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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Playing/특별기획

[10.24] 친밀함에 관하여 | 시차

by indiespace_은 2026. 10. 7.

 보여줘, 시네클럽! : Hear Me Out Film 시즌 2 

인디스페이스 X 시차

친밀함에 관하여

 

2010년 한 인터뷰에서 요나스 메카스는 자신의 일기영화가 너무 사적이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불러일으키지 못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메카스는 되물었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피터를 위해서인가, 폴을 위해서인가, 세르게이를 위해서인가. 사람마다 관심을 갖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은 그저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어떻게 그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도착하게 되는가. 사적인 기록이 영화관에서 상영된다는 것은 개인의 기억과 관계, 생활의 시간이 그것이 만들어진 자리 바깥으로 이동하는 일이기도 하다. 

 

'친밀함에 관하여'는 이러한 이동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들을 모은다. 부모와 아이, 할머니와 손녀, 멀리 떨어진 가족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와 목소리가 영화의 재료가 된다. 이 영화들에서 개인적인 관계와 생활은 그 자체로 고립된 사적 영역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둘러싼 장소와 시대의 조건과 계속해서 맞닿는다. 오가와 프로덕션의 집단 제작에 참여했던 후쿠다 카츠히코는 이후에도 산리즈카에 남아 보다 작은 규모로 영화를 만들었고, <김매는 사람 이야기>에서는 공항 건설과 투쟁을 소메야 카츠의 농사와 가족, 과거의 기억을 통해 바라본다. 하나의 사회적 사건은 여기에서 한 사람의 생활과 가족사 속에 남은 경험으로 다시 나타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의 반대편에 놓이는 영역이라기보다, 개인의 삶을 통해 더 넓은 장소와 시대에 접근하는 하나의 경로에 가깝다. (박규재)

 

2026년 10월 24일(토)

14:00 프로그램 I <나의 아이야, 나의 아이야> <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할머니의 가위> <빛>

16:00 프로그램 II <0116643225059> <라짐파트> <구름이라든가 벌레라든가 철조망>

18:00 프로그램 III <김매는 사람 이야기>  

 

 


 

시차 Seecha

시차(Seecha)는 한민수와 박규재로 구성된 영화 상영 및 프로그램 기획 집단이다.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이를 새로운 맥락 속에서 구성한 상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해왔다. 시차라는 이름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바라볼 때 대상의 위치가 달라져 보이는 현상인 시차(parallax)에서 출발한다. 이는 영화가 언제나 하나의 고정된 의미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영되는 장소와 시대, 관객의 위치에 따라 새롭게 읽힐 수 있다는 생각을 반영한다. 시차는 정재훈, 필 솔로몬, 스탠 브래키지, 마츠모토 토시오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상영 프로그램을 기획해왔다.

 


 

<나의 아이야, 나의 아이야 My Child, My Child>
1979 | 라젠드라 고르 | 12분 | 싱가포르, 인도
한 여성이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자신의 삶과 역할을 돌아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이들과 함께 보낸 행복한 기억을 회상하는 가운데, 그들을 위해 기울인 사랑과 희생이 드러난다. 2022년 아시안 필름 아카이브가 16mm 필름 프린트를 바탕으로 복원한 작품.

 

<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Orbit 50: Letters to My 3 Sons>
1992 | 키들랏 타히믹 | 18분 | 필리핀
쉰 번째 생일을 앞둔 감독이 세 아들에게 영상 편지를 보낸다. 번개, 대나무, 하늘이라는 아들들의 이름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가족의 기억과 예술, 필리핀의 역사와 다음 세대에 대한 기대를 오간다. 아들들은 편지를 받는 대상이면서 그림을 그리고 카메라를 들어 아버지의 영화에 참여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감독은 아버지와 영화감독이라는 두 역할 사이의 균형을 돌아보며 앞으로도 아들들에게 배우겠다고 말한다.

 

<할머니의 가위 Grandma’s Scissors>
2021 | 쉬루 | 6분 | 대만, 미국
이것은 침묵 속에서 기억을 다시 세우는 일일까, 아니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적어두는 기록일까? 이제는 다시 들을 수 없는 목소리도 눈을 통해 바라보면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다. 카메라는 촉각을 직조의 행위로 바꾼다. 창작자는 자신의 기술을 통해 할머니와 이어진다.

 

<빛 Lights>
1999 | 이시이 히데토 | 48분 | 일본
폐옥의 벽 위에서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와 오래된 기념사진 및 초상사진이 이어진다. 사진은 잠시 초점을 얻었다가 다시 흐려지고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에 필름 입자의 떨림이 겹쳐진다. 현장 녹음과 부모의 목소리, 기다림과 ‘당신’을 향한 말이 이 이미지들 사이에 놓인다.

 

<0116643225059>
1994 |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 5분 | 태국, 미국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시카고 예술대학에 재학하던 시기에 제작한 초기 실험영화. 감독은 태국에 있는 가족과의 장거리 전화 통화에 어머니의 어린 시절 사진과 시카고 아파트의 풍경을 겹친다. 사진을 보내달라는 부탁과 평범한 안부, 서로를 방문할 수 있는지 묻는 대화 속에서 고향과 이국, 과거와 현재가 얽힌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수술 소식은 앞선 통화와 미뤄진 귀향에 새로운 무게를 더한다. 네 겹의 흑백 필름을 옵티컬 프린팅으로 중첩하고 음성의 강도에 따라 프레임별 노출을 조정한 작업이다.

 

<라짐파트 Lazimpat>
2015 | 이장욱 | 16분 | 대한민국,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친구 집 옥상에서 촬영한 푸티지로 이루어진 영화. 라짐파트는 그 집이 위치한 거리의 이름이다. 사람들, 햇빛, 꽃을 담은 풍경에 감독의 딸의 목소리가 삽입된다. 낯선 장소에서 머무르며 바라본 일상의 초상이다.

 

<구름이라든가 벌레라든가 철조망 Cloud, Insect, Wire Fence>
2014 | 쿠리하라 미에 | 68분 | 일본, 태국
8mm 카메라를 손에 쥔 감독은 태국을 거듭 방문하며 체류 기간을 늘려간다. 구름과 벌레, 철조망을 찍던 카메라에는 어느새 가까워진 친구들과 그들의 가족이 들어온다. 유머와 곁가지로 가득한 내레이션은 여행과 일상의 즐거움에서 오랫동안 다닌 영화관의 폐관과 필름의 소진, 친구 가족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감독은 소중한 사람의 슬픔에 함께하면서도 촬영을 의식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사람들과 살아가는 일과 그들을 영화로 만드는 일 사이에서 질문을 던진다.

 

<김매는 사람 이야기 A Grasscutter’s Tale>
1985 | 후쿠다 카츠히코 | 82분 | 일본
1899년에 태어난 소메야 카츠는 나리타공항 건설 예정지에서 농사를 지어온 여성이다. 공항 2기 공사에 반대하며 가족과 갈라선 그는 홀로 생활한다. 감독은 3년에 걸쳐 그의 농사일과 이야기를 기록한다. 세상을 떠난 아들들, 이발사였던 남편, 산리즈카에 처음 정착해 땅을 일구던 시절, 어린 시절의 기억과 기묘한 꿈이 열아홉 개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투쟁을 살아온 한 사람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개인의 기억을 통해 산리즈카의 또 다른 역사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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