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개봉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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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 리뷰: 단순하고 투명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재 님의 글입니다.
<경복>은 관객에게 ‘무슨 생각으로 저런 걸 넣었지?’라는 당혹감을 종종 안겨주는 영화다. 때때로 자조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냉소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막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은 영화가 한없이 투명하게 보일 때이다. 당혹감은 정확히 이러한 영화의 특징에서 온다. 별다른 계산이 없어보여서 당혹스러운 것이다. 첫 장면이 그렇다. <경복>은 기타를 메고 홀로 터널을 걸어가는 한 사람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시작된다. 이 장면이 한없이 투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카메라가 뒤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은 카메라에 의해서 촬영을 당하고 있음이 분명하게 느껴져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러한 특유의 이상한 분위기는 영화 내내 계속된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어떤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무엇을 보았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있는 듯하다.
이러한 특징이 특히 잘 드러나는 부분은 제3자의 위치를 지키다가 갑자기 원 숏으로 전환될 때이다. 부모님이 휴가차 여행을 가고 ‘동환’과 함께 방에서 뭉개던 ‘형근’은 무작정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집을 팔아버리기로 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집에 들이게 된다. 카메라는 멀찍이 떨어져서 그들의 대화를 관찰하다가 갑자기 동환을 원 숏으로 잡는다. 3명의 대화가 진행 중인데 동환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말한다. 대화 상대의 시선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 동환이 보고 있는 것이 카메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 동환은 카메라를 보고 대화를 하는 것이다. 3명 사이에 느닷없이 끼어든 카메라는 마치 자신도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과격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동기는 불분명한 상태로 시퀀스가 끝나 버린다.
이 당혹스러운 카메라의 난입이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것은 그들이 방에서 뒹굴며 ‘정영음’(정은임의 영화음악)을 듣는 순간이다. 누구의 기억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플래시백처럼 몇 장의 사진들이 지나간다. 그 사진들은 앙드레 바쟁이 ‘사진적 이미지의 존재론’에서 사진을 “방부 처리한 시간”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지아 장커와 미아자키 하야오에 대한 이야기 사이에 잠시 등장하는 앰비언스는 마치 영영 돌아오지 않는 지나간 시간과 그것을 물성으로 볼 수 있게 만든 사진이라는 매체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듯 들린다.
이 장면이 지나가면 “다들 어디론가 떠났지만,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머물러 있었다”는 형근의 진술이 들려오고 그 뒤 형근은 자조 섞인 유쾌한 유머가 진행되는 술자리에서 갑자기 울어버린다. 이 눈물이 독특해지는 것은 그가 울기 전에 삽입된 플래시포워드 때문이다. 이 플래시포워드는 형근의 눈물을 감정적으로 설명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플래시포워드가 지칭하는 바는 영화 전반이 이미 지나간 시간이며 동시에 누군가의 방부 처리된 시간임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위에서 <경복>의 원 숏들은 마치 그들이 어찌저찌 함께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처럼 보인다. 영화는 기계 없이 만들어 질 수 없고, 기계는 능동적인 사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카메라를 켜고 끄는 사람이 필요하다. 영화는 결국 (적어도 지금까진)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는 숙명을 지닌 매체이다. <경복>은 이 단순한 영화의 숙명을 원 숏이라는 가장 투명한 구도로 잡아내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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