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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판결이라는 변호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그리고 〈갈라파고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글입니다.
*故 허범욱 감독님의 명복을 빕니다
살기 위해 죽인 이를 욕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이 어려운 질문에 함께 고민해 주기에 허범욱 감독의 영화는 귀하다. 영화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이하 〈구살돼지〉)와 〈갈라파고스〉는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력을 저지르는 이들을 다룬다.
〈구살돼지〉에는 구제역 살처분에서 겨우 살아남았기에 인간처럼 강해지고 싶은 돼지 ‘H’와, 어릴 적부터 인간들에게 폭력을 당해 왔기에 차라리 짐승이 되고 싶은 인간 ‘정석’이 등장한다. 방어 수단으로서의 힘을 꿈꾸던 이들의 결말은 통쾌한 복수가 아니라 파멸이다. H는 인간처럼 탐욕을 부리다 죽고, 정석은 인간으로 다시 살아볼까 싶은 순간에 희망이 바스러진다. 완전한 절망으로 이들을 몰아붙이는 영화 덕에 H와 정석의 살인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치 않게 된다. 이미 유죄판결을 마친 영화 앞에서 관객은 죄인들을 이해하기에 이른다. 두 반인반수의 이야기를 본 많은 관객이 진정한 인간성을 돌아보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갈라파고스〉는 보다 직접적으로 살인 너머의 구조를 지적한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극심한 학업 압박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어머니를 살해한다. 그런 주인공 앞에 하늘 높이까지 이어진 사다리가 나타나고,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듯 주인공은 사다리를 오른다. 입시지옥을 연상케 하듯 반복적이고 기계적으로 올라가면서 주인공은 점점 장난감 모형처럼 변한다. 겨우 도착한 곳은 어딘가 기괴하고 주인공의 결말은 더욱이 기괴하다. 이 지점에서 주인공의 살인을 추궁하는 건 더 이상 관객의 몫이 아닌 것 같다. 머리통을 잃은 주인공에게 그 누가 죄를 묻겠는가.

그러니 허범욱의 영화가 잔인한 그림들로 점철되어 있다는 건 역설적으로 따뜻하다. 인물의 끔찍한 최후를 구형함으로써, 그가 너무 쉽게 비난받지 않게 해주는 것. 죄인 옆에 그를 죄인으로 만든 세계까지도 심판대에 세우는 것. 그 최소한의 변호는 허범욱이 이룬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성취만큼이나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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