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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미숙한 감정에 관한 이야기 〈검은 여름〉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9. 7. 10.

 




미숙한 감정에 관한 이야기  〈검은 여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6월 27일(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원영 감독|배우 우지현, 이건우

진행 김태용 감독(〈거인〉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성빈 님의 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글을 쓴다. 누군가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글을 쓰기도 하고, 누군가는 후회되는 행동을 만회하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한다검은 여름은 죽은 지현의 메모를 통해 서사가 진행된다. 우지현 배우는 그 메모들을 미숙한 인간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생각보다 더 어둡고, 짙은 기억의 파도가 존재한다.  





김태용 감독(이하 김태용): 영화 재밌게 보셨나요? 개인적으로 작년에 본 독립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라서 기분이 새롭습니다. 감독님과 배우 분들께서도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원영 감독(이하 이원영): 긴 영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은 여름을 연출한 이원영입니다.

 

이건우 배우(이하 이건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우입니다.

 

우지현 배우(이하 우지현): 검은 여름출연한 우지현입니다. 반갑습니다.




 

김태용: 배우 두 분이 검은 여름을 통해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건 오랜만이라고 들었는데요, 영화 함께 보신 소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이건우: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봤어요. 영화를 보면서 촬영 당시가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편집이 좀 달라진 것 같더라고요.

 

우지현: 저는 사실 집에서 제가 찍은 영화를 공부 차원에서 종종 보는데요, 집에서 본지는 한 1년 정도 됐고, 스크린으로 본 것은 2년만인 것 같아요. 스크린으로 보니 또 기분이 색다른 것 같습니다.

 

김태용영화가 처음 상영된 것은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였는데, 이렇게 개봉 상영을 하기 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이원영: 최근에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을 통해 극장 상영을 할 기회가 있어 저도 오랜만에 봤습니다. 아마 제 기억으로는 2년 전 오늘 불꽃놀이 씬을 찍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실제 경험담을 듣고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찍을 당시에 세상을 굉장히 비관적으로 봤던 것 같아요. 실제로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거의 통장을 다 털어서 만들었던 영화거든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사정이 좋아졌고, 어느 정도 세상을 밝게 보는 것 같아요.

 

김태용그래도 경제적으로 좋아졌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촬영이 다방면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담백하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 점이 좋았습니다. 배우 분들께서는 어떤 장면이 마음에 남으셨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이건우: 사실 검은 여름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포함된 작품입니다. 바닷가 장면에서 하는 부모님 이야기가 제 이야기거든요. 오늘따라 그 장면이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우지현: 아무래도 슬로우 걸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 장면을 편집할 때에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어렵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그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태용영화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점이 있습니다. 세 분이 대학교 동문이라고 들었거든요. 저도 영화과를 나왔지만 학교를 다닐 때에는 앙상블 작업을 못했어요.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애드리브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롱테이크 장면에서는 배우의 힘이 크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에서의 호흡이 특히 더 눈에 들어왔어요. 또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관점이 다를 것 같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세 분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아쉬웠던 지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이원영: 이 영화를 찍을 때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는데 너무 혼자 지고 가려고 했던 점이 아쉬운 것 같아요.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건우: 제 연기가 아쉬웠던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연기를 잘 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더 이야기를 하자면 마지막에 제가 카메라를 보고 독백을 하는 장면이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우지현: 관객 분들이 오해를 하실까봐 말씀 드리는데, 감독님께서는 굉장히 배려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들이 길게 호흡하는 장면에서는 미리 배우들을 모이게 해서 서로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연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이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많이 배려한다고 느꼈어요. 저는 이 영화가 전반적으로 미숙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극 중에서 캐릭터들은 모두 결함이 있거든요. 사람과의 태도나 사랑에 대한 방식이 모두 서툰 이들이니까요. 사실 제가 처음 영화제에서 영화를 볼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런 모습들이 실제 저와도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반대로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나?’ 되돌아보면서 영화를 보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아쉽기보다는 여러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김태용: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견고함이라는 감정입니다. 또 사랑에 빠지는 지점이 좋았습니다.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몸을 탐하거나 마음을 탐하는 이야기가 이 영화가 가진 강점이자 견고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 건우와 지현이 처음 서로의 마음을 알고 포옹하는 장면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처럼 찍으셨는데 그렇게 찍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원영: 일단 촬영감독과 콘티 작업을 할 때부터 그렇게 정했는데요, 멀리서 찍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장면 앞에 둘이 대화를 부분이 있었는데 편집과정에서 그 앞이 삭제되었어요

 


관객: 우지현 배우님의 팬이라서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중반부에 어떤 후배가 일본어로 노래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지현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우지현저는 서로의 언어를 못 알아들어도 어떤 것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배우는 실제로 재일교포인 친구였습니다. 제가 시나리오를 볼 때 굉장히 좋다고 느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김태용: 그 장면의 의미를 감독님께서 더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이원영사실 그 친구가 술에 취해서 실제로 그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마음이 힘들었을 때 그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영화 제목을 검은 여름이라고 지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원영: 원래 제목은 '블랙 썸머'였는데, 우지현 배우가 쫑파티 때 검은 여름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었어요. 그래서 검은 여름〉으로 제목을 결정했습니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 색깔이 있고, 색을 다 합쳤을 때에는 검은색이 된다는 점에서 검은 여름이 된 것도 있고, 지현이 죽음에 가까울수록 채도가 낮아지면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검은 여름이라고 지었습니다.

 




관객: 극중에서 바람개비를 주신 분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혹시 저승사자인가요?

 

이원영그 인물은 바람개비를 준 뒤에 마지막 바닷가 장면에 한 번 더 나오는데요, 제가 이 영화를 만들 당시 구성한 바는, 그 캐릭터는 지현이 생전 관객이 없는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볼 때 같이 있던 사람이고, 스쳐지나간 사람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 건우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건우가 추억을 다시 찾아가면서 새로운 인연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관객분들께 잘 와닿지 않은 것 같기도 해서 조금 아쉬움이 남기는 합니다.

 

김태용: 중간에 군대에서 휴가 나온 후배랑 싸우는 장면은 왜 넣으신 건가요?

 

이원영: 영화 만들 당시에 친구들과 저렇게 다 같이 살고 있었는데, 영화 연출하는 친구들이 모이면 실제로 저렇게 많이 싸우곤 합니다. 이 장면은 정해진 대사 없이 이슈만 정해서 배우들에게 맡긴 장면이었습니다.

 

 

관객: 평소 영화를 볼 때 사전정보를 거의 습득하지 않고 보는데, 이 영화는 제목을 보고 이들의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한 것 같아요. 첫 장면에서 이들의 결말을 알게 되고요. 그렇게 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원영: 결말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 쇼트가 바다 위에 빈 병이 떠다니는 거잖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에 의해서 버려진 병인가입니다. 저는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진심으로 그들을 그리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태용: 가장 저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친구들은 싸우고 있는데 건우와 지현이가 방에서 몰래 전화하는 장면이에요. 독립 장편이다보니 예산의 한계가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촬영과 빛을 참 잘 사용한 게 보이는 씬이거든요. 감독님은 두 배우 분을 캐스팅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원영: 극 중의 모든 분들이 본명으로 출연을 했어요. 이건우 배우의 경우에는 목소리랑 외모가 충돌하는 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었고, 우지현 배우는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는데 말을 할 때의 목소리나 눈빛이 마음에 들어서 꼭 캐스팅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지현: 이 판타지를 좀 깨자면, 이학주 배우가 만들어준 인연이었습니다. 이학주 배우가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라며 함께 가자고 해서 따라간 거였습니다.(웃음) 암튼 결국에는 그 우연 덕분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김태용: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이야기를 듣고 마치겠습니다.

 

우지현: 열심히 촬영해서 작품으로 자주 인사드리도록 노력할 예정이고, 올 겨울에 장우진 감독님의 겨울밤에라는 작품으로 여러분들을 만나 뵐 것 같습니다. 검은 여름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개봉하기까지 관계자분들과 배급사분들에게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건우: 올해 7월에 코미디 영화의 단역으로 출연할 것 같고, 단편영화로도 뵐 것 같아요. 아직 확정은 아니어도 10월에는 드라마로 찾아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열심히 해서 자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이원영: 2년 전 여름, 강원도 고성에서 폭죽 터트리며 영화를 찍을 때엔 극장에서 관객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몰랐는데, 만나 뵙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 것이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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