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배우
〈밤의 문이 열린다〉 한해인 배우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최승현 님의 글입니다.
“삶에서 작지만 빛나는 순간들을 조금이라도 더 발견하고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개봉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밤의 문이 열린다〉의 한해인 배우를 만났다. 배우로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얼굴에서 기분 좋은 긴장감과 생생함이 느껴졌다. 그는 나긋한 목소리와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첫 장편 주연을 맡은 한해인은 인간의 삶과 유령의 삶을 오가는 혜정 역을 소화했다. 1인칭 시점과 관찰자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호흡을 유지하는 동시에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섬세하면서도 신선한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는 내 안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믿는 한해인은 자신의 고유한 내면에서 다채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배우이다. 그녀의 단단한 내면은 연기자로서 지금에 오기까지 탄탄한 기틀이자 원동력이었다. 한국 영화계가 주목하는 배우, 그가 가진 철학이 더욱 궁금해졌다.
극장의 문이 열리고 〈밤의 문이 열린다〉가 상영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네요. 개봉을 맞이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개봉이 이렇게 빨리 될 줄 몰랐던 터라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어요. 막상 개봉이 이렇게 다가오니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저에게는 너무 새로운 경험이고, 처음이다 보니까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다음주에 개봉을 하고 GV를 하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너무 기쁜 일이라서 믿기지 않을 것 같아요.
〈밤의 문이 열린다〉는 어떤 영화인지, 한해인 배우님께서 연기하신 혜정은 어떤 인물인지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려요.
〈밤의 문이 열린다〉는 혜정이라는 인물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당한 이후 유령이 되어 자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혜정이라는 인물은 꿈꾸는 것도 없고, 주변 사람들하고 거리를 두며, 자기만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물이었는데요. 삶의 다양한 경험이나 감정들을 즐기려 하기 보다는 꿈도 없이 굉장히 건조하게 살아가는, 살아있지만 유령처럼 살아가던 혜정이 유령이 되고 나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영화 촬영을 마친 후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영화를 연출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연출하신 영화 이야기를 조금 들을 수 있을까요?
어디서 들으신 거죠? 부끄럽네요.(웃음) 제가 연출한 작품은 작년 여름에 촬영을 했고요. 조금 무거운 소재를 다뤘어요. 임신 중단이라는 소재를 통해 남자와 여자의 미묘한 입장 차이 같은 것들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배우로서 욕구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연출 욕구도 평소에 가지고 계셨나요?
아니요, 원래는 없었고요.(웃음) 막연하게 영화라는 매체를 좋아하니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연출자가 되고 싶거나 대단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고요. 어쩌다가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저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던 중에 친구가 ‘그러면 정말 한 번 써봐. 우리끼리 한 번 만들어보자’고 해서 소규모로 진행을 하게 되었어요. 정말 친한 친구들과 같이 스태프도 없이 일기 쓰듯이 작업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우연한 기회로 연출도 시작하게 되었네요. 〈밤의 문이 열린다〉는 장르물이잖아요? 한해인 배우님의 필모그래피 상 첫 장르물인데요. 미스테리, 판타지 장르 연기를 소화하는 과정에 있어서 참고하신 작품이나 레퍼런스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 영화가 장르 연기라고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하지는 않았고요. 그 인물의 상황이나 상태, 심리나 감정에 집중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레퍼런스도 어떤 특정한 캐릭터에서 따오기 보다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거칠 때 감독님께서 ‘우리 영화가 이런 식으로 혜정이라는 인물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런 구도로, 이런 톤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 〈퍼스널 쇼퍼〉(2016)라는 영화를 몇 장면 보여주셨어요. 그 영화를 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보고, 영화 속에서 유령이라는 존재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서 우리 영화에서는 어떻게 유령을 다루게 될지 고민하며 진행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의 개수를 따지자면 단편 영화를 더 많이 해오셨어요. 이번에는 장편작 〈밤의 문이 열린다〉로 관객분들을 만나 뵙게 될 텐데요, 연기자로서 단편과 장편을 임할 때 연기와 마음가짐, 부담감 같은 것에서 차이가 있으셨나요?
본질은 같은 작업이지만, 아무래도 장편 영화 같은 경우는 긴 호흡으로 상황을 끌고 나가야 하잖아요. 장편 작업은 처음 하는 경험이다 보니 감정과 호흡이 끊기지 않고 연결된 채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부담감이 없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씬별로 정리를 많이 했고요. 특히 이 영화는 시간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관객 분들께서 혼란스럽지 않기 위해서는 제가 시간 개념을 더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간 순으로 한 번 더 정리를 했습니다.
삶이나 사회 속에서 유령이 된 혜정처럼 외로운 존재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나요? 혹은 촬영을 하면서 문득 떠오른 경험이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어떤 한 시기는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스스로 남들과 교류를 끊고 혼자 숨어 지내고 싶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친구들도 잘 안 만나고 일만 하면서 지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유령 같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그 때 그 순간에는 버텨내기 급급했고, 그 시간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벅찼던 것 같아요. 혜정은 그런 시간을 너무 오래도록 보내와서 몸에 배어있는 사람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혜정은 혼자 있고자 하는 내향적인 사람입니다. 연기자의 측면에서 봤을 때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감을 얻는 외향적인 사람들도 있고, 아니면 혜정처럼 혼자 내면을 파고들면서 캐릭터를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면, 한해인 배우님은 스스로를 어느 쪽에 가깝다고 느끼셨나요?
저에게는 분명히 두 가지 면이 모두 존재하지만, 후자 쪽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제 안의 감정을 연구하고 깊게 생각한 후에 극대화하거나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와 일치되는 부분을 끄집어내서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캐릭터로서 내 안에서 자리 잡히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타인을 관찰하면서 따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내 안에서 출발한다고 믿는 편이어서 저의 내면에 더 집중하는 편인 것 같아요.
과거에 혼자 숨어있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 시기도 연기자로서 내면을 파고드는 작업과 맞닿는 부분이 있었나요?
네. 사실 그때는 연기를 쉬고 있었어요. 일단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연기에 대한 꿈은 버리지 못한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는데요. 그 시기가 연기를 하지 않았던 유일한 시기였거든요. 연기라는 작업은 어떤 인물을 마주하게 되면서 감정을 파고드는 작업인데, 연기를 쉬게 되니까 감정이 너무 허하더라고요. 그래서 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도 그런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연기가 아니더라도 깊게 제 감정에 파고들 수 있는 작업을 무엇으로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그림을 그려 보기도 했고요. 그런 활동들이 연기의 연장선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 시간들이 헛된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시간의 영향이 있었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그때 버텼던 힘이 지금도 버티게 해주는 힘이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를 보면서 미스터리하고 스산한 분위기에서 묻어나오는 따스함이 신선하고 인상깊었습니다. 배우님께서 촬영에 임하셨을 때나 영화를 관람하셨을 때 비슷한 느낌이 든 장면이 있거나, 마음에 유난히 오래 남는 장면이 있을까요?
몇 가지 포인트들이 있는데 볼 때마다 달라져요. 어느 날은 효연과 지연 자매가 나오는 장면에서 마음이 아리고, 어느 날은 수양이가 나오는 장면에서 마음이 아려요. 사실 제가 연기한 혜정이라는 인물은 저와 너무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를 볼 때는 다른 인물들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타인의 대사에 더 울컥하기도 하고요. 제가 나오는 장면에서 기억을 하나 떠올려보자면, 엔딩 장면에서 민성이라는 캐릭터가 혜정한테 해주는 말이 시나리오를 볼 때나 촬영을 할 때 너무나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무언가를 실행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고 수양이랑 같이 버스를 타고 경찰서로 향하는 과정에서, 혜정이 수양에게 ‘수양아, 너는 정말 씩씩하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 수양이를 보면서 혜정이도 힘을 얻었고, 저도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영화의 플롯을 보면 혜정의 현재 시점과 유령의 시점을 오가기도 하고, 시간이 분절되거나 거꾸로 흐르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부분에서 흐름을 따라가거나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다소 어려웠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을 고려하면서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관객 분들께서 이 흐름을 따라와주실지, 혜정이 죽음에서 깨어났다는 것을 알아주실지, 그리고 지금이 어느 시간이라는 걸 아실지 고민이 됐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시나리오만 보고 확신을 하기가 조금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렸듯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과거의 혜정을 나열해서 정리하기도 했고, 현재의 모습만 나열해서 정리해보기도 했어요. 시간 순서대로 배열을 해서 과거에서부터 현재, 그리고 다시 돌아가는 유령의 시점까지 정리를 하고, 시간을 여러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머리 속에서 여러 번 굴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혜정이라는 인물이 살아있을 때와 유령으로서 과거로 돌아가서 살아갈 때, 인물의 행동이나 모습이 크게 변화하지 않고 평범한 혜정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부분을 포인트로 삼고, 과거의 모습과 유령이 되고 나서의 모습을 동일선상에 두고 혜정의 시간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면서 감정선을 연결시켰어요. 그렇게 호흡을 연결하려고 했어요.
영화에서 혜정을 볼 때보다 타인을 바라볼 때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되었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다른 배우 분들과 호흡이 어땠는지 궁금해졌어요. 혜정은 수양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봤을 것 같은데요. 극중 수양 역을 맡은 감소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듣고 싶습니다. 또 상호적으로 소통하는 장면은 없지만 효연 역의 전소니 배우와의 호흡도 어땠는지 궁금해요.
수양은 혜정에게 있어서 굉장한 원동력이 된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수양이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많이 떠올리고, 큰 동질감을 느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가고, 처음으로 무언가를 지켜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을 것 같아요. 이 아이 만큼은 내가 걸었던 삶처럼 살지 않게 지켜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을 수양 역할을 맡아준 감소현 배우가 잘 해주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도 정말 씩씩하고, 수양 캐릭터보다 더 활발한 면도 있어서 같이 있으면 재미있었어요. 솔직하기도 해서 저에게 굉장히 기분 좋은 존재였고요. 연기를 할 때도 집중을 잘 해줘서 서로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리고 전소니 배우님이 연기하신 효연은 혜정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혜정이 처음으로 큰 궁금증을 가지게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만큼 자극을 주는 에너지를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을 했어요. 혜정이 효연의 욕망 같은 것들을 계속 들여다보고, 그로 인해 자신의 욕망까지 비추어 보게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소니 배우님과 직접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없었지만, 제가 효연으로부터 그런 에너지를 자극 받아서 움직여야 하는데 소니 배우님이 그 역할을 굉장히 잘 해주었다고 생각을 해요.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고 혜정이 잘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준 인물인 것 같아요.
한 인터뷰에서 오디션 당시 유은정 감독님께서 죽음에서 깨어나 어둠 속에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해달라는 미션을 주셨다는데, 그러한 모습이 반영된 장면이 있을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오디션을 볼 때 받았던 시나리오에는 죽음에서 깨어났을 때 혜정의 움직임 같은 것들이 디테일하게 적혀 있었어요. 굉장히 깜깜해서 앞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고, 몸이 너무 무거워서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고 설명되어 있었거든요. 오디션 장에서 그걸 즉흥적으로 표현해주시길 원하셨고요. 실제로 그 자리에서 죽음에서 깨어나 아무 것도 보지 못하다가 점점 소리가 들리고, 몸도 잘 움직이지 않다가 점점 풀리면서 움직이게 되는 과정들을 연기했고요. 그런데 그게 영화 속에 들어가지는 않았고 영화에선 더 단순하게 표현되었어요. 영화의 톤을 깨지 않고 캐릭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던 것 같아요. 오디션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재미있었어요. 이런 연기를 할 기회가 없잖아요? 오롯이 저의 상상만으로 표현을 하는 거라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리얼리티를 뛰어넘는 연기다 보니까 훨씬 재미있는 작업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언론시사회에서 유은정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섬세하고 사려 깊은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배우들을 많이 배려하시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함께하는 작업이 어떠셨나요?
저는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과 같이 있을 때 이상하게 편안하더라고요. 현장에서도 워낙 차분하시고 말수도 적다 보니까 처음에는 ‘감독님께서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데 말씀을 못 하시고 그냥 넘어가시는 걸까?’하고 걱정을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말씀해주실 부분이 있으면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주셨고,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감독님 말을 믿고 가면 되겠다는 확신이 생겨서 그 이후로는 편하게 작업했어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항상 저에 대해 잘 물어봐 주셨어요. 촬영 스케줄이 급박하다 보니까 감독님께서 저와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게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촬영이 끝나고 나서라도 항상 어땠는지 얘기할 시간을 가지려고 하셨어요.
영화 후반부에서 "과거의 저에게 못한 말이 있어요."라는 혜정의 나레이션 대사가 나옵니다. 혜정이란 인물이 유령이 되어서 시간을 거스르는 인물이잖아요. 과거를 마주함으로써 또 다른 인물에게 손길을 내미는 치유의 인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결국 그 과정이 자신을 치유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한해인 배우님도 과거의 '나', 혹은 또 다른 혜정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내가 완전히 혼자 사는 것 같아도 우리는 타인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면서 살아가고 있고, 거기서 위로를 받는 사람들도 있고, 또 손을 내밀어서 위로를 해주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과거의 저와 지금 어딘가를 살아가고 있을 혜정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혼자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당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 뻔한 말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힘이 있는 존재라는 것. 우리는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니까, 완전히 혼자라고 느껴지는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한 번만 옆을 보면 분명히 달라지는 시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배우님의 연기활동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거창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한해인 배우님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항상 스스로 고민하는 지점인데요. 제 삶을 잘 살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라는 것에 완전히 몰입해서 사는 게 아니라, 내 삶의 공간을 남겨 놓고 내가 지금 어떤 길로 걸어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것이 결국에는 연기 활동에 있어서도 삶에 더 열려 있을 수 있고, 다양한 감정에 더 열려 있을 수 있는 좋은 자세가 되는 것 같아요. 그것을 항상 잃지 않으려고 생각을 많이 해요.
연기자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을 분리시켜서 개인으로서의 삶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아무래도 일을 하다 보면 연기자로서의 삶이 너무나 중요해지고 저의 전부가 되어 버리거든요. 그래서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내가 지금을 잘 살아야 배우 활동도 더 잘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개봉 첫 날 인디스페이스 인디토크는 매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를 관람하게 될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오네요. 한 분, 한 분 극장에 찾아와 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요.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와주셨는지 신기하고,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해요.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내주시는 거니까요. 제가 영화를 보러 다닐 때는 그런 감정을 못 느끼면서 살았는데, 누군가가 나의 영화를 보러 와주신다고 하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감사하고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삶에서 작지만 빛나는 순간들을 조금이라도 더 발견하고 위로를 얻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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