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월〉 리뷰: '지금'을 이루는 기억과 경험, 4월 16일
*관객기자단 [인디즈] 염정인 님의 글입니다.
지나온 시간들이 ‘지금’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힘이 필요하다. 무뎌진 시간들이 새롭게 찾아와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결국 ‘지금’을 구성했다는 사실을 알아채야 한다. 그 끝에서 우린 ‘과거’를 과거라 부를 수 있을까? 2014년 4월 16일에는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영화 〈당신의 사월〉은 세월호 참사를 과거에 두지 않는다. 흘러가는 일상 속, 변두리에 위치해 있던 ‘당신의 사월’을 소환한다. 세월호는 기억과 경험이 되어, 지금 이 공간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유독 선명했던 시간들이다. 어떤 기분으로 내게 던져졌던 소식들을 받아냈는지 기억한다. 처음 침몰 소식을 듣고는 ‘금방 구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늘엔 비행기가 떠다니고 쉽게 50층짜리 건물을 지어내던 시대가 아니었나. 나는 내 ‘시대’에 대한 이상한 낙관이 있었다. 가라앉지 않은 선채를 보며, 전원 구조 오보를 보면서 쉽게 낙관했다. 꼬리만 남은 선채, 담요를 두른 유가족들, 세월호 주위를 배회하는 민간 선박, 바다로 갔던 민간 잠수부들. 이후 내 기억들은 이러한 장면들에 닿아있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이를 그저 포착해내지 않는다. 그 닿아있고 엮여 있는 것을 드러낸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각자의 위치에서 세월호 참사에 반응했던 이들의 이야기다. 누구는 팽목항과 서촌에서, 다른 누구는 그저 일상에서 세월호를 만났다. ‘유경’씨와 ‘수진’씨는 교실에 대해 말한다. 세월호 이후 교실은 조금 다른 공간으로 변주했다. 다함께 교실에서 뉴스를 틀었고, 수학여행 취소 안내를 받았다. 선생님들은 세월호를 언급했고 이따금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내뱉으셨다. 단지 어른의 말을 따랐다는 익숙함이 만든 참사의 참상을 지켜봤다, ‘우리’ 교실은 단원고 학생들에 대입되기 쉬웠고, 믿어왔던 것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노란 배지를 달았다. 그것이 나의 정체성 같았고, 내가 왜 ‘세월호 세대’라 불리는지 고민 없이 납득했다. 참사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유경 씨의 이야기가, 교사인 수진 씨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다. 나만 유별나게 세월호 배지를 달았던 것이 아니다. 나와 내 주변이 함께했다. 영화에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노래가 나온다. 나 역시 이 노래를 함께했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저 평범했던 우리가 칠판에 노래 가삿말을 적으며 공감해나갔던 것은 무엇일까. 영화 〈당신의 사월〉은 4월 16일이 만들어냈던 묘한 공감각을 재생시킨다.
어쩌면 ‘내 주변이 특별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단식하는 유가족들 앞에서 폭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왜 자꾸 떠드느냐 채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영화 〈당신의 사월〉 리뷰에도 비슷한 댓글이 달린다.
세상은 변했는지, 여전한 건지 알 수 없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촛불 정국을 통과하며 한국사회가 만들어 낸 변화를 보여준다. 동시에 7주기를 맞은 지금까지도 해결된 것이 없다고 말한다. 탄핵을 요구하며 유가족들은 광화문 광장 중심에 설 수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세월호는 개인적 경험으로 단정할 수 없다. 참사는 사회적으로 목격됐고 그 파장 역시 모두에게로 향했다. 세월호 참사에 관한 ‘알 수 없음’이 우리 삶에 관한 ‘알 수 없음’을 만들어냈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이 점을 강조한다. 4월 16일에 관한 체험과 기억은 지금 ‘우리’와 내 주변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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