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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우리의 하루〉: 틈새 사이로

by indiespace_가람 2023. 11. 1.

〈우리의 하루〉리뷰: 틈새 사이로

 

*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다연 님의 글입니다.

 

영화 〈우리의 하루〉 스틸컷

 

〈우리의 하루〉는 매우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들어 내는 카메라와 인물들 사이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묘사하지만 정확하게 짚어내지 않는 방식으로 영화는 줄곧 관객들에게 여지와 여백을 남기고 관객은 그러한 틈을 더듬으며 그 뒤의 무언가를 짐작해 낸다. 우리가 지금 지켜보고 있는 건 카메라로 인해 보여질 수밖에 없는 표면이라는 것을 영화는 그 존재 자체로 끊임없이 되짚는다.

 

배우를 그만둔 상원은 아는 언니네 집에 머물고 있다. 언니가 키우는 고양이가 살찔 것을 걱정하면서도 간식을 주는 것을 멈출 수 없이 귀여워하고, 그 동안 못 잤던 잠을 몰아서 자는 듯이 끝없이 잠을 잔다. 그런 상원에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지수가 찾아오고, 둘은 대화를 나눈다. 나이 든 시인인 의주는 얼마 전 건강이 안 좋아진다는 진단을 받아 그토록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와중에 그에 대한 영화로 졸업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기주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재원이 그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상원과 의주는 방문객을 앞에 두고 라면에 고추장을 풀어 먹고, 삶에 대한 거대한 질문들을 받는다. 이들이 보냈을 우연한 하루는 이처럼 외면할 수 있는 듯, 닮아 있다. 단 한 순간도 이들이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이들의 하루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이들의 관계와 영향을 받는 모습을 짐작하게 된다.

 

한 에피소드가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글 또한 마찬가지이다. 상원과 의주의 하루가 교차 편집 되면서, 둘의 하루가 뒤바뀔 때마다 그들의 감정을 묘사한 문장이 한 줄씩 나온다. 그러나 막상 보여지는 영상 속에 이들의 이러한 상태를 뒷받침하는 모습은 전혀 없다. 상원이 정수의 집에 머물고 있지만 실제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든지, 의주가 뒤늦게 관심을 받고 있지만 원하는 것은 오직 평화뿐이라든지 하는 식이다. 이들의 이러한 감정은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고, 관객들은 그저 이러한 사실을 알고 보이는 것 이면의 그들이 가지고 있을 감정을 상기하게 된다.

 

 

영화 〈우리의 하루〉 스틸컷

 

관객에게 틈을 남기는 방식으로 오히려 현실과 더 가까워진 영화는 결국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을 한다. 무언가 정답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가 취하는 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인생이란 무엇이냐고 묻는 재원에게 의주는 주변의 모두가 말하는 '정답'이 결국 오답이지 않았느냐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삶은 금방 끝나기 때문에 그 사이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에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삶은 그래서 좋은 것이라고. 상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습관, 편견, 이미지, 두려움에 쓰여있는 자신을 벗겨내고 솔직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같다. 타인의 기준과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자신을 잡고 원하는 것을 하라는 것이다. 다소 틀에 박힌 조언 같지만 결국 그것이 가장 옳은 것임을, 마지막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해내는 상원과 의주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달을 보다 분위기에 취해 잘 치지 못하는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상원과, 결국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술과 담배를 꺼내놓고 옥상에 앉아 하나씩 음미하는 의주는 삶 그 자체처럼 보인다.

 

영화는 결국 처음부터 벌려놓은 틈을 통해 관객들에게 당신의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이냐고 묻는다. 그들의 삶 뒷편을 생각하며 우리의 삶에 빗대어 볼 수밖에 없고, 그들의 행복한 삶을 바라보며 나의 삶의 기준에 대해 고민해 볼 수밖에 없다. 영화도 현실이 바탕인 것처럼, 다소 판에 박힌 조언처럼 들려도, 가장 밑바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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