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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TV 속에서 만난 그 남자

by indiespace_가람 2023. 12. 18.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리뷰: TV 속에서 만난 그 남자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학창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몇 번 읽었던 것도 같다. 어른이 되고 박물관에서 본 작품은 '커뮤니케이션 타워'. 이 작품 하나로 그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웠다. 유명하지만 잘 모르겠는 사람.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그런 백남준을 스크린으로 다시 소환했다. 거기에서 '알고 보니 백남준'이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스틸컷

 

 

조각을 조립하려면 우선 파괴해야 한다. 정형적인 사유의 틀이 있다. '틀에 박힌 것'은 어떠한 형식에 걸맞은 만큼 이해하기 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가진 사유의 틀로 이해하기 어려울 때, 생각의 스키마를 벗어나야 할 때, 본 적 없는 것이 삶에 등장했을 때 재미가 찾아온다. 비로소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TV라는 대중매체의 등장은 알게 모르게 모두가 TV에서 말하는 것의 영향을 받게 했다. 백남준은 이 점을 기회이자 위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더 정확히 싫어하기 위해 기술을 이용하고("I use technology in order to hate it more properly"), 결국은 TV의 뒷면을 열었다.

 

 

영화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스틸컷

 

 

영화는 계급적인 특권과 인종적인 결핍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그의 삶을 균형 있게 담아냈다. 지금에서야, 주변인들은 그가 모든 사람이 각자의 채널을 가질 수 있는 인터넷의 시대까지 예견했다고 평가한다. 눈앞에 보이는 것 너머를 즐겨 상상했던 그의 말은 정말로 시대를 앞선 것처럼 들린다. 그는 이미 죽었고, 우리는 그가 과거에서 발신한 말과 작품만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한 방향 소통이다. 다만 잘 정리된 해설집 같은 이 영화에서, 나는 한 예술가를 사랑한 또 다른 예술가를 본다.

 

많은 이들이 백남준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들의 작품 역시 또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줬다. 작은 돌이 만들어낸 물결 같다. 감독은 과거의 푸티지를 모으고 새로운 인터뷰를 더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에게 바치는 편지 같은 영화라고. The future is now. 백남준은 미래가 될 현재를 향해 메시지를 발신한 예술가다. 현재가 된 미래의 감독이 보낸 답장이 그에게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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