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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섬·망(望)〉: 비스듬히 가로질러

by indiespace_가람 2025. 1. 6.

〈섬·망(望)〉리뷰: 비스듬히 가로질러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어둠을 가로지르는 희끄무레한 빛, 스크린에 맺히는 상, 투명한 눈동자 안에 비추어 마주보는 것들, 어슴푸레 뒤척이는 작은 움직임. 고요하지만 고독하지 않게, 희미하지만 한 줌 흩어지지 않게. 아직은 살아 있는 동작들의 마지막 궤적과 그 조용한 움직임 후에 천천히 고르는 숨을 귀담아 듣다 보면 어느새 한 편의 시가 되고 영화가 된다. 

 

영화 〈섬·망(望)〉 스틸컷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 둘 저물어가는 세계 속에서 ‘은애(이은 역)’는 시간과 공간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른다. 그저 발 길이 향하는 곳으로 몸을 움직이는 은애는 기억 한편에 묻어두었던 어릴 적 모습을 마주친다. 그리고 카메라를 따라 이어지는 희미하고 흐릿했던 누군가의 잔상들은 이내 목소리와 함께 발화자의 얼굴을 아주 선명히 비춘다. 단지 허공 어딘가를 응시할 뿐 작은 미동 없는 사람 각자의 얼굴엔 상실을 이야기하는 담담한 목소리와 대조적으로 부드럽고 안온한 빛만이 남아있다. 

 

길, 숲, 바다, 집을 무작위로 넘나드는 공간 속에서. 때로는 선명히 밝고, 빛을 모두 흡수한듯 컴컴한 시간 속에서. 은애는 살에 닿는 빛과 어둠, 그리고 혼자 된 고독을 경험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잊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부재하는 목적의 자리엔 부유하는 희망과 절망, 외로움 같은 감정과 감각들이 잠시 머물 뿐이다. 대체되지 않는 그 공허한 공간을 아주 느리고 끈질긴 시선으로 들여다 보면 잠시 반짝이는 빛의 질감과 칠흑 같은 어둠이 교차하고 있다. 

 

영화 〈섬·망(望)〉 스틸컷

 

언젠가는 곁에 있고 문득 바라보면 비어 있는 옆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상실의 흔적은 어느때도 움직인 적 없이 그대로 남는다. 희망이라는 공간, 절망이라는 시간, 외로움이라는 감각, 정지라는 끝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마주친 빛과 어둠 속에서 은애가,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 정지와 비정지의 중간 궤적에서 마주친 수많은 섬들에게도 비어 있는 옆 자리가, 그리고 영원히 멈춰 있는 시간과 마음의 공간이 존재할까?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어두컴컴한 방 한 칸과 그 안에 나뒹구는 물건들이다. 그 어질러진 것들을 누군가가 줍고, 담는다. 빌려주고 다시 돌려받듯 그곳에 고여 있던 탁한 어둠과 공기는 이내 또 다시 누군가의 공간과 시간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렇게 꿈을 꾸듯 비현실적인 방법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넘나든다. 넘나듦의 과정에서 멈춤은 결국 의지의 문제와 맞물린다. 정지하지 않은 누군가는 멈추지 않으려는 시도를 통해 끝끝내 나아간다. 부동에 이르기까지 섬으로 존재하는 타인을 바라고, 기다리고, 기대하면서. 그리고 마침내 그리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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