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리뷰: 다시 마주하기
*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긴장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연경(방민아)을 담는 카메라의 시선이 위태롭다. 1절을 다 부르기도 전에 노래를 중단시키는 목소리는 수없이 들었음에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연경은 또다시 차가운 현실의 벽 앞에 부딪힌다. 계속되는 오디션 탈락에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버린 연경은 그만 가수의 꿈을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처음 라디오에서 노래를 불렀던 중학교 시절부터 가수의 꿈을 쭉 품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텨 낼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토록 간절히 바라온 꿈인 만큼 희망을 스스로 놓아버리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그런 연경에게 택배가 하나 도착한다. 낡은 기타와 편지. 보낸 이는 오랜만에 보는 이름, 현수(이가섭)다. 이를 계기로 연경은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했던 그 시절의 공간과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피아노를 치며 답답한 일상 속 위안을 찾던 현수와 노래를 부르며 저만의 세상 속 자유를 느끼던 연경은 미완성이었던 자작곡을 함께 다듬으며 ‘우리의 노래’를 완성해 간다. 현수는 연경에게 풋풋한 첫사랑인 동시에 음악에 대한 꿈과 같은 존재였기에 현수의 택배를 통해 연경은 잊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런 연경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인지 영화는 오랜 꿈과 작별하기 위해 떠난 여정의 끝에 작은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에 외롭게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던 연경은, 내 음악으로 위로받았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낯선 이와 너의 노래가 참 좋았다던 현수의 편지에 용기를 얻고 다시 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선다.
소중할수록 잃는 것이, 포기하는 것이 더 두려운 법이다. 음악은 연경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꿈이었기에 이를 잃어버리기도, 포기하기도 두려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더 붙잡고만 있었을지도 모른다. 꿈과 현실 사이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안에서 방황하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도 연경처럼 이 조그마한 위로와 응원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연경이 현수에게, 그리고 현수가 연경에게 건넸던 ‘진짜 좋아하는 게 생기면 용기가 생길 것’이라는 조언처럼 그 용기가 삶의 어떤 순간으로 우리를 이끌든 그 모든 선택을 힘껏 응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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