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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5. 1 몇 번이라도 기대하는 힘

by indiespace_가람 2025. 2. 3.

 [인디즈 소소대담] 2025. 1 몇 번이라도 기대하는 힘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함박눈, 눈송이, 가루눈, 눈보라, 진눈깨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었다고 갑자기 마법적으로 모든 게 새롭게 시작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1월은 설렘과 기대가 함께 한다. 추위가 여전히 매서운 1월의 어느 날, 인디즈 구성원들이 한국 독립영화와 영화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었다. 작년에 만난 영화들과 올해 만나게 될 영화들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기대하는 일의 힘을 다시금 느낀다.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몇 번이라도 기대하는 힘이 함께 하는 새해가 되길 바라며 기록한다.

 

 

*2025년 1월에 극장에서 만난 영화들

〈힘을 낼 시간〉

 

[리뷰]: 지워지지 않을 힘(김민지)

[단평]: 괜찮다는 말 한마디(서민서)

[뉴스레터]: Q. ✨ 나의 새해 소원은? (2025.1.1)


가루눈: 〈힘을 낼 시간〉은 로드무비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다 보고 좋았는데 뭔가 제목이 확 끌리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감독님의 전작인 〈십개월의 미래〉는 엄청 궁금한 제목이었는데요.


눈보라: 저는 사실 〈십개월의 미래〉가 더 좋았어요. 진짜 듣도 보도 못한 느낌이었고, 파괴적이었어요. 〈힘을 낼 시간〉은 아예 노동을 조명하기로 하고 감독님이 아이돌 산업을 선택한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긍정적으로 풀어내려고 하시지 않았나 싶어요.


진눈깨비: 남궁선 감독님의 단편영화 〈최악의 친구들〉을 재미있게 봤는데, 〈힘을 낼 시간〉 후기에 〈최악의 친구들〉이 생각난다고 해서 얼마나 파국으로 갈까 궁금했어요. 그런데 이 소재로 파국을 안 가서 너무 다행이고, 〈최악의 친구들〉에서의 쇼킹함은 없었지만 어떤 의미에서 떠오른다고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섬·망(望)〉

 

[리뷰]: 비스듬히 가로질러(김윤정)


함박눈: 〈섬망〉은 지금까지 봐왔던 영화랑 되게 다른 결의 느낌이었어요. 템포도 다르고 주제도 다르고. 그래서 사운드 좋은 관에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자세하게 뜯어보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완전 다른 문법의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부모 바보〉

 

[단평]: 일상의 풍경(이지원)


눈송이: 저는 〈부모 바보〉를 제목만 보고 엄청나게 사회 고발적이거나 사실적인 영화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근데 막상 영화를 보니까 사회 고발적인 요소가 없는 건 아닌데 그게 주를 이루는 것 같진 않았어요. 한 가지 의도를 강하게 갖고 가기보다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가져오셔서 작품에 녹여내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데요. 〈부모 바보〉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 원가족과의 관계에서 결핍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근데 그 인물들이 안정을 찾는다던가, 대안 가족이 만들어진다든가 이런 건 아니거든요. 마지막 장면에서 의자 밑에 얼음이 껴 있는데 얼음이 녹으면 의자가 다시 흔들리게 되잖아요. 그런 위태위태한 관계, 하나로 안정되지 않는 관계, 이런 걸 나타냈다고 생각해서 이상하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 장면이 계속 머리에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을 사용하는 지점도 되게 특이하다고 느꼈어요. 진짜 뜬금없이 음악이 나오고 뜬금없이 그냥 꺼져요. 보통은 인물의 감정이 고조되면서 음악이 나오잖아요. 근데 〈부모 바보〉에서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음악이 나오고 어느 순간 사라져서 인물들이 대화하는 게 진짜 현실감 있다고 느껴져요. 갑자기 음악이 나오니까 오히려 약간 거리감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걸 의도하셨나 싶기도 하고요.


가루눈: 저는 〈부모 바보〉 보면서 영화를 일부러 초보의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초보'라는 걸 일부러 무기처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제목이 특이한데 내용이 제목이랑 딱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영화의 기본적인, 관습적인 문법을 일부러 어기면서 구조가 특이한 장면도 많았어요. 기존 규칙을 안 따르고도 좋은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은빛 살구〉

 

[단평]: 가족의 모양(김지윤)


눈보라: 〈은빛 살구〉는 너무 유쾌한 드라마 같았어요. 사회가 얘기하는 정상 가족은 아닌, 이미 어딘가 고장 난 가족의 이야기인데요. 아빠랑 떨어져 사는 여자가 자기 결혼식 비용을 받으려고 아빠를 무작정 찾아가요. 아빠를 찾아가서 가족의 화합을 보여주는 것 같다가 결국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시 가족이 분열되는 걸 그리는데 되게 유쾌하게 그리더라고요. 요즘 독립영화가 보편적인 가족에서 벗어나서 되게 파괴적인 장면을 그린다는 느낌을 받아요. 〈나의 피투성이 연인〉 같이 임신, 출산이 엮인 것도 그렇고. 결혼 관련 문제도 그렇고요. 결혼을 앞두고 갈등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보여준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영화들이 파괴적으로 그린다면 〈은빛 살구〉는 결혼을 앞두고 갈등하는 사람의 모습을 유쾌하고 즐겁게 그리더라고요. 그리고 감독님이 전에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조감독을 하셨더라고요. 나중에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까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랑 비슷한 결이 있는 거예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도 인물들이 엄청 솔직하잖아요. 이 가정에 일어난 일을 내가 이 정도까지 내가 알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다 드러내잖아요. 〈은빛 살구〉도 한 가족의 이런 대서사를 내가 이만큼까지 알아야 되나 싶으면서도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유쾌하고 즐거웠어요. 거기에 노동이라는 키워드까지 겹치는데 그게 안 어울리지도 않고 끝과 시작을 노동으로 수미상관처럼 시작하고 끝내는 것도 좋았고 그냥 재미있었어요.


눈송이: 〈은빛 살구〉 보면서 그냥 '재밌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 사이에 서로 차용증 쓰고 돈 빌리고 이런 얘기가 나와요. 근데 그게 진짜 구질구질하거든요. 인물들이 돈을 받아내려고도 구질구질하고 안 주려고도 구질구질해요. 내가 이렇게까지 솔직한 모습을 봐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근데 그게 또 웃겨요. 가족 사이에 돈 문제가 얽혀드니까 그전에는 엄청 다정하게만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한다든가 이런 것이요. 저는 궁금했던 게, 〈은빛 살구〉가 뱀파이어/흡혈이라는 소재를 가져가면서 중간중간 옛날 고전 뱀파이어 영화 같은 화면을 깔아놓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흡혈하는 장면 같은 게 나와요. 그래서 그걸 넣으신 의도가 뭔지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었어요.


눈보라: 저도 궁금한데, 흡혈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더라고요. 어떤 평론가는 피에 대해 가족이라는 게 피를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요. 저는 아직 피에 대한 저만의 의미를 찾지 못했지만, 흡혈이 되게 촌스러운 장면으로 나오거든요. 옛날 드라큘라 분장을 하고 자기 가족을 막 물어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같은 느낌으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면서 웃기더라고요.

 

 

* 우리가 독립영화에서 보고 싶은 것 , 올해 만나고 싶은 영화들


함박눈: 저는 〈서브스턴스〉를 보면서 〈다섯 번째 흉추〉가 떠올랐어요. 보통 생각하기에 사람이 이성적으로 살아야 할 것 같고, 감정적인 부분이나 신체적인 부분은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걸 반대로 몸이 먼저 앞세워지는 이야기라서, 그 뒤에 내용을 아예 상상할 수 없는 채로 끌고 가잖아요. 그래서 이런 영화가 더 많아지고 독립영화에서도 볼 수 있으면 재밌겠다 싶어요. 기대되는 개봉 예정 영화는 이옥섭 감독님의 〈너의 나라〉예요.


진눈깨비: 저도 〈너의 나라〉가 기대돼요. 인터뷰에서 보기로는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진행된 장면도 있다고 해서 궁금합니다. 이번 작품이 학생 때 이후로 처음으로 자비 촬영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도 기대됩니다.

 

 

* 2024년을 돌아봤을 때 좋았던 영화 

가루눈: 〈잠자리 구하기〉를 보면서 관객이 다큐 형식에 관대해졌을 때 영화가 어떤 걸 가져다줄 수 있는지 느껴서 다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던 것 같아요.


함박눈: 〈잠자리 구하기〉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감독이 본인이 보았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게 되게 신선했어요.


진눈깨비: 극영화도 그렇고 다큐멘터리도 그렇고 일종의 기승전결 흐름이 있는데, 〈잠자리 구하기〉는 그런 기승전결의 서사 구조를 아예 따라갈 생각이 없어서 좋았어요. 


눈보라: 광화문에서 이순신 동상을 보면 〈미망〉이 생각나요. 등장인물들이 이순신 동상이 칼을 차고 있는 건 왼쪽이라고 하나, 그러면서 그 이야기를 계속하잖아요.


가루눈: 저의 감정적인 1위는 〈잠자리 구하기〉였던 것 같고,  〈우리와 상관없이〉는 영화 문법적인 1위로 흥미롭게 봤어요. 의외로 〈그 여름날의 거짓말〉이 길티 플레져처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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