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썸머  한줄 관람평


김윤정 어떤 것을 따라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여름날의 시간들

최승현 평범하지만 온기 가득한 풍경과 정서

성혜미 아무렇지도 않게, 사실대로

송은지 기분 좋은 이별을 봤다 

이성현 | 투명한 자기감정으로 채색된 10대의 계절







 〈굿바이 썸머  리뷰: 투명한 자기가정으로 채색된 10대의 계절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성현 님의 글입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뭐야?” 똑 부러지는 우등생 수민은 수능을 앞두고 자신에게 마음을 표현한 현재의 고백을 거절하며 말한다. “나는 뭐가 중요한 지 알거든. 너도 알았으면 좋겠어.” 그리곤 다부지게 덧붙인다. “나중에 가면 이 모든 걸 보상 받을 거야.” 그 나중이란 언제일까. 입시 후의 꿈꾸는 미래만이 전부인 수민과 달리 현재는 나중의 시간을 상상할 수 없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눈앞의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둘은 결코 공존할 수 없는 계절에 서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의 여름에 또렷하게 자리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중인 고3 현재와 친구들의 한 여름 날을 그리는 10대 청춘물 굿바이 썸머는 그동안 매체에서 숱하게 다뤄온 시한부라는 소재적 피로감과 하이틴 로맨스가 지니는 전형적인 감성에서 굳이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에게 닥친 비극에 기대 감정에 호소하기 보다는 10대의 끝자락에서 서투르게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의 투명한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는데 집중한다.





영화가 주인공 현재의 시간적 현재를 보여주는 방식은 담담하다. 텅 빈 교실의 뒤편 사물함에서 교과서를 하나 둘 꺼내 주저함 없이 쓰레기통에 버리는 현재. 정리를 끝내고 하교하는 현재의 배경으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공을 차는 모습을 비춰준다. 또 새로운 전학생에게 망설임 없이 자신의 교복을 건네주기도 한다. 현재는 내년이면 다른 친구들이 평범하게 누릴 대학생활도 자신에게만큼은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좋아하는 수민을 이제 다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상황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뿐이라 생각해 친구들에게마저 투병 사실을 숨긴다. 이처럼 현재는 다른 이가 보기에 답답할 만큼 속 깊고 배려심 강한 애어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진심만큼은 오롯이 수민에게 전할 줄 아는, ‘지금 이 순간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열아홉 살 남자아이기도 하다.


 



앞서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뭐야?”라며 우등생다운 대사로 현재의 고백을 어른스럽게 타박한 수민 역시 한편으로는 현재의 고백을 거절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과 좋아한다는 자기 자신을 나중까지 배려하지 않은데서 느끼는 분노, 그럼에도 여전히 현재에게 이끌리는 마음, 그 모든 처음의 감정에 뒤섞여 혼란스러워하는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 좋아한다며, 그럼 더 생각했어야지!”, “너 죽고 나면, 나는 어떡하라고.”, “좋아해.” 관객들은 한 치의 때 묻음도 없이 발화되어 화면에 담기는 주인공들의 투명한 자기감정 앞에서 무장해제가 되어버린다.

 




결국 굿바이 썸머현재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시간에 대한 우화이기도 하다. 여기서 영화는 관객이 느낄 주제적 무게감을 최대한 덜어내고 전하고자 하는 진심만을 싱그러운 감수성으로 물들인 화면으로 보여준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의 마음에는 잔잔한 여운이, 머릿속에는 풀리지 않는 하나의 궁금증이 자리할 것이다. “악마는 과연 지옥에 온 나쁜 사람을 좋아할까?” 현재와 친구들에게 찾아온 독특한 성격의 전학생 병재의 난 데 없는 질문이 왜 영화 속에 등장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비웃고 넘긴 다른 친구들과 달리, 현재가 유일하게 그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름의 답을 찾은 것을 떠올린다면 우리도 곧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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