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피크닉  한줄 관람평


이성현 | '어떤 이야기가 영화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과 물음들

최승현 영화로 떠나는 시원한 여름휴가

성혜미 그런 날이 있잖아, 아무런 이유를 두고 싶지 않을 때

송은지 떠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지만 일어나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좋아지니까







 〈한낮의 피크닉  리뷰: 영화로 떠나는 시원한 여름휴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승현 님의 글입니다. 





44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한낮의 피크닉은 옴니버스 영화다. 당시 영화의 제목이었던 잠시 쉬어가도 좋아가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의 독립영화 차기작 프로젝트 인디트라이앵글의 신작이다. 강동완 감독의 돌아오는 길엔, 김한라 감독의 대풍감, 임오정 감독의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총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기획의 첫 출발은 독립(independent)’이라는 공통된 키워드였다. 다만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영화의 테마는 오히려 여행에 가깝다. 세 에피소드 모두 유머러스하고 청량감이 느껴져 영화를 보면 시원한 여름휴가를 떠나는 듯한 기분이 샘솟는다. 세 단편은 각각 개별적인 이야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세 단편에서 공통된 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이 가진 개성과 매력이 넘실대는 작품이다.





돌아오는 길엔은 어느 가족이 함께 캠핑을 떠나지만 결국 싸우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가족 여행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다. 시작은 소란스럽지만 끝은 침묵이 되어버린다. 캠핑장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준비한 연탄과 텐트는 가족에게 골칫거리가 되어버리고 함께 살아오는 동안 서로에게 쌓였던 감정은 끝내 터져버린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지만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영화가 무겁지는 않다. 서로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던 가족이 텐트에 불이 나자 돌연 합심하여 불을 끄는 장면과 권해효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강동완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와 여행을 간 것을 다큐멘터리로 찍었던 전작 그 해, 우리가 여행지에서 가져온 것들〉(2018)에서 아이디어를 넓혔다고 말한다.





대풍감은 세 명의 청춘들이 울릉도로 떠나 서로의 속내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재민은 어머니가 위암에 걸리자 10년 전 집을 떠났던 아버지를 찾기 위해 울릉도로 떠나는데, 재민의 친구인 찬희와 연우도 이 여정에 함께한다. 재민과 마찬가지로 찬희와 연우에게도 나름의 고민이 있다. 찬희는 무명배우로서 경제적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고 연우는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져 상심에 빠진 상태다. 세 사람은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각자 감내하고 있던 슬픔들을 하나둘씩 꺼내놓는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곳곳에 존재하는 섬세한 터치가 인상적인 대풍감은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직시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인물들을 어루만질 줄 아는 힘을 갖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반짝거리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동시에 사려 깊은 태도로 청춘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위안의 영화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는 우정의 미묘한 심리와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우희과 영신은 고향 친구다. 우희는 독신 여성으로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고 영신은 기혼 여성이지만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피규어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영신은 집을 나와 우희를 찾아온다. 영신은 우희에게 하소연을 늘어놓고 우희는 영신에게 맞장구를 친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언제나 말을 하는 쪽은 영신이고 말을 들어주는 쪽은 우희다. 우희는 영신의 성격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은 그저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지치기도 한다. 서로에게 서운함이 생긴 두 사람은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임오정 감독은 많은 영화들에서 다양한 관계들을 다루지만, 여성들의 우정은 쉬이 다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화가 우정의 다양한 층위와 관계의 복합적인 면모를 그려낸 이유다. 일상적인 영역에서 구체적인 언어와 이미지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진득한 페이소스를 풍긴다. 무엇보다 이우정 배우와 공민정 배우의 연기 앙상블은 신선한 호흡과 놀라운 궁합을 보여준다.





한낮의 피크닉은 옴니버스 영화로서 뛰어난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다. 한 편의 에피소드가 돌출되지 않고 세 편의 에피소드가 매끄러운 흐름으로 진행된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제 역할을 다한다는 점에서 견고함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편 영화로서 충분한 여운을 전달한다. 극장에서 나올 때면 관객들은 에피소드 한 편을 마음에 품고 집에 돌아가거나 적어도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동시에 한낮의 피크닉이라는 다채로운 풍경들이 결국 하나의 거대한 풍경이었음을 느낄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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