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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It's MY turn!' stage 1. 김일란 감독 강연 후기: 모순의 세계에서 파도 타기

by indiespace_한솔 2020. 9. 8.



 'It's MY turn! 릴레이토크-여성영화인을 만나다 Stage 1. 

 김일란 감독 강연 후기 :  모순의 세계에서 파도 타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유선 님의 글입니다.



다큐멘터리스트이자 인권활동가. 이력만 봐도 참 소중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참 고단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김일란 감독이 It’s my turn 첫 번째 스테이지를 닫으며 선택한 작품은 여성의 성장서사 중 가장 다루기 어려운 10대 초반을 역동적이면서도 세밀하게 재현해낸 작품”,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었다. '우리들'과 '소녀'에서 시작해 '김일란'이라는 개인에 이르기까지, 이은선 저널리스트의 깊고 풍성한 질문으로 더욱 좋은 시간이었다.



소녀라는 단어 자체를 대상화하는 수많은 시선에 대한 염려 없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 그렇게 소녀라는 개념을 투쟁하는 영화 같았다고 우리들을 극찬하면서도, 동시에 매번 극찬할 만한 작품만 볼 수는 없는 관객들에게 그는 단단한 말을 건넸다. 한 영화를 즐기면서도 그 안에서 불편하게 걸리는, 동의하지 못하게 되는 지점 때문에 차마 그 영화가 좋다고 말하기 어려워 고민하게 되는 그 저울질을 그는 여성 관객성이라 명명했다. ‘길티 플레저가 되는 작품들을 볼 때에도 너무 괴로워하거나 죄책감 갖지 말고 그 모순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그 복잡함이 우리에게 영화를, 사회를 바라보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는 말은 명쾌했고, 이대로 괜찮을까 불안했던 많은 것들을 긍정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한 사람의 다큐멘터리스트로서, 또 페미니스트로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소속으로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거기서 고단함을 느끼기도 했던 속내를 그는 솔직하게 밝혀주었다. 다큐멘터리는 영화로서 계속 실험해 나가야 하는 영역이 있고, 페미니스트는 머릿속의 수많은 부정의 목소리들과 싸워야 하며,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연대하다 보면 때로는 공격을 받기도 한다. 고단했고, 고단하며, 앞으로도 고단하겠지만 그럴 때 스스로 혹은 친구를 위로하는 법을 차츰 배워가고 있다는 그의 말은,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허망함을 느낄 많은 이들에게 숨 고르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만 같다.





약간은 아님 말고의 태도로, 조금씩 나대지 마라는 목소리와 싸우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과 저항의 언어를 말할 것인가.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고, 노력하고 애써서 일군 성과는 나의 성과로 인정하는 것.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절망하지 않고, 우리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새롭게 만나갈 수 있는 시간이라 평가하며 다시 힘을 내는 것. 그것은 강의 제목대로 시선이고, 태도였고, 선택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시선뿐 아니라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조금 더 다부진 시선을 배웠다.

산림욕이라도 하고 나온 듯 속이 조금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사실 이 모순의 세계에서 파도 타기 하듯 살면서 한 번도 넘어지지 않기를, 완벽하게 꼿꼿하기를 감히 바라는 내 마음은 욕심이었다. 왜 나는 나를 끝없이 검열하며 절망하는지, 가져도 누리지 못하는지 고민했던 시간, 심지어 이러한 생각조차 자괴감으로 다가왔던 날들을 조금은 사뿐하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힘을 주고, 이렇게 함께하면서 더 강해지는구나. 그건 정말 행복한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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