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한줄 관람평


이수연 | 깊은 호흡으로 담아낸 최대의 예의, 추도의 예술

박마리솔 | 이보다 더 세월호를 제대로 다룬 영화는 본 적이 없다

임종우 | 우리가 떠나 보낸 슬픔이 모이는 곳

윤영지 | 이런 영화가 보고 싶었다

최대한 | 텍스트 이해와 메타포의 과부하 중간 지점에서







 <눈꺼풀 리뷰 : 바다, 우리가 떠나보낸 슬픔이 모이는 곳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종우 님의 글입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수많은 바다의 영화가 영화관을 두드리고 있다. <눈꺼풀>을 보고 두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하나는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2015)이고 다른 하나는 김임만 감독의 <용왕궁의 기억>(2016)이다. <눈꺼풀>을 말하기 위해 이 두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불온한 당신>에는 비약하는 지점이 있다. 동일본대지진의 피해자이자 성 소수자인 논과 텐은 바닷가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폐허가 된 풍경을 바라본다. 그러다 영화는 풍경 이미지 위로, 갑작스레 세월호 사건을 텍스트로 언급한다. 이 어설픈 넘어감에 감독의 세계관이 압축되어 있다. 동일본대지진과 세월호 사건은 모두 2010년대 동아시아의 국가 재난으로 분류되지만 그 원인, 해결 과정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국가는 다르다. 하지만 영화는 바다의 이미지를 매개로 개별 사건 간의 차이를 넘어서는 초국가적 애도와 연대를 시도한다.

 






한편 <용왕궁의 기억>은 청각의 영화다. 영화를 연출한 재일조선인 2세 김임만은 고백한다. 어린 시절 굿판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가 자기 집에서 나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다고 말이다. 지금은 사라진 용왕궁은 재일조선인 1세 여성이 가족의 안녕을 위해 굿판을 벌였던 장소로, 지리적으로 일본에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한반도와 이어져 있다. 김임만은 자기 어머니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에게 굿판 소리는 수치스러운 소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화를 통해 용왕궁이야말로 자신과 어머니를 이어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영화 후반부에서 비로소 그는 여전히 번역할 수 없는 심방의 주문을 소리 내어 읽는다. 그렇게 그는 주술의 영화를 마무리한다. <용왕궁의 기억>은 재일조선인 2세가 1세에게 보내는 사과와 화해의 노래다.





 


또 다른 바다의 영화인 오멸 감독의 <눈꺼풀>은 어떠한가. <눈꺼풀>이 앞서 소개한 두 영화와 다른 점은 <눈꺼풀>의 배경인 미륵도가 가상의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미륵도는 죽은 자들이 먼 길을 떠나기 전 방문하는 곳이다. 이곳에 사는 노인은 그들에게 손수 만든 떡을 건네며 위로하는 사람이다. 미륵도는 기이한 공간이다. 계단과 같은 요소는 현대적인 반면 미륵도는 원시적인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다. 노인이 재현되는 방식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미륵도와 노인이 드러내는 뒤틀린 시간성은 결과적으로 불멸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미륵도가 망가지고 절구가 깨져도 노인의 수행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모두 이 노인의 마음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눈꺼풀>은 촉각의 영화다. 분노한 노인은 깨진 절구를 우물에 집어 던진다. 한편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이미지는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영화는 깊은 바닷속을 하염없이 헤맨다. 물살에 휘둘리다가도 홀연히 바닥에 가라앉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체 주변에 부유하듯 머물기도 한다. 이미지의 시점 또한 불분명하다. 다시 말해 다양한 시선이 뒤섞여 있다. 관객은 애도의 도구인 절구가 되었다가 어느 순간 죽은 자의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바다 그 자체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눈꺼풀>은 관객에게 죽음의 냉기를 전하며 어떤 힘에도 무너지지 않을 기억의 공간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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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아 위로한다는 것  <눈꺼풀>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11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오멸 감독ㅣ배우 이상희

진행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벚꽃이 피고 지기를 4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극장의 스크린에서도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 개봉한 <눈꺼풀>은 하나의 문학 작품처럼, ‘오멸감독만의 상징과 은유를 통해 담담히 희생자들의 상처를 위로한다. 스크린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을 마친 후, ‘오멸감독, ‘이상희배우, ‘곽명동기자와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곽명동 기자(이하 곽명동) : <눈꺼풀>은 가슴을 울리는 한편의 진혼곡 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굉장히 시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많은데, 관객들이 궁금한 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기존에 감독님은 영화에 대한 해석을 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들었는데요. 최근에 이에 대한 생각이 바뀌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변화에 대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오멸 감독(이하 오멸) : 이에 대해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로 <지슬>이란 영화는 제주 4.3사건의 학살을 다룬 영화고, <눈꺼풀> 역시 또 다른 형태의 학살을 다뤘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들이 개인적인 목적의 영화라기보다 사회적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고, 이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것 또한 제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했어요.

둘째로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 영화를 상영한 후 화장실에서 관객들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는데요. 화장실에 있는 한 일행이 감독 자기도 모르면서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를 계기로 영화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웃음)

 

곽명동 :  이상희 배우님과는 어떻게 함께 작업하게 되셨는지요?

 

오멸 : 제가 제작한 영화 중에 <뽕똘>이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여기에 출연한 김민혁 배우가 이상희 배우를 적극적으로 추천했어요. 이후 이상희 배우에게 연락을 했고,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위로하는 <눈꺼풀>이라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또한 <눈꺼풀>을 찍는 과정이 열악할 것이라고도 이야기했는데, 이에 대해 이상희 배우가 너무 흔쾌하게 수락하더라고요. (웃음)

 

곽명동 : 이상희 배우님은 촬영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셨는지요?

 

이상희 배우(이하 이상희) : 일단 제가 현장에 갔을 때, 함께 일하는 스탭들한테 느끼는 게 정말 많았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심을 느끼고, 이 마음에 누가 되지 않고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감독님은 저한테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시기보다 함께 섬 주변의 환경에 귀를 기울이도록 해주셨어요. 하루는 <눈꺼풀>이 불교 영화는 아니지만, 각자의 마음에 부처를 찾아보자고 저를 포함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2시간 정도의 시간을 주셨어요. 이런 방식으로 하나에 대해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기의 방향성을 잡았던 것 같아요 

 

 


 

곽명동 : 이번 영화 <눈꺼풀>은 감독님이 촬영도 같이 진행 하셨는데요. 촬영을 하시면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셨는지요?

 

오멸 : 저는 <눈꺼풀>에서 공간도 배우라는 관점에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공간, 즉 섬 안에 있는 생명들을 미물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환경을 공유하는 동등한 존재로서 바라보려고 했어요.

 

이상희 : 제가 촬영 현장에 도착 했을 때, 제일 먼저 하셨던 이야기도 비슷했어요. ‘이 섬 안에 있는 어떠한 생명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곽명동 : 관객의 입장에서 이상희 배우님은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상희 세월호 참사를 겪은 동시대의 사람이자 참사를 바라본 사람으로서 말하기가 너무 버거워요.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죄스럽고, 죄송하다는 마음이 드는데요. <눈꺼풀>을 기술 시사에서 처음 봤었을 때, 조금이나마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곽명동 : 영화에서 라디오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라디오에서 세월호 참사 뉴스가 나오는 씬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잖아요? 이 때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오멸 일단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려고 했어요. 실제로 한 뉴스에서 구체적인 수치 대신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특정한 몇 명 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많은 이가 죽은 사건이라고 느끼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세월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이 영화의 여러 상징들을 반감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100년 후의 사람들이 영화를 봤을 때, <눈꺼풀>이라는 영화가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는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장면은 세월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는 장치이기도 해요.

 

 



관객 : 영화를 보기 전에 감독님이 하신 인터뷰를 찾아봤는데요. 세월호 참사 직후에 촬영을 시작하시고 2015년에 완성하셨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개봉하기까지 텀이 좀 긴데, '그 사이에 영화가 늙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더라구요. 어떤 말씀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오멸 : 최근에 기술 시사회를 하면서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요. 영화 제작과 개봉 사이에 세월호 관련해서 다양한 사건들이 밝혀졌어요. 제가 찍을 때는 참사 직후 시신을 수습하는 시기였고, 저의 감정도 격했었어요. 그리고 3년의 시간동안 많은 상황이 변했으니 영화가 늙어간다는 감정이 느껴졌어요.

 


관객 : 영화에 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요. 뱀이 하나의 상징성을 띄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멸 : 보통의 텍스트에서 은 인간에게 죄의식을 주는 동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욕망과 원죄를 이야기 할 때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뱀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눈꺼풀>에서 노인에게는 함께 이불을 덮고 있고, 함께 존재 한다는 점에서 친구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즉 보통의 사람에게는 뱀은 불편한 존재이지만, 노인한테는 이 또한 받아들이고 어우러진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관객 : <지슬><눈꺼풀>처럼 참사를 다룬 작품을 만들 땐 특정한 사건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담아낼 지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작품의 윤리성에 대한 감독님의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오멸 윤리적인 문제는 노력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노력하는 것은 가식적인 작업 속에서의 변화밖에 되지 않고, 평소의 삶이 이를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영화 안에서만 윤리적이지 않고, 평소의 삶 자체에서 윤리성을 찾아가는 것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숙제인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면서 텍스트가 윤리적인지 아닌지를 변증하는 순간 영화를 위선으로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관객 : 영화에서 전화기가 등장하는 씬이 많은데요. 영화에서 노인은 이 전화기를 상당히 이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것을 목적으로 전화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는데요. 이러한 텍스트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오멸 : 일단 노인이 존재하는 공간은 실존의 공간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현실과 죽음의 가운데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노인이 전화를 해서 바다에 무슨 일이 있다고 실존의 공간에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를 않아요. 반면 노인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망자들의 전화인데, 이 슬픔은 노인은 피하고 싶고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고 생각해요.

 






곽명동 : <눈꺼풀>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요. 저희 모두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사회적 시스템을 바꿔 나가서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저희가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 아닌 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자리 마무리하기 전에 간단하게 인사 한 번씩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희  늦은 시간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열악한 상황에서 촬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촬영이 기억 속에 가장 많이 남고 저에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함께 슬퍼했고 이 진심을 전하고자 노력했기에 이 진심이 희생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해요. 또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러한 상처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멸 : 일단 이렇게 극장에 와서 함께 영화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눈꺼풀>과 함께 개봉하는 영화 중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그날, 바다>라는 영화가 있어요. 두 영화가 다루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함께 공유하고, 또다시 이러한 아픔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4월 중순에 이르러 또다시 봄은 만개했다. 시간이 흐르고 아픔의 기억이 희미해지던 찰나, 만개한 봄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현듯 괴리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이렇게 <눈꺼풀>은 관객들에게 이 최소한의 죄책감과 연민을 상기 시켰다. 또다시 시간은 흐르고 아픔의 기억은 희미해지겠지만, 가슴 한편에 이 아픔과 세월호참사의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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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그 저 귓것> 리뷰: 우리는 느리게 걷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이 영화는 <지슬-끝나지 않는 세월2>(2012)과 <눈꺼풀>(2015) 등을 연출한 오멸 감독의 데뷔작이다. 많이 알려졌듯 오멸 감독은 남다른 제주 사랑으로 유명하다. 그의 제주 사랑은 바로 오늘 소개할 데뷔작 <어이그 저 귓것>(2009)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 영화 속 제주 출신 배우들의 구수한 방언과 드넓은 시골풍경은 그 자체만으로 토속적인 향기를 물씬 풍긴다. 제목에 등장하는 낯선 단어 ‘귓것’은 제주말로 ‘바보 같은 자식’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만으로도 벌써 감이 오지 않는가. 영화는 제주도에서 바람 잘 날 없는 네 명의 귓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용필은 서울에서 성공한 가수가 되지 못한 채 제주도 유수암리로 귀향한다. 울적한 날들만 이어지는 가운데 눈치도 없는 뽕똘과 댄서 킴은 용필에게 음악을 가르쳐달라고 매달린다. 두 사람은 예술한다고 집에서 쫓겨날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열정 하나로 밀어붙인다. 그 열정이 실력을 너무 앞서간다는 게 문제긴 하다만. 한편, 마을엔 단 하나뿐인 점빵(구멍가게)이 있다. 이 점빵에 이리저리 제집처럼 드나드는 하르방은 점빵 할망에게 매번 혼나기 일쑤다. 서로를 ‘귓것’이라 놀리기 바쁜 용필, 뽕똘, 댄서 킴, 하르방. 아무 계획도, 아무 능력도 없는 이들이지만, 노래를 부를 수 있고 기타를 칠 수 있기에 오늘도 즐거이 하루를 보낸다.



음악을 대하는 뽕똘과 댄서 킴의 모습은 참 무모하게 보인다. 집안에서 구박이란 구박은 다 받아가면서도 어떻게든 음악을 해보려 애쓰는 게 안쓰럽기만 하다. 그러나 그들의 그 무모한 배짱이 영화 말미에 문득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실용성,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느새 나는 필요한 것, 불필요한 것들을 계산적으로 따져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무언가를 하는 데 지치지 않는 열정과 자기 확신이 있다면 그거야말로 충분한 게 아닐까. 이 영화는 음악영화로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제주도의 노동요와 민요 그리고 포크 음악까지 다채롭게 보고 즐길 수 있다. 제주도 주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은 노래들은 실제 그들 삶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울 때나 시집살이로 마음고생 했을 때 그들은 노래로 한을 풀어냈다. 이 음악들은 쉽게 소비되고 변하는 요즘 음악과는 다르게 어떤 먹먹한 감동을 진하게 안겨다준다. 



바라만 봐도 좋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나에겐 <어이그 저 귓것>이 그렇다. 현실감각이 영 꽝인 귓것 4인방만 봐도 실실 웃음이 난다. 어떤 커다란 사건도, 대단한 클라이맥스도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 완전하다. 때로는 잔잔한 물결이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도 있는 법. 머리 아픈 일들이 넘쳐나는 시점에 이 영화 한 편 어떤가. 당신에게 휴식과 같은 영화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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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 9월 14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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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6,000원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후원회원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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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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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 끝나지 않은 세월들을 제대로 기억하기 위한 투쟁,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2>

 

오멸 감독의 <하늘의 황금마차>가 지난 94일 개봉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이 감독은 2년전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유수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는 수식어 없이도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는 흑백 화면의 미장센과 쉽지 않은 제주 이야기를 함께 담은 대단한 영화이다.

오멸 감독은 제주도 출신으로 제주도라는 공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영화에 담아왔다. <지슬>은 제주 4.3에 관한 영화이다. 미군정이 배후에 있는 이 민간인 학살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망각되고 있었다.

 

발터 벤야민은 말했다. “과거로부터 희망의 불꽃을 점화할 수 있는 재능이 주어진 사람은 오로지, 죽은 사람들까지도 적으로부터 안전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투철하게 인식하고 있는 특정한 역사가뿐인 것이다.”

 

이념과 관계없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지에 대해 힘주어, 노골적으로 말할 법도 한데 영화는 관객들에게 소리를 지르지도, 기억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유 없이 죽이던 사람들과, 영문도 모르고 동굴로 숨다 끝내는 죽음으로 내몰린 그들의 일상과 보편의 감정을 보여줄 뿐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또 다시 국가 주도의 역사 재배치와 재활용으로 희생시킬 순 없다. 다양한 기억의 발굴과 지속적인 재현만이 제주의 아픔을 제대로 기억하고 추모하는 길이다. 이런 점에서 오멸감독이 벤야민이 말한 과거로부터 희망의 불꽃을 점화할 수 있는 재능이 주어진 사람이라는 것은 <지슬-끝나지 않는 세월2>를 통해 모두에게 입증되었다.

 

제주의 아픈 역사는 치유되지도, 제대로 이해되지도 못한 채 제주에 떠돌고 있다. 제주 4.3이 국민국가 서사의 한 슬픔으로 자리매김 한 채 망각되어간다면 우리들의 아름다운 섬 제주는 아무런 아픔도 역사도 없는 관광객의 땅, 투자가들의 땅이 될 것이다.

 

흥겹고 유쾌하기 그지없는 <하늘의 황금마차>를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오멸감독의 묵직하고 아름다운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가 더 놀랍게 다가올 것이다. 쉽게 망각되서는 안 될 우리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위로하기 위한 기적 같은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이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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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황금마차>


9월 6일(토) 개봉 12:10(영자막)

7일(일) 12:10 (영자막)

8일(월) 13:20 (영자막)

9일(화) 12:10 (영자막)

10일(수) 12:10 (영자막)

11일(목) 16:40

12일(금) 16:00

14일(일) 10:30
16일(화) 13:30 +종영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인터파크 http://bit.ly/LzoD1D         

● 네이버 http://bit.ly/OVY1Mk

● 다음 http://bit.ly/1srfYBx




:: EVENT ::



+ 하나. <하늘의 황금마차> 왁자지껄 예매이벤트


<하늘의 황금마차> 온라인 예매시 추첨을 통해 '황금마차 쿠션담요' 또는 'Aesop 여행용키트'를 드립니다. 

영화의 발랄한 개성이 담긴 포스터가 프린트된 한정판 포근포근 쿠션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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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맥스무비, 인터파크, 다음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에서 예매 시 자동응모)


● 기간: 9월 6일(토) ~ 9월 18일(목)

● 당첨자 발표: 9월 19일(금) / 개별연락






+ 둘. <하늘의 황금마차> 추석맞이 영자막 상영


한국 독립영화의 쌉싸름한 맛을 보여줄 기회! 

추석 연휴, 외국인 친구에게 <하늘의 황금마차>을 소개해주세요.


● 상영일정: 9월 6일(토) - 10일(수)

 자세한 상영일정>> http://indiespace.kr/1986




 SYNOPSIS 


관계가 소원해진 4형제는 마지막 여행을 떠나자는 첫째 형의 제안에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제주에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옥신각신하는 ‘하늘의 황금마차’ 밴드 단원들은 팀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여행에서 치매 걸린 첫째 형과 마주치게 되는데…



 About Movie 


제목: 하늘의 황금마차

각본/감독: 오멸

주연: 문석범, 김동호, 양정원, 이경준, 킹스턴 루디스카

음악감독: 돈 스파이크

기획•제작: 국가인권위원회

공동제작: 자파리필름

배급: ㈜영화사 진진

제작연도: 2013년

관람등급: 12세관람가

개봉: 2014년 9월 4일

자파리필름 트위터 : twitter.com/JapariFilm

하늘의 황금마차 공식 트위터 : twitter.com/jinjinpic 




Posted by indian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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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관계가 소원해진 4형제는 마지막 여행을 떠나자는 첫째 형의 제안에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제주에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옥신각신하는 ‘하늘의 황금마차’ 밴드 단원들은 팀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여행에서 치매 걸린 첫째 형과 마주치게 되는데…



About Movie


제목: 하늘의 황금마차

각본/감독: 오멸

주연: 문석범, 김동호, 양정원, 이경준, 킹스턴 루디스카

음악감독: 돈 스파이크

기획•제작: 국가인권위원회

공동제작: 자파리필름

배급: ㈜영화사 진진

제작연도: 2013년

관람등급: 미정

개봉: 2014년 9월 4일

자파리필름 트위터 : twitter.com/JapariFilm

하늘의 황금마차 공식 트위터 : twitter.com/jinjin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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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관계가 소원해진 4형제는 마지막 여행을 떠나자는 첫째 형의 제안에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제주에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옥신각신하는 ‘하늘의 황금마차’ 밴드 단원들은 팀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여행에서 치매 걸린 첫째 형과 마주치게 되는데…



About Movie


제목: 하늘의 황금마차

각본/감독: 오멸

주연: 문석범, 김동호, 양정원, 이경준, 킹스턴 루디스카

음악감독: 돈 스파이크

기획•제작: 국가인권위원회

공동제작: 자파리필름

배급: ㈜영화사 진진

제작연도: 2013년

관람등급: 미정

개봉: 2014년 9월 4일

자파리필름 트위터 : twitter.com/JapariFilm

하늘의 황금마차 공식 트위터 : twitter.com/jinjinpic 



Posted by indie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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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3월의 상영작 <지슬>


인디돌잔치는 1년 전 개봉된 독립영화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개봉과 함께 관객들의 관심을 듬뿍 받으며 상영된 영화의 1주년을 다시 한번 관객들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자리. 

이제는 온라인 다운로드, IPTV등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들이 너무 많아졌지만, 스크린을 통해 그 때의 감동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일시: 2014년 3월 25일(화) 저녁 8시

  장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입장료: 6,000원 (인디스페이스 후원회원/멤버십 무료)

●  부대행사: 상영 후 인디토크 (참석: 미정)


   + 인디토크 참석자는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Synopsis 

1948년 11월. 제주섬 사람들은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여긴다’는 흉흉한 소문을 듣고 삼삼오오 모여 피난길에 오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어디서부터 일어나고 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산 속으로 피신한 마을 사람들은 곧 돌아갈 생각으로 따뜻한 감자를 나눠먹으며 집에 두고 온 돼지 굶주릴 걱정, 장가갈 걱정 등의 소소한 가정사를 늘어놓으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Information 


제목: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각본/감독: 오멸

주연: 이경준, 홍상표, 문석범, 양정원

제공/제작 : 자파리필름, 설문대영상

공동제공/배급  (주)영화사 진진

마케팅 지원: CGV 무비꼴라쥬

러닝타임: 108분

제작연도: 2012년

관람등급: 미정

개봉: 2013년 3월 1일(제주), 3월 21일(서울 및 전국)

자파리필름 트위터 : twitter.com/JapariFilm

지슬 공식 트위터 : twitter.com/jinjinpic

지슬을 심는 사람들 페이스북 : facebook.com/Jiseulpeople





Posted by indian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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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지슬_오멸

일시 : 2013년 4월 2일

진행 : 변성찬 영화평론가

참석 : 김선우 시인





변성찬: <지슬>은 말하고 싶은 것 혹은 확인하고 싶은 것을 참 많이 담고 있는 영화죠. 비록 오늘 대화에 참석한 저와 김선우 시인이 감독은 아니지만 그를 대신해 함께 이야기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선우 시인님은 영화를 보신 소감이 어떠셨나요?


김선우: 저는 오늘 영화를 두 번째 봤는데,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이 자리에 기꺼이 오려고 했던 이유는 딱 하나에요. 무조건 잘 되어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 분들과 한 마디라도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객의 입장에서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가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해요. 작년 <두 개의 문>같은 경우에도 비슷한 심정으로 많은 분들께서 영화를 아꼈는데, 단지 영화의 미학적인 부분을 떠나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영화들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 비극이죠.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비극을 통과하여 지금 이 순간 무엇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우리에게 흔히 학습된 눈물이 줄줄 흐르는 비장한 전쟁 영화도 많은데 이 영화는 참 많이 다르죠. 눈물이 흐른다기 보다는 가슴 안 쪽으로 삼켜지는 먹먹함이 있잖아요. 제가 시인임에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맥락이 잘 잡히지 않는 접근을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정말 놀라운 영화가 왔다는 생각을 해요. 오멸 감독은 제주 출신이죠. <지슬>은 제주의 엄청난 비극을 다룬 영화인데, 영화 제작을 하면서 어떻게 그런 절제된 영상을 담을 수 있었을까 싶어요. ‘자 봐! 이게 비극이지?’하고 눈물샘을 바로 자극 한다기보다 우리 마음 속에 여러 겹으로 짜여진 비극의 무늬들을 쿡쿡 찌르듯이 돌진해 온다는 느낌이 들어요.

요즘 제가 강정마을을 자주 방문하고 있는데요, 제주도는 정말 관광하기 좋은 보석같은 섬이죠. 그 아름다움에 반해 7개월 이상 머물렀던 적도 있었는데, 그 때는 제주의 4.3항쟁을 그저 교과서적으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주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는 아픔들이 있더라고요. 통계적으로 열 명 중에 한 명은 가족 중에 4.3사건에 연류된 희생자가 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연류되어 현실적으로 말할 수 없는 극히 내재된 비극성이 마음 속에 존재하는거에요. 그런 트라우마가 현재 강정과도 같은 곳에서 반영되어져요. 육지 사람들은 ‘제주도민 80% 이상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데 왜 강력히 항의하지 않냐’라고 궁금해 하셔요. 이 분들에게 4.3사건의 트라우마가 그렇게 발현되는거에요. 국가 혹은 관공서에서 하는 일들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내보이는 것 부터에 죽음과 연결된 아주 짙은 비극의 그림자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죠. 그 65년 전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생생하게 현재형으로 존재하는 곳이 제주도이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미군정에 의해 참혹한 비극을 겪은 땅에 또 다시 미군해군기지가 들어오면서 한 마을을 산산히 망가뜨려가는 비극이 다시 재현되고 있어요.

그러한 역사적인 맥락이 지슬 속에 겹쳐 보입니다. 끝난 과거가 아니라는 것, 현재형으로 저질러지는 일이라는 것이 <지슬>이라는 영화를 통해 강정마을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오멸 감독님께서 65년전 죽어간 억울한 넋들을 해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처럼 우리가 이 비극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하는 예술가적인 자기명령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변성찬: 말씀을 듣다보니 <잼 다큐 강정>이라는 영화의 김태일 감독 연출 부분에서 한 할머니께서 쉽게 입을 열지 못하다가 4.3의 악몽이 오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시는 장면이 있는데, 그 대목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예술가의 자기명령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오멸 감독님은 그것을 운명이자 숙명이라고 이야기 하셨어요. 사실 오멸 감독은 어렸을 때 그저 주변 어른들 사이에서 쉬쉬하는 분위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왠지 버겁고 부담스러워 알려하지 않았다더라고요. 그런데 제주도에서 다양한 예술행위를 하면서 고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은 세월'이라는 영화를 만들었죠. 김경률 감독님이 돌아가시면서 선배에 대한 부채감과 아울러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4.3사건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이어도>를 제작했죠.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오멸 감독 자신은 직접적인 연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아버님을 통해 큰 고모 역시 4.3의 희생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대요. 그만큼 섬 전체가 진동했던 대사건이었는데, 오랫동안 깊은 어둠에 묻혀있었죠.


김선우: 제주도에 괸당 문화라는 것이 있어요. 제주 말로 친척이라는 뜻인데 그 친척의 범주가 보통 10촌, 12촌이 되는 거에요. 제주라는 섬에서 살아온 이 사람들에게는 한 다리 한 다리 넘어가면 다 친척이 되는거죠. 그렇게 제주 토박이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마치 연좌제처럼 연관되지 않은 사람 없이 말할 수 없는 비극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사실 지금 강정마을의 모습이 더 화가나요.

강정마을은 오랫동안 마을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전통이 강한 마을이라서 하나를 결정하더라도 토론을 통해 결정해 왔대요. 그런 마을에 어느날 갑자기 해군기지를 짓겠다며 들이닥친거죠. 차분한 설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뜸 찬반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어요. 20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사는 곳에서 87명 되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찬반 거수를 통해 결정된 청천벽력같은 일이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이미 매수된 사람들도 있었고요. 그러다 주민 분들이 뒤늦게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고 반대하기 시작했어요. 마을 전체가 새까만 경찰들 즉 공권력에 포위 당해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지더라고요. 4.3사건 때 토벌대에 쫓겨 동굴로 올라가고 밀폐된 곳에서 생존에 대해 고민했던 것과는 강도가 다르겠지만 여전히 되풀이되는 비극이 현재형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끔찍했어요.

오멸 감독이 <지슬>을 만들 때 예술가로서 태어나 자란 고향의 예술가로서 자기명령이 있었겠죠. 우리에게는 관객으로서의 자기명령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이 먹먹한 것들이 찔러대는 비극을 목도했다면 그런 자들에게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오멸 감독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냈어요. 열악한 상황에서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고, 이제는 관객의 몫이 남았죠. 그래서 그 관객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고민해보는 계기가 이 영화를 통해 이루어졌으면 해요.




변성찬: 영화가 그리고 있는 4.3이 단지 60여년 전의 과거가 아니라 굉장히 현재적인 사건이기도 하다는 것을 힘주어 말씀해 주시네요. 제가 말씀드린 <잼 다큐 강정>의 할머니 말 속에서도 4.3의 악몽이라는 것이 두 가지로 표현되는데, 하나는 원인을 알 수 없이 죽임을 당해야 했던 것과 괸당으로 표현되는 공동체 안에서 분열이 일어나는 것이 사실 <지슬> 안에서도 복합적인 느낌으로 나타나죠. 상표가 토벌대가 아닌 만철에 의해 죽임을 당하잖아요. 둘의 관계는 공동체 일원이며 선의의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도 모르게 어떤 덧에 씌여 행동이 일어나는 양상이 현재 강정의 모습과 같아요. 민주적이지 못한 해군기지 찬반의 과정으로 어제까지 이웃사촌 이상의 친척이었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분열되어버렸으니까요.


김선우: 영화를 보면 정말 모든 인물들이 실제 인물 같아서, 주로 어떤 배우들이 연기를 하신건지 궁금해요.


변성찬: 오멸 감독의 캐스팅 원칙은 제주도 사람은 제주도 사람이 육지 사람은 육지 사람이 맡는 것이에요. 방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어도 같은 경우에는 대사가 한 마디도 없음에도 제주도 분이 역할을 맡으셨었죠. 이 영화에서 가장 구박받는 불멸의 귓것이라고 별명을 붙여드린 이경준 씨는 전문배우가 아니에요. 경준씨와 만담커플을 이루는 용필 역의 양정원씨 같은 경우에는 꽤 알려진 가수 분이시고, 굳이 <지슬>에 출연하시는 분 들 중에 생업이 배우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은 오멸 감독이 이끄는 자파리 연극집단에 속한 분들이 계시지만 거의 조연에 가깝고, 우리 인상에 강하게 남는 역할들은 실제 전문 배우가 아니세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표현해낼 수 없는 연기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김선우: 연기가 정말 사실적이었는데, 놀랍네요. 저는 특별히 마음에 각인이 됐던 장면이 순덕이가 죽고 제주의 울음이 그 능선과 순덕의 몸으로 비춰질 때 가슴 속으로 날카로운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어요. 심지어 그 장면으로 꿈도 꿨고요.


변성찬: 사실 제가 <지슬>에서 정서의 복합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었던 장면 중 하나가 그 장면이었어요. 그리고 또 다른 장면이 정길의 마지막 행위인데, 이 영화에서 가장 기이한 느낌을 주는 인물이 바로 주정길이죠. 김선우 시인은 정길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김선우: 감독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지슬>이 4.3의 비극을 우리의 시각에서 보여주려고 작정한 영화라고 한다면 봤을 때 불편한 장면들이 꽤 많아요. 정길의 마지막 장면 역시 몹시 불편하죠. 저라면 굉장히 망설였을 것 같아요. 오멸 감독이 그래서 예술가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관객: 말씀하신 정길의 마지막 장면처럼 제주도민에 대한 분노와 슬픔만을 표현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사람들을 죽여야 했던 토벌대의 슬픔까지 표현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변성찬: 저는 <지슬>에 두 편의 영화가 합쳐져 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영화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그리는 방식과 토벌대를 그리는 방식이 둘로 나뉘어지죠. 아주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토벌대를 그리는 방식은 상업영화 혹은 장르적인 영화언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토벌대의 인물들 하나하나가 역사적인 전형성을 갖고있는데, 예를 들어 마약을 하는 김상사의 경우 실제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 병사나 장교로 참전하면서 마약 습관이 들어 그대로 토벌대에 파견된 사람들이 있어서 토벌대의 지휘관들이 종종 마약을 했다고 해요. 그리고 악명높은 고중사의 경우에도 당시 빨갱이에 대해 생리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토벌대에 투입했기 때문에 그렇게 잔인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고요. 이러한 인물들이 굉장히 압축적인 방식으로 역사적 전형성을 갖고 설정되었죠. 어느정도 토벌대에 대한 묘사가 압축적이긴 하나 당시 역사적인 전형성을 담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선우: 역사적인 전형으로서의 군인들이 상업영화적인 구도라면 악인으로 등장해야하잖아요. 악인으로서 사람들을 토벌하고 억압하지만 이 사람들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고통과 슬픔까지도 함께 포착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질문하신 것 같아요. 저는 <지슬>이 예술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상업송을 갖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 출발점 자체가 다른 영화니까요. 우리에게 벌어졌던 비극의 연원을 찾아내고 그로 인해 맺혀있던 한을 해원하려는 즉 예술이 갖고 있는 고유한 치유의 욕망이 상업적인 욕망보다 강력하게 작동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선과 악으로 완전히 이분법적인 존재가 아니잖아요. 그 한 인간 속에 존재하는 희노애락에 대해 간과하지 않으려 한 작가의 노력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변성찬: 아울러 마을 사람들을 그리는 방식에 있어서 앞서 말한 역사적 전형성과 구별하자면 신화적 상징성을 찾아볼 수 있어요. 오멸 감독이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이러한 주문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스스로를 60년 전에 돌아가신 그 분들의 혼이 깃든 사람이라고 생각해라’ 그런데 여기서 더 놀라운 뒷말은 ‘사실 그 분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삶과 죽음에 대해 억울한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라고 했답니다. 극 중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웃음 코드가 많잖아요. 60년 전의 제의 형식을 빌려 원혼을 불러오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원혼이 결코 원기로 재현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한 모습과 대응되는 토벌대의 모습이 조금 전 김선우 시인이 말씀하셨던 방식과 서로 대구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말을 보태봅니다.





관객: 저는 <지슬>을 보면서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오멸 감독님께서는 어느 한 쪽을 비판한다기 보다 기억하자는 의도를 갖고 영화를 만드셨다고 하는데, 사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유시민 전 국회의원의 저서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는 심판대 위에 올려놓아야 더욱 민주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는데, 저는 그 점에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오멸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판단에 어떠한 의도가 없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안정숙(인디스페이스 관장): 저 역시 그러한 생각을 갖고 감독님께 질문을 한 관객이었어요. 오멸 감독님은 제주도 사람으로서 어떠한 것을 주장한다기 보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전부 보여주고자 하셨어요. 김선우 시인님께서 참 적합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오멸 감독님은 제주에서 65년전 있었던 일에 대해 어떻게 말 해야 하는가 하는 예술가로서의 자기명령을 수행하신 것이고, 그 이후를 판단하는 것은 관객이죠. 이 이야기를 역사적인 심판대에 올려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김상사를 솥에 넣은 장면이 참 그로테스크하지만 의미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길 역을 한 배우를 유심히 보시면 여자 배우에요. 제주도에 ‘설문대 할망’이라는 설화가 있어요. 제주를 만든 옥황상제의 셋째 딸인데, 땅이 척박하고 식량이 없으니 오백명의 자식들에게 끼니를 챙기는 일이 어려워 불을 지피고 솥 안으로 들어갔대요. 그리곤 자식들이 집으로 돌아와 솥 안의 죽을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먹었는데 어머니의 뼈를 발견한 것이죠. 그 ‘설문대 할망’ 설화를 제주 출신 작가로서 꼭 영화 안에 넣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지슬> 안에서 정길은 역사를 지켜보는 사람과 솥 속으로 들어간 설문대 할망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다같이 영화를 봤다는 것은 솥 속에 들어간 설문대 할망을 함께 먹은 것과 같아요. 그런 사람으로서 4.3이라는 역사를 받아들이면서 우리가 어떻게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선우: 저는 지금 선생님 말씀을 듣고 정길 역을 한 배우가 여자라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멸 감독님은 더 위대한 분이셨군요.


변성찬: 사실 이 영화의 처음 시작은 ‘꿀꿀꿀’이라는 제목으로 감자가 아닌 돼지가 주 모티브였는데, 중간에 포기한 이유가 영화가 끔찍해지기 때문이었어요. 제주 4.3 사건을 어떤 형태로든 겪었던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악몽을 반복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순화된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영화에도 나오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이 각자 키우고 있는 돼지를 돌볼 수가 없으니 배고픈 돼지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채 매장되지 못한 시체들을 먹었대요. 그리고 그 돼지들은 토벌대에게 잡아먹혔죠. 그러므로 마지막에 김상사를 솥에 삶은 행위는 이러한 일종의 윤회를 군인의 죽음으로써 완성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과거를 불러내어 지금 시점에 ‘복수하자’라는 의미보다는 근본적으로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신화적인 예술성을 오멸 감독이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김선우: 처음 뒷간에서 큰 일을 보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제주도는 화장실 아래에 돼지를 두고 키우는데, 그렇게 키운 돼지를 사람이 잡아 먹죠. 그렇게 먹고 먹히는 순환이 ‘설문대 할망’ 이야기와 완벽에 가깝게 딱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삶과 죽음의 맞물림 그리고 순환과 윤회적인 어떤 소통이 예술적으로 드러난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절되어 있지 않은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이 열리는 모습이 제주의 여신인 설문대 할망의 꿈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오늘 <지슬>을 두 번째 보면서 새롭게 발견한 것들이 있는 것처럼 여러번 볼 때마다 발견할 수 있는 무늬, 깊이, 넓이 이런 것들이 아주 다채롭게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우게 되면서 관객의 몫을 실천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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