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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부조리하고, 다정하고, 평범한 가정에 대하여 〈영하의 바람〉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9. 12. 6.




부조리하고, 다정하고, 평범한 가정에 대하여   〈영하의 바람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1월 21일(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유리 감독|배우 권한솔, 옥수분, 박종환

진행 정한석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은지 님의 글입니다. 






영하의 바람 가장 처음으로 부조리를 목격하고, 묵인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가정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김유리 감독은 영화에서 긴장감과 불안감을 형성하는 보다는이렇게 되는 동안 아무도 말리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더욱 집중했다고 말한다. 영하의 바람 완벽한 선인, 악인은 없다 할지라도 너무도 평범한 얼굴로 우리의 주변에 있는 악을 돌아보게 하고, 관계를 통해 위로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이번 인디토크는 김유리 감독, 권한솔 배우, 옥수분 배우, 박종환 배우가 참석했고 정한석 평론가가 진행했다.



 


정한석 평론가(이하 정한석): 저는 평론가 정한석이라고 합니다. 김유리 감독님, 권한솔 배우님, 옥수분 배우님, 박종환 배우님 모셨습니다. 감독님부터 인사 부탁드립니다.

 

김유리 감독(이하 김유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영하의 바람〉의 각본, 연출을 맡은 김유리입니다.

 

박종환 배우(이하 박종환): 안녕하세요. 영진 역을 맡은 박종환이라고 합니다.

 

옥수분 배우(이하 옥수분): 안녕하세요. 열아홉 미진 옥수분입니다. 반갑습니다.

 

권한솔 배우(이하 권한솔): 안녕하세요. 열아홉 영하를 맡은 권한솔입니다. 반갑습니다.

 

정한석: 저희가 대기하던 중 약간의 소음을 냈을 있는데, 권한솔 배우께서 춤추고 그러셨어요. 저도 모두 처음 뵈었습니다.(웃음) 영화를 저희가 웃으면서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여기 나와 계신 분들과의 대화는 활기찼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첫 질문은 감독님께 드리겠습니다. 저는 영화에 대해 글쓰고 심사하는 사람이기에 많은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어느 쪽으로 예상하는 것도 하나의 습관인데요. 영화는 보면서 대체 어디서 끝나려고 하는 건가 궁금해졌습니다. 많은 성장 영화를 보았지만 이 영화는 예측이 되지 않았고, 그게 좋았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질문 드리겠습니다. 영화는 어디에서 시작된 건가요?

 

김유리: 미성년의 시기는 누구나 겪고 속에서 가족이나 가정이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같아요. 가정이라는 것이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경제적 이유라든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묵인되거나 은폐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가정이라는 속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 보니 누군가 하지 않은 이야기로 인해 가정사의 비극들이 벌어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 않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성장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에 7년이라는 시간을 담은 성장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정한석: 7년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물리적으로도, 영화 속에서도 시간이죠. 영화에서 7년이 지났다는 것을 표현할 가장 흔한 방법으로는 한 배우가 영화 속의 모든 시간을 전부 연기하는 경우가 있겠죠. 또는 각각의 시대를 다른 배우들이 연기합니다. 영화처럼요. 12 영하와 미진이 있고, 15세의 영하와 미진이 있고, 19세의 영하와 미진이 있습니다. 이럴 때 나이에 따라 서로 다른 얼굴들이 나오면 정말 난처하죠.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것은, 미진이와 영하가 모두 그들 같았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캐스팅이 중요하고 결정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성격이고 어떤 외양이면 좋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유리 성장 속 변해가는 아이들을 묘사하기 위해 6명의 영하와 미진을 찾고자 했는데 이건 쉽지 않은 일일 뿐더러 감정이입이 깨질 우려가 있죠. 기획단계부터 걱정과 반대도 있었지만, 이야기는 하나의 특정된 시간이 아니라 7년이라는 시간을 다루면서 매번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져요. 각각의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시작될 이들은 어떻게 되었나,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과 집중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영하와 미진 소녀의 관계, 친척이자 친구인 관계의 환경 시나리오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고, 비중이 많은 19세부터 캐스팅을 했어요. 영하 같은 경우는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한솔 배우가 캐스팅이 된 건데, 사실은 배우를 조금 늦게 만났어요. 한창 캐스팅 오디션을 진행하는데 무엇 때문인지 계속 배우를 확정할 수 없었고 그때 배우를 만나면서 이유를 깨닫게 됐어요. 첫만남에서부터 압도적인 감수성이 있었어요. 한솔 양과 함께 하게 되면서 12, 15 배우들도 19세 영하와 닮은 배우로 캐스팅하게 됐어요. 가령 커가면서 쌍꺼풀이 없다가 생기는 경우는 많지만 있다가 사라지는 경우는 없잖아요. 그런 걸 신경 쓰면서 캐스팅을 했고, 다행히 서로 닮으면서도 좋은 감수성을 가진 청소년 배우들을 만날 있었고 지금의 캐스팅을 완성하 되었죠.

 




정한석: 배우들을 처음 만나셨을 인상은 어떠셨어요?

 

김유리: 한꺼번에 캐스팅이 완료가 것이 아니라 시간 동안 차근차근 뽑았기 떄문에 저는 이들이 닮았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어요. 각각의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본 적도 없었어요. 12, 15 배우들에게는 본인들 분량의 시나리오만 줬고, 그들이 컸을 모습을 보는 게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19 배우들만 12, 15 분들을 알았어요. 그런데 영화를 편집할 때 붙여놓고 보니 싱크로율이 좋다는 반응들이 많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미진이 같은 경우는 12세의 박서진 배우와 15세의 소유진 배우가 제스처나 말하는 방식이 닮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옥수분 배우도 소유진 배우의 리허설이나 오디션 영상을 보고 놀랐다고 하고요. 비슷한 감수성을 보고 뽑았는데 외형도 닮았다고 하니 되어가고 있구나 싶었죠.

  

옥수분: 유진 양의 리허설 영향을 봤는데, 제가 무의식 중에 하는 제스처나 머리를 넘기는 등의 행동이 유진이에게서 보이더라고요. 외모만 닮은 아니라 그런 부분도 나와 닮은 사람이 있구나 싶었어요. 영화 지인들도 비슷하게 느끼더라고요. 어떤 친구는 15 미진이 일부러 저를 따라한 알았대요. 신기하더라고요.

 

권한솔: 제가 15 미진이를 처음 봤을 때 수분 언니와 똑같아서 계속 언니, 진짜다. 너무 똑같아.’ 그랬어요. 개봉을 하고 뒷풀이 현장에서 만났는데 수줍게 서로 인사했어요.(웃음) 언니랑 너무 똑같아서 저도 신기했어요.

 

정한석: 권한솔 배우님과 옥수분 배우님, 분이 처음 함께 촬영하셨던 건 언제예요?

 

권한솔: 영하가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미진을 찾아가는 장면이 촬영이었는데 전에 되게 많이 만났어요. 언니랑 맨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나는데, 쌀국수집이었어요. 감독님이 옥수분 배우는 굉장히 수줍은 많은 배우라고, 수학과를 나왔다고 하셨는데 정말 수줍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내가 자리를 주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같아요.

 

정한석: 어떻게 주도를?

 

권한솔: 기억이 안나요. 이상한 말을 계속 했을 거예요.

 

옥수분제가 낯을 가려요. 그래서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싶고요. 모든 게 신기했어요. 말로만 듣던 영하 역의 배우를 실제로 보니까 궁금하고 그랬어요.





정한석: 박종환 씨가 맡은 영진은 영화에서 처음부터 등장합니다만, 정보가 적기도 하고 가장 복잡한 마음을 일으키는 배우이기도 하거든요. 인물을 연기하실 박종환 배우님께서 가진 정보나 느낌에 대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종환: 정보는 시나리오에 있는 것으로만 생각을 했던 같아요. 몸이 아픈 아이가 있고 이혼을 못해서 가정으로부터 도망쳐 지내는 사람으로 그대로 생각하고 연기를 했어요. 말로 설명을 하려고 하면 쉽지가 않더라고요. 정말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연기하면서도 못 느끼겠고. 그래서 안에서만 수동적으로 존재하고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같습니다. 저도 영진을 37세에서 44 정도로 생각하고 연기를 했는데, 사실 12, 15, 19세로 뚜렷하게 성장하는 영하와 미진을 보고 조급함을 느꼈나봐요. 37세에서 44세로의 변화는 그렇게 크지 않잖아요. 섬세한 변화 정도면 같은데 머리도 바꿔보고 굴곡이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던 같습니다.

 

정한석: 영화의 초반부부터 어떤 관객들은 느끼셨을 거예요. 영하와 영진이 너무 가깝다는 것이 정확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굉장히 불길하게 느껴지거든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유리: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영화가 영하와 미진의 성장이 주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사실 머릿속에 온통 영하와 미진으로 차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영진과 은숙같은 캐릭터는 영하와 미진의 시선을 통해서 관객들이 보게 되는데, 사람의 입장에서 장면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같아요. 가령 미진이 버리지 말라고 우는 영하를 영진이 다독이는 장면에서 사람의 모습만큼이나, 혹은 조금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은숙의 시선이었어요. 영진이 영하와 너무도 가까운 모습들이 보일 항상 은숙의 시선이 보여. 슬아슬한 긴장감 보다는  이렇게 되고있나, 아무도 말리거나 잘못됐다고 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 문제를 말하는 게 목적이었어요. 장면에서 15 영하에게는 최선을 다해 울어달라고 했고 영진에게는 눈물을 보여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영하를 다독이는 얼굴에서 명백하게 한 가지 감정이 느껴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하를 다독이면서 자신의 은영을 생각했을 수도 있고, 여러가지의 감정을 느낄 있는 얼굴을 주문을 했고, 배우 입장에선 굉장히 힘든 지점일텐데 부분을 잘해주셨죠.

 

박종환: 제가 영진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감독님께도 영진이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을 하진 못했던 같아요. 다만 영진과 영하의 관계가 하나의 의미가 아닌 여러가지 의미로 관계가 발전해나가고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너무 위험하거나 불안하거나 너무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다양하게 해석될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같아요.

 

정한석권한솔 배우님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후반부에 사건이 있고 나서 엄마와 얘기하지 않습니까. 은숙에게왜 그랬어. 조금만 참지. 이제 가는데.라는 말을 듣고 영하도 놀라서 가방을 떨어트렸던 같거든요. 장면을 찍을 때의 느낌이나 생각을 여쭤보겠습니다.

 

권한솔: 일단 부모님이 싸운다는 자체가 어린 아이에게는 공포고 하나의 폭력으로 다가오잖아요. 그리고 영진은 새아빠지만 엄마는 어릴 적부터 함께한 친엄마잖아요. 나를 보호해줘야 사람이 그렇게 얘기한 것에 대해서 머리를 맞은 느낌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머리를 크게 맞아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영하는 엄마로부터 그런 느낌을 차곡차곡 받아왔을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 엄마에게 실망도 하고 버려진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같아요.

 

정한석: 고깃집에서 엄마한테 울면서 얘기하는 장면도 인상 깊어요. 기억 나시나요?

 

권한솔: 그때는 아무 생각 하지 않으려 했고이걸 말해야 , 말아야 해? 말하면 엄마 상처 받을텐데.’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어요. 다행히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온 같아요.

 

김유리: 근데 상황에서 제가 이 인물의 감정과 행동을 설명하지 않았는데 한솔 배우가엄마가 상처받겠지?’라는 생각을 했다는 게 놀라웠거든요. 엄마가 목사가 안돼서 우리가 쫓겨나고, 우리 집이 망하고,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마음을 쓰는 것이 안쓰럽다고만 생각했지 말로 인해서 엄마가 상처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 생각을 것이 배우가 영화에서 영하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한석: 옥수분 배우는 본인이 연기하신 부분 중에 기억이 남는 장면이 있나요?

 

옥수분사실 관객과의 대화를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지하철씬이라든지, 바다씬이라든지, 고시원 쫓겨날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짓는 씬이라든지, 그런 장면을 꼽았어요. 저는 모든 씬이 기억에 남긴 하는데 장면은 한번도 언급 안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다 있는 장면이 영하한테 처음으로 속에 있던 마음을 이야기하면서이모가 세상은 혼자서 견뎌내는거래.”라고 말하는 장면인데 장면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못했나 생각 해봤어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파서 마주하지 않았던 같아요.

 

정한석또 하나 마음 아픈 장면 중 하나가 미진과 함께 영하의 집에 갔을 때 영하가 먼저 문을 닫고 들어가더라구요. 사이에서 흐르는 약간의 기류나 불편함을 느꼈어요. 반대로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보기 좋았던 것이 미진 옷을 영하가 입고 있다가 치맛단이 떨어질 웃는 장면 있지 않습니까? 슬픈 장면에서도 현장 분위기는 되게 즐겁고 다를 있잖아요.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신가요?

 

권한솔: 촬영 중에 이동할 동미 선배가 웃긴 노래를 하나 들려주셨어요. 연기하는데 그게 자꾸 머리 속에 멤도는 거예요. 깃집에서 엄마한테 이야기하는 장면을 찍을 때였는데, 초반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요. 자꾸 노래가돌아서.

 

옥수분어떤 하루가 떠오르진 않는데 저는 영화를 찍으면서 살을 좀 찌워야 했어요. 래서 되게 행복하게 찌웠거든요. 생각없이 먹었어요. 과정에서 감독님이 때마다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건강은 괜찮냐고. 걱정해주신 것과 달리 저는 행복하게 증량을 했는데 생각보다 증량을 많이 했더라고요. 마침 한솔이 체중을 감량할 때라 숙소를 같이 이용하면서 한솔이의 생활 패턴을 함께 하다 보니 다시 자연스레 빠졌어요. 부산에서 촬영할 체중을 감량해야 했던시기가 떠올라요.

 

박종환: 저는 친딸 은영을 만나고 와서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는 장면을 찍을 때 좀 착잡한 마음일 같아서 술을 실제로 마셨거든요. 소주를 사와서 촬영장 구석에서 마셨는데 왠지 안 취하는거예요. 조금 마셔서 취해볼까 하다 보니까 병을 마셨어요. 그런데 술이 갑자기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테이크는 기억이 나는데 다음 테이크부터는 기억이 안나는 거에요.(웃음) 정말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감독님이 수정해야 하는 부분을 말해주시면 다시 해보고, 한번 가야 같다고 하시면 정신 차려서 다시 찍고 그랬던 것 같아요. 당시에 감독이 어떻게 저를 이끄셨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저는 장면이 좋더라구요. 외롭고, 외로움 때문에 영하한테 기대는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친딸도 떠올리고, 영하도 내 딸인데, 이런 복잡한 생각이 같고요.

 

김유리 장면 찍을 피디님이 걱정하시면서 다음에 다시 찍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테이크를 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이걸 한번 이상 지금처럼 안 나오면 내내 아쉬울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그냥 내버려 두세요.하고 계속 찍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관객: 감독님께 드릴 질문이 두 가지인데요, 영화의 촬영이나 색보정 과정에서 색감을 어떻게 맞추셨는지 궁금해요. 두번째는, 영하랑 아빠가 술 마시는데 카메라가 슬그머니 움직이는 장면 같은 것이 기억에 남아요. 인물의 긴장감, 거리감이 느껴졌거든요. 감독님께서 이런 쇼트를 만드실 어떤 고민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유리겨울에 벌어지는 이야기고 제목도 영하의 바람이지만 시기별로 이들이 처한 상황이나 마음 상태는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차가운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요. 가령 내부 장면도 많았는데, 15세까지는 단란하고 남부럽지 않은 가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19세때는 가족들이 해체되는 국면을 맞이하게 돼요. 서울 장면은 서울에서, 부산 장면은 부산에서 촬영했는데 부산은 회벽 집이 많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울의 주변 풍경을 담을 부산보다는 조금 기운이 덜한 느낌이 들었어요. 촬영을 하고 나서 색보정 기사님께 춥게 만들어달라고 무턱대고 주문을 했었고, 기사님이 레퍼런스를 굉장히 많이 찾아보고 고민하셔서 차가움이 실제 촬영본 보다 훨씬 선명하게 재현이 되었어요. 이야기가 7년이라는 시간을 다루다 보니 전개 자체가 훅훅 지나가죠. 그런데 거기서 인물의 핵심적인 감정은 집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카메라 무빙이나 패닝은 고집을 부려서 호흡을 길게 가져가려고 노력했어요. 이야기가 영하를 중심으로 계속 따라다닌다기 보다는 한발짝 떨어져서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방식인데, 그래서 일부러 인물들에게 시점샷을 많이 주지 않았어요. 뭔가를 바라보는 장면은 카메라가 컷을 나누지 않고 팬을 하는 식으로 이어서 보여주려고 노력했고요. 카메라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인물의 감정을 헤아리는 시간을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호흡을 조절하려고 하면서 배우에게 너무 가깝게 붙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정한석: 개인적으로는 여기 없는 신동미 배우의 뒷모습을 클로즈업으로 차게 찍은 것이 인상에 남습니다. 기왕에 말이 나온 김에, 권한솔 배우님은 영하의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 영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신 있나요?

 

권한솔: 되게 큰 사람이고, 마음이 따뜻하지만은 않고. 무섭다기보다는 아닌 아니라고 딱 잘라버리는 엄마라고 생각을 했었죠. 약간 애증의 관계?

 

정한석: 감독님께 이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영하 엄마, 은숙의 이름은 영화에서 많이 듣지 못하거든요. 영하 엄마가 갑자기 가출을 하잖아요. 이러한 일종의 퇴장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셨나요?

 

김유리: 은숙은 사실 영화 속 명의 인물 가운데 가장 주체적이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거침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엄마로서, 가장으로서 그녀가 짊어진 무게들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그녀의 행동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고, 언제나 당당할 같지만 그녀 또한 사실은 굉장히 많은 내적 갈등과 분열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다만 그게 가장 티 나지 않는 인물일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남에게 말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고민했고. 성추행 문제는 그녀도 어떻게 하기 어려운 명백한 사건이라고 느꼈을 테고, 예전의 방식대로 딸아이에게 한번만 없었던 일로 치고 다시 시작하자고 힘들게 얘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잖아요. 아마 얘기를 하면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 짐작했을 것 같아. 그리고 가출을 마음 먹는 시점이 미진에게 집에 와달라고 때인지, 충동적으로 미진이가 온 이후인지는 딱히 정하지 않았어요. 계속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여자에게 항상응.이라고 했던 딸아이 마저이건 아니야.”라고 말했을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게 될까 고민한 것에 대한 답이 가출이었던 같고, 그건 어떤 논리나 인과로 설명될 없는 지점이었어요. 대사나 편지로 이 감정을 설명하기 굉장히 어렵죠. 그렇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은숙의 퇴장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하다 나온 장면이 혼자 밥을 먹는 장면이었어요. 되게 오랫동안 다른 것을 비추다가 은숙의 얼굴이 보이는데, 한번에 보여주는 얼굴과 한참 기다리고 나서 나타나는 그녀의 얼굴은 되게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고민을 해서 나온 장면입니다.

 




관객: 19세가 되고 나서 영하와 미진이 처음 만난 장면부터 서로의 표정이 엇갈리잖아요. 조금씩 어긋나는 장면들이 되게 의미 있게 다가왔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둘이 만났을 때 영하가 안심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동시에 이 관계가 어그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배우님은 어떤 감정으로 연기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그리고 은숙이라는 캐릭터가 퇴장을 하고 나서도 영화의 서사가 은숙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선 선악이 없다고 하셨지만, 굳이 나누면 은숙은 악의 편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께서는 은숙이라는 캐릭터를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설정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권한솔: 저는 미진과 영하가 감정적으로 엇갈렸다는 생각은 안 했고요, 사실 친구 사이라는 게 싸우다가도 다시 화해하는 것이잖아요. 둘의 다른 점이라면 깊이나 성향의 차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서로가 의지하고 살아간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마지막 촬영을 했어요.

 

옥수분물론 배우들이 각자 캐릭터의 전사를 짜긴 하지만, 저는 일단 가장 상황 자체, 장면 자체를 제일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같아요. 일단 정확히 표현해야 할 부분만 생각하고 촬영 이후 저도 결말을 분석하게 된 것 같아요. 미진은 영하를 위해서 돌아간 것이기도 하지만, 감독님 말씀처럼 미진 또한 자기 자신을 위해 영하를 찾아 갔다는 게 저도 납득이 돼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이타적인 상황도 결국엔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이라는 표현을 하는데요, 그 말을 들으며 영하와 미진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김유리: 부연을 하자면, 영하와 미진 사이의 약간의 미묘한 기류, 가령 영하가 자기의 엄마처럼 미진에게 못되게 구는 모습이라든지, 미진이 영하에게 기어코세상은 혼자 견디는 거래라는 은숙의 말을 전하는 장면들은 저에게 크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은 아니었어요. 또래 사이의 미묘한, 마냥 좋지만은 않은 순간의 감정들은 모 분들이 겪어보았을 것이고, 스태프들과 이야기할 때에도 학창시절의 경험들이 아주 술술 나왔어요. 또래 여학생들의 그런 감정들을 찍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던 같아요.

저한테 질문해주신 부분에 답하자면, 사실 제가 은숙이나 영진을 판단하기 보단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은숙과 영진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캐릭터를 깊게 만드는 동시에 관객들이 둘을 이해할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고요. 자신을 버리고 엄마를 그리워하고 변호하는 마음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자신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이모에게 기도를 하는 마음, 기어코 찾아와서 눈물을 보이며 사과하는 아저씨를 보는 아이의 마음은 무엇일지가 저한텐 가장 중요했어요. 사람은 악한 사람, 사람은 선한 사람이라는 판단보다는 아이들이 이런 어른들을 겪으면서 어떻게 변해가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한 화두였어요. 저도 영하 엄마가 영하를 떠난 게 영하에게 오히려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니 다시 찾아올 수도 있고, 그렇다면 영하가 엄마에게아닌 건 아닌거야.”라고 말할 있는 순간에 엄마가 찾아왔으면 좋겠다생각했어요.

 

정한석: 박종환 배우에게 질문을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영진, 영하의 새아빠를 연기하며 이 인물의 핵심적인 면모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나요?

 

박종환: 특별히 어떤 장면을 염두에 두고 연기를 것은 없고요, 그냥 이런 마음이 가까이에, 또는 안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들을 끊임없이 했던 같아요. 제가 원래도 관계에서 누굴 돌보고 돌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도 언젠가 저런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조금 들었던 같아요. 어떤 틀을 정하기 보다는 고민을 계속 했어요.

 




관객: 저는 어린 영하가 이삿짐과 함께 짐짝처럼 있을 때 충격을 받았는데요. 은숙은 영하가 커서 어떤 말다툼이 생겨도우리 잘되자고 하는 일이야라는 식으로 말을 하잖아요. 그리고 은숙이 상승 욕구를 내보이는 곳이 교회인데, 마지막 미진과 영하 두 사람이 가장 몰렸을 결국 돌아가는 공간이 엄마가 없는 교회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김유리영하와 미진은 서로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잖아요. 영하는 미진이가 고시원에서 쫓겨난 모르고, 전에 미진에게 열쇠를 주면서 조금 짜증을 냈고, 미진이 하지 않아도 말을 굳이 해서 속이 조금 상한 상태고. 동시에 아빠가 찾아왔고, 직장을 그만 두었고요. 그래도 영하는 고시원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고시원엔 미진이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영하는 도대체 어디를 갈까? 생각했을 아이가 있는 곳은 교회 밖에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신앙심이 깊지는 않지만 아이에게 교회라는 장소는 그런 장소인 같아요. 15세에도 미진이가 삼촌 집에 가는 걸 막겠다고 교회에 찾아가 기도를 하잖아요. 문제가 있을 때 기도를 하고 위안을 얻는 것이 이 아이에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체화된 방식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턱대고 거기에 엄마가 있든 없든, 문을 열었든 안 열었든 갔을 같아요. 그리고 미진이도 영하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고시원에서 쫓겨났고 영하의 돈에 손을 댔는데 지하철을 선뜻 타지 못해요. 그 후 어디로 갈까 생각했을 미진 또한 교회에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엄마나 같은 것에 대한 비판적인 마음, 냉담한 시각을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고요. 다만 두 사람은 교회로 들어가서 몸을 녹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관객: 감독님께 먼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로케이션이나 의상 등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조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고양이가 나와서 앉는 부분은 어떻게 연출했는지 궁금합니다. 권한솔 배우님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은, 은숙이라는 사람이 영하에게 엄마이긴 하지만 미워하고 증오할 있는 존재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같은데 영하는 엄마를 끝까지 미워하진 않는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유리영화를 보거나 이미지를 인상적인 것들은 캡처를 놓는데 그런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모여요. 영화 시나리오를 캐릭터는 어떤 옷을 입을까, 집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들은 모아놓은 것에서 많이 영향을 받아요. 그것들을 콜라주해서 가지고 오는 같아요. 고양이는 장면에서 걔가 갑자기 튀어나왔고 타이밍에 적절히 울어줬어요.(웃음)  지역이 재개발 지역이라서 집이 많았는데 유난히 고양이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우연히 잡혀서 컷을 썼어요.

 

권한솔제가 저희 엄마한테도 애교를 살벌하게 부리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엄마한테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밉고 엄마를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라고 얘기를 해요. 엄마와 딸의 관계는 말로 형언할 없는 미움과 사랑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짧게 겪어본 것일 수도 있지만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고요. 실제로 가장 친한 친구가 어머니에게 큰 상처를 받았지만 엄마를 계속 그리워하고 사랑해요. 이건 아무리 분석을 한다고 해도 설명할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영하도 당연히 은숙한테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정한석: 이제 마쳐볼까 합니다. 감독님부터 짧게 인사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김유리: 이야기를 만들고 캐릭터를 만들 굉장히 다차원적이고 입체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영하, 미진 뿐만 아니라 은숙, 영진과 GV 때도 있는데 그럴 사람의 이야기만으로도 굉장히 길게 이어지더라고요. 영화를 재밌게 보셨다면 주변추천해주시길 바라고,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나 캐릭터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자리를 빛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종환: 저의 답을 듣고 궁금한 부분이 완전히 해소가 되지 않으셨을 있는데요. 연기를 하면서 온전히 인물의 입장에 서고 그걸 감수해내는 것들 보다 어려운 것이 인물을 정리해서 말로 설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게 저에겐 많이 어려운 같아요. 혹시 궁금하신 부분들이 있었다면 오늘 해소가 되었길 바랍니다.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살펴가세요.

 

옥수분제가 라디오를 즐겨 듣는데, 라디오를 단지 적적해서 켜둔다고 해도 나오는 사연을 듣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영하와 미진의 관계도 그런 관계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영하의 바람〉도 관객분들 옆에 묵묵히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권한솔영화를 보신 지인 분들 중  영화가 어렵다 하신 분들도 계시고, 고민하시다가 영화를 한번 보고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어렵다고 하셨던 분들도 영화의 인물들이 목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이게 진짜 사람인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있는 영화예요. 그래서 소중한 영화인데, 여러분들도 영화를 보시고 생각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정한석: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운 영화인지 쉬운 영화인지 판단은 어렵겠습니다만,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의 섬세한 혹은 어떤 불길한 면모 때문에 복잡한 기분이 듭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다양한 감상을 나눌 있는 자리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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