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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두 사람〉 인디토크 기록: 사랑과 돌봄

by indiespace_가람 2025. 2. 17.

사랑과 돌봄

〈두 사람〉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5년 2월 8일(토)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반박지은 감독, 김다형 PD
진행 중앙일보 나원정 기자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기록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과 ‘역사’의 궁금증에서 출발한 영화 〈두 사람〉. 영화는 우리 앞에 닿아 ‘사랑’의 단어 뒤에 저마다의 발견을 덧붙여보게 만든다. ‘가족’과 ‘식사’ 그리고 ‘돌봄’과 ‘동반자’. 영화 〈두 사람〉에서 발견하는 여러 모양의 사랑으로 나눈 이야기는 영화와 함께 남아 여기, 있다.

 


나원정 기자 (이하 나원정): 안녕하세요. 오늘 진행을 맡은 나원정 기자입니다. 이 자리에는 반박지은 감독님과 김다형 PD님 두 분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고 있어요. 그럼 감독님과 PD님 모시겠습니다. 영화 〈두 사람〉이 이때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던 노년의 퀴어 모습들을 보여준 영화잖아요. 감독님과 PD님께서도 극장 관객들이랑 만나는 소감이 또 남다르실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인사말과 소감 좀 부탁드립니다.


반박지은 감독 (이하 반박지은): 안녕하세요. 저는 〈두 사람〉의 감독 반박지은입니다. 오늘 〈두 사람〉 개봉 전 첫 GV입니다. 그래서 너무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고, 이렇게 추운 주말에 홍대 인디스페이스까지 찾아와 주신 관객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김다형 PD (이하 김다형): 네 안녕하세요. 저는 〈두 사람〉의 프로듀서 김다형이고요. 저희 영화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되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특히 인천여성영화제 같은 경우에는 상영을 못 하게 하는 상황 속에서도 저희 영화 상영을 지켜주셨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렇게 영화가 개봉까지 오게 돼서 지금 개인적으로 되게 감격스럽고 감동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감사합니다.


나원정: 〈두 사람〉이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인천여성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그리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상영했었어요. 영화를 볼 때마다 노년의 커플 모습 자체가 너무 이상적이고, 부러운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아요. 어떻게 보면 한편으로는 좀 낭만적으로 “나도 저렇게 늙으면 좋겠다.” 이런 기대를 갖게 되는 그런 영화였거든요. 실제로 감독님께서도 영화 초반에 두 분의 사진을 우연히 전시회에서 보고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결심하셨다고 하셨어요. 베를린에서는 그 사진 속 장소 자체가 의미가 깊은 장소였다고 들었거든요. 영화의 출발점이 된 그 사진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려요.


반박지은: 이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그 사진은 야지마 츠카사 사진 작가님이 찍은 사진인데, 이 사진이 사실 당시에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었어요. 두 분이 손을 잡고 있고, 딱 보기에도 노년의 모습으로 보이는 사진이었어요. 저는 지금 베를린에 살고 있어서 두 분이 서 있는 공원에도 가본 적이 있는데, 그 공원 뒤에 보이는 배경에 있는 조형물이 나치에게 박해받은 동성애자를 추모하는 추모비예요. 그 추모비에 가서 보면 동성애자들이 키스하는 장면과 영상들이 계속 나오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두 분이 손을 잡고 저런 곳에 서 계시다니 하면서 되게 상징적이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저기서 손을 잡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매우 궁금했어요. 그렇게 두 분의 연락처를 수소문하고 두 분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두 분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아니고, 연락처를 찾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어요. 처음에는 인선 님께 이메일을 써서 먼저 만나 뵀었고, 그다음에 인선 님 통해서 수현 님도 만나게 됐어요.

 

영화 〈두 사람〉 스틸컷

 

나원정: 감독님과 PD님 두 분이 아시게 된 지도 오래되었다고 들었어요. 거의 한 11년째라고 하시는데, 같이 〈두 사람〉이라는 영화를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김다형: 이전에 저랑 감독님은 2014년 퀴어문화축제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어요. 그때가 혐오 세력들이 많이 활개를 치던 그런 시기여서 그런 상황을 보고 있으니 너무 화가 나서 끝나고 같이 술을 마시며 친구가 됐고요. 그때부터 서로 영화 하는 걸 조금씩 도와주다가 2019년에 인선 님이 퀴어문화축제 때 강연자로 오시게 되면서 팔로우 촬영이 필요하다고 제게 연락을 주셨어요. 촬영을 몇 번 해보니까 저희가 그때 맞닥뜨렸던 그런 기독교 혐오 세력의 모습들을 인선 님의 모습으로 되게 많은 부분을 대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가 꼭 제작되었으면 좋겠고,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감독님께 얘기를 드려서 저도 PD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나원정: 사람이 영감이 된 그런 작품이네요. 감독님께서 2019년에 김인선 님의 이야기를 먼저 단편 〈온 더 바운더리(On The Boundary)〉로 담으셨어요. 그 후에 이렇게 장편 〈두 사람〉을 만드셨는데, 이 장편의 영제가 ‘Life Unrehearsed’에요. 리허설 안 된 삶. 제목에서부터 어떤 모습을 담아야겠다는 마음이 좀 있으셨던 것 같은데, 제목과 관련하여 방향 같은 걸 어떻게 잡으셨는지도 궁금해요. 


반박지은: 사실 처음부터 제목이 나왔던 건 아니고, 저는 진짜 사진 한 장만 가지고 영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미래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사실 중편이 될지 장편이 될지도 몰랐어요. 근데 찍으면서 두 분이 그때그때 하는 말들 중에 제게 되게 꽂히는 말들이 있었어요. 특히, 수현 님이 했던 대사가 정말 이 영화의 핵심을 어떻게 이렇게 잘 집어주셨나 할 정도였어요.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고, 삶은 리허설이 아니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라고 하신 말이 크게 와닿았어요. 영어 제목 같은 경우에는 영화 번역해 주신 번역가 선생님이 제안해 주셔서 정해졌고, ‘두 사람’이라는 제목은 PD님이 먼저 제작해 주셨어요. 


나원정: 인선 님과 수현 님 두 분의 성격도 정말 달라요. PD님께서 말씀해 주실 두 분의 인상 같은 게 있으셨을까요?


김다형: 인선 님은 항상 옆에서 뭐든지 챙겨주세요. 옆에 있으면, 진짜 저런 분하고 사귀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사람의 이상형처럼 정말 다정하게 대해주십니다. 


나원정: 감독님이 처음 보셨다는 사진이 파독 간호사에 대한 전시였더라고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했던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라는 전시인데, 파독 간호사 하면 약간 좀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마치 산업 전사와 같은 이미지가 강한데, 두 분의 사진은 좀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두 분을 영화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촬영을 시작하면서 어떤 식으로 이분들의 삶을 조금씩 담아가기 시작하셨는지도 궁금해요. 


반박지은: 두 분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데 진짜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걸 깨달았어요. 70년대부터 거의 50년 가까이를 독일에 살았던 거니까요. 한국에 있을 때는 어떤 것을 했었고, 독일에 와서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모든 게 다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인선 님 같은 경우 처음부터 간호사셨던 건 아니고 와서 공부를 하신 거고, 찍으면서 저도 파독 간호사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었어요. 그분들이 6~70년대에 오셔서 3년 계약이 끝난 후 돌아가셔야 했던 분들도 있고, 노동권을 위해 투쟁하려 했던 분도 계시고, 거주권을 위해 투쟁했던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 이야기들이 다 너무 중요하게 느껴졌는데, 제가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은 어쨌든 두 분이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앞서 이야기한 배경들이 영화에 아주 자세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나오긴 하잖아요. 예를 들면, 수현 님 같은 경우에 오일 파동이 있었을 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학교 입학을 거절당했다든가 하는 그런 배경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두 분의 사랑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원정: 그럼, 촬영 때는 감독님이 주로 현장에 계시고 PD님께서는 한국과 독일을 왔다 갔다 하셨나요?


김다형: 제가 촬영에 참여한 부분도 있었어요. 대부분 두 분을 밀착으로 찍어야 하다 보니 저는 독일에 가면 한 두 달 정도만 있다가 오는 방식으로 촬영에 임했었고, 이후에는 주로 편집에 함께했어요. 촬영하다 보면 이분들의 생활 모습이 계속 담기잖아요. 먹는 모습도 담기고요.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나면 두 분이 먹는 게 먹고 싶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감독님의 지도 교수님께서 왜 이렇게 먹는 장면이 많냐는 피드백을 주셨다고 해요. 하지만 이 영화는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두 분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먹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음식을 만들어내고, 치우고, 누구에게 대접하는 일들이 꼭 남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 장면들을 지우지 말고 꼭 남기자고 해서 먹는 장면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나원정: 저도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요. 감독님과 PD님 두 분도 카메라 뒤에서 계속 무엇을 물어봐야만 출연자분들이 답하시는 거잖아요. 공식적으로 시위에 나가거나 뭔가 사회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보다 오히려 가족이라든지, 자신의 애정 관계를 답변하는 것이 참 쑥스러운 일 같아요. 묻는 사람도 좀 더 조심스럽고요. 그래서 그런 질문들을 하나하나 던지실 때 가장 하기 어려웠던 질문이나 질문의 의도보다 훨씬 더 큰 대답을 얻어서 인상적이었던 순간 같은 것들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반박지은: 제가 느끼기에 인선 님 같은 경우는 약간 들어올 테면 들어와라 같은 느낌으로 질문하는 것도 항상 잘 받아주셨고, 대답하는 것도 꺼리지 않으셔서 열려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수현 님 같은 경우에는 친해지는 데 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우리의 나이가 세대 차이가 나니까 처음에는 거리감을 느끼셨는데 어느 순간 되게 자연스럽게 느끼기 시작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했던 질문보다 큰 의미를 느낀 답변은 제가 손을 잡는 것에 대해 질문했을 때였어요. 제가 영화를 시작한 것이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이었는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까 손을 잡은 경우를 찍은 게 한 번밖에 없었던 거예요. 저는 약간 오래된 커플의 권태라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영화 속에서 손을 왜 안 잡고 다니냐 물었을 때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영화 〈두 사람〉 스틸컷

 

나원정: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될 때 디렉터스 노트에 감독님이 ‘비가시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우리는 왜 노년, 특히 여성 퀴어의 모습을 잘 볼 수 없는지, 또 그들이 보이더라도 퀴어라는 걸 잘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그 답변이 되게 답이 되어주었던 것 같아요. 나이 들어 저렇게 행복하게 사는 퀴어 커플을 잘 본 적도 없는 것 같고, 최근에 한국에서는 영화, 드라마, 소설 등등을 통해서 남성 퀴어의 모습들은 좀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보이는데, 여성 퀴어의 모습은 왜 아직도 잘 볼 수가 없는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두 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왜 아직도 그런 사회 분위기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반박지은: 저는 독일에 살면서 한국 사회가 어땠는지 좀 까먹고 있었어요. 독일에서는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동성 결혼도 합법화되어 있는 나라고, 슈퍼나 구청 같은 데 무지개 깃발이 걸려있기도 하고 되게 친화적인 환경이라고 생각을 해서 한국 상황을 까먹고 있었는데, 이번에 영화 개봉하고 나서 기사가 하나 나왔는데 악플이 엄청 많이 달렸었어요. “동성애는 죄악이다.” 이런 댓글도 있고, 일반적인 혐오라든가 비난 댓글들을 보면서 그냥 비방하고 싶어서 비방하는 게 아닐까, 뭔가 외부의 적이 필요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우리가 다 사람이면, 사람이 기본적으로 인권이라는 게 있고 그런 걸 기본적으로 존중해주는 태도가 필요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요. 


김다형: 저희가 12월 이후로 되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이 과정 안에서 비합리적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 것 같아요. 이런 영화를 찍게 된 것들도 성소수자의 발언이라든지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 우리가 이렇게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었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사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주로 여성이 집단을 이루어 뭔가 시위를 하거나 현장에 가보면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다거나 익명성이 필요한 부분들이 남성이 그런 발언을 할 때보다 더 큰 비난이 돌아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성 퀴어들이 얼굴을 드러냈을 때 안 좋은 피드백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원정: 〈두 사람〉 속 주인공분들은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운동에도 참여하고 계시지만, 또 이렇게 영화로 개봉을 한다는 건 또 완전히 다른 이야기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본인들뿐만 아니라 제작진분들에게도 우려가 조금은 있으셨을 것 같아요. 


반박지은: 우려라고 하면, 두 분이 인터넷을 많이 하시는 건 아니지만 인터넷을 하긴 하시잖아요.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악플 같은 게 달리는 걸 볼 때 두 분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게 좀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악플들이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주인공 두 분이 이렇게 마음 쓰고 애써주셔서 개봉까지 함께해 주신 건데 두 분이 영화를 통해 좋은 에너지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관객들 또한 영화를 통해 그런 에너지를 받으셨으면 좋겠고, 두 주인공도 함께 그런 에너지를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원정: 실제로 지금 감독님은 베를린에 살고 계시잖아요. 한국도 이렇게 왔다 갔다 하고 계시지만 독일로 가신 지도 이제 거의 10년에 가까워져 오고 있다고 잠깐 얘기를 해 주셨는데 그러면 두 분의 노년의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이민자 혹은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두 분의 삶이 어떻게 보이셨는지도 궁금해요.


반박지은: 인선 님 같은 경우는 연극 같은 워크샵을 진행하기도 하셨어요. 제가 그 워크샵을 들었을 때 인종차별적인 상황이 있으면 당신은 무엇을 원하시냐.이런 식으로 되물어보라는 거예요. 근데 저는 그런 상황이 왔을 때 그냥 버럭 소리 지르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하는 게 가능하지? 하면서 인선 님의 태도를 이해해 보려 했어요. 그런 삶의 태도들, 그러니까 대화로 풀어가라는 말씀을 들으면서 아직도 나는 멀었구나. 아직 수련을 많이 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두 분이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인종차별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그때 확실히 두 분의 태도가 다르다고 느꼈던 게 인선 님은 약간 잘 모르겠다, 이런 느낌이시고요. 수현 님은 좀 약간 불안함을 느끼긴 했다고 말씀하셨어요. 두 분의 캐릭터 차이인 것 같기도 하고, 수현 님은 좀 더 예민하게 보려고 하시는 것 같고, 인선 님은 내가 당당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런 당당한 태도가 있었기 때문에 그 50년의 세월을 그렇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거겠죠.


나원정: 저희가 주로 두 분의 발언이나, 그분들의 시선으로 현실을 보고 있다 보니 인선 님의 당당한 태도가 어떻게 보면 좀 힘든 상황이 있어도 다 괜찮을 것만 같은 그런 착시효과를 느끼게 되더라고요. 영화에서 보면, 퀴어퍼레이드가 한국에서 한 번 나오고, 베를린에서도 한 번 나오는데 한국의 좀 격양된 반대 세력 분위기에 비해 베를린은 굉장히 평화롭고 평온하게 진행되어서 저곳은 저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도피처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영화에 담기지 않은, 두 분이 헤쳐 나가야 했던 어려움 같은 것들에는 어떤 게 있었을까요?


반박지은: 제가 두 분께 독일에 살면서 어떠셨는지 물어봤을 때는 “아무래도 한국하고는 좀 달랐던 것 같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긴 하세요. 수현 님 같은 경우에는 독일 사회에서 사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다만 두 분이 한인 교회를 다니시다 보니까 그곳은 조금은 달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도 그 교회를 지금까지 계속 다니시는 걸 봐서는 세월의 힘으로 서서히 받아들여진 게 아닌가 싶긴 해요. 

 

영화 〈두 사람〉 스틸컷

 

나원정: 김다형 PD님께서는 베를린에 실제로 살고 계신 감독님이랑은 좀 다른 시선으로 편집 과정에서 영상을 보게 된 부분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베를린에 살고 있는 여성 퀴어라는 두 분의 생활을 보고 느낀 부분과 어떤 걸 편집 과정에서 더 넣고 싶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김다형: 두 분을 실제로 독일에서 몇 번 뵙고 또 한국에 오셨을 때도 뵙고 하면서 느낀 지점은 제가 다른 프로젝트에서 한국 노인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담고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그분들과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어요. 되게 열린 마음에 있어서 오히려 저희 같은 젊은 사람들보다도 더 깨어 계시다는 느낌이 있었고, 대화를 하면서도 일방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에 되게 민감하게 반응하시면서 리액션을 해주세요. 이런 것들이 베를린에 사는 특징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나원정: 영화를 보다 보면 호스피스와 관련된 활동도 많이 등장하잖아요. 서로 문화가 다른 민족들 간의 마지막 임종을 지켜주는 그런 호스피스 단체를 운영하고 계신데, 두 분이 이렇게 단단하게 자기 삶을 꾸려갈 수 있었던 데는 이런 활동 또한 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활동에 대해서 조금만 소개를 좀 해주세요.


반박지은: 제가 영화를 찍으면서 좀 과몰입을 해서(웃음)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이 130시간인데, 그것도 들었었거든요. 인선 님이 수업에서 항상 하셨던 말씀이 “내가 먼저 있고 그다음에 환자가 있다. 나를 먼저 챙겨야 자원봉사도 할 수 있다.” 였어요. 두 분 모두 간호사로 일을 하셨고, 그 직업이 돌봄 영역에 있는 직업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간호 돌봄이 호스피스까지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호스피스는 너무 아파서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을 때 연명 치료를 같이하는 게 호스피스고 그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은 간호사 역할은 아니고 옆에서 동행을 해주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이름도 ‘동행’이라고 지으신 것 같아요. 


나원정: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인선 님은 호스피스 하시는 걸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에게 감사패도 받으셨어요. 철학적으로 깊이가 있으신 분들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죽음을 생각한다고 그런 말을 하시는데, 영화에 나오는 두 분도 늘 죽음이 곁에 있다고 생각하시면서 어떤 삶이나 사랑 같은 것들 것 더 소중하게 가져가시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두 분이 어떻게 커플이 되셨는지 말씀을 해주시는 데 그 과정이 좀 굴곡이 있잖아요. 그 세월 속에서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오히려 수현 님이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이 성적지향성을 다 알고 있었고, 가족과도 잘 지내는, 그런 삶을 살고, 또 인선 님은 모든 연을 다 끊으신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수현 님이 커밍아웃을 안 하셔서 한국에서 인선 님의 방송이나 인터뷰 활동 같은 것 때문에 가족들과 약간 이야기가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왜 수현 님의 커밍아웃이 좀 늦어졌을 거라고 느끼셨는지도 궁금했어요.


반박지은: 인선 님과 수현 님 가족 배경이 굉장히 달라요. 인선 님 같은 경우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했던 사이는 아니고,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아버지에게 이미 가족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되셨어요. 인선 님은 할머니랑 살았고 엄마의 언니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전부 일본에 살고 계시던 상황이라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는 한국에 남아있던 가족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수현 님은 지금도 가족이 있으시고, 한국에 남아있는 오빠들, 여동생, 조카들, 조카 손주들이 계셔요. 항상 하시는 말씀이 가족들이 복작복작 모여 함께 밥을 먹었던 게 익숙해서 지금도 여러 명이 모여있는 게 익숙하고 사람이 좋다고 하시거든요. 그래서 가족한테 신경 쓰이게 하고 이런 걸 되게 싫어하세요. 되게 조심스러워하시고 상처 주기도 싫어하시고 그렇기 때문에 커밍아웃도 더 늦어졌던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원정: 저는 이건 편집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두 분의 사랑이 주된 주제다 보니까 어떤 역경보다도 두 분이 떨어져 있는 시간이 가장 큰 비극처럼 다가왔거든요. 영화 내내 두 차례의 적막한 집안의 모습들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편집하시면서 강조를 하신 건지 아니면 그 부분들이 크게 느껴져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담긴 건지 궁금합니다.


김다형: 저희가 영화를 만들면서 결국 이 영화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과 이별하는 과정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 분이 처음으로 그렇게 오래 떨어져 지내보기도 하고,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또 어떤 죽음에 가까워지는 상황을 준비하는 과정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들이 결국 나이가 들어가면서 뭔가와 계속 이별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편집 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반영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 〈두 사람〉 스틸컷

 

나원정: 자신의 정체성을 성인이 다 되어 깨닫게 되신 인선 님이 훨씬 더 활발한 사회운동가로 발언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실제 퀴어 집회에서 반대 세력과 같은 기독교라는 종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질문을 하고, 주위에도 질문하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납득하고 세상에도 논리적으로 전달하고 싶어 하시는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반박지은: 영화 후반부에 인선 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잖아요. 택시 안 장면에서, “살날이 얼마 안 남았고 죽음에 더 가까운 나이이다.”라고. 그래서 제가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좋은 일들을 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그게 인선 님의 기본적인 모토인 것 같아요. 뭔가 호스피스도 그렇고 누군가 인선 님을 찾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야겠다고 느끼시기 때문에 영화에도 참여하신 것 같고요. 항상 그런 식으로 뭔가 베풀려고 하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다, 좋은 일을 하겠다 하는 그런 태도가 항상 기본에 있으신 것 같아요.


나원정: 실제로 촬영하시면서 되게 영향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삶의 전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반박지은: 볼 때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놀랍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저는 노년에 대한 생각이 바뀌긴 했어요. 노인은 사실 그렇게 만나본 적이 없었거든요. 같이 시간을 보낸다거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뭔가 나이가 든다는 게 조금씩 몸이 아플 수 있고 좀 늦어질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이해가 없었어요. 하지만 두 분을 만나면서 이럴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김다형: 저 같은 경우에는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방식에서 무언가가 계속 쌓이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지키려고 보수화된다거나 어떻게든 그걸 삶에서 놓지 않으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그런 것들이 많아질수록 더 두려움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근데 두 분을 만나고 나면 두 분은 그렇게 가진 것이 많고 그런 분들은 아니지만 늘 정정하게 지내면서 주변 사람들을 살펴주세요. 이런 과정 안에서 오히려 나이 든다는 게 뭔가를 지키려 하는 것보다 내려놓는 과정에 가까운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나원정: 결국은 과정이 중요한 삶이 행복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네요. 이 영화 혹시 영화제 통해서 두 번 이상 보신 분 계신가요? 네 엄청 많이 계시네요. 영화제에서 봤을 때와 조금은 달라진 부분이 있어요. 영화 마지막에 두 분이 결혼을 하신 장면이 영화제에서는 없었고 이번에 개봉하면서 새롭게 들어간 부분이더라고요.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김다형: 저희가 물론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어야 된다는 것에는 매우 동의하고, 중요한 문제라 생각하는데, 이거를 꼭 담아서 영화의 결론을 결혼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정상 가족주의의 방식을 말하려 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그런 부분에 있어 좀 망설였던 것도 있었어요.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 프리미어 때는 그런 부분을 넣지 않았었는데, 두 분의 삶에서 가족으로 인정받는 과정이 되게 중요한 부분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관객들도 GV에서 굉장히 궁금해하셨던 부분이라 이 부분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도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나원정: 독일에서는 2017년에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고, 그 후에 두 분은 5년 후에 결혼하셨더라고요. 이렇게 시간이 걸리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반박지은: 두 분 집에 가보면 한쪽 구석에 서류가 이만큼 쌓여 있거든요. 그만큼 서류 처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인선 님 같은 경우 국적이 독일이고 수현 님은 아직 한국이라, 서류 처리 같은 것이 해야 하는 게 많잖아요. 사실 결혼하고 싶었던 마음이 없으셨던 건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인선 님이 아프시면서 병원에 가면 설명해야 할 것도 많고, 들여보내 주지 않을 수도 있고 해서였던 것 같아요. 결혼하면 그냥 가족이라고 말하면 아무 설명이 필요 없고 보호자로서 동행할 수 있다고 하니까 그게 되게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두 분이 어떤 독일 단체와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알게 되신 분 중에 한 분은 결혼하셨었어요. 그분이 서류 처리 같은 것들을 도와주셔서 그게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영화 〈두 사람〉 스틸컷

 

나원정: 저는 수현 님 국적이 지금도 한국이라는 점에서 좀 놀랐어요. 40년 넘게 그렇게 이방인으로 국적도 바꾸지 않고 산다는 게 굉장히 쉽지 않은 절차들이 있었을 텐데 감독님도 지금 한국 국적으로 독일에 계시기도 하고요. 


반박지은: 수현 님은 70년도에 독일에 가셨어요. 옛날 편지 같은 걸 보여주신 적이 있는데 아버지로부터 88년도에 온 편지에 “네 방을 아직 비워두고 있다.”고 하세요. 그때까지도 돌아올 거로 생각하셨던 거죠. 수현 님은 가족이 있으시니까 독일에서 살겠다 결심하고 사셨던 건 아닌 거 같고 어쩌다 보니 세월이 지나버린 경우인 것 같아요. 인선 님은 결혼하시면서 국적도 그때 바꾸셨었고요.


나원정: 동성결혼에 대해 제도적인 뒷받침 같은 게 사회적 인식도 바꿀 수 있는 거잖아요. 아직 한국은 거기까지 도달도 하지 못한 셈인데 그러한 상황에서 감독님은 〈두 사람〉의 주인공들을 지켜보면서 더더욱 느끼신 게 있으실까요?


반박지은: 제 친구 중에 실제 커플은 한 분이 먼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러야 했어요. 사실 장례 절차라는 게 되게 보수적이기도 하고, 하던 대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막상 내 파트너인데 부부로서 그 장례를 지킬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거 보면 진짜 최소한으로 법적 제도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한국은 ‘빨리 빨리’의 나라잖아요. 경쟁도 심한 사회이고요. 대만을 예를 들면 이미 결혼이 합법화되었고, 태국에서도 그렇고요. 그런데 왜 ‘빨리 빨리’의 나라, 뒤처지기 싫어하는 이 나라에서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좀 느리게 가려 하는지 좀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나원정: 수현 님의 가족분들이 어떻게 이 영화를 보셨는지 좀 궁금해요. 


김다형: 수현 님이 커밍아웃을 공식적으로 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부산영화제가 끝나고 저희가 퀴어문화축제 주관으로 상영회를 했었어요. 그때 수현 님이 오빠를 초대하셨어요. 오빠와 오빠 가족분들을 초대하셔서 오셨는데,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이 영화를 보여주며 자신이 커밍아웃을 하신 거죠. 두 분의 관계에 대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시고요. 그분들은 추정만 하고 있었는데 영화를 통해서 확실히 관계를 알게 되신 거예요. 그날 오셔서 오빠분이 되게 가슴 벅찬 소감을 들려주시기도 했어요. 감동적이었고, 영화가 좋았다고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셨어요. 수현 님도 이 영화를 초대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가족분들에게 이야기를 전하신 거로 생각해요.


반박지은: 수현 님이 조카한테 온 카톡을 제게 보여줬었는데, 조카분이 60세 이상이세요. 카톡으로 “무지개 가족 응원한다.”는 식의 카톡을 주셨더라고요.


나원정: 제가 여성영화제 때 프로그램 노트를 쓰면서도 언급했지만, 존재 자체로, 삶 자체로 저항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동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좋은 삶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영화 〈두 사람〉 스틸컷

 

관객: 안녕하세요. 영화 잘 봤습니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그 전시에서 사진을 봤었거든요. 그 사진이 굉장히 인상적이라 두 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후로 가끔 인터뷰나 이런 걸 통해 볼 수 있긴 했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두 분의 이야기를 좀 더 사실적이고 직접적으로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는 얘기하셨잖아요. 저는 그 장면들이 되게 좋았어요. 정말 맛있게 드시기도 하시고, 소박한 음식이어도 함께 만들고, 나누고 하는 자체가 사랑이고, 삶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그걸 편집하지 않고 살려주신 PD님께 감사합니다. 질문드리고 싶은 것은 영화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들도 되게 많을 것 같거든요. 그 이야기들 중에서 혹시 전하고 싶었거나 아니면 빼야 해서 너무 아쉬웠던 장면이 있으셨는지 얘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수현 님에게 다가가기 조금 어려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 수현 님의 마음을 여는데 어떤 식으로 접근하셨는지도 같이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반박지은: 빠진 장면 중에 아쉬웠던 걸 꼽자면은, 수현 님이 본인 젊었을 때 시절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예를 들면, 누가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면 그걸 타고 도망갔었다든가, 독일에 와서는 미리 월급을 당겨 받아 새 자전거 그리고 오토바이를 샀었던 이야기, 간호사 친구들이랑 술집에 놀러 갔는데 그때만 해도 당시에 수현 님은 자신이 친구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그 남자들을 다 물리쳐버렸대요. 그래서 나중에는 친구들이 수현 님에게 돈을 좀 쥐여주고 영화라도 보고 오라고 그러기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런 재밌는 얘기들도 많았어요. 수현 님에게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 주셨던 것 같아요. 


관객: 안녕하세요. 영화 너무 잘 봤고, 개인적으로 영화제에서 놓쳤어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이렇게 미리 볼 수 있고 인디토크까지 들을 수 있어서 너무 반갑고 또 너무 좋았던 영화입니다. 저는 영화 속에서 뜨개질 같은 거 하시면서 실타래 같은 게 우리 인생이라고 말씀하시는 그 장면이 되게 좋았어요. 제가 궁금한 것은 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시면서 수현 님과 인선 님이 특별히 본인의 장면 중에 이 장면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소통하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반박지은: 편집에 관해서는 전혀 터치를 안 하셨고,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하셨습니다. 피부가 왜 저렇지 이런 말씀은 하셨는데, 뭘 빼고 넣어라 그런 말씀은 안 하셨어요. 영화 볼 때마다 항상 “언제 저런 거 찍었어~”하고 말씀하시면서 늘 새롭다고 말씀하세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아까 전에 동성결혼 이야기하실 때 든 생각인데, 영화 후반 장면들을 보면서 너무 슬픈 내용인데 솔직히 한국에서는 독일과 달리 법적 보호자 자체가 안되니까 부러운 상황이기도 했어요. 엄청 복잡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찾아보니까 2001년에 독일은 생활동반자법을 먼저 시행하긴 했던데, 그럼 두 분은 그것도 안 하시고 계속 아무런 법적 사이가 아니신 상태로 지내시다가 이제 결혼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반박지은: 말씀하신 대로 독일은 2017년에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기 전까지는 생활동반자법이 있었어요. 인선 님이 입원했던 병원이 사실 수현 님이 36년간 근무하신 바로 그 병원이에요. 그래서 이제 인선 님의 약속을 잡는 걸 도와주신 분도 수현 님의 동료분이시고요. 물론 법적인 부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설명하긴 해야 했지만 일했던 병원이기도 하고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이 다니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관객: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넷플릭스의 〈그들만의 사랑, 테리와 팻의 65년〉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많이 겹쳐 보이기도 해서 혼자 눈물을 닦으면서 봤습니다. 영화 포스터가 한 장은 두 분의 현재 모습이고, 한 장은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있으신데, 그렇게 선정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반박지은: 사실, 포스터는 배급사와 디자이너님이 만들어주셨는데요. 좀 아쉽게도 두 분이 한국에 계시지 않기 때문에 추가 촬영을 할 수 있던 게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진으로 제작해야 했습니다. 저 또한, 말씀하신 대로 한 장은 젊은 시절, 그리고 다른 한 장은 현재의 모습을 하신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김다형: 영화가 가진 주제이기도 한 거 같아요. 이렇게 동성 커플이 오랜 시간 함께하고 이런 것들이 영화에서 되게 중요하게 전달하려 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두 사진을 동시에 포스터로 제작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영화 〈두 사람〉 포스터

 

나원정: 포스터 윗부분에 보면 인선 님이 직접 쓰신 친필 편지 일부가 들어가 있는데, 영화에서도 보았던 기록이기 때문에 그들의 세월, 사랑을 더 실체감 있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감독님과 PD님으로서는 이런 것들이 남아있다는 게 참 축복 같은 일이었겠죠. 영화가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저희도 앞으로 계속해서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할 사람으로서 영화를 찍으며 두 분께 배운 것이 있다면 하나씩 공유해주시고 마무리해 보면 어떨까요?


반박지은: 저는 두 분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서 항상 생각했던 것은 이분들처럼 나는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영화로 보고 싶은 것을 찍었지만, 현실에서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화가 더 소중합니다.


김다형: 저는 작년에 베를린에서 몇 달간 거주하며 두 분하고 되게 가까워질 기회가 있었어요. 두 분이 주말마다 교회를 나가시는데 제게 다른 목적이 아니라, 교회에 나오면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으니까 그런 제안을 하고 싶으셨는데 계속 안 하시고 계셨더라고요. 그래서 “왜 연락 안 하셨어요? 말씀하셨으면 꼭 갔을 텐데.”라고 이야기하니까 그러면 전도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상대가 싫어할 수 있는 것들을 안 하려고 하는 태도들, 자기가 원하는 거를 강요하기보다 상대가 혹시 불편함을 느끼거나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이런 것들을 늘 고민하시고 배려하시고 하는 그런 마음들이 되게 사랑의 마음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원정: 그런 강요하지 않는 태도가 이 영화의 태도이기도 한 것 같아요. 감독님과 PD님 모두 다큐도 하시지만, 극 영화도 좀 오가신 걸로 알고 있거든요. 혹시나 지금 진행 중이신 프로젝트라든지, 관심을 두고 계신 소재라든지 이런 게 있으시면 소개해 주세요.

 

반박지은: 저는 사실 영화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연출로 참여하는 건 아니고 스태프로 세월호 생존자에 관한 다큐 편집팀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트라우마라는 게 얼마나 오랫동안 한 가족을 괴롭히는가 하는 그런 내용이고요. 또, 이 〈두 사람〉을 찍으면서 파독 간호사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손님 노동자〉라는 다큐를 만들고 있어요. 손님 노동자가 사실 독일에만 있었던 건 아니고 현재 한국에도 있거든요. 돌봄 노동자 그러니까 간호 영역이라든가 요양보호사라든가 이런 영역에서 이민자들이 굉장히 많이 존재하니까 독일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을 같이 찍고 있습니다.


김다형: 저는 원래 극영화 작업을 하다가 이제 감독님 덕분에 다큐멘터리도 하게 되었는데 그전부터 퀴어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영상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을 통해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여성들에 관한 연대를 가지고 실험 다큐를 만들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나원정: 오늘 이렇게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마지막 인사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반박지은: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에 영화관까지 와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화에서 따뜻함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김다형: 저도 비슷한 마음인데요. 이렇게 먼 걸음을 해줄 수 있는 이런 용기와 영화에 연대하고자 하는 그런 마음을 보여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이 마음 가지고 열심히 살면서 또 이런 영화 계속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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