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길러낸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2 〈바다의 양식〉 고이든 감독님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글입니다.
햇볕이 뜨거운 더운 여름날, 여름의 제주 바다와 부딪히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해 나가는 두 여성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 〈바다의 양식〉의 고이든 감독을 만나보았다. 뜨거운 열기만큼 두 인물의 강렬한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진솔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바다의 양식〉이 한국퀴어영화제에서도 상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두 명의 여성이 갖고 있는 복잡한 내면, 그리고 둘의 우정과 사랑을 다루고 있어 썸머프라이드시네마2022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 소감은 어떠신가요?
작년에는 온라인으로 진행한 영화제가 많았어요. 그렇다 보니 이 작품을 통해 제주도에서는 직접 뵌 적이 있지만 서울에 있는 관객분들을 만나 뵐 기회는 없었어요. 그래서 이런 기회가 왔을 때, 초청해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지점인데요, 영화의 원작으로 밝히신 고다은 작가의 ‘바다의 양식’은 어떤 작품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왜 그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은 저희 친언니가 국문학과 학부생 시절에 과제로 습작처럼 쓴 단편소설이에요. 예전에 언니가 저한테 한번 보라고 건네준 적이 있었는데 너무 쉽게 지경이한테 이입이 되었어요. 언니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지만 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감이 됐던 것 같아요. 제주도에서 초중고를 나온 90년대생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자기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언니한테 이 작품으로 영화를 찍게 해달라고 엄청 매달렸어요. 〈바다의 양식〉이 제 졸업 작품이거든요. 언니에게도 저에게도 시현이 같은 친구가 있고, 그래서 되게 애착을 많이 가진 작품인데요. 허락을 받아서 감사하게 찍게 되었습니다.
소설 원작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영화화하면서 어떤 부분들이 달라졌는지 조금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딜리헙'이라는 플랫폼에 무료 공개가 되어 있습니다.(https://kr.dillyhub.com/home/downgo/sea) 어느 정도 큰 틀은 같아요. 지경이와 시현이의 관계, 두 사람이 갈등을 빚게 되는 원인 등 양상은 비슷한데, 아무래도 소설과 영화는 다른 형식이잖아요. 소설에서는 조금 더 지경이의 감정 묘사와 과거 회상 등 자세한 심리 묘사를 많이 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촬영할 때 제작비를 생각해야 하기도 하고, 보다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들이 있었어요. 시현이와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 그리고 지경이의 성장을 좀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현이를 통해서 지경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이 부분에 더 집중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뒷부분은 각색을 해서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바다에서 푸닥거리하는 장면이 추가되었고요.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은 똑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물 좋고 자연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여겨지는데요, 이 영화는 실제로 제주도에서 자란 감독님의 자전적인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제주에서 살아온 사람에게는 제주도의 바다가 자신을 가로막는 양식장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는 걸 느꼈어요. 감독님은 지경과 시현 두 인물 중에 어디에 가까운 편이셨나요?
저는 지경이 입장에 훨씬 가까운 편이었어요. 저는 시현이와 다르게 저만 잘하면 되는 환경이었거든요. 사실 그래서 저는 시현이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가 있다는 걸 고3 때까지도 몰랐어요. 대학 얘기를 나누다가 시현이처럼 공부를 잘하는 친구랑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아마 고3 때까지 몰랐던 것을 보면 제가 조금 특이한 케이스였다는 생각도 해요. 제가 너무 명백하게 지경의 입장이다 보니 각색을 할 때 되게 조심스러웠던 점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지경이와 시현이 중에서는 지경이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우위에 있고, 두 사람이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럼 감독님은 제주도 하면 가장 먼저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진부한 답변이지만 아무래도 바다가 많이 생각이 납니다. 제주도 가서 뭐 하고 싶은지 생각을 하면 제일 먼저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도 바다를 정말 좋아합니다. 단지 자부심 아닌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건, 제주 출신이 아닌 사람들의 바다와 저의 바다는 다르다는 거예요. 저에게 제주 바다는 관광지로서의 바다 보단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고 놀러 다닌 바다, 부엌 창문 넘어 보이는 바다,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거든요. 서울에서 쭉 자라온 사람의 홍대와 저의 홍대랑 매우 다른 것처럼요.
지금은 서울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계세요. 제주도에서의 삶의 경험이 감독님께 어떠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지방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제주도는 육지를 통해 다닐 수 없고 하늘길이 열려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 다른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는 것보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가는 것이 중학생, 고등학생에게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양식장 같은 모습을 떠올리게 된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제주도에 남은 친구들이 있고 서울에 올라온 친구들이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문화 인프라뿐만 아니라 환경이 모두 바뀐 것 같아요. 그래서 관계와 환경과 공간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본인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인 영화를 더 만드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바다의 양식〉은 단편이었는데 혹시 이 작품을 장편으로 발전시킨다면 어떤 에피소드를 더 추가하고 싶으신가요?
일단 자전적인 영화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는데, 이 시나리오도 그렇고 제 시나리오들을 보면 자전적인 이야기가 어느 정도 섞여 있어야 써 내려갈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어느 정도는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또 〈바다의 양식〉을 재작년 여름에 찍었는데, 그때 비도 엄청 많이 오고 태풍도 와서 촬영이 계속 엎어지고 재개되고 하는 통에 삭제된 신들이 좀 많아요. 지경이와 선생님의 상담이라든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여럿 삭제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아쉬웠던 것은, 지경이와 시현이가 바다를 오가는 길도 전후의 느낌이 다를 텐데 버스를 타고 가는 장면이라든지 걸어서 가는 장면이라든지, 그런 모습이 빠져 있는 게 너무 아쉬워요. 만약 다시 찍을 수 있다면 디테일한 부분들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주연 배우 두 명의 다소 거칠지만 진솔한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가장 중요시 여겼던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제가 원작을 읽었을 때 떠올렸던 지경과 시현의 이미지와 저희 친언니가 소설을 쓰면서 생각했던 이미지가 완전히 일치했어요. 원작 소설을 쓴 언니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그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고려했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하게 보았던 것은 사투리인데요. 보통 제주 사투리를 하면 알아듣기 어렵기 때문에 자막이 달리곤 하는데 저는 저희 세대가 사용하는 제주 사투리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제일 컸거든요. 그래서 사투리 연습을 많이 부탁드렸는데 제주도 사투리가 생소하고 미묘한 억양이 있어서 어려워요. 캐스팅할 때 제가 녹음한 사투리 대사를 보내드리고 오디션에서 그걸 얼마나 익숙하게 하실 수 있는지를 보았던 것 같아요. 거칠지만 진솔한 연기가 나오려면 아무래도 말할 때 거리낌이 없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제주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배우분들께도 사투리 연습을 계속 부탁드렸어요. 그래서 실제로 저희가 쓰는 제주 사투리랑 정말 똑같아요. 고증이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찍고 서로 쌓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제가 그냥 괴성을 질러달라, 몸부림이나 발버둥을 치면서 모든 것을 토해내 달라, 이런 식으로 말씀드렸는데 너무 잘 표현해주셨어요.
태풍이 와서 촬영이 힘들었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날씨의 영향을 포함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나 염두에 두었던 점이 있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촬영을 위해 스태프, 배우들과 제주에 가셨을 텐데 어떤 느낌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태풍 때문에 촬영 스케줄을 다시 짜고 또 스태프들을 다시 구성하는 과정에서 원래 섭외했던 장소에서 촬영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원래 제주도의 학교는 돌담도 있고 야자수도 있는데 섭외한 학교에서 촬영을 못하게 되어서 경기도에 위치한 학교에서 촬영을 했어요. 제주도의 정취가 느껴지지 않아서 그게 좀 아쉽지만 다행히 크게 튀지 않아서 무사히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날씨에 관해서는 에피소드가 참 많아요. 태풍이 지나간 뒤 촬영을 하려니 바다가 엄청 더러운 거예요. 화해하는 장면이 깨끗하게 담기면 좋겠는데 해변에 쓰레기와 해조류가 다 밀려와서 삽으로 막 퍼냈어요.(웃음) 하다하다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즉석에서 다시 장소를 구해서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여름이 지난 뒤라 흐린 날 추울까봐 걱정이 좀 됐어요.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입수해서 촬영해야 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촬영이 힘들까봐 걱정을 너무 많이 했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촬영감독님께서는 오히려 바다에서의 촬영이 너무 즐거워서 웃음이 나오는 걸 자꾸 참아야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스태프들이랑 저희 배우분들한테 너무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영화를 찍기 전과 찍고 난 후 감독님의 생각 중 어떤 것들이 달라지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찍고 난 후에는 아무래도 즉석에서 수정되거나 빠진 신들이 많아서 너무 아쉬웠는데 다행히 졸업영화제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고 여러 영화제에서 저를 불러주셨어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고 또 동시에 송구스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찾아왔고, 이 작품을 찍기 위해 고생했던 저희 스태프나 배우분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좀 더 자신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영화 외적으로 조금 더 얘기를 드리자면 사실 제주도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더 찍을 게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자전적인 이야기도 이 작품을 통해 해소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바다의 양식〉을 찍고 1년 동안 좋든 싫든 이 영화에 대해서 계속 얘기를 하게 되면서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찍어보고 싶어졌죠. 이 작품에는 청소년기의 사랑인 듯 우정인 듯 그 미묘한 사이를 보여주려 했다면 다음에는 가족이나 다른 양상의 관계를 찍고 싶기도 해요. 제일 크게 달라진 건, 원래 제주4.3사건을 다룰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이미 훌륭한 감독님들이 너무 멋진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주셨으니 내가 어떻게 더 이야기하겠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바다의 양식〉을 통해 90년대생의 제주도를 그렸으니 90년대생들에게 4.3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어요. 제주4.3이 저희 세대에 어떻게 기억되고 기록되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럼 지금 90년대생들에게 제주4.3항쟁이라는 사건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조금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은 너무나 상처가 크고 비극적인 사건이라서 지금 아직 공부가 다 안 된 상태에서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네요. 그 사건을 겪은 분들로부터 저희 세대는 증손주 정도 돼요. 예전에는 오래 제주에 살아온 토박이가 많았지만 이제는 ‘제주 한 달 살기’ 같은 방식으로 와서 지내기도 하고 이주하시는 분이 많아요. 새로운 문화가 생기고 그것에 익숙해지면서 현재 제주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4.3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4.3은 어떻게 기억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주도 외적으로는 30-40대 여성 퀴어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결혼이나 직업의 측면에서 30-40대 여성 퀴어들의 생활이 좀 더 가시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이전 작품 〈난기류〉도 〈바다의 양식〉처럼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여성 두 명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해주신 여성 퀴어 이야기도 그렇고 감독님이 집중하고 계시는 주제가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계와 주제에 천착하게 된 계기나 동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일단은 제가 여중, 여고를 나왔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남자 캐릭터를 잘 그려내기 어렵더라고요. 또 깊은 이야기를 나눠온 사람들이 주로 여자 친구들이기도 해서 일단은 계속 그런 관계를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어느 정도 자전적인 경험이 좀 섞여야 수월하게 이야기를 쓸 수 있는 편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난기류〉는 제주도에서 20년 가까이 살다가 갑자기 서울로 올라가면서 크게 변해버린 환경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요. 습작처럼 찍은 건데 말씀해 주셔서 기분이 이상하네요. 〈난기류〉에서는 ‘환경’이었다면 〈바다의 양식〉에서는 ‘공간’으로 바뀌었어요. 바다라는 공간, 제주라는 공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관한 내용으로요. 앞으로도 뭔가 쓰고 만들게 된다면 여성과 그 여성이 사랑하는 공간에 대해서 고찰하는 주제를 쓰게 될 것 같아요.
지경과 시현이 화해하며 영화가 마무리되는데요. 말한 대로 지경은 서울로 올라가고 시현은 제주도에 남게 될까요? 감독님이 생각하실 때 미래의 지경과 시현은 각각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저도 각색을 할 때 시현이라는 친구의 입장을 섣불리 단정 짓지 않기 위해 원작자인 언니랑 많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때 언니가 지경이는 서울에서 살다가 나중엔 다시 제주에 와서 자리를 잡고 살게 될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지경이라면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왜인지 몰라도 지경은 이곳에 뿌리를 새롭게 내릴 것 같았습니다. 시현이는 초연하고 어떻게 보면 겸허할 만큼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잖아요. 하지만 그게 시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포기했다는 말은 아니에요. 오히려 시현이는 먼 미래에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서 육지에서 커리어를 쌓거나 아니면 아예 해외로 가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경의 엄마도 굉장히 눈이 가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경이 엄마에게 제주가 싫은 적이 없었냐고 물어보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엄마는 ‘나는 싫어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선택지가 없었다’는 식의 대답을 합니다. 지경의 엄마 역시 시현처럼 제주에 남은 사람이지만, 두 사람은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 영화를 각색하고 만들고 찍는 과정 자체가 제가 성장하는 과정이었어요. 시현이를 이해하기 위해 저 역시 제주도에 남아 있는 친구들한테 제주가 싫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며 제 친구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어요. 그리고 저희 어머니도 평생 제주도 토박이로 살아오셨기 때문에 엄마에게도 물어봤어요. 그때 저희 어머니의 대답과 영화 속 지경의 엄마의 대사가 거의 비슷해요. 아무래도 저희 어머니 때만 해도 비행기를 타고 오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좀 어려웠고, 또 지금처럼 쉽게 다른 곳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을 거예요. 그때 또 다들 결혼도 일찍 하는 편이었으니까 결혼을 하고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떠난다’는 선택지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 것 같아요. 지금은 이제 육지와 섬의 왕래가 활발해지고 해외여행도 자주 가는 환경이다 보니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20-30대가 제주도를 떠나서 다른 지역에 정착하는 건 너무나도 일반화되어 있고 실제로 제주도에서 대학을 다닌 뒤 육지로 와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고요. 세대의 차이인 것 같아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 소감을 여쭙고 싶습니다.
우선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완성한 지 2년이 다 돼 가는데 이렇게 또 초청을 받게 돼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작품을 관심 있게 봐주셨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서울에서 관객분들께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자체가 너무 기뻤어요. 감사한 마음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시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주와 서울 사이에서 방황하고 고민하며 균열을 느끼는 두 여성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바다의 양식〉을 만들어낸 고이든 감독의 개인적 서사와 그 사적인 이야기가 공동의 이야기로도 뻗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던 자리였다. 바다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자신들의 감정을 시원하게 내뱉는 인물들을 보며 무더운 여름 더위를 날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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