 문제인데, 마냥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게 첫 번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람이기 때문에 살면서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는 건데, 지금 내가 당장 그렇지 않다고 해서 영원히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내 잘못으로 힘들어지고 고독하게 죽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옆에서 그래도 한 번 봐준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저도 영화를 만들 때 고독사로 죽는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연민은 피하려고 노력했고 꼭 피해자/피의자 둘로 나눌 문제가 아니라 결국 둘 다 힘든 문제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냥 불쌍하니까 도와줘야 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되게 폭력적일 수 있거든요. 그 둘 사이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관객: 영화가 다소 거칠게 끝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의도에서 그러신 건지 궁금합니다.


이: 마지막에 세아(박주희 분)가 언니한테 안아줄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과연 언니가 안아줬을까? 저는 아니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어차피 안아주지 않을 건데 그 이상을 보여주는 건 의미 없고 가족한테도 외면 받고 궁지에 몰려있는 세아의 아픔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실 거기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결국 한 인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여지를 두고 싶었던 것 같아요.


김: 박주희 배우는 마지막 장면 찍을 때 어떠셨어요?


박: 사실 마지막에 세아가 쏟아내는 저 부분 대사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았어요. 마음에 드는 대사를 찾기가 힘들어서 현장에서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미뤘거든요. 이 장면 촬영을 앞두고 언니(윤영민 분)랑 감독님이랑 셋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대사들이 금방 나왔어요. 촬영도 한두 테이크 만에 끝났고요.


관객: 소주병을 통해 어떤 소리가 들리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이: 주인공과 아주머니와의 관계가 좀 모호하잖아요. 환영을 만나는, 현실과 비현실이 섞여있는 상태인데, 이 둘을 어떻게 이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어요. 그래서 비현실의 아주머니와 현실의 주인공을 연결해주는 연결고리로 생각하고 찍었던 것 같아요.


관객: 먼저 이 세 영화 중에서 감독님 영화가 제일 인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지 않다고 느꼈는데, 어떤 의도로 그러신 건지 궁금해요. 아주머니의 딸 목소리는 박주희 배우가, 세아의 엄마 목소리는 서영화 배우가 녹음하신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인권영화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이 주는 중압감이나 선입견이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는 이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영화는 모름지기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서 그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냥 제가 하고자 하는 걸 하면 어떻게든 인권과 연결이 되지 않을까 했어요. 자칫 잘못해서 어떤 교훈을 주거나 뻔한 결과로 안내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서 하던 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화통화는 아주머니의 상황이 세아의 어머니가 놓여있는 상황과 별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주머니와 딸의 대화가 세아와 엄마와의 상태나 관계를 다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 어떻게든 인권과 연결될 것이라 생각했다는 이광국 감독의 대답이 가슴에 콕 박혔다. 듣고 보니 참 당연한 말인데, 그간 나의 이런저런 행동들을 인권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쩌면, 그간 ‘인권’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던 이미지들-어려움, 무거움 등-은 전부 우리의 편견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인권위가 ‘시선 시리즈’를 통해 13년동안 우리에게 해온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하나씩 지울 때마다, 인권은 우리 삶에 한층 더 깊숙이, 한층 더 만연히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본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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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    목: 시선 사이 (If You Were Me)

기획/제작: 국가인권위원회

협력 제작: SSFilm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 영화사 자미, (주)루스이소니도스, 영화사 벽돌

국내배급/투자/마케팅: ㈜영화사 진진

해외배급: M-Line Distribution

감    독: 최익환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신연식 <과대망상자(들)>, 이광국 <소주와 아이스크림>

주    연: 정예녹, 박지수, 박진수, 김동완, 오광록, 박주희, 서영화, 윤영민 

러닝타임: 95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 봉 일: 2016년 6월 9일

페이스북: www.facebook.com/jinjinpictures

인스타그램: @jinjin_pictures





 SYNOPSIS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고작 떡볶이가 먹고 싶을 뿐인데!”

떡볶이를 좋아하는 지수. 학교 앞 분식집을 드나드는 낙으로 학교에 다니지만 성적향상을 위한 학교의 조치로 교문이 폐쇄되고, 지수의 욕망은 더욱 간절해지는데...


<과대망상자(들)>

“모르는 척 하고 싶겠지만, 당신도 감시 당하고 있어요”

우민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늘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망상에 빠져있다. 어느 날 김박사라는 사람이 찾아와 거대 조직의 음모에 대해 알려주는데…


<소주와 아이스크림>

 “나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될까?”

보험설계사 세아는 홀로 사는 언니를 만나기 위해 낯선 동네를 찾는다. 그 곳에서 거동이 불편한 아주머니를 만나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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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    목: 시선 사이 (If You Were Me)

기획/제작: 국가인권위원회

협력 제작: SSFilm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 영화사 자미, (주)루스이소니도스, 영화사 벽돌

국내배급/투자/마케팅: ㈜영화사 진진

해외배급: M-Line Distribution

감    독: 최익환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신연식 <과대망상자(들)>, 이광국 <소주와 아이스크림>

주    연: 정예녹, 박지수, 박진수, 김동완, 오광록, 박주희, 서영화, 윤영민 

러닝타임: 95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 봉 일: 2016년 6월 9일

페이스북: www.facebook.com/jinjinpictures

인스타그램: @jinjin_pictures





 SYNOPSIS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고작 떡볶이가 먹고 싶을 뿐인데!”

떡볶이를 좋아하는 지수. 학교 앞 분식집을 드나드는 낙으로 학교에 다니지만 성적향상을 위한 학교의 조치로 교문이 폐쇄되고, 지수의 욕망은 더욱 간절해지는데...


<과대망상자(들)>

“모르는 척 하고 싶겠지만, 당신도 감시 당하고 있어요”

우민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늘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망상에 빠져있다. 어느 날 김박사라는 사람이 찾아와 거대 조직의 음모에 대해 알려주는데…


<소주와 아이스크림>

 “나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될까?”

보험설계사 세아는 홀로 사는 언니를 만나기 위해 낯선 동네를 찾는다. 그 곳에서 거동이 불편한 아주머니를 만나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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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한 장의 가족사진  <철원기행>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5월 4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대환 감독, 김보람 촬영감독

진행: 이광국 감독(<꿈보다 해몽>, <로맨스 조>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 속으로 가족은 차례차례 발자국을 남긴다. 그 발자국이 한 번 더 내린 눈으로 뒤덮이고,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던 가족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그런데 관객은 눈 덮인 철원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풍경 속에 계속 머무르려 한다. <철원기행>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만든 김대환 감독과 김보람 촬영감독을 만났다.



이광국 감독(이하 진행): 처음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만들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을 거 같다. 어떤 점이 제일 크게 다가왔나?


김대환 감독: 어린 나이에 처음 기획했을 땐 영화를 완성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없었다. 단지 학교를 준비하면서 기획한 아이템이었다. 기획이 잘 진행된 뒤 제작할 때는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 뒤 개봉이 더뎌지면서 초조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큰 아쉬움은 없다.


진행: <철원기행>을 스물아홉에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밀도 있는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만들었다는 게 놀랍다. 이야기의 시작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김대환 감독: 장편영화를 찍게 될 줄은 몰랐다. 운 좋으면 대학원에서 장편을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학부 때 단편영화 두 편을 찍었는데 완전히 망했었다. 어디서도 틀지 않고, 모든 곳에서 거절당한 영화였다. 그렇게 실패하니까 오히려 더 쉬워졌다. 영화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깔끔하게 머리를 비우고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철원기행>의 설정이 내 상황과 비슷한데, 실제로 부모님 두 분 다 교직에 계신다. 대학원을 준비할 당시, 아버지는 철원에, 어머니는 춘천에, 나는 서울에, 동생은 천안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동생이 철원으로 군대를 가면 가족이 면회 갔을 때 아버지 관사에서 잠을 자겠구나. 그렇게 상상하면서 처음 영화를 기획했다. 이후 인물의 나이를 올리고 고부간의 갈등을 추가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진행: 어느 부분까지 감독님이 경험한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결혼이나 고부간의 갈등을 체험해보지 않고 상상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겠다.


김대환 감독: 고부간의 이야기를 피부로 느끼지 않고서는 쓸 수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할머니와 같이 살았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관계를 보면서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게 있었다. 그리고 단국대 대학원 커리큘럼이 작가, 연출, PD 각각 트랙에서 3인 1팀으로 구성해 영화를 진행하는 거였다. 그 중 <철원기행>의 작가인 박진수 씨가 기혼여성이다. 고부간의 이야기를 포함한 관계에 대한 디테일한 아이디어를 작가님에게 의지해서 진행하게 되었다.


진행: 시나리오 작업을 작가님과 함께 한 건가?


김대환 감독: 그렇다. 혼자 초고를 썼는데, 솔직히 학교에서 너무 사적인 이야기라 힘들다고 그러더라. 그 뒤 작가가 긴급 투입되면서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 원래는 면회를 간 가족이었는데, 아버지를 중심으로 캐릭터를 재구축하면서 아버지의 퇴임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겨울에 철원으로 가족이 모이는 것 정도다. 많이 바뀌었다.



진행: 촬영감독님이 함께 자리했다. 일반적으로 어떤 샷으로 영화를 이어갈지 촬영감독과 함께 조율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콘티 작업을 하는 시간이 제일 어렵다.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은 어떻게 <철원기행>의 콘티 작업을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김보람 촬영감독: 감독이 레퍼런스로 얘기했던 게 <비정성시>(1989)라는 영화였다. 이 얘길 듣고 이 작품은 하지 말아야지 했다. 그런데 감독이 기억에 남는 말을 했다. 이 작품이 보고난 후 한 장의 가족사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했다. 이를 토대로 여러 생각을 했다. 콘티를 짜는 이유는 영화의 호흡과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다. 컷을 어떻게 짤 것인지 보다는 먼저 인물을 어떻게 배치하고 움직이면서 어떤 대사를 어느 타이밍에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또 각각의 공간에서 인물이 어떻게 보일지 생각한다. 감독이 레퍼런스로 얘기했던 걸 보면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영화를 원한다고 생각했다.


진행: 서로 간의 의견 차이가 크지 않았나 보다. 


김대환 감독: 촬영 쪽에서 워낙 선배다 보니 무조건 믿고 갔다. 아이디어를 많이 나눴지만, 의견 충돌은 전혀 없었다. 혹시 있었나?


김보람 촬영감독: 있었다. 공간 문제 때문에 그랬다. 촬영하기에 집이 너무 좁아서 촬영자 입장에서 몇 번 어필했지만, 단호하게 여기가 좋다고 해서 마음 접고 촬영할 방법을 찾았다. 제일 중요한 건 감독이 하고 싶은 공간과 이야기다. 이에 최대한 맞춰가는 게 즐거움이 아니었나 싶다. 


진행: 영화 중반부에 아버지와 큰아들이 눈을 치운 뒤, 큰아들이 빨리 가자고 하자 아버지가 숨 좀 돌리고 가자고 말한다. 이 한마디로 아버지 본인이 처한 모든 상황을 표현하는 것 같다. 이야기가 끝난 뒤 이들 가족이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다. 감독은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나?


김대환 감독: 가족 각자의 삶을 유추해볼 수 있다. 아버지는 가족과 떨어져 철원에서의 자기 삶에 만족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억세고 드세 보이는데, 역할, 지위, 체면의 문제와 가족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자식들도 각자 본인의 욕망이 있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한 아버지의 이혼 선언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혼 선언을 통해 가족을 조금은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본다. 영화가 끝난 뒤 부모님은 실제 도장을 찍지 않았을 것 같다. 가족 각자가 예전과 다름없는 삶을 살 것이다. 다만, 그 전보다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을까? 다들 뭐 하고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관객: 한두 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다섯 명의 배우가 비슷한 분량으로 나온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또한 이 중 어떤 인물에게 가장 마음이 가는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연기연출은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다. 


김대환 감독: 초고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잡았다. 단편에서 그렸던 관계도 비슷했는데, 나의 아버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고 당연히 실패했다. 이번 영화를 기획하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로 진행하는 게 정말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시나리오를 수정해가면서 원톱 주인공보다는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철원기행>의 미덕이면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제일 고민이 많았던 캐릭터는 아버지였다. 아버지로 인해 가족이 모였고 아버지를 통해 가족이 서로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중 제일 많이 알게 된 게 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가족의 모습을 알아가는 중심에 아버지가 있다. 그래서 좀 더 애착이 간다. 연기연출은 잘 모른다. 다만, 다섯 명의 배우가 진짜 가족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 전에 엠티를 가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배우 각자가 캐릭터와 닮아 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배우 간의 관계 설정이 자연스레 되다 보니 내가 했던 건 테이크를 많이 갔던 것뿐이었다. 


김보람 촬영감독: 대부분 10 테이크는 기본이고, 많이 갈 때는 30 테이크 씩 갔다. 다섯 명 배우의 합을 맞춰야 하는데, 김대환 감독은 단 한 명도 본인이 생각한 연기가 아니면 무조건 ‘NG’를 외쳤다. 독하게 했다. 완전한 합이 나올 때까지 계속한 뒤, 최종 편집으로 NG 컷을 썼다.


진행: 동료 감독으로서 변호를 하면, 나 또한 20 테이크를 갔는데 첫 테이크를 쓴 적이 있다.


관객: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머니가 밥 먹으면서 “진작 얘기했어야지!”라고 화내는 장면이다. 소통이 안 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족의 해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은지 묻고 싶다.


김대환 감독: 말한 것처럼 진작 얘기해주지 않았기에 더 억울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한 번이라도 언질을 줬더라면 이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화가 중요하다. 가족 간 소통의 문제가 있을 때 이걸 푸는 방법이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나의 경우는 살을 부대끼면서 같이 지내는 게 도움이 됐다. 아버지가 철원에 계실 때 일주일마다 찾아가 술도 마시고 잠도 잤다. 그러다 보니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알게 됐다. 그렇게 살을 부딪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거고, 무엇부터 풀어야 하지.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까. 무엇 하나 섣불리 할 수 없는 그런 순간이 있다. <철원기행>은 그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다. 수많은 말보다 오랜만에 살 부딪치는 시간을 갖는다. 가족에겐 짧은 여행이 어떻게 남을까. 나를 포함한 관객은 영화의 풍경을 어떻게 기억할까. 무엇보다 눈 덮인 풍경을 뒤로하고 찍은 한 장의 가족사진으로 남았으면 한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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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과 함께, '스틸 플라워'스럽게  <스틸 플라워>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4월 15일(금) 오후 8시 상영 후

참석: 박석영 감독, 정하담 배우

진행: 이광국 감독 (<꿈보다 해몽>, <로맨스 조>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많은 기대 속에 개봉한 <스틸 플라워>의 GV가 지난 금요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박석영 감독과 정하담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배우들과 스탭들, 그리고 이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 관계자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특별하게, 정말 특별하게 진행되었다. 이리저리 끌려 다니느라 고생스러웠을 캐리어도 함께.



이광국 감독(이하 이): 먼저, 영화 잘 봤습니다. 영화감독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아직 흙 속에 묻혀있는 좋은 배우들을 어떻게든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독의 의무이기도 한 것 같고요. 처음 <들꽃>(2014)이란 영화부터 두 분이 어떻게 만나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정하담 배우(이하 정): 연기하고 싶어서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했었어요. 근데 다 떨어져서, 나름 분석을 해보니 오디션을 많이 안 본 게 큰 이유 같은 거예요. 프로필도 만들고, 스튜디오에서 사진도 찍고, ‘필름메이커스’ 사이트에서 단편부터 오디션을 보려고 찾아봤었어요. 그때 박석영 감독님 오디션이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고 보러 갔던 기억이 나요. 감독님 오디션만 5번 정도를 더 봤어요. 감독님이랑 한 달 동안 오디션으로 만났던 것 같아요.


이: 한 달 내내 길게 오디션을 보는 경우가 흔치 않아요. 제가 다른 GV에서 보니 오디션이 색다른 과정으로 진행되었던 것 같던데요.


박석영 감독(이하 박): 처음 오디션에서 독백을 해주길 원했는데, 정하담 배우는 거의 한 마디도 못했어요. 근데 그냥 보내면 좀 나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정하담 배우에게 스태프 중에 한 분을 때려보라고 시켰어요. 근데 못 때리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살짝 치더니 막 울더라고요. 보통 배우들에게 그런 주문을 하면 최선을 다하는데, 살짝 치고 울고 있는 이 친구가 굉장히 이상했었어요. 그래도 그냥 보냈죠. 그 후에 조금 이름 있는 배우가 오디션 오기로 했었는데 펑크가 났었어요. 그 때, ‘(정하담 배우를) 한 번 불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너는 지금 혼자 있어. 엄청 외로워. 그래서 나는 너의 눈물이 보고 싶어” 이랬는데 안 우는 거예요. 그래서 도와준답시고, 제가 캐릭터인 것처럼 “너 이름이 뭐야?” 물어봤는데, 쳐다보기만 하고 또 답을 안 하는 거예요. ‘정말 이상한 애구나’하고, 집 가는 길에 “하담 씨, 왜 이름을 얘기 안 한 거예요?”했더니, 뭔가 부드러운 것처럼 질문하지만 냉정하게 느껴져서, 말을 하면 위험해질 것 같았다는 거예요. 그게 납득이 안 됐어요. 그래서 새로운 방식으로, 바깥에서,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들꽃>에 나오는 아현동의 철거촌을 계속 돌아다녔어요. 제가 큰 언니역할을 맡아서 언니라고 부르라 하고 둘이서 같이 다닌 거예요. 택시를 타고 남산타워를 가는데 얘가 갑자기 저한테 “언니” 그러는 거예요. 택시기사님이 얼마나 당황하셨던지.(웃음) 그런 과정을 다 겪었어요. 10시간이 넘게 캐릭터를 유지해나가는 게 무리하게 느껴지지 않았죠.


이: 저는 <들꽃>과 <스틸 플라워> 두 작품이 연작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더라고요. 하담 씨 캐릭터도 다르게 느껴지고. 그렇지만 공통점은 거리에 서있는, 벼랑 끝에 서있는 소녀들인데, 이 소녀들에게 관심이 가게 된 계기가 따로 있는지 아님 옛날부터 관심이 있었는지, 이야기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박: 저는 소녀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잘 이해 못해요. 그들은 제 관심사 밖에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근데 금요일 밤, 홍대 놀이터에서 어떤 소녀가 빈 병을 던지고 있는 걸 봤어요. 그 소녀에게 ‘한 병 더’라고 반응하는 주변 사람들이 끔찍하게 느껴졌고, 그때 저 아이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 아이가 소녀였고, 제가 가출청소년센터에 가서 만난 친구들의 대부분도 여자아이들이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네요.


이: 이번 작품 같은 경우, 시처럼 쓰인 시나리오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어요.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첫 번째는 박석영 감독님이 아직 시나리오 쓰는 법을 몰라서 그렇게 쓰셨거나, 아니면 시처럼 썼을 경우에 어떤 발견들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쓰셨거나.


박: 시나리오가 시 같았다는 것은 정하담 배우의 표현인데, 실제로는 신 넘버도 있고, 나름 형식을 갖추려고 노력을 했어요.(웃음) 모호함, 덩어리를 꽉 채우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간결함만 유지하려고 하기는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시나리오를 보면 드라이하게 느껴질 거예요.


이: 구체적인 동작이나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나요?


박: 감정이 담겨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정: 근데 시나리오를 보면 다 느껴질 수 있게 쓰여져 있었어요. 마음 아프게. 보고 울었거든요. 시나리오 보고 다들 좋다고도 했고.


이: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에 하나가 탭슈즈를 가져가는 장면이에요. 이 소녀가 바라는 무언가가 공교롭게 신발이고, 그 신발이 밑에 고무바닥이 아닌 철이 달려있는 탭슈즈라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 소녀의 입장에서는 굳이 탭슈즈나 탭댄스가 아니더라도, 욕망을 가질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으로 여러 가지가 있었을 텐데 그 중에 탭댄스를 골랐을 때 상승작용이 크게 작용한다고 느껴지거든요. 탭댄스를 정하신 이유가 있으시다면 말씀 좀 해주세요.


박: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사랑은 비를 타고>(1952) 안무감독님이 오셨었는데, 그 분이 강의를 마치고 나가시면서 “나는 아직도 춤을 출 수 있어” 하시면서 춤을 추고 나가셨어요. 그게 탭댄스였죠. 그때부터 탭댄스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이 영화는 구체적인 이야기보단 ‘누가 어딘가에서 쫓겨나서 일어나서 카메라 앞으로 지나가는데, 그 다음에 들리는 소리가 탭슈즈 소리’라는 이미지로 시작했어요. 탭댄스는 어쩌면 씨앗이 되는 그 아이디어 안에 이미 박혀있던 것 같아요. 특별히 어떤 효과나 상승작용 같은 고민에서 출발한 건 아니었어요.



이: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당연히 영화는 좋게 봤지만, 엔딩 장면 때문에 ‘이 감독의 진심이 뭘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웠어요. 영화감독으로서 저 상황에 내 배우, 내 스텝 혹은 내가 거기 서있는 게 옳은 선택일까 싶었거든요. 영화적으로 거대한 장면은 얻을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대단히 위험한 시도라고 생각이 들어요.


박: 그 엔딩 장면은 실제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면이 아니었어요. 시나리오의 처음이 없어져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다시 고민해야 됐었어요. 그걸 찾아낸 공간이 처음에 캐리어를 끌고 왔다 갔다 했던 그 곳이었던 거예요. 이 친구가 누군지 아직 잘 모르겠는데, 거기서 울퉁불퉁, 왔다 갔다 하는 캐릭터를 한 번 목격하고 나서야 비로소 ‘저 친구가 저런 애였던 거 같아’하고 납득이 됐어요. 그 친구를 처음 납득한 공간에서 시작해야 된다 생각했고, 그렇다면 그곳에서 마무리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거기는 실제로 파도가 치는 곳이 아니어서, 저는 오히려 파도가 조금 쳐줬으면, 최소한 포말 같은 거라도 올라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6번째 날에 파도가 조금 있었어요. 가서 처음 확인 했을 때는 높지 않았어요. 파도는 한 번 치고 끝이 아니잖아요. 근데 저는 그것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오히려 ‘빨리 찍어야겠다. 이러다 금방 사라지겠다’ 이런 생각을 했던 거죠. 근데 촬영 중에 파도가 크게 쳤고 실제로 배우가 넘어졌는데 저는 빨리 판단하지 못한 거예요. 영화적으로 아름다운 순간일 거라 디자인한 상황이 아니라 닥쳐진 상황이었고 넘어졌단 말이죠. 근데 제가 다시 일어나달라고 요청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 일이 제가 앞으로 영화감독으로서 살아가면서 영원히 제 자신을 저주하게 될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넘어지는 장면만 편집해버릴 생각도 있었어요. 근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은 저 스스로 기억해야 될 부분이기도 하고, 배우의 헌신이 담겨있기도 해서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하담 배우는 그 공간에 섰을 때 어떠셨나요? 아무리 배우라고 해도 그런 환경에서 집중을 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정: 넘어졌을 때 저도 놀랐어요. 근데 스태프들이랑 얘기하다 보니 파도가 다시 낮아져서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개인적으론 이 장면을 얘기할 때마다 흠 잡힌 것 같다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했었어요. 근데 다른 GV를 진행하셨던 이해영 감독님이 이 장면이 주는 영화의 ‘선물 같은 순간’이 있다고 얘기를 하셨는데, 그때 흠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얘기를 듣고 기뻤어요.


관객: 사람들은 보통 내가 처해진 상황이나 행복에 대해 만족하면서 살아가거나 또 다른 행복이 주어져도 주저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행복마저 무너질까봐. 근데 하담은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무너뜨리는 사람에 대해서 강력하게 저항을 하고, 탭댄스를 추면서 동선이나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스트레스를 풀고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행복에 상당히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영화 속 하담이 꼭 탭댄스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갈 준비가 되어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 제가 인간에게서 보고 싶은 것은 ‘자립’인 것 같아요. 경제적인 자립을 포함한 정서적인 자립. 이 자립이 영화 속 하담 안에서는 타자의 불친절함, 타자의 몰이해 등으로 나 자신을 타락시키지 않겠다는 형태로 작용한 것 같아요. 영화 속 하담이 탭댄스로 인해 잘 버틸 것인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자립의 과정을 스스로 탭댄스 안에서 찾아간다는 느낌은 드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이고, 좋아하는 일을 찾은 사람은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순간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하담에게는 이 일련의 일들이 처음으로 스스로를 자립하게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관객: 저는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정하담 배우님이 연기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촬영이 끝났을 때 감정,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감정이 궁금합니다.


정: 감독님이 아까 ‘씨앗’이라고 얘기하셨던 장면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울었어요. 너무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져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마음이 아프고, 인간이 숭고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 기쁜 마음이 컸어요. 나도 이렇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첫 장면에 계속 옆모습이랑 뒷모습이 나오잖아요. 저는 감독님이랑 얘기가 잘됐으니까 찍기만 하면 무리 없이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뒷모습이랑 옆모습만 따라가다 보니 감독님과 제가 얘기했던 그 캐릭터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때 제가 외양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면을 생각하면 당연히 외적으로 퍼져서 카메라에 담기겠지 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걸음걸이에 대한 것부터 찾아갔어요. 그런 걸 구축하고 나서는 오히려 시나리오 보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게 됐던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제가 상상한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시나리오를 처음 보며 느꼈던 감정이 제대로 표현이 된 것 같아서 행복했습니다.


관객: 부산에서 촬영된 이유가 궁금해요. 그리고 사운드나 후반작업이 많이 아쉬웠어요. 음악을 최대한 절제하여 구상하신 것 같은데, 사운드나 음악 후반작업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네요.


박: 제가 사운드를 잘 몰라요. 현장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잡아내야 하는지, 그것이 주는 뉘앙스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몰라요. 그래서 부족하다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음악은 원래 쓸 생각이 없었는데, 탭댄스 추는 장면을 어떻게 편집해도 실제 제가 촬영 시 느꼈던 아름다움이 보이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음악감독님께 부탁을 드렸죠. 저는 음악이 장면을 밀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하담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소리처럼, 음악이 저 탭슈즈 소리와 같이 울리는 것처럼 해주세요.” 이런 모호한 주문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부산에서 찍은 이유는, 그 이미지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떠올랐던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산에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관객: 저는 영화를 본 이유가 포스터 때문이었어요. 포스터 속 정하담 배우가 ‘보러 와주세요’ 하는 것 같았거든요. 저 포스터를 어떻게 선택하게 됐는지가 궁금해요.


박: 포스터 촬영만을 위해서 내려갔었어요. 한 인간의 얼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러 얼굴들 중에서 이 얼굴을 선택했던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왜냐면 저는 다른 표정을 쓰려고 했었거든요. (정하담 배우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니, 저때?


정: 감독님이 좋다고 한 표정은 제가 좋지 않았어요.(웃음) 그땐 제가 완성된 영화를 이미 본 후라 영화 전반의 이야기나 탭댄스를 추는 그런 장면들을 계속 생각했었어요.



이렇게 끝인가 싶더니, 박석영 감독과 정하담 배우는 매우 쑥스러워하며 무언가 준비해왔다고 했다. ‘시와 음악의 시간’이라 직접 명명해 준비해 온 그 시간 동안 박석영 감독은 너무 고마웠던 하담에게 들려주고 싶었다며 직접 준비해온 글을(시를) 낭송하고, 정하담 배우는 인터넷에서 본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라는 한줄평이 와 닿았었다며, 직접 기타연주까지 하며 검정치마의 ‘Antifreeze’를 노래했다. 영화의 분위기와 인디토크의 분위기가 같이 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날 <스틸 플라워>의 인디토크는 정말 ‘스틸 플라워’스러웠다. 그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공유하고자, 박석영 감독이 준비했던 글을 덧붙여 본다.


<스틸 플라워>에게

나는 매몰찬 애비다.

사랑하면서 키운 아이였지만 내가 이름을 모르는 배에 띄워서 바다에 흘려 보내고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너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왠지 이상하게 네 얼굴이, 네 모습이 흐려지는 것 같다.

하지만 너는 스스로 살아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네가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들 마다 정박하기를 바란다.

언젠가 내가 노인이 되어 어떠한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여전히 어린 네가 춤을 추었으면 좋겠다.

네 덕분에 영화 하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고마웠다, 진심으로.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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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2016년 2월의 상영작 <꿈보다 해몽>


인디돌잔치는 1년 전 개봉된 독립영화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개봉과 함께 관객들의 관심을 듬뿍 받으며 상영된 영화의 1주년을 다시 한번 관객들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자리. 이제는 온라인 다운로드, IPTV 등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들이 너무 많아졌지만, 스크린을 통해 그 때의 감동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일시: 2016년 2월 23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인디토크 (참석: 이광국 감독)

●  장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  입장료: 7,000원 (인디스페이스 후원회원/멤버십 무료)




Synopsis


2015년을 깨우는 포츈무비


꿈자리가 사나운 여배우

여전히 인기 없는 공연만 하고 있는 한 무명 여배우가 오늘도 관객이 한 명도 들지 않은 공연장을 박차고 나온다.

외로운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예전처럼 편하게 만날 수가 없다.

게다가 유명 배우로 성공한 옛 극단 동료는 오랜만에 전화해선 “꿈자리가 사나우니 조심해”라고 경고까지 한다.


꿈을 좀 아는 형사

무작정 향한 공원에서 홀로 외로운 마음을 달래던 여배우 앞에 문득 한 형사가 나타난다. 

형사는 근처에서 일어난 자살사건을 정리한 후 심란한 마음에 공원으로 나선 참이다. 

어느덧 소주를 나눠 마시며 답답한 마음을 나누던 둘은 우연히 어젯밤 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꿈 꾸는 남자친구

언젠가부터 여배우의 꿈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자꾸만 등장한다. 

꿈같은 호시절을 함께 했던 둘은 그들에게 닥친 현실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헤어졌다.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우리가 서로를 봐주면 된다며 그녀를 위로하던 남자친구는 잊혀지긴커녕 여전히 그녀의 꿈과 현실 사이에 머물러 있다.

꿈에 지친 그녀인데, 왜 자꾸 같은 꿈을 꾸는 걸까? 


들어볼래요? 처음 만난 사람들의 어젯밤 이야기




Information


제목: 꿈보다 해몽

감독: 이광국

출연: 신동미, 유준상, 김강현, 서영화, 김태우

개봉일: 2015년 2월 12일

러닝타임: 98분

장르: 드라마/코미디

제작: 영화사 벽돌

배급/마케팅: KT&G 상상마당 

영화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CGV무비꼴라쥬상 수상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

           제44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초청

           제21회 브졸아시안영화제 경쟁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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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가 관객 여러분과 함께 마련하는 깜짝 선물!

개봉 1주년이 되는 작품들 중 함께 보고 싶은 영화,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관객 여러분이 투표로 선정해주세요.

아쉽게도 보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다면, 혹은 스크린을 통해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주저말고 투표에 참여하세요!


자, 2016년 2월의 '두근두근 인디돌잔치'의 영광은 어떤 작품에게 돌아갈까요? 


>>투표하러 가기>>



● 후보작: <망원동 인공위성>(감독 김형주) | <꿈보다 해몽>(감독 이광국) | <조류인간>(감독 신연식)

● 투표기간: ~ 2월 10일(수)

● 발표: 2월 11일(목)

● 상영일: 2월 23일(화) 저녁 

(입장료: 7,000원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후원회원 무료)


*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들 중 5분(1인2매)을 선정하여 초대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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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꿈보다 해몽>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NjRjFC








<꿈보다 해몽> : 해몽이 꿈보다 좋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가끔 너무 좋거나 나쁜 꿈을 꾸면 어딘지 모르게 뒤숭숭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때문에 이 꿈이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꿈을 해몽하고 싶은 이유는 나쁜 꿈을 꾸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기대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을 사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제목에서 그렇듯 이 영화는 주인공 연신(신동미 분)과 우연(김강현 분)의 꿈과 그 꿈을 해몽하는 형사(유준상 분)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또한 잠을 자면서 꾸는 ‘꿈’외에 이뤄지길 희망하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풀어내고 있다. 



여배우 연진이 출연하는 연극에는 관객이 단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평일 이른 시간에 연극을 보러 올 사람이 만무했고, 딱히 열의도 없어 보이는 단원들에 화가 난 연진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하필이면 이때 잘나가는 배우 친구가 전화를 걸어 꿈자리가 사납다며 안 그래도 뒤집힌 속을 긁어낸다. 그러다 우연히 꿈을 해몽할 줄 안다는 형사를 만나 어젯밤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데, 놀랍게도 형사는 과거의 연애사까지 족집게처럼 맞춘다. 그녀의 꿈은 이랬다. 자살을 시도하려고 번개탄과 소주, 수면제를 준비하고 차창 문틈을 청테이프로 막아버린 차에 연진이 타고 있다. 이때 트렁크에서 소리가 들려 열어보니 누군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남자가 손발이 묶여 갇혀있는 것이었다. 이런 꿈의 내용은 반복되고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 되면서 영화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간다. 대표적인 것이 꿈속에 등장하는 ‘하얀 차’이다. 이 차는 현실에서도 발견되고 우연의 꿈에서도 등장한다. 즉, 갈대밭에 하얀 차가 덩그러니 서있는 모습이 꿈이란 걸 알겠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어디까지가 꿈인지 다시 어디부터 현실이 시작했는지 애매한 경계에 서있게 만든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 우연은 이상적인 꿈속에 사는 인물이었다. 연진은 그런 그가 답답하게 느껴졌고 결국 현실적인 문제로 이별을 한다. 하지만 이별 후 여태까지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은 연진이었고 우연은 연극을 포기하고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 둘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이상적인 희망으로의 꿈 이야기를 함께 풀어낸다. 이러한 꿈에 대한 이야기는 우연의 집주인 아들의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이는 벽에 낙서를 하면서 등장하는데 그의 그림은 제법 훌륭했고, 우연은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아이가 자신만의 예술을 실현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들을 둔 집주인의 생각은 달랐다. 돈도 안 되는 그림보다야 영어 한 문장이라도 더 아는 현실적인 아이가 되길 바란 것이다. 영화가 어떤 삶을 선택하라고 제시했다기보다 늘 꿈과 현실을 고민해야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라 생각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꿈같이 흘러간다. 과거와 현재가 오가고 꿈과 현실이 오가며 그 구분이 모호해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굳이 해석하려거나 집착할 필요 없이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에서의 꿈이 좋은 꿈인지, 나쁜 꿈인지 딱히 구별이 되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개꿈이 될 수도 혹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의 꿈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꿈을 꾸면 꿈으로 ‘욕망이 실현됐구나’ 하고, 나쁜 꿈을 꾸면 ‘꿈은 반대야’ 하고 털어버릴 수 있는. 어쩌면 ‘꿈’은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잘 지낼 수 있게 하는 ‘해몽’이야말로 진짜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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