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 리뷰: 멈추어버린 것들에 보내는 위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혜림 님의 글입니다.
김병기 감독의 〈삽질〉은 집요하게 4대강 사업의 진실과 끝을 파고든다. 영화에서는 인터뷰와 문서 자료, 그리고 실제 기자들의 취재 현장, 시위 현장 등을 푸티지로 삼아 ‘4대강 살리기’라는 명목 아래에서 어떠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엮어나간다. 영화의 첫 장면, 끝없이 펼쳐진 녹지와 같아 보이는 강의 모습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스크린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죽음의 초록색은 관객의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아프게 한다.
〈삽질〉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미안함’의 태도를 전제하고 있다. 강을 배반한 전문가와 정치인들을 지적하는 한편, 영화는 아직도 4대강 사업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인터뷰를 거부하는 수많은 범인들을 대신하여 멈춰버린 강에게 용서를 구한다. 영화에는 크게 두 가지의 움직임이 있다. 정지되어 있는 이들과 바삐 움직이는 이들이 그렇다. “4대강 사업이 아직도 성공한 사업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멈춰있는 질문에 마주한 범인들은 답변을 피하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질문은 항상 멈춰있다. 다시 말해, 4대강 사업의 과오에 대해 인정하고 그것의 진실을 밝히라는 하나의 질문이 조금의 변주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의 일에 대해 이렇게 찾아와 묻는 것은 결례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맞서 그 질문은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있다.
10년 전에 멈추어버린 강과 그 곳에 남아있는 소수의 기자들과 환경 운동가들은 마치 땅처럼 변해버린 강의 주위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흐르지 않는 강과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 항상 같은 질문들 주위에서 4대강 사업을 사리사욕으로 추진했던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자신들의 운동을 위해 강의 운동을 멈추어버린 사람들을 〈삽질〉은 바삐 쫓아간다. 그 쫓아감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문을 등지고 같은 태도로 일관한다. 질문을 피해버리거나 질문 자체에 대해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러한 태도 자체가 답을 내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4대강 사업을 주동했던 사람들마저도 그것이 결국은 실패한 사업이며 더 나아가서는 자신들이 말해왔던 것과는 달리 명백하게 실패를 향해 달려갔던 사업이라는 답이다.
허망한 답은 내려져있지만 아직도 정지된 이들은 강을 둘러싸고 있다. 〈삽질〉은 그렇기 때문에 정지된 것들, 정지된 이들에 대한 위로이자 명백한 답을 피해 움직이고 도망치는 자들에 대한 집요한 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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