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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지구를 만드는 작은 움직임 'FoFF 2017' <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 인디토크

by indiespace_은 2017. 5. 17.

지구를 만드는 작은 움직임  FoFF 2017 <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 26일(일) 오후 4 40분 상영 후

참석 손민우, 박샘은 그린피스 캠페이너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그린피스’의 창시자 밥 헌터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대학 합격을 뒤로 하고 세상을 바꿔야한다는 일념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와 함께 핵실험을 막기 위해 배를 타고 암치트카로 향했던 무모한 청년들은 그린피스라는 글로벌 환경 단체를 만들었다. 그린피스는 어떻게 ‘마음폭탄’이라는 비폭력적 무기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걸까? 세상을 바꾸는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의 두 캠페이너 손민우, 박샘은 님과 함께 인디토크를 진행했다.



진행: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린피스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하는 히피집단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보고 나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굉장한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존경심이 생길 정도였어요. 영화에 물범 구하기, 고래사냥 반대, 실험 반대 등 여러 가지 캠페인이 나오는데 그린피스의 캠페인은 어떤 종류가 있나요?


손민우 캠페이너(이하 손): 6가지의 캠페인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로 제가 담당하고 있는 기후에너지 캠페인, 두 번째는 해양 캠페인, 세 번째는 독성물질제거 캠페인, 네 번째는 ‘Food for Life’라는 농업과 식품에 관련된 캠페인, 다섯 번째는 북극 관련 캠페인, 마지막으로는 산림보호 캠페인이 있습니다.


진행: 영화 주요 인물 3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먼저 밥 헌터입니다. 밥 헌터가 죽은 후 캐나다에 메모리얼 파크가 세워졌어요. 그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겠죠. 그린피스 내에서 밥 헌터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박샘은 캠페이너(이하 박): 밥 헌터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기자 생활을 했어요. 그래서 전략적,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데 능했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 했어요. 그는 ‘Bearing Witness(묵묵히 지켜보는 것)’라는 직접적인 목격의 생산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저희는 그러한 밥 헌터의 가치관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어요. 또 ‘IDEAL’이라는 행동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I는 Investigation(조사), D는 Document(기록), E는 Expose(폭로), A는 Action(행동), L은 Lobby(로비)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캠페인을 해나가고 있어요. 밥 헌터의 용기와 도전정신 등의 기본 틀을 가지고 그린피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손: Bearing witness에 대해 더 설명을 드리자면, 예를 들어 환경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그린피스가 직접 그 곳에 가서 문제를 인식한 다음, 환경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고 왔다고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랬다더라’라고 말로 듣는 것보다 조금 더 직접적인 느낌을 주는 거예요.


진행: 다음으로 폴 왓슨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폴 왓슨은 과격하고 직선적이고 영웅적인 이미지의 인물이에요. 영화의 물범 살리기 운동을 보면 조직과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죠. 그린피스에서 나온 이후 ‘시 셰퍼드’라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린피스 캠페이너들의 스타일은 그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손: 영화에서도 밥 헌터, 폴 왓슨 같은 캠페이너들이 있듯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릅니다. 각자의 철학, 관점 등에 따라 캠페인의 방식이 많이 달라집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비폭력 직접행동’이라는 그린피스의 가치 안에서 활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폴 왓슨의 경우, 후에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동을 해도 정당하다 주장하는 과격행동파가 되었는데 그린피스는 그보다 비폭력 직접행동을 중심으로 원칙에 따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 마지막 인물 패트릭 무어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패트릭 무어는 젊었을 때 15년 동안 그린피스에서 활동했어요. 밥 헌터가 나간 이후 잠깐 회장직을 맡았을 때 지부를 늘리려 하고 회비도 걷으려 했죠. 회비를 지불하지 않는 샌프란시스코 지부에 소송을 걸기도 하고요. 제가 봤을 때는 조직 본연의 목적보다 재무에 치중해서 운영했기 때문에 그린피스를 떠나게 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손: 영화에서 나오듯이 패트릭 무어는 조직적인 부분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소송도 불사합니다. 패트릭 무어가 했던 일 또한 단체가 성장하면서 겪는 불가피한 성장통인 것 같습니다. 단체의 이름만 이용해서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소송까지 불사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요. 어쨌든 단체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돈도 중요한 요소에요. 물론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는 거지만요.


진행: 환경운동에서 ‘그린피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독자적, 배타적인 사용권을 주장하는 게 바람직한 걸까요?


손: 영화 초반부에 밥 헌터가 ‘우리 모두가 그린피스다’라는 발언을 한 이후 지부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발생한 문제들을 여러분도 보셨을 거예요. 단체가 커지면 그에 따른 부작용들도 생기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의 독자성과 순수성이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해요.

 


진행: 영화에 등장하는 규칙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볼게요. ‘Plant a mind bomb’(마음폭탄을 심어라)은 반대운동을 하려면 전 세계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미디어를 잘 이용하라는 이야기였어요. 두 캠페이너 분이 활동하면서 마음폭탄을 이용한 예시를 이야기해주세요.


손: 문제를 공론화해서 해결하는 방식을 마음폭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년 전에 시작한 기후에너지 캠페인 중에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된 캠페인이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와 공동으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이 실제로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어요. 사람들이 나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뭐가 어떻게 나쁜지는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공동연구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이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덕분에 마음폭탄작용이 잘 일어났어요. 작년에 한국 정부가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 10개를 닫기도 했습니다.


박: 해양 캠페인에서도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 ‘Micro Beads Free Waters Act’(마이크로 비즈 없는 물 만들기)라는 규제 법안이 마련되었어요.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이에 따른 운동을 하고 있어요. 작년 9월에 식약청에서도 화장품 관련 법안을 마련했고 올해 7월부터 화장품 클렌징 제품에 규제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마음폭탄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마이크로 비즈’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제품 중 스크럽제나 치약 등에 들어가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를 말해요. 하수처리 시스템에 걸러지지 않은 채로 바다에 흘러가기 때문에 해양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든요. 


손: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새와 물고기가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 차 죽는 경우가 있어요. 마이크로 비즈에 의한 환경파괴에 해당됩니다.


진행: 밥 헌터가 환경운동을 하면서 마주하는 문제나 스트레스 때문에 약물이나 술을 많이 했고 그리 많지 않은 나이인 64세에 병에 걸려 죽게 돼요. 캠페이너 분들이 실제 캠페인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뭐가 있을까요?


손: 실제로 저희도 캠페인을 하면서 일찍 죽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웃음) 환경파괴는 개개인의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규모 환경파괴의 경우 정부나 기업 같은 거대 자본 세력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많아요. 항상 수많은 회유와 협박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진행: 본격적으로 그린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린피스는 어떤 단체인가요?


손: 그린피스는 행동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단체입니다. 독립적이고 비영리적으로 활동하는 글로벌 단체로 전 지구적 환경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간디의 비폭력 저항정신을 바탕으로 비폭력적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기본으로 하며 다양한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지구의 능력을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전 세계 55개국에서 활동하고 있고 300만 명의 서포터들이 활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가 활동하고 있는 서울 사무소에서 집중적으로 하는 캠페인에는 기후에너지 캠페인과 해양 캠페인이 있습니다. 


박: 해양 캠페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드리자면 현재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고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캠페인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국제포경위원회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요. 그밖에도 마이크로 비즈 캠페인, 참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바다의 90% 이상의 어자원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파괴적인 어업방식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어업을 진행할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 그린피스의 재정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손: 그린피스가 무슨 돈으로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시민 분들과 공공재단의 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기업과 정부의 후원은 절대 받지 않습니다. 환경 보호 활동을 하면 때로는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이윤 활동에 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독립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100% 개인의 후원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린피스 내에 모금팀이 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진행: 그린피스를 폄훼하거나 반대하는 단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활동을 하면서 반대 세력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저는 그게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반대 세력이 없다면 그만큼 세상을 바꾸기 쉽다는 이야기잖아요.(웃음) 그들이 문제제기하는 부분들을 수용해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 거기서 그치지 않고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대안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관객: 영화에 나오는 물범 캠페인과 같이 캠페인의 내용이 시민의 생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합니다. 


손: 그런 경우에는 저희가 정부나 기업에게 환경파괴적인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윤을 추구함과 동시에 시민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관객: 일반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는데 거리 모금 말고 또 다른 방법이 있나요?


손: 거리 모금뿐만 아니라 온라인 모금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더 말씀을 드리자면 거리 모금은 그린피스가 가장 먼저 시작한 모금 방식이에요. 후원을 권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캠페인에 대해 시민들과 직접 마주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죠. 그린피스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중요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노력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박: 작년에 마이크로 비즈 캠페인을 하면서 느꼈던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플라스틱이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바다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캠페인을 하면서 보다 더 조심하게 되었고 다른 분들에게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관련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에코백을 이용하고 커피숍에서 머그컵을 사용하면서 가능한 한 플라스틱제품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연결되어 나비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수병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웃음) 평소에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최대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불필요하게 물품을 소비하지 않는 노력을 여러분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자격들이 필요하지 않다. 아마 이 몇 안 되는 자격들 중 가장 갖추기 어려운 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열정’인 것 같다. 밥 헌터와 폴 왓슨, 패트릭 무어를 비롯한 인물들은 지금은 그린피스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대단한 인물이지만 그들의 신념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그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생각보다 우리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힘은 대단하다. 우리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핵실험을 막을 수도 있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단체를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때로 무모해 보이더라도 자신이 믿는 일을 해나가는 열정과 굳은 신념을 갖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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