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스> 한줄 관람평
김정은 |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는 뜨거운 움직임
주창민 | 마지막에 그렇게 맞고도 가만히 있을 거야?
승문보 | 혐오에 맞선 행동이 증명한 실천적 정의
박마리솔 | 정치적 올바름을 고민할 때 발생하는 질문들, 방법과 수단 그리고 목적
도상희 | 혐오를 때려눕히는 시원한 한 방!
권정민 | 재치있는 편집, 뜨거운 이야기, 의미와 재미 모두 있는 작품
<카운터스> 리뷰 : 혐오를 때려눕히는 시원한 한 방!
*관객기자단 [인디즈] 도상희 님의 글입니다.
<카운터스>는 다큐판 히어로물이다. 전직 야쿠자 다카하시가 리더인 카운터스 ‘오토코쿠미’는 혐오 표현을 일삼는 극우단체 ‘재특회(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를 날려버린다. 일종의 비유가 아니다. 이들은 진짜 주먹, 물리력을 사용하니까. “잡혀들어가도 상관없어.”라며 쿨하게 사회의 ‘악’을 때려눕히는 이들은 2013년 재특회에 대한 맞불시위를 시작해, 2016년에는 마침내 일본 내에서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는 변화까지 이뤄낸다. 이로써 재특회의 “외국인은 모두 죽어버려!”라는 헤이트 스피치는 일본의 길거리에서 종적을 감춘다. ‘정의가 승리한다’는 스토리만으로도 속 시원하지만 뻔뻔해서 유쾌한 캐릭터, 속도감 있는 편집과 음악, 톡톡 튀는 CG 까지 청량감을 더한 영화다.
WAR을 제압하는 WAR
<카운터스> 는 형식도 내용도 딱딱하지 않고 흥미로운 영화지만,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는 다큐멘터리의 역할을 잃지 않는다. 첫 번째 질문은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옳은가?”다. 재특회를 향해 몸을 던지는 오토코쿠미 덩치들의 등판에 적힌 글귀는 ‘전쟁을 제압하는 전쟁’이다. 싸움은 나쁜 것, 평화는 비폭력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흔하다. 그러나 ‘평화’로운 목소리에는 힘이 없음을, “제가 보기엔 도긴개긴 인데요.”라고 말하며 재특회와 카운터스 곁을 지나가던 무관심한 목소리에도 힘이 없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레지스탕스 출신 프랑스 정치인 스테판 에셀은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단념하지 않는 사람만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분노 그리고 그에 따른 완력은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화내지 않고서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대화만으로 누구도 아프지 않은 세상이 올까. 일본 사회의 재특회라는 존재는 강자를 향한 비판이 아닌, 약자를 향한 혐오발언이란 선명한 칼날을 지녔고 여기에는 맞서 싸울 칼날이 필요했다.
<카운터스> 그 이후를 생각할 때
이들은 강렬한 재특회 시위 진압으로 언론에 알려졌고 정치가가 실질적으로 차별금지 법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의 약자 혐오도 사라질 수 있을까? 카운터스의 어느 활동가가 말했듯 사회가 빈곤해질수록 ‘차별’이라는, 돈이 들지 않는 오락이 널리 퍼진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사람에게 마지막 존재 증명의 수단은 ‘애국’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에도 잠깐 등장하는 기자 야스다 고이치는 저서 『거리로 나온 넷우익』에서 재특회는 ‘당신의 이웃들’ 에 다름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 좋은 옆집 아저씨, 학교에서는 조용한 학생이던 사람들이 재특회라는 그늘 아래에서는 앙칼진 목소리로 “조선학교 무상교육 반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죽어버려!”를 외친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안정된 소속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무너진 가정 혹은 불안한 회사 등이 아니라 나는 ‘일본인’ 이라는 영원한 소속감에 안착한 것이다. 이들의 마음은 당시 회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다. “재특회라는 ‘명함’은 때로 통행증 같은 역할을 합니다. 누가 뭐래도 시민 단체를 자처하고 있는 이상, 항의를 하러 가면 관공서든 대기업이든 벌벌 떨면서 대응해 주거든요. 우리가 보기엔 엄청난 엘리트들이 얌전한 태도로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어요. 상당한 쾌감을 얻었죠.”, 또 다른 회원은 “재특회 사람들이 가족보다 더 따듯하게 대해줘서 믿고 따랐다.”고 말하기도 한다.
단단히 발붙일 땅이 없는 사람들이 ‘애국자’라는 뒤틀린 유령이 되어 떠돈다. 제 2의 재특회가 나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년 전, 일베 회원들이 처음으로 오프라인에 나와 일명 폭식투쟁을 했던 일이나 주말 태극기 집회의 노인들을 떠올리면 우리들도 비껴 갈 수 없는 질문이다.
“남자로서 혐오는 할 짓이 아니” 라는 말
이 리뷰를 마무리하던 중에 주인공 다카하시의 성추행 전력이 밝혀졌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가 "이전에 나쁜 짓을 많이 했어요."라고 말했던 그 ‘나쁜 짓’ 중 하나였을까. 멋지게 혐오를 때려눕히며 “남자로서 혐오는 할 짓이 아니다.”고 말하던 다카하시가 여성을 희롱하면서 그것이 혐오인 줄도 몰랐으리란 아이러니가 안타깝다. 하지만 그가 여성혐오를 했다는 사실로 인해 이 영화 자체가, 카운터스라는 집단이 일본 사회 내에서 이뤄낸 성과 모두가 무의미해지진 않길 바란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자신이 던졌던 말 한마디, 토씨 하나마저 돌아보게 되었으면 한다. 카운터스는 분명 혐오 당하던 재일 한국인 소년의 눈물을 닦아 줬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울고 있는 곳에선 곁의 사람의 웃음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부디 사쿠라이의 이 말에 걸려 넘어지지 않길.
"이 세상에서 차별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간은 차별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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