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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아치의 노래, 정태춘〉: 목소리를 따라서

by indiespace_한솔 2022. 6. 7.

 

 

  〈아치의 노래, 정태춘〉   리뷰: 목소리를 따라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연 님의 글입니다.

 

 

때때론 양아치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그는

하루 종일을 동그란 플라스틱 막대기 위에 앉아

비록 낮은 방바닥 한구석 좁다란 나의 새장 안에서

울창한 산림과 장엄한 폭포수, 푸르른 창공은 꿈꾼다

- 아치의 노래 中

 

 

데뷔곡 시인의 마음과 연이은 히트곡 촛불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정태춘. 그는 비단 가수만이 아니라 음악으로 사회에 변혁을 촉구한 사회·문화운동가이기도 하다. 가요 사전 심의 철폐 운동을 주도해 심의 폐지를 이끌어 냈고, 노동 운동 지원 공연 등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늘 앞자리에 서 왔다.

 

영화는 2019년 데뷔 40주년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 실황 영상을 바탕으로 정태춘의 음악 인생을 꼼꼼히 되돌아본다. 경기 평택 시골 마음에서 바이올린을 처음 배운 소년, 토속적이고 서정적인 노랫말로 대중들의 가슴을 울렸던 청년과 시대의 불의에 저항한 중년을 거쳐 사랑스러운 손녀와의 대화를 읊조리는 노년의 모습이 28곡의 음악과 어우러졌다.

곡의 핵심 구절이나 귀에 익숙한 멜로디만 짧게 담긴 것이 아닌, 노래의 처음과 끝이 온전히 담겨있다. 콘서트에 온 듯한 인상을 받으면 노래에 깊게 빠져들어 음미하게 된다. 데뷔 당시의 주요 방송 보도와 소극장 공연 투어 얘기노래마당등 아카이브 영상을 활용하여 시대의 공기와 질감을 오롯이 전한다.

 

 

정태춘의 목소리를 따라 영화는 한국 현대사를 걷는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 투쟁부터 1993년 음반 사전 검열제도 철폐 운동, 2006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까지.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울려 퍼진다. 청소년 인권 운동가에게, 한국 아티스틱 수영 전 국가대표에게, 그리고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그의 팬에게.

 

불의에 저항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의 길을 걷던 그에게도 절망의 순간이 있었다. 절망의 끝에 결국 노래를 접고 시나 붓글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간 그. 그리고 그러한 절망의 고뇌가 온전히 담겨 있는, 제목의 그 노래. ‘아치의 노래

 

 

영화의 말미 정태춘은 문명이 고도화된 산업사회가 아닌 오히려 과거의 원시 공동체를 꿈꾼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에 의해 약자가 짓밟히고, 빈부격차와 환경 오염이 공동체를 파괴하는 사회가 아닌, 문명화되지 않은 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그는 소망한다. 그의 이상적이지만 예리한 바람은 정동진 3’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따라 관객과 호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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