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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달이 지는 밤〉인디토크 기록: 죽은 자들의 흔적이 머무는 두 가지의 이야기

by indiespace_한솔 2022. 10. 20.

 

 

죽은 자들의 흔적이 머무는 두 가지의 이야기

 〈달이 지는 밤〉   인디토크 기록

 

 

일시 9월 25(오후 6시 상영 후

진행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

참석 김종관, 장건재 감독 안소희, 곽민규 배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글입니다.

 

 

 

 

〈달이 지는 밤〉에는 무주의 차갑고 쓸쓸한 겨울과 싱그럽고 생생한 여름이 모두 담겨 있다. 서로 다르면서도 닮아 있는 두 이야기에서는 우리 곁을 떠나갔다고 믿은 사람들이 삶의 틈새 곳곳으로 스며든다. 꿈 같으면서도 현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안소희, 곽민규 배우와 김종관, 장건재 감독을 만나보았다.

 

 

조지훈 프로그래머(이하 조지훈): 안녕하세요, 저는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 조지훈이라고 합니다. 오늘 〈달이 지는 밤〉 인디토크 진행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2018년 초부터 기획되어서 2020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하고 이렇게 개봉까지 왔는데요. 그동안 코로나 등의 이유로 관객분들을 만나기 어려웠는데 오늘 이렇게 자리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감독님과 배우 분들 소감 한 말씀 듣고 관객과의 대화 시작하겠습니다.

 

김종관 감독(이하 김종관): 안녕하세요, 저는 〈달이 지는 밤〉의 파트 1을 연출한 김종관이라고 합니다. 이제 개봉 첫 주가 됐는데 영화를 찍을 때는 계절이 달랐어요. 장건재 감독님이 여름에 먼저 촬영을 하셨고 그해 겨울에 제가 촬영을 했어요. 그때 코로나가 시작이 돼서 제가 촬영할 때는 아주 한적하고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이제는 거의 코로나의 끝자락 같은 느낌이기는 하지만 관객들과 대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영화제 때 몇 번 상영하긴 했어도 스산한 풍경이긴 마찬가지였어요.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막상 개봉을 하게 되니까 마음이 편안해요. 다른 영화를 개봉할 때보다 더 편안하고 진솔하게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스코어나 수치들을 생각하지 않고 감독님, 프로그래머님, 그리고 우리 배우들과 함께 좀더 진솔하게 관객분들을 만나는 그런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안소희 배우(이하 안소희): 안녕하세요, 안소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저희 영화가 개봉을 하기까지 시간도 걸리고 또 여러 일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너무 좋고요. 또 그 작품이 〈달이 지는 밤〉이어서 더 감사하고 좋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셨는데 다양한 이야기들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장건재 감독(이하 장건재): 안녕하세요. 저는 〈달이 지는 밤〉 두 번째 파트 연출한 장건재라고 합니다. 기획부터 영화 완성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어떻게 보면 오래 전에 띄운 편지가 망망대해에 있다가 지금 도착한 기분입니다. 좀 오래 묵혀둔 편지라 여러분들한테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지도 궁금하고요. 또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 촬영하여 긴 시간을 통과하면서 만든 영화라 저한테도 감회가 좀 남다른 그런 작업입니다. 일요일 저녁에 와주셔서 감사드리고 영화 제작 과정에 관한 이야기 많이 들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곽민규 배우(이하 곽민규): 안녕하세요. 저는 두 번째 파트에서 느려터진 무주 촌놈 태규 역할을 맡은 곽민규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른 극장에서 GV할 때도 너무 좋지만 인디스페이스에서 이렇게 많은 관객들을 만나서 깜짝 놀라긴 했는데요. 오늘 재밌는 이야기 많이 들려드리고 가겠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지훈: 먼저 영화의 시작에 관한 질문을 드릴게요. 무주를 소재로 각각의 주제를 떠올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무주라는 공간이 마치 유령을 만날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는데 영화를 기획할 때 무주라는 공간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무주 분들이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장건재: 이 영화는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제작한 영화예요. 김종관 감독님하고 저하고 각각 무주산골영화제와 작은 인연이 있었고, 조지훈 프로그래머님이 영화의 프로듀서이시기도 하거든요. 저희한테 먼저 작품 제안을 해 주셨고 조건들이 있었어요. 무주에서 촬영했으면 좋겠고 무주의 도민들께서 출연하시거나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셔서 수락하고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감독이 이 영화의 작업 과정에서 서로 협업하면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어서 각각의 독립된 영화이기도 하지만 두 영화가 한데 모였을 때 더 완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옴니버스 형식을 기대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무주산골영화제 때문에 무주에 오가긴 했지만 막상 영화를 만들려고 하니 어떤 이야기를 이 안에서 펼칠까 고민이 있었어요. 답사도 가보고 영화를 본격적으로 촬영하기 전에 영화에 대한 짧은 트레일러 작업도 하면서 이 공간을 탐구하는 시간이 있었고, 또 개인적으로는 무주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무주라는 땅에서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펼쳐보자 해서 이야기를 조금씩 만들었고, 프로그래머님과 김종관 감독님과 계속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발전을 시켜 나갔습니다. 제 영화에 풍성하게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건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촬영할 당시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이었어요. 그래서 무주를 배경으로 여러 사람들과 생명력이 넘치는 여름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김종관 감독님이 해를 넘기면서 촬영을 시작하셨는데 그때는 또 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에 조금 다른 풍경이 담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촬영 후 편집을 하는 단계에서도 김종관 감독님하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동일한 곳에서 촬영도 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이렇게 쌓아가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종관: 장건재 감독님이 큰 이야기는 해 주셨고, 저는 무주라는 공간을 그전에 자주 갔었어요. 영화제 때문에 갔을 때 그 공간의 어떤 힘에 매력을 느꼈고, 사람들이 삶과 죽음이라는 테마를 이야기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무주라는 공간과 엮게 된 것 같아요. 또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서로 다른 계절의 무주를 담게 되면서 의미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장건재 감독님이 여름의 무주를 찍은 다음에 제가 감독님 영화 편집본을 봤거든요. 그 속의 공간들을 같이 쓰면서 다른 계절에 다른 이야기가 담기면 관객들이 또 재미있는 생각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촬영을 했습니다.

 

조지훈: 두 작품이 동시에 촬영되지 않고 한 작품이 먼저 촬영되고 나중에 촬영되면서 더더욱 두 편의 연결 지점들이 만들어졌던 것 같고요. 소희 배우님께 질문 드릴게요. 영화 〈싱글라이더〉에 이어 두 번째로 망자 역할을 맡으셨는데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는지도 같이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곽민규 배우님도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는지 같이 이야기해주세요.

 

안소희: 김종관 감독님께서 제안해 주셔서 이 작품에 출연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 전에 감독님과 〈메모리즈〉, 그리고 〈하코다테에서의 안녕〉이라는 두 작품을 함께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서 감독님께서 제안해 주셨을 때 너무 반가운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고요. , 또 죽었어요.(웃음) 그런데 영혼 캐릭터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점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에서만 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저는 이런 제안이 왔을 때 재밌게 작품에 참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곽민규: 저도 어느 날 갑자기 장건재 감독님께 러브콜이 왔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을 그 전부터 제가 좋아하고 동경했고, 또 함께 출연하는 강진아 배우와 동문인데 한 번도 작업을 같이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더 궁금했던 것도 있어요. 친구들이 강진아 배우와 곽민규 배우가 연인으로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상상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저희를 오래 봐왔던 사람들은 어색하다고 느껴서,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저는 유독 시골에서 촬영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무주 총각 태규를 잘 소화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조지훈: 아까 무주에서의 반응을 물어보신 분이 계셨잖아요. 작년에 공무원 분들 모시고 시사회를 한번 한 적이 있어요. 저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영화 소개 많이 해봤는데 그날이 제 인생이 가장 긴장되는 순간 중에 하나였어요. 영화가 좀 어둡기도 하고 은유적이기도 해서 어떻게 보실까 걱정을 좀 했어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잘 봐주셨고요. 특히 여성 분들이 느려 터진 무주 촌놈대사에 웃으시면서 영화를 보셨던 것 같아요. 끝나고 나서 안심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두 감독님이 저한테 주제가 좀 어두운데 괜찮냐고 그러셨거든요. 다행히 괜찮았던 것 같아요.

두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김종관 감독님께 먼저 질문 드리면 파트 1의 이야기 속 회상 부분에 주방 옆 페허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신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로케이션과 관련된 이야기를 함께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건재 감독님께는 파트 2에서 실제 주민분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좋았고 현실감이 있었는데, 촬영 당시가 진짜 복날이었냐는 질문을 주셨어요. 시장 촬영 관련 에피소드를 같이 이야기해 주시면 어떨까 하는데요.

 

김종관: 저는 항상 제가 했던 그 전 작업에서 다음 작품의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제가 전에 해왔던 작업들이 〈최악의 하루〉나 〈더 테이블〉, 〈아무도 없는 곳〉 같은 영화인데 이 영화들은 서촌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주로 촬영을 했어요. 제가 경복궁 인근에 살고 있는데 그래서 항상 촬영을 하면 걸어서 출근하고 걸어서 퇴근할 수 있었죠. 저만.(웃음) 스탭들이나 배우들은 멀리서 오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미안한 촬영을 하다가 〈조제〉라는 영화를 하면서 처음 지방 촬영을 하게 됐고, 그때 조제의 집을 찾으려고 빈집들을 많이 돌아다녔어요. 무주에도 많은 빈집들이 있고 그곳에 가면 다 누군가가 살던 자취가 남아 있잖아요. 저희 영화 영어 제목이 vestige, 자취, 흔적이라는 뜻인데 연결이 되죠. 누군가 돌아가셔서 빈집이 되고 고향을 떠나서 빈집이 되고. 빈집이 갖고 있는 의미가 좋았어요. 누군가가 살던 모습을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빈집을 연극 무대처럼 두고 환영처럼 과거의 이미지들이 흘러나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무주에서 찾은 집은 축대 위에 있는 집이었어요. 비가 많이 와서 수해 때문에 한쪽 벽 축대가 무너지면서 살고 계신 분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신 거예요. 벽 하나의 이렇게 허물어지고 내외부가 비어있는 모습이 좋았어요. 또 하나 생각나는 게, 저희 동네에서 작업실로 가는 길에 큰 집이 하나 있었어요. 그런데 그 집이 공사 때문에 한쪽 벽면을 다 허문 거예요. 그 집 내부가 그대로 보이고, 노부부가 소파에 앉아 있었어요. 민망한 마음이 들 정도로 한 사람의 내부를 보게 된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걸 계기로 이야기를 떠올렸던 것 같고 이런 이미지를 담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장건재: 촬영을 8월 달에 했거든요. 초복, 중복에 걸쳐서 작업을 했어요. 촬영하는 시기가 복날쯤일거라 생각했고, 그럼 태규가 지키고 있는 조부모의 집에서 두 사람은 주말을 같이 보내면서 밥을 먹겠구나 싶었어요. 닭집 사장님은 반딧불이 시장에서 계신 분이고 군청 직원, 복지과 직원분이 찾아가는 할머님들 다 실제 무주 주민분들을 캐스팅을 한 거예요. 군청에서 회의하는 장면에도 강진아 배우님 외에 나머지 분들은 다 군청 복지과 분들이세요. 저는 가급적이면 실재하는 공간에서 오랫동안 계셨던 분들하고 어우러져서 작업을 해보려고 야심을 부렸는데 쉽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으시니까 쉽지만은 않았고, 대신 촬영하기 전에 회의 때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 복지사분이 집에 오시면 어떤 걸 체크하는지 이런 것들을 미리 얘기하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반복 촬영은 많이 안 했어요. 기다렸다가 한두 테이크 정도 찍어서 완성한 장면이고요. 그리고 오늘 함께 오지 못했는데 강진아 배우는 촬영하기에 앞서 복지과 분들과 한 일주일 정도 시간을 보내면서 직원분들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실제 직업을 연기해야 되기 때문에 단순히 흉내내는 게 아니라 공간이나 업무들을 체험해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또 곽민규 배우님께도 제가 좀 독특한 주문을 드렸는데, 마성의 남자친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웃음) 곽민규 배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반가워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미남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조지훈: 곽민규 배우님, 만족하십니까? 멋지게 나왔나요?

 

곽민규: 저는 만족하는데요. 근데 굉장히 어려운 연기인 것 같습니다. 멋짐을 연기한다는 거.(웃음)

 

조지훈: 촬영 현장이나 영화를 보면 곽민규 배우님은 촬영 현장이 밝고 좀 즐거우셨을 것 같고 안소희 배우님은 당시 코로나도 터지고 해서 촬영 현장이 조금 괴롭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고 그랬을 것 같아요. 소희 배우님께 질문이 있는데요. 침대에서 자신의 목을 조르는 영선을 바라볼 때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그 장면 힘들게 찍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야기 해 주시면 어떨까요.

 

안소희: 그 장면은 저에게도 그렇고 영선이에게도 그렇고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저희 영화가 전반적으로 대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의 행동을 관객분들이 보시고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을 해요. 그 장면이 보시는 분들에게 이 친구가 어떤 이유로 저런 행동을 했을지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게끔, 엄마와 딸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저 친구가 저렇게 되었을지 생각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을 해서 감독님하고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굉장히 강렬하고 무서운 행동이긴 하지만 보여졌을 때 마냥 무섭고 어렵다기보다는 조금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무용적인 모습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모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움직임을 많이 연구하고 만들어가면서 촬영을 했는데요. 저는 그 장면이 힘들기보다는 그런 과정들을 배우로서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되게 재밌고 뜻깊었어요.

 

조지훈: 곽민규 배우님께 질문 있습니다. 태규가 할아버지 대한 꿈과 할머니의 일상을 엮어서 이야기를 하는데 배우님께서도 꿈과 일상이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놀랐거나 의심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곽민규: 어려운 질문이네요. 갑자기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생각이 났어요. 제가 〈수면의 과학〉이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스테판이라는 남자의 이야기예요. 가끔 인물을 연기할 때 영화 속 인물과 자연인 곽민규를 비교하면서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저에서 어떤 걸 더 담으면 태규가 되고 어떤 걸 빼면 태규가 되는지. 꿈과 현실이라는 질문에 완전히 맞닿아 있지는 않지만 저한테는 영화 속이 또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이 대답이 답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지훈: 어떤 분이 시사회 후에 평을 올려주신 걸 봤는데요. ‘영화 재미없다. 그런데 나도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본다. 그래서 재미있기는 커녕 그리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표현을 해주셨거든요. 김종관 감독님의 영화는 꿈과 현실의 경계 그리고 죽음과 삶의 경계를 다루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간절히 그리워하는 딸을 만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장건재 감독님의 영화도 죽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는 영화이기도 해서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거나 사라지거나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영화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배우, 두 감독님은 다른 배우, 감독님의 에피소드에서 어떤 부분이 제일 좋으셨나요? 서로의 영화에서 인상적이었거나 좋아하는 장면이 있을까요?

 

김종관: 지금은 제 영화가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장건재 감독님의 영화가 오는데, 처음엔 반대였어요. 그런데 지금 순서로 영화를 보는 게 더 좋더라고요. 마음이 편해졌어요. 얼어 있고 굳어 있고 차갑고 이런 것들을 보다가 생명력이 느껴지는 장면을 보니까 관객 입장에서 편하게 볼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계절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먼저 떠올라요. 새벽에 고추 따는 장면을 굉장히 좋아하고, 처음에 분위기를 압도하면서 시작하는 치킨집 장면도 좋고요. 오늘 말씀하신 백숙을 먹는 장면도 묘하게 일상적이면서도 죽음이 깃들어 있어서 좋았어요.

 

안소희: 저는 파트 2에서 강진아 배우가 엄마와 밥을 먹으면서 너는 내려와서 이런 애를 만나니이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아무래도 기억에 남아요. 파트 1에도 엄마와 딸이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같은 모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각자 영화에 있어서 더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장건재: 두 영화를 묶는 마스터링 작업을 제가 했거든요. 파트 1에서 파트 2로 넘어가는 연결을 잘해내는 것이 저의 미션이었어요. 그러다보니 김종관 감독님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되게 많이 보게 됐어요. 특히 내레이션을 유심히 듣게 됐거든요. 동네에 썩은 오래된 나무가 있고 거기에 덩굴이 올라가서 큰 나무에 작은 꽃이 하나 피었다. 다시 살아날 것 같지 않은, 소생할 것 같지 않은 생명 안에서 또 새롭게 피어나는 어떤 작은 가능성? 이런 의미로 와닿더라고요. 그렇게 1부가 스산한 풍경의 텅 빈 무주 한쪽에서 꽃망울들이 터지면서 2부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 면에서 공교롭게도 조화로운 순서가 되지 않았나 싶고 파트 1의 마지막 장면을 참 좋아하게 됐습니다.

 

곽민규: 저는 김종관 감독님 영화 내용도 잘 모르고 있었다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제가 촬영한 작품과는 톤이 많이 다른 영화였고 그런 영화 안에서 두 분의 호흡이 너무 생동감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굉장히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굳이 한 장면을 꼽자면 저는 어머니랑 이야기하면서 밥 먹는 장면에서 안소희 배우님의 다음 작품들 계속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지훈: 계속 이야기를 나눌수록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두 번 보니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반복처럼 〈달이 지는 밤〉도 영화의 시작과 끝이 정해지지 않은 듯한 오묘함이 느껴집니다. 특히 파트 1의 첫 장면과 파트 2의 마지막 장면이 연결되는 느낌이 있는데 촬영을 하면서 순서를 고려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라는 질문을 남겨주셨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답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김종관: 순서가 어떻게 될지 몰랐어요. 처음에는 제 영화가 뒤로 가는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장건재 감독님 영화 속 공간들을 다시 찾아가서 이야기를 몇 개 찍었어요. 감독님 영화의 엔딩 공간이 굉장히 인상적이니까 같은 곳에서 제 영화의 인트로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영화적인 브릿지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여러 가지 요인으로 순서가 바뀌면서 제가 만든 영화에서 공간이 열리고 그곳에 망자들이 걸어가는 엔딩으로 공간을 닫으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예상치 못한 좋은 무언가가 만들어지는구나 싶었어요. 예상하지 못한 것들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채운 것 같아요. 또 덧붙여서 얘기 드리자면 두 작품으로 분리해서 볼 수 있는 영화이지만 같이 공유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한 편으로 봤을 때 읽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렇게 같이 또 따로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건재: 엔딩 장면은 이 영화의 기억의 방식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망자의 형태로 등장했던 사람들을 한 장소에 모아서 어디론가 걸어가는 장면, 소멸되듯이 사라지는 장면을 좀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요.

 

조지훈: 찍은 순서대로 장건재 감독님 작품 다음에 김종관 감독님 작품이 오면 공간이 이어지는데, 순서를 바꿔놓고 보니까 영화와 시작의 끝이 같은 공간으로 구성되어 하나의 공간에 다른 시간대, 두 개의 이야기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연장선상에서 두 영화를 관통하는 내용이 걸음이라고 해석을 해주셨는데 이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종관: 제가 유독 걷는 장면을 좋아하고 많이 찍는 편인데 이 영화에서는 엄마의 걸음과 딸의 걸음이 있어요. 저는 이 영화에서 움직임이 중요했어요. 사람이 주는 움직임을 활용하고 싶었고 그걸 어떻게 표현해낼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삶과 죽음의 차이, 같은 공간이지만 분리되어 있는 느낌, 같이 볼 수 있지만 공유할 수 없고 서로 먼 거리에 있는 느낌, 영선이 흘러간 과거를 연극을 보듯이 지켜보다가 걷는 행위 자체가 시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 분들께 무턱대고 계속 걷게 한 뒤에 가만히 보면서 바람에 치마가 어느 쪽으로 날리나, 머릿결이 어떻게 움직이나 이런 사소한 움직임 같은 것들이 어떻게 녹아드는지 보았던 것 같습니다.

 

장건재: 제가 강진아 배우님 걸음걸이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키가 크시고 폭이 넓어서 씩씩하고 건강한, 생명력 넘치는 걸음걸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진아 배우가 걷는 장면을 영화에 많이 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걷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저도 걷는 장면을 촬영하는 걸 되게 좋아해서 영화에 그런 장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안소희: 저는 오늘 처음 알았어요. 제가 나가는 뒷모습을 찍을 때에 감독님께서 걷는 모습에 대해 주문을 해주셔서 걸음걸이가 굉장히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발의 모습이나 몸의 형태 이런 걸 생각하면서 걸었는데 흩날리는 머릿결을 보셨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어요.(웃음) 저도 걷는 장면 중에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혼자 집을 나와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영선의 장면을 찍을 때에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었어요. 걷는 영선, 부는 바람, 사람이 아무도 없는 쓸쓸한 거리, 모든 게 다 잘 맞아서 하나의 장면을 멋지게 만들어준 것 같아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조지훈: 사뿐사뿐 걷는데 이 세상 사람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을 주는 걸음걸이여서 저도 좋아합니다. 곽민규 배우님은 촬영하시면서 기억나는 장면이나 현장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나요?

 

곽민규: 시장에서 찍었던 장면이 생각이 나는데요. 말씀해주신 대로 강진아 배우님은 키가 크시고 씩씩한 걸음인데 저는 좀 관성이 있는지 어정어정 걷나 봐요.(웃음) 감독님께서 저한테 반듯하게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태규라는 인물을 멋지게 그리고 싶어 하셨고 저도 맞추고 싶어서 걸음에 조금 더 신경썼어요. 그리고 닭 사는 장면 정말 재밌게 찍었어요. 상인 분께서 재밌는 애드리브를 하셔서 저희가 깜짝깜짝 놀랐거든요. 그런 장면들이 되게 자연스럽게 잘 담겼던 것 같아요.

 

조지훈: 장건재 감독님은 그런 장면에서 걸음걸이나 오케이 컷을 어떻게 판단하셨나요?

 

장건재: 매번 걸음을 지적하지는 않았고 두 배우의 기운의 차이가 느껴질까 봐 곽민규 배우님께 조금 더 힘있게 혹은 곧게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의 같은 보폭이나 율동감 같은 것들이 잘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찍었습니다.

 

 

조지훈: , 감사합니다.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마지막 말씀 듣고 이 자리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극장 가득 채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관객들과 더 만날 수 있도록 여러분들께서 SNS에 이야기 많이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종관: 이렇게 귀한 날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소희 배우와 이번에 세 번째로 같이 작업을 하는데 저는 같은 배우랑 여러 번 작업하는 게 참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 같아요. , 똑같은 작업이 아니라 새로운 걸 찾아보는 시도를 하죠. 이번에는 이 배우의 움직임을 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음에 또 즐거운 작업을 하면서 만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건재 감독님과 곽민규 배우님도 또 다른 작업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저희 영화가 여름의 무주와 겨울의 무주가 모두 담겨있잖아요. 요새 계절이 낮에는 장건재 감독님의 여름의 무주 같고, 밤에는 제 영화의 겨울의 무주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기에 참 즐거울 때인 것 같아요. 입소문 많이 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안소희: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날씨에 잘 어울리는 영화이니까요. 저희 영화가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또 생각나신다면 또 보러 와주세요. 와주셔서 감사하고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감사합니다.

 

장건재: 저희 영화에 달이 계속 나오는데요. 멋진 장면을 만들어주신 컴퓨터 그래픽 감독님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소리들을, 또 대사의 소리들을 열심히 채집해 주신 사운드 감독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이렇게 관객으로 오신 분도 계시지만 또 유지태 배우께서 와주셔서 좋은 상영 기회 마련해 주셨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인디스페이스에서 관객분들을 만나게 돼서 너무 반가워요. 일요일 저녁에 찾아주셔서 더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저희 〈달이 지는 밤〉 상영은 계속됩니다. 좋은 작업으로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곽민규: 이 영화가 제작되고 개봉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코로나도 지나가는 오랜 시간이었는데요, 그래서 굉장히 저에게 뜻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개봉 첫째 주 주말인데 이렇게 많은 관객 분들과 만날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둘째 주, 셋째 주에도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열심히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드디어 관객들을 만나게 된 〈달이 지는 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어디선가 존재할 거라고 믿는,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고 싶다면 이번 가을에 이 영화를 찾아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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