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러진 것들로부터의 공간
〈괴인〉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년 12월 6일(수)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이정홍 감독
진행 이동진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기록입니다.
해가 진작 떨어지고도 남았던 시간, 〈괴인〉을 마주하기 위한 관객들로 극장은 가득 차 있었다. 포스터 속 기홍의 알기 어려운 두 눈과 관객들의 호기심 어린 두 눈은 괴이하게도 닮아 있었고, 적막 가득한 백색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이후 수많은 눈들은 곧 마주하게 되었다. 극장만큼이나 가득 차 있었던 질문들과 대답들은 ‘심리적 공간감’을 이 안에서 실현하고 있었다. 〈괴인〉 속 인물과 상황, 관계는 어그러져 있고 사건의 발단과 결말에는 어떤 유난도 없다. 그러나 친구가 되기 위해 그랬고, 드러낼 수 없어 그랬고, 잠 잘 집이 없어 그랬다. 중심과 결말을 뒤로하고 과정에 귀 기울였던 시간을 되새겨 본다.
이동진 평론가(이하 이동진): 오늘이 5주차이기도 하고 마지막 GV라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떠세요? 첫 번째 데뷔작이었고, 대장정이셨고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정홍 감독(이하 이정홍): 우선 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이라 정신이 없었는데 막상 정신이 들었을 무렵에 이게 끝난다고 생각하니까 좀 아쉽더라고요. 그동안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꽤 여러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충분히 잘 말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좀 남았어요. 그래서 오늘 이 마지막 자리를 앞두고 이야기를 시작하기 이전에 제 작은 포부를 미리 조금 말씀드려 보자면 사실 제가 영화를 편집하는 도중에 되게 짤막한 단편 시나리오를 떠올린 적이 있어요. 한 영화 감독이 자기가 찍은 영화를 한 번이라도 온전히 보고 싶어서 기억 상실 시술을 감행하는 다소 황당한 것을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고, 그만큼 괴로웠어요. 객관성이 확보되는 데 어려움이 많이 있었고 특히 괴인 같은 경우에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쓰면서 제가 어떤 이야기라든지, 인물이라든지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분명하게 정해둔 게 없었고, 분명한 의도를 가지지 않았던 것 같고, 따라서 이 완성된 영화가 쉽게 설명하기 힘든 어떤 분위기라는 것이 흐를 것 같은데 제가 그걸 정작 온전히 느끼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오죽하면 GV 자리가 있으면 방금 영화를 본 관객보다 내가 이 영화를 더 모를 것 같은 그런 것마저 느낀 적이 많고 아무튼 오늘 자리가 자리인 만큼, 나름 좀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서 치열하게 영화를 한 번 보고 지난 시나리오도 꺼내 보고.
이동진: 수술은 하셨어요? 기억상실증 수술. (웃음) 마지막이니까 또 그동안 이야기 안 하셨던 것, 남겨 두셨던 것 다 풀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일단 간단히 제목에 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흥미로운 제목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뒤집어서 생각을 하면 괴인이라는 생각이 너무 잘 지은 제목이다 보니 영화에 관한 방향을 확 정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잘 지어서 아쉬운 부분 같은 것이 저한테 들기도 했고요. 또 한 가지는 영화의 영제를 〈a Wild Roomer〉라고 지어 주셨는데요. 이렇게 영어 제목을 붙이신 이유와 이제 와서 생각하는 제목에 대한 것들이 궁금해서 좀 질문 드립니다.
이정홍: 저도 정확히 같은 맥락에서 제목에 대한 아쉬움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또 어디서 그런 걸 느꼈냐면 제가 최근에 해외에서 상영을 하게 돼서 해외 관객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질문이 한 절반은 비슷하고 절반은 관점이 달랐어요. 근데 그게 제목이 괴인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영화를 만들면서 아주 심각하지 않은 정도로 사람들이 누가 괴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런 데서 재미를 느끼겠구나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더군다나 이 영화가 쉽게 해석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보니 거기에 좀 의지하시는 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좀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잘 지은 제목이면서도 영화를 가두는 면이 있구나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영제 같은 경우에는 제가 사실 괴인이라는 단어가 가진 낯설고 설명이 잘 되지 않는 그런 것이 영단어 중에 어떤 것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두 사람이 어떤 공통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까 했을 때 wild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 같네요.
이동진: 영화를 처음 구상하신 것이 8년 전이라고 전해 들은 바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영화의 처음을 떠올리시면 어떤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르십니까? 본인의 상태라든가 최초의 모티브라든가 이런 것들이요.
이정홍: 처음이 아주 여러 차원이 있는 것 같아요. 가장 처음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게 된 어떤 여자 아이였고 중간쯤 되는 차원이 저한테는 중요했어요. 인간이라는 게 정말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인식을 이십 대 중반에 처음 갖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복잡한 내면을 타인과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소통하기가 어쩌면 불가능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으로 이어졌어요. 한동안은 그런 감각에 지배당하다 보니 좀 과해진 거죠. 어떤 공포심까지 느끼면서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도차도 벽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우리는 그 벽을 넘나들 수 없을 것 같다 하는 공포심을 느꼈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고독해진 한 개인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질문해 보고 싶었고 처음 다큐멘터리에서 보게 된 여자 아이를 약간 정답처럼 가지고 왔어요. 이상하고 기적적인 관계가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소통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동진: 영화를 보고 나면 사실 직업적으로도 그렇고, 관객분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보고 나면 제가 본 영화들 중에 비슷한 영화가 뭐가 있을까 하는 식으로 영화에 대한 첫 인상을 되새김질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괴인〉이 놀라웠던 것은 그런 영화가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현대의 창의성이라는 것은 결국 조합의 창의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런 면에서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추가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사실 배우분들도 여기 와 계세요. 저도 두 분 뵈니까 되게 막 떨리고 좋더라고요. 사실 알려진 것처럼 영화를 직업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아니었던 것 같고, 근데 이제 이 영화는 연기나 배우들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놀랍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감독님은 준비 과정에서 어디까지 배우님들과 이야기를 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이정홍: 배우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대화를 많이 안 했어요.
이동진: 지금 앞에서 이를 갈고 계신 것 같은데. (웃음)
이정홍: 특히나 캐릭터에 대한 얘기는 많이 하지 않았고, 기홍이와는 촬영 후반부로 갈수록 아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촬영 회차를 굉장히 많이 찍었어요. 그래서 기홍이가 말은 못 했지만 이제 좀 뭔가 축적되었던 것 같아요. 그랬는데 제가 질문에 대한 답으로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제게 어떤 놀라운 대화의 순간이 있었어요. 집 주인 현정과 기홍이가 기홍의 방에서 술 마시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 촬영 삼십 분 전에, 기홍이가 저한테 오더니 담배 피우고 가자는 거예요. 저는 담배를 안 피우지만 쫓아 가더니 아무 말 안 하고 담배를 딱 펴요. 그러더니 담배를 끄면서 ‘이거 잘 해야 되는데, 그치?’ 이러더라고요. 제가 했던 말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이거 찍으려고 여태 찍은 거야’ 하고 말했던 것 같아요. 대화를 많이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 비전공 배우분들이 기술적으로 연기하시는 것보다는 이 상황과 현장 분위기를 마치 촬영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면서 그에 대한 동물적인 그런 반응들을 기대했던 것 같아요.
이동진: 네, 그럼 더 구체적으로 좀 질문 드리겠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저런 인물이 저런 집에 살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극중에서 현정은 사람을 쳐다볼 때 정면으로 보는 것보다 힐끔거린다고 해야 하나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두 사람을 고개를 꺾고 바라볼 때부터 사실은 제대로, 직선형으로 본 건 아니죠. 감독님의 ‘이 장면 찍으려고 했다’는 그 장면에서도 보면 기홍은 정면으로 자기가 바라보면서 말하고 있는데 현정은 측면으로 보면서 얘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환의 경우에도 말을 하다가 얼굴을 자꾸 문지르는 버릇이 있죠. 그런 버릇들 같은 것이 인물들을 말을 해 주는 것도 같고요. 제가 궁금한 건 이것이 디렉션의 결과인 건지, 아니면 그냥 배우 스스로가 특정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그 배우 스스로의 것인지 여쭤보면 어떨까요.
이정홍: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현정의 그런 시선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매 장면마다 미션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처음 등장하는 좀 이상한 눈빛은 말씀하신 그 밑에서 올려다보는 시선이었을 텐데 사실 특별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영화 40분 만에 등장하는 거잖아요. 뭔가 좀 힘을 가지고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제안 정도를 드린 것 같아요. 눈을 이렇게 뭔가 치켜 떠서 뭔가 좀 사나운 인상을 보여 주세요, 하고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그래서 어쨌든 정환의 다음 대답이 중요했는데, 기홍이가 ‘술 먹는 거 싫어하시나?’ 라고 했을 때 ‘그런 거 없어요, 우리는.’ 하고 대답한 그 대답에 걸맞는 이 두 사람의 대화의 느낌. 이 부부 사이에 흐르는 환멸일지 무관심일지 이런 것들도 담고 싶었고요.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좋아하는 현정의 눈빛 중에 소파에 누워 있을 때 남편이 지나갈 때 쳐다보는 장면이에요. 무관심함과 관심이 아예 없을 수 없는 상황에서 혐오에 가까운 관심이 담겨지기를 바랐는데, 그건 돌이켜 보니 꽤 구체적으로 말씀 드렸던 것 같아요.
이동진: 얼굴을 만지는 건 어떤가요?
이정홍: 제가 기억에 남는 건 마트 장면에서 술 사고 할 때 다른 분량을 먼저 찍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배우님이 잠든 거예요. 그래서 얼굴이 찍힌 거예요. 이게 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가야 될 시간이 돼서 ‘이렇게 좀 해 볼까요?’ 이런 말을 하셨어요.
이동진: 놀라운 에피소드, 정말 놀랍거든요.
이정홍: 그리고 원래 제스처 같은 게 약간 크세요.
이동진: 저는 그게 딱 그 인물 같다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오지랖 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약간 스스로를 거쳐가는 그런 것도 있는 인물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제스처들이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으면 합니다. 박기홍 씨에 대한 질문을 좀 드릴게요. 워낙에 절친이시고, 실제로 직업도 목수시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특히 중반 이후에는 디렉션도 따로 하지 않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잘하는 친구라고 해도 이렇게 친구의 영화에 가장 많은 부분에서 나오는 주연으로 하게 되다 보면 염려되는 부분도 있으셨을 텐데요. 굉장히 놀라시기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 담긴 모습을 보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에서의 박기홍 씨를 보면서 개인으로서 내가 잘 아는 친구인데도 불구하고 몰랐던 그런 장면 같은 것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이정홍: 기홍이를 처음 찍을 때 사실 매 테이크 놀랐어요. 왜 놀랐냐면 지금 영화에서 보신 OK 테이크를 제외하면 반 이상을 엉망으로 갔거든요. 예를 들면 한 30번을 찍어서 27번째를 쓰는 거예요. 근데 이제 그 과정을 한두 달 가까이 하면서 마지막 한 달은 그냥 날아다니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가족들과 헤어지고 차에 들어온 장면인데, 생각지 못한 반응에 화를 내는 그 순간에 저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이 ‘기홍이가 작두를 탄다’ 그런 표현을 했어요. 그 이후부터는 다 놀라면서 찍었지만 아무래도 마지막 현정과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어떤 포인트에서 놀랐냐면 기홍이가 가지고 있는 본인의 진짜 이야기에 가까운 것을 풀어놨다고 생각해요. 그 장면이 자기 이야기를 입으로 꺼내야 되는 순간인데 단순히 그것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이 집주인과의 관계에서의 이상한 분위기도 같이 가져가야 되는 거잖아요. 꽤 난이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감이 안 잡히던 시점에 기홍이가 시나리오 상황에 집중을 했다고 생각이 들었고, 가장 놀라운 느낌을 주었던 것 같아요.
이동진: 그 장면 정말 묘하고 멋진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질문 드리고 싶은 건 대사에 관한 부분들일 텐데, 많은 어떤 부분들은 대사를 철저히 통제하시진 않은 것 같은 부분이 있고요, 그런데 이제 굉장히 인상적인 대사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정과 관련된 남편의 정환의 대사 중에 정환이 청혼을 했을 때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좋은 아내가 되도록 해 보겠다.’는 말인데, 본인들도 그 말 뜻을 모르지만 저희도 잘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든요. 근데 이런 말은 레퍼런스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또, 차를 수리하러 갔을 때 뒤쪽에 앉아서 ‘한국이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월드컵 4강까지 가서 그런 거라는 굉장히 사회적인 통찰을 보여 주시지 않습니까? 이런 그 두 대사들은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쓰게 된 대사들인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이정홍: 일단 월드컵 얘기부터 하자면, 차 지붕이 무너지는 일은 드문 일이잖아요. 그런데 카센터에 가는 장면을 생각한 순간 월드컵이 떠올랐어요. 그 당시에 광란의 도가니였고, 차에 올라가서 응원했던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리고 월드컵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저는 뒤늦게 알았지만 MZ 세대 사이에서는 굉장히 혐오스러운 어떤... 그런 꼰대 같은 말인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혹시라도 이 아저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기홍이 겪고 있는 절망이 기홍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으로 확장되는 느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저씨는 편협한 시각으로 모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만 아무튼 뭔가 아주 정확하고, 아구가 맞는 이야기가 아닐지언정 3040 세대의 절망감이랄지, 그 안에서도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게 과소비하는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세대들의 이야기를 보여 줄 수 있는 대사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랑할 자신은 없지만 좋은 아내가 되어 보겠다’는 말은 래퍼런스가 있어요. ‘최호’ 감독님의 단편 어딘가에서 본 말이었습니다. 근데 그게 굉장히 와닿았고, 상상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이 대사를 기홍에게 적용해 보자면 ‘나는 내 속마음을 너에게 드러낼 자신은 없지만 너와 좋은 관계를 맺어가고 싶어’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기홍은 분량이 많기 때문에 어떤 사람인지를 관객이 알게 되지만 이 부부 같은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볼 수 없기 때문에 한방이 있는 어떤 설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다 보니 어쩌면 가장 가깝고 사랑해야 할 관계가 그렇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고정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 네, 뭐라고 그럴까요? 이렇게 이 현장이 에피소드의 보고가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 영화가 사실은 영화의 스토리가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제발 그것만은 묻지 말아 줄래? 하고 싶을 것 같은데,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그냥 주차를 해 놓았는데 누가 지붕을 손상했고 그래서 범인을 잡는 이야기지 않습니까? 사실 영화 속에서 표면적으로는 그렇고요. 그런데 범인을 잡고 나서 아무 일도 이뤄지지 않으니까 사건 자체가 맥거핀처럼 구성된 것 같아요. 그 지점이 제게 이 영화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그런 부분이고요. 많은 부분에서 사소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차원뿐 아니라 예측이 안 된다고 할까요? 예를 들면 초반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듯한 사람들이 전반에 퇴장해 버리고 후반부에 완전히 새롭게 다른 인물들이 나와서 또 다른 이상한 이야기들을 했단 말이에요. 이런 구성에 대해 감독님의 생각을 좀 듣고 싶습니다.
이정홍: 우선은 사건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최초의 목표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영화에서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면 기홍이가 블랙박스 영상을 발견해서 피아노 학원을 찾아가잖아요. 아주 비장한 음악과 함께 불쾌함에 적극적으로 어떻게 하려고 했을 때 원장이 잠깐 올라가서 얘기하자 하고 돌아서서 귀여운 거울을 이렇게 보잖아요. 그 장면에서 저는 이게 사건 자체가 중요한 대화인 건 아니라는 느낌을 좀 담고 싶었어요. 그리고 남는 건 이제 거울인 거죠. 이 인물들의 상황은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보는 치명적인 상황을 겪고 있는 인물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깊게 들여다 보면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요. 아무튼... 그러면 이 영화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는데 어떻게 재밌을 수가 있지? 하는 고민을 꽤 오랫동안 했던 것 같고, 그에 대한 해결로 제가 선택한 글을 쓰는 방식이 있어요. 전체를 일단 무시하고 이 순간에 집중해 보자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내가 어떤 이야기로 마지막에 가게 될지는 사실 몰라요. 모르는 상태에서 이 순간순간에 아주 집중을 해본 거예요. 아까 말씀해 주신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 거지? 왜 어떤 전체가 그려지지 않지?’ 같은 느낌은 시나리오를 썼던 과정을 보면 필연적으로 느껴지실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도 사실은 사건 해결로의 과정이 아니고 기홍과 정환이 친구가 되는 과정이거든요. 기홍은 사건에 관심도 없고 사건보다도 피아노 선생님 한 번 더 보는 게 더 즐겁고 이런 사람인데, 정환이라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 관심을 보임으로써 둘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고, 둘을 친구로 만듦으로써 기홍을 좀 이상한 세계로 들어가게 하죠. 그래서 저는 어떤 이야기, 사건보다 인물의 내적인 심리 상태가 어떻게 영향을 받고 변화되어 가는지 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이동진: 표현을 붙이자면 관계의 역학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들이 공간감 같은 겁니다. 공간감이라는 게 극 중에서 얘기하면 굉장히 독특한 어떤 집의 어떤 형태나 이런 물리적인 공간감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어떤 심리적인 공간감, 그다음에 어떤 영화 언어적인 형식적인 공간감 이런 것이 제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부분인데, 예를 들면 영화에서 이제 누가 봐도 이 영화는 사건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잖아요. 근데 영화 속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건 가장 메인 사건에서 주인공은 사실은 별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그 사건의 주인이 아닌 것처럼 행세한다는 거고, 오히려 주변인인 정환이죠. 적극적으로 추동하는 것은 정환인데 마지막에는 그 사람에게 화도 내잖아요. 형이 가자고 했는데 이 모양까지 됐다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이 인물은 왜 이렇게까지 사건에서 뒤로 물러나 있고, 소극적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걸 저는 공간감으로 치환하면 굉장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결국 이제 공간에 뛰어들거나 더불어 살거나 몰래 살거나, 같이 함께 사는 그런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데 공간감이라는 부분들이 사실은 우리가 관계에 있어서 심리적인 부분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영화에서 보면 참견하지 않아야 할 때 참견하고 적극적으로 집착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반대로 아무 관심을 안 써요. 이런 측면에서 관계를 공간감으로 풀어낸다고 할까요? 정서적인 측면에서.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놀랍고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물리적인 공간감, 정서적인 공간감 혹은 영화의 어떤 추상적인. 예를 들면 쇼트와 쇼트 사이에서도 공간감 같은 게 있겠죠. 이런 부분을 포함해서 감독님은 영화를 다룰 때 공간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그리고 어떤 원칙을 가지고 이를 어떻게 만들어내셨는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이정홍: 공간이라는 3차원적인 이야기에 앞서서 일단 2차원적으로 거리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좀 드리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홍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설명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영화가 시작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기홍이가 저택으로 들어가기까지 약 30여분 동안 저는 기홍이 얼마나 복잡한 인간인지를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관료적인 직장생활을 하다가 뭔가 불만족스러워서 스스로 나름 거창한 주체적, 실존적 삶을 추구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은데 뭔가 방향이 좀 잘못 되었죠. 혹은 녹록치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린 거예요. 이를테면 동족 혐오. 일터에 있으면 이상한 우월감과 함께 열등감도 느껴요.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남자로서 당연한 애정 결핍이 다분히 있고 하는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선택한 어떤 행동 방식들이 좀 잘못돼 보여요. 그게 반말 찍찍 하고, 뭔가 강요하고 이런 행위로 대표되지만 아무튼 이런 사람인데 이제는 여기서 또 도망칠 곳은 없기 때문에 여기를 관두고 또 어디 가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이런 생각이 쉽지 않은 거죠. 그래서 이전보다 더 절망을 떠안고 있는 상태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가 가진 치부, 어두운 욕망, 그런 걸 드러낼 자신도 없고 이제는 남 앞에 솔직해지기 어려운 사람이 되었고 그래서 이 친구가 타인과 맺는 관계성, 거리감이라는 것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고, 기이하고 왜 저러지 싶은 방식으로 간 것 같아요. 이걸 확장해서 공간으로 들어가면 이제 저택에 들어가게 된 건데, 왜 저렇게 불편할 것 같은 집에 들어가서 왜 저렇게 본인이 더 불편할 거면서 저런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는 거지? 싶고 그런 상황까지 되어 버린 거예요. 아무튼 성질 자체와 공간이 만나면서 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디테일한 특수성이 있고, 보편적이지만은 않은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아까 답변을 깜빡한 게 있는데, 이 상황을 벗어나 보려고 함에도 그게 다 실패하고 모든 게 다 무너진 순간에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라고 생각해요. 하나는 앞서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는 결이 다른 사람으로 설정을 했어요. 하나는 아주 정확하고 솔직한 사람. 내가 와인을 못 사도 맥주 살 수는 있고, 소고기 값은 못 받아도 잠 잘 곳은 필요하고 이런 사람이 기홍에게 혼란을 주게 되는 그런 게 있어요. 기홍뿐 아니라 부부에게도 필요한 자극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자극을 끼치는 것까지가 이 영화의 이야기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동진: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복합적인 마음이 있었습니다. 평온한 마음 같은 것도 있고요. 어쨌건 주인공이 누워서 안경을 벗고 잠에 드는 것이 우리가 마지막에 보는 건데요. 이 영화의 시작 장면을 떠올려 보면 학원이라는 공간에 서로 다른 침입자가 앉아서 만나는 거잖아요. 저는 사실 〈기생충〉하고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기생충〉 에서 주인이 없는 사이에 거기에 어떤 사람이 점령하러 들어갔는데 사실은 거기 다른 사람이 있었던 거예요. 그게 영화의 시작입니다. 근데 〈기생충〉 과 이 영화의 굉장히 큰 차이점은 기생충은 그 양자 사이에서의 투쟁과 투쟁 속에서 어떤 사회적인 문제를 보완하고 싶어 하고 거기서 어떤 갈등이나 계급 문제를 다루고 싶어 하는데 이 영화는 거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고요. 굉장히 흥미롭게도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 보면 어쨌건 마지막은 후반부의 주인공 4명이 같은 집에서 각각 잠을 자고 있단 말이에요. 부부 사이에도 문제가 많아 보이고, 나머지 두 사람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이게 사건으로만 보면 언-해피엔딩 같은데, 공간으로 보면 해피엔딩으로도 보이는데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묘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끝을 내게 된 것에 대해서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정홍: 네, 가장 어려운 질문이 나온 것 같습니다. (웃음) 제가 사실 〈기생충〉 개봉한 것을 극장에서 보면서 식은땀을 막 흘렸어요. 비슷하다 얘기를 해 주시니 감사한 마음입니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홍과 정환이 그렇게까지 기생충에서의 계급차 만큼 큰 계급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분명히 겉으로 보기에는 차이가 있는 사람들일 텐데, 저 같은 경우에는 이 두 계급 차이의 어떤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에 더 집중을 하면 어떤 게 같은가. 일례로 정환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말씀 드리고 싶은데 기홍이가 앞서 말씀드린 대로 30분의 시간 동안에 뭔가 아등바등 해 보려 했지만 다 잘 안 되고 의기소침해서 집에 딱 돌아왔을 때 만나게 되는 게 젖은 니체 책, 그리고 젖어 있는 정환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젖은 니체 책은 정환을 비유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그만큼 정환 또한 앞서 본 기홍의 우울하고 눅눅한 상태만큼의 상태였던 거죠. 그렇게 보이진 않지만. 그래서 정환에게는 약간 햇살 같은 존재인 거예요, 기홍이. 그래서 이 친구에게 들러붙고 싶어서 이것저것 제안하고 차를 타게 되고, 그런데 기홍의 지붕 또한 젖어 있고요. 아무튼 눅눅한 두 사람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타인에게 솔직할 수 없는 그런 상태에 있고 그로 인해 고독한. 그런데 하나가 등장함으로서 하나에게 자극을 받고 이 한 집에 다 같이 있는 게 맞나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저로서는 여러 레이어가 있겠지만 그 엔딩의 적막. 최종적으로 기홍이 누워서 그 적막에서 제가 가장 만들 당시에 중요히 여겼던 것은 옆집 본체의 고요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와 같은 감각이었던 것 같아요. 이게 지속될 것인지 말 것인지 등등이요. 그런 감각을 주고 싶었고, 그것과 또 다른 차원에서 해피엔딩과 관련한 이야기를 말씀 드려 보자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도서 한 권이 있는데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책이에요. 다소 어렵지만 그래도 꽤 큰 감동을 주는 책을 읽은 경험이 있는데 어쨌든 기홍이 자기 삶은 자신의 것이라고 큰소리 치면서 살아가려는 인물로서 그가 얻게 된 것이 자유이기도 하지만 허무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책은 결과적으로 서로가 모두에게 가진 책임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요, 그 책임을 증명하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고 재미있었는데 어떤 한 개인이 인간이 자기가 추구하는 일 혹은 자신의 일이 있는데 그것을 내가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한다고 가정해 보는 거죠. 그렇게 했을 때 당신이 살고 싶은 세상에 당신이 있느냐를 물어봐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너는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다 라는 식의 결론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 인간이 자기가 하는 행동은 자기 고유의 것이지만 무한히 얽혀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에서 제가 그 당시에 느꼈던 고립감이 좀 위안 받고 그런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의 처음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는데 기홍의 첫 행동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말씀하신 대로 거기 잠든 아이에게 뭔가 갑자기 들이닥쳐서 그의 평화를 깨고 걔를 쫓아 버린 거죠. 그 친구에게 어떤 변화를 준 행동을 하게 된 거죠. 그게 최초의 기홍의 행동이고, 가만 보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같은 행동을 해요. 정환도, 현정도 그런 행동을 하고 마지막에 하나가 이들을 찾아오는 거죠. 제 나름의 유기적인 구조였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엔딩에서 그들이 한 지붕 아래서 잠들게 되는 것은 상황 자체가 가지고 있는 희망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서로에게 책임이 있고 서로가 지금 해결해야 될 숙제들이 많겠으나 아주 연결되어 있다는 그 느낌을 이 영화 엔딩이 담아 주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 제가 하고 싶은 질문이 12만 8,546 가지가 남아 있는데 다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웃음) 마지막 질문을 하나만 더 드리고자 하는데요,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이야기를 아주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결국은 기홍이 하나를 찾아내서 같이 잠드는 이야기. 저한테는 그렇게 보이거든요. 그렇게 본다고 치면 사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다른 사람들하고와 다르게, 좀 독특하게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이 있는 줄 몰랐지만 학원에서 만나면서 시작하는 거고요. 그리고 기홍의 차가 부서진 사건에 관해서는 기홍이 피해자고 하나는 가해자로 되어 있지만 학원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서 본다면 아영이라는 학원 주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두 사람은 똑같은 일을 저지른 가해자란 말이에요. 그러다가 마지막이 되면 두 사람 관계에서는 또 흘러들어오는 하나가 있고 침범당하는 주인공인 기홍이 있어요. 그것에 대해 상당히 당황하지만 어쨌건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면서 끝나는 겁니다. 제가 여쭤보고 싶은 건 이 영화에서 하나가 기홍을 처음 만났는데도 어린 시절이나 이런 것 얘기를 솔직하게 말하는 걸 보고 그러지 않는 자신을 보게 되는 그런 것도 있었을 텐데, 어쨌든 이 두 인물이 굉장히 많이 겹치면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다른 성향의 두 사람 혹은 한 인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 둘의 관계를 마지막으로 묘사하면서 얘기가 끝난단 말이에요. 그런 측면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에서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마지막으로 질문 드립니다.
이정홍: 저와 하나의 관계를 한 번 말씀 드려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요. 한 10년 전에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만나게 된 영화에 등장하는 같은 이름의 송하나라는 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가출 청소년들이 한 곳에 합숙하면서 6명의 멘토들에게 사회화 교육을 받으면서 끝내 집으로 돌아가는 목표를 가진 다큐였어요. 제가 당시에 그걸 보면서 되게 복합적인 마음이 들었어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어른 멘토들과 방송을 찍고 있는 미디어의 담당자들이 대단히 책임 있어 보이지는 않았고 그냥 짧은 미니 다큐에서 빠르게 뭔가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 식으로 만들고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상황 안에서 송하나라는 친구가 크게 두 가지로 제게 감동을, 말 그대로 울림을 준 것 같은데요. 일단 이 모든 촬영 과정을 행복해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픈 거죠. 그런 마음이 있었고, 두 번째는 뭔가 좀 별로인 어른들에 비해서 독보적으로 아름답다는 느낌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알콜 중독이 좀 있었고 기면증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프로그램에 참여도 안 하고 나몰라라 하는 식으로 계속 자고, 자고 일어나면 옆에 보이는 아무 어른들한테나 가서 막 얘기를 해요. 온갖 얘기를 다 하는 거예요. 그런 천진함과 순수함이 이 친구가 되게 가출 경험이 오래돼서, 불만과 반항을 가지고 가출한 거랑은 되게 다른 계열이었어요. 저한테는 되게 원초적이고 순수한 인간으로 보였고 그에 감동을 했다는 것은 제가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그 친구에 대한 집착을 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그 친구를 주인공을 하는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지만 실패했어요. 결과적으로 내가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솔직하게 영화를 처음 만들면서 소소하게라고 정작 정말로 중요하고 나를 정말로 공포스럽게 하는 그런 것들 있잖아요. 그런 공포 같은 게 제게는 중요한 것이어서 이런 것들을 미리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암튼 하나라는 친구가 되게 반대에 있는 역할로서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사실 이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갈 때 마지막쯤에는 저도 느꼈던 마음이 있는데, 그게 기홍과 하나의 공통점이었던 것 같고 제가 이 둘을 공통적으로 느껴지게끔 이야기를 쓸 수 있어 되게 다행이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정확히 어떤 게 비슷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냥 이 세상을 좀 고독하게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처해 있는 상황과 그것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이랄지 하는 고군분투의 모습이 닮아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동진: 네, 시간 많이 늦었지만 이제 관객분들의 질문 받아 보고 싶은데요. 질문 계시다면 손 들어 주세요.
관객: 안녕하세요, 너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좀 개인적인 질문일 수도 있는데, 기홍이 현정이랑 밤을 새우고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휴대폰을 보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요. 근데 기홍이에게 전화를 건 인물이 두 인물이 있어요. 하나랑 정환이. 저는 현정이랑 기홍이가 밖으로 나가서 밤을 지새운 게 다른 의미가 있어서 나간 거라고 믿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편의점이 문을 닫았으니까 어디 호프집 가서 술이나 한 잔 했겠지 하고 믿고 싶거든요. 그런데 기홍이 집으로 돌아와서 전화를 건 인물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둘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겠는 거예요. 기홍은 누구에게 전화를 했을까요, 감독님?
이정홍: 둘 중 누구인가에 따라서 유추 결과가 어떻게 나뉘는 걸까요?
관객: 기홍이 정환에게 전화를 했다면 둘의 관계는 아무 관계가 아닐 것 같아요. 관계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정환에게 떳떳하게 전화를 할 수 있는 거겠죠? 그런데 전화를 한 인물이 하나라면 둘이 불륜. 그런데 그렇게 결론을 남기기가 싫어서 누군가에게 전화했을지가 궁금했어요.
이정홍: 일단 안타깝게도 하나에게 전화한 것이 맞고요. 저는 그럼에도 불륜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아무리 떳떳하다 하더라도 의심을 받고 있는 입장이라는 걸 아는 상황에서 전화를 하는 건 쉽지 않지 않을까 싶어요.
관객: 주인집 내외랑 기홍이랑 중간에 계란말이 먹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 보면 제가 잘못 본 건지 모르겠는데, 젓가락질을 셋 다 이상하게 하는 것 같거든요. 근데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이 장면이 마지막에 기홍이가 자기 가족하고도 밥 안 먹을 정도로 밥 먹는 걸 싫어하는 것 같던데, 이 장면은 제법 화목한 장면이라고 느꼈어요. 혹시 이게 감독님 특별한 이유 같은 게 있으셨나요?
이정홍: 사실 뭐, 화목해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좀 불편한 느낌을 오히려 의도했다면 의도했었을 텐데, 어떤 것이 불편했냐 하면 정환의 자리, 그러니까 남편의 자리가 기홍으로 약간 대체된 듯한 게 불편한 거죠. 여느 부부가 밥 먹으면서 할 법한 대화를 정환과 현정이 아니라 기홍과 현정이 나누고 있는 데서 오는 편인 것 같고, 그 장면 하나로서 어떤 의미가 충분하다기보다는 이제 그 이후에 테니스를 치러 가서 기홍이 그 이야기를 듣게 되잖아요. 그래서 기홍은 얘들 부부는 처음부터 이상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사실 테니스도 사모님한테 치자고 제안을 했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기홍한테 본인이 있는 그 자리는 원래 현정의 자리인 거죠. 얼떨결에 따라와서 있기는 하는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밥 먹을 때는 정환의 자리에 있던 기홍이가 이번에는 또 현정의 자리에 있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전거 장면이 뒤에 나오는데 마치 기홍이가 느끼는 어떤 혼란을 저는 약간 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자세히 보시면 티는 안 날 수도 있지만 여자의 모습은 좀 알아볼 수 있는 모습의 현정이고, 남자는 누군지 모르는 남자가 자전거 타고 지나가요. 기홍일지 정환일지 알 수 없는 거죠. 이 부부와 기홍까지 세 사람의 기묘하고도 사연을 품고 있는 동거를 식사 장면을 시작으로 보여 주려 했던 것 같아요. 기홍에게 뭔가 이 관계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네, 하는 것을 느낌으로 느끼게 되는 인식의 순간인 것 같습니다.
이동진: 방금 말씀하신 그 장면이 너무 묘한데, 그러면 실제로 한 명의 배우는 현정 배우님이 직접 연기를 하고 나머지 인물은 누가 연기했습니까?
이정홍: 실제로는 정환이 했습니다. 그 이유는 또 조금 다른 차원에서, 하필 왜 그런 식으로 이미지를 표현을 했냐에 관해서일 텐데 멀리서 자동차가 오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게 다가올수록 보니까 두 개의 자전거였던 거죠. 그것이 인식되는 순간에 관객들이 느낄 조금 미묘할 수 있는 이질감이랄지, 두 부부에 대한 상황이랄지, 그 안에 기홍이 있는 이상한 상황 같은 것을 담고 싶었던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이 둘은 부부가 연기를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이동진: 그 두 명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보면 애초에는 자동차의 쌍라이트처럼 보였는데 알고 보니까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었고 그 중에 한 사람은 보고, 한 사람은 안 보고 코너를 돌죠. 처음에는 포커스 아웃 돼서 멀리서 자동차가 오고 그러다가 자동차인 줄 알았는데 자전거로 보이고, 코너를 카메라 앞에서 돌아서 멀어지는 방식으로 찍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의 감각은 마치 제 표현을 빌려서 다른 말로 하자면 공간 자체가 인물처럼 작용한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의 첫 장면도 그렇습니다. 골목 끝에서 들어가기 싫어하는 경준도 있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큰일 나니까 학원에서 몰래 자자고 하는 기홍이 있어요. 그 두 사람을 프레이밍 해서 들어와서 올라가는 형식으로 돼 있는데, 그 장면도 공간의 시점 쇼트로 저한테는 보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영화의 공간감이 제게 인상적이라는 이유 중 하나가 되는데, 그렇게 찍으신 감독님의 생각 같은 것도 좀 듣고 싶습니다.
이정홍: 일단 조금 분명하게 자전거 장면은 말씀 드린 것처럼 기홍의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의식 안에서의 시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고 첫 번째 장면 같은 경우에는 사실 이 영화가 거의 대부분 99% 그냥 픽스샷이에요. 말 그대로 삼각대에 놓고 그렇게 찍었는데, 거의 유일하게 트래킹을 해서 찍은 샷이고, 질문해 주신 취지에 맞는 의도인 건진 잘 모르겠으나 그냥 아주 솔직한 이유를 말씀 드려 보자면 좀 자신이 없는 거죠. 처음이 되게 중요한데, 그래서 뭔가 좀 잘 찍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그게 시나리오를 쓰는 끝까지 어려웠어요. 내 영화가 어떻게 시작할까가. 그러다가 처음 힌트를 얻게 된 것이 그 로케이션을 섭외한 뒤에 만나게 된 그 이상한 창이었어요. 작은 창. 통상 계단에 올라가는 위치에는 창이 잘 나있지 않잖아요. 그런데 사실 저한테는 그 공간에 그 창이 있다는 게 되게 중요했어요. 되게 직관적인 생각의 과정입니다만 제가 떠올린 게 제가 찍은 단편 중 하나는 〈해운대 소녀〉라는 영화의 마지막 트랙샷이었어요. 그게 어디서 칭찬을 좀 받았어 가지고 과거의 영광을 좀 가지고 와 가지고 해서 어쨌든 첫 등장과 카메라 쪽으로 다가오는 으슥한 분위기의 골목과 창을 한 화면 안에 보기 좋게 담아내야 되는 장면이었어요.
이동진: 네, 그런 어떤 여러 가지 다른 이유들이 있더라도 역시 영화를 보다 보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이상한 무한 서스펜스가 작동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들이 사실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제가 계속 질문하면 안 될 것 같아서(웃음), 몇 분만 더 질문해 보시겠습니까?
관객: 질문 드리기에 앞서 영화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는 말을 전해 드리고 싶어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가치중립성이라는 게 떠올랐는데요, 왜냐하면 처음에 기홍이라는 주인공이 나왔을 때 삶에 대해 되게 뭔가 무기력하고, 힘들어하고 그런 느낌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중에 그게 진행되면서 따뜻함을 보여 주기도 하고 정환이라는 인물도 사실 저는 비에 젖을 걸 알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런 거를 이렇게 보면서 젖을 줄 몰랐는데 하고 말하잖아요. 그래서 흔히 〈버닝〉에서 나오는 뱀 같은 인물일 것이다 하면서 상상하면서 평가했는데 나중에는 집이 없어서 온 친구를 재워 주기까지 하는 입체적인 면들이 보여지더라고요.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어떤 가치 평가를 인물에 대해서든 혹은 여기에 나타나는 구조에 대해서든 평가를 하려고 하면 그게 묘하게 이 영화의 제목처럼 괴이하게 계속 뒤틀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중립적인 위치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런 제가 느낀 것이 감독님이 의도하신 바인지 궁금하고 그렇게 가치 평가를 하려고 함에도 불구하고 중립적으로 봐야 하는 게 인간의 삶이자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시는지가 궁금합니다.
이정홍: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여러 요소들을 보고 가치 평가를 하신 여러 기준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아마도 그 기준을 작동시키는 작법과 조금 다른 작법을 취한 것에 대한 결과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이 영화를 어떤 분명하고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볼 만한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 제가 했던 선택이 순간순간에 집중해서 써내려 가는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전제 안에 들어가 있으면 어떤 한 인물에 대해서 뭔가 입체적이면서도, 진짜 같으면서도 여러 긴장을 일으키는 느낌으로 쓰고 싶은데 그렇다면 이 안에 있는 인물들이 실제로 제가 감각하기에는 세상 사람들이 이 영상에 등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상하고 복잡하고 육체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그냥 제가 그 느끼는 감각을 따라왔던 거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꼬아 놓고 그런 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가치 중립에 대해서 제 생각은 저 스스로가 그런 면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사회 문제든 한 사람을 볼 때 그런 태도는 있는 것 같고, 그게 누군가에게는 좀 문제적인 부분이 아니냐 하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사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배우분들이 다 비전문 배우라고 하신 것 같은데 이유가 어떻게 되고, 또 어떻게 비전문 배우분들을 만났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정홍: 제가 단편 영화를 4-5편 정도 찍었는데 그때 거의 비전문 배우분들과 작업을 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꽤 스스로 이런 게 되게 필요하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어서 했던 선택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다음 장편을 찍을 때까지도 사실은 배우들과 찍고 싶은 마음을 오히려 점점 먹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기홍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제 기홍이를 먼저 중심에 세워두는 순간 많은 것들이 제 의지나 어떤 걸 떠나서 결정되어 있었던 것 같고, 비전문 배우분들을 상대로 한 아주 전례 없던 전문적 배우 오디션을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전문적인 배우 오디션의 기준은 제가 이창동 감독님의 〈버닝〉 팀에서 인물 조감독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오디션을 진행했을 때 나름의 깐깐한 기준이 저에게 가깝게 남아 있는 경험이었고 그것을 대상만 비전문 배우로 바꿔서 진행해 보자는 생각과 함께 전문적인 플로우랄까요? 그런 부분을 드리고 해서 진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비전문 배우를 끌어모으는 일은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기 경험이 없지만 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접근해 봤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더 받아 볼까요? 아까부터 손 들어 주셨던 분이요.
관객: 마지막 질문이라 좀 부담스럽긴 한데요. 처음에 피아노 연주를 청해서 듣는 경우에는 피아노 연주를 해 주시는 분이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곡을 해 주시잖아요. 근데 모르는 어두운 분위기의 노래를 해 주셔요. 음악을 고르시는 그 선곡에 대해서 궁금한 부분이 많아서요. 차에서 흘렀던 클래식이나 현정이 집에서 보는 TV 프로그램이 동물농장이었다든지 하는, 영화 내에 깔려 있었던 베이스는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정홍: 모든 의도가 나름 있는데, 현정이 이렇게 식물처럼 누워 있을 때 나오는 동물농장은 어떤 내용이냐면 강아지가 남의 새끼를 자기 새끼인 줄 알고 키우는 강아지 모성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래서 어쨌든 이 부부 상황에서 현정이라는 사람에게 결여된 게 무엇인가 했을 때 자식이 없고, 여성으로서 모성이 결여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했죠. 또 그 뒤에 하나가 나올 때 TV에 나오는 건 야생 고라니에 대한 다큐멘터리예요. 고라니의 모습이 하나와의 모습과도 닮은 면이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에 관해서는 제가 좋은 노래를 찾고 부지런히하는 일이 힘들기도 해서 클래식 라디오를 틀어 놓고 듣게 됐는데 나름 좋아하는 음악들과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들이 있어서 검색해서 메모해 놓기도 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말씀해 주셨던 그 장면에 쳤던 곡은 절대 그 자리에서 칠 곡은 아닌 것 같고요. 저도 잘 모르지만 그 곡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밀어내기 쉬운 것이었던 같은데 기홍은 그걸 받아들이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죠. 그런 걸 용이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저 선곡을 하게 됐던 거였습니다.
이동진: 네, 다 너무 좋은 질문들 감사 드립니다. 너무 긴 시간 참여해 주셔서 감사 드리고요. 감독님 인사 말씀 듣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정홍: 이 시간을 준비하면서 영화를 다시 보고, 지난 메모들을 꺼내 보고 했어요. 어떻게 이 자리에 설지에 대한 생각이 드니까 나름의 준비들을 했는데 너무 준비해서 또 망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또 앉아 계신 관객분들 표정이 중간중간 웃어 주시고 해서 더 긴장을 풀 수 있었어요. 곧 강릉에서 작은 GV가 있는데 그걸 제외하고는 공식 행사가 모두 끝났어요. 그래서 머지 않아 조금 더 나은 영화로, 발전된 모습으로 만나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동진: 네, 이 자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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