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 소소대담]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에 대하여 


참석자: 김정은, 성혜미, 송은지, 오윤주, 이성빈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은지 님의 글입니다.



영화는 각박한 생활의 탈출구가 되기도 하지만, 스크린 앞에서 마음 편히 웃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극장의 관객들은 다같이 웃고 있는데 혼자 웃지 못하는 경험은 영화가 대상을 어떻게 그리는지, 웃지 못하는 자신은 그 대상과 어떤 지점을 공유하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누구도 상처 받지 않고 관객이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영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독립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5월의 인디즈 소소대담에는 객석에 앉아 혼자만 웃지 못했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 영화를 보며 웃는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리뷰]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 역사 바깥의 존재들을 기억하는 법

[인디토크]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 뜨거웠던 청춘들의 올곧은 온기를 기억하며


 

성혜미: 이 영화를 보고 레이 초우의 원시적 열정이라는 책이 떠올랐어요. 원시적 열정이라는 책이 제3세계 영화를 중점적으로 다뤄서 이 영화와 딱 맞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원시적 열정에서 이야기하는 그들다움’, ‘마치 그들이라면 이럴 것 같은이야기라고 할까요? 그들이라면 이랬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재현해내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되게 좋은 주제이지만, 그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더 나아가 영화뿐만 아니라 대상을 담는 카메라 자체가 윤리적이지 못한 도구일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윤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돼요.

 

김정은: 김소영 감독님의 망명 3부작흐름에서 마지막 이야기를 완성하다보니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목도 인상적이었어요. 인디토크에서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붉은이라는 워딩이 위험할 수 있어서 고민을 좀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송은지: 저는 이 영화를 재작년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어요. 그땐 좀 더 역사적인 사건을 중점적으로 봐서 서사 그대로를 받아들였는데, 이번에 두 번째로 보니까 이렇게까지 소리를 높여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뭘까 궁금해졌어요. 왜냐하면 저희 같은 90년대, 00년대생들은 아파트 키드라 불리면서 날 때부터 아스팔트에 발을 딛고 태어나 는세대고, 고향이라는 개념이 사실 거의 없잖아요. 특히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계속 도시를 이동하며 살아왔어서 고향이라는 개념이 심금을 울리고, 꼭 돌아가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은 없거든요. 그런데 이들은 왜 이렇게까지 애틋해하면서 고향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할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오윤주: 관람 후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제가 영화에 대해 놓쳤던 부분도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더라구요. 저는 되게 새로운 이야기여서 좋았어요. 제가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에도 느꼈던 것인데, 한국인들이 제일 북한에 대해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외국인들은 오히려 저희보다 더 객관적인 뉴스를 접하고, 심지어 여행도 갈 수 있고, 다양한 루트로 북한을 접하잖아요. 저희는 필터링된 뉴스만 접하고, 북한에 대한 콘텐츠도 굉장히 왜곡되어 있고, 그들을 약자 취급하거나 간첩 취급 하거나 둘 중에 하나로만 다루잖아요. 북한 사람들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일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 한국인들은 정말 접할 길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 영화가 간접적으로나마 저희가 접하지 못했던 북한인의 모습을 담아주는 것 같았고, 그걸 또 한국에서 상영한 것이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시대에 달구지에 촬영장비를 실어서 도망가고, 그 공으로 모스크바 영화대학에 입학하는 그런 모습들이 전혀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라 되게 충격이었어요. 일제강점기엔 독립운동가셨던 분들이 러시아로 가서 카자흐스탄에서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 것도 처음 듣는 신선한 이야기였어요. 빅토르 최의 노래가 깔린 것도 굉장히 좋았어요.

 

 



[리뷰] 김군〉: 당신이 기억하는 것을 우리도 기억합니다

[인디토크 기록] 김군〉: 그날의 기억과 오늘의 목소리에 담긴 진실을 비추다


오윤주: 80년 광주항쟁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 조금 달랐던 점은, 다큐임에도 불구하고 김군이라는 인물을 설정해서 계속 김군을 찾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끝까지 몰입해서 보도록 하는것같아요. 상업영화도 아닌데 그러기 어렵잖아요.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장면 하나 하나가 다 좋았어요. 당시 운동에 참여하셨던 분들을 직접 찾아가서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그 분들의 입을 통해서 기억을 담아내는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고증도 너무 잘 되어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출연하시는 분들의 말씀이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아님에도 영화의 대사처럼 느껴져 마치 극영화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국가폭력의 피해자를 다룰 때 경계해야 하는 것이 항상 있잖아요. 그분들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될 수 있고 힘든 기억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 고민들도 솔직하게 담아낸 것 같아서 좋았어요.

 

성혜미: 저는 영화 끝나기 5분전 까지도 김군의 정체를 의심했어요. 그리고 그렇게하게끔 인터뷰가 진행이 돼요. 그분들 중 체포가 된 분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분들의 당시 진술서와 인터뷰에서 내뱉는 것들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 울컥하는 지점이었어요. 사진 한 장을 계기로 영화를 시작해서 찾아내는 과정들에서 극영화 같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조금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주옥님을 후반부에서 슬로우모션으로 찍거나 음악적인 요소들을 통해 감정이 빨려들게끔 만드는 기법들이 있는데, 저는 그게 좋기도 했지만 다큐영화로서는 경계해야하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당시를 겪었던 사람들이 통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 이제 그 얘기 그만하자고 하는 장면도 같은 지점인 것 같아요. 너무 구성이 탄탄해서 사람들이 빨려들어가게끔 되니까요. 지만원씨를 영화 중간중간에 배치하는데, 영화에서 지만원씨가 김군이라는 인물에 대해 증언을 하는 첫 번째 인물로 등장하고, 영화가 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박을 하지는 않거든요.

 

오윤주: 카메라가 지만원씨와 같이 김군을 북한광수라고 주장하는 인물들을 담을 때와 항쟁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을 담을 때 영화의 톤이 크게 차이가 없어요. 보통 이런 영화를 만들면 신파로 가지 않기 위해서 절제를 많이 하는데, 그 또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신파가 되어야하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리뷰] 〈시민 노무현〉: 시민 모두가 연대하여 만들어가는 세상을 꿈꾸며

[인디토크 기록] 시민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시민 노무현에 관하여


 

이성빈: 제가 영화를 볼 때 관객들 표정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관객들 모두 행복하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가 많았지만, 이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상관없이 누구나 보기 좋은 영화 같아요.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된 영화였어요.

 





[리뷰] 〈파업전야〉: 노동영화의 전설, 투박하지만 정직하다



이성빈: 후시녹음된 영화를 학교에서 강의 중 보는 것이 아니라 인디스페이스 같은 극장에서 보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그 시대의 촌스러움에 왠지 끌리는 것이 있었어요. 노동자 간 연대하고 갈등하는 장면들이 전부 좋았어요.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결국 노동인권, 소수자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존재를 지우는 모습이 아쉬웠어요. 영화속에서도 노동자 인권은 숭고한 권리로 나오지만, 여성 노동자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뒷전이라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도 정식개봉을 드디어 한 것이잖아요. 지금 시기에 이 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시대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송은지: 영화가 만들어진 1990년에는 개봉을 막으려고 정부 측이 경찰도 투입하고 헬기도동원했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지금으로부터 그렇게 오랜 옛날 이야기도 아닌데, 대체 어떤 시기였길래 영화 한 편 개봉을 막으려고 그렇게까지 했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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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저는 졸업이 좋았어요. 딱 제 나이에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어요. 엄마와 부딪히는 내용도 너무나 제 이야기 같았어요.

 

이성빈: 저는 대구 단편섹션을 봤어요. 인디토크도 봤는데, 대구 감독님들끼리 서로 번갈아 감독하고 촬영해주면서 품앗이하듯이 로컬시네마를 만들고 계셨어요. 춘천, 춘천의 장우진 감독님께서 모더레이터로 오셨었는데, 굉장히 활기차게 진행을 해주셔서 즐거운 분위기였어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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