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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소소대담] 2017.03 봄, 이제 시작이다

by indiespace_은 2017. 3. 29.

 [2017.03 소소대담] 봄, 이제 시작이다 


일시: 2017년 3월 17일(금) @인디스페이스
참석자: 송희원, 이현재, 박영농, 이지윤, 최지원, 김은정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8기 소소대담 첫 모임을 했다. <눈길>, <눈발>, <녹화중이야>까지 세 편의 영화에 대한 인디즈의 더 깊은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 등 인디토크를 기록하며 느꼈던 점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다보니 끝날 때쯤에는 서로 한층 더 가까워져 있었다. 상영 전 어색했던 관객들이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면 얼마간 무언가를 함께 공유하는 듯 말이다.





[리뷰] <눈길>: 위태롭지만 단단하게 http://indiespace.kr/3330



송희원: 먼저 <눈길>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인디즈 최지원 님 리뷰에서 이나정 감독은 끔찍한 폭력의 순간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이용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였고 피해 상황을 섬세한 연출로 묘사하려 노력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직접적인 묘사 장면은 적었고 소품이나 세트에서 폭력적인 상황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군들이 사용하는 콘돔을 씻는 장면에서 실제 상황을 그리진 않았지만 폭력적인 상황이 인지되더라고요. 

박영농: 재현의 윤리를 마주한 영화들은 꾸준히 논쟁이 이어져 온 것 같아요. 저도 <눈길>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그분들의 고통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전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엔 의구심이 들어요. 과연 우리가 다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김새론 배우의 양장이 특히 눈에 띄기도 했어요.

최지원: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미화로 왜곡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개봉한 <어폴로지>를 기대하고 있어요. 

박영농: 영화의 소재로 꾸준히 나온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운 것이 있는데, 극이 현재로 넘어왔을 때 ‘종분’(김영옥 분)과 ‘은수’(조수향 분)가 서로 교감을 하며 이뤄나가는 서사가 있어요. 그 서사에서 조금 더 메시지가 부각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여성 문제에 관해 얘기하면서요.

김은정: 영화를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이야기들을 들으니까 왜 그런 장면들에 대한 묘사가 없었는지 알 것 같아요. 일단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 문제를 미화시키지 않더라도 조금은 보기 편한 정도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 ‘위안부’ 영화라 했을 때 막상 보려고 하니 약간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최지원: 이 영화는 약간 거리를 둠으로써 좀 더 대중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생긴 것 같아요.



[리뷰] <눈발>: 눈이 오지 않는 마을에 눈발이 흩날리다 http://indiespace.kr/3334

[인디토크] 170317 <눈발>: 소리 없이 흩날리는 (참석: 조재민 감독) http://indiespace.kr/3349


송희원: 저는 <눈발>, <눈길> 두 제목이 처음에 좀 헷갈렸어요. 두 영화가 인디스페이스에서 같이 개봉을 하기도 했고요. 각각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을까 생각해봤어요. 저는 <눈길>에서의 눈은 따뜻함, 정, 고향길 같은 정서를 의미한다고 이해했어요. 그런데 <눈발>은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유추가 좀 어렵더라고요. <눈발>의 영어 제목은 ‘A Stray Goat(길 잃은 염소)’에요. 눈이 오지 않는 고성이라는 지역에 ‘민식’(박진영 분)이라는 이방인이 오고 나서 공동체가 약간 흔들리죠. 그래서 눈이 이방인이나 금기, 의외성, 돌출 등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지윤 님 리뷰에서는 눈발을 위로라고 표현했더라고요. 다들 <눈발>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박영농: 저도 그게 궁금해서 인디토크를 들으려고 해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눈발을 위로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이걸 위로로 해석하면 조금 문제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민식은 어쨌든 죄를 지은, 어떻게 보면 윤리적으로 문제적인 경험을 한 사람이잖아요. 약간 암시적으로 나오지만, 문제에 연루되어서 전학 온 것으로 설정이 되어있어요. 눈발을 위로의 장치로 이용해서 표현하려 했다고 하면 우리 모두가 ‘예주’(지우 분)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지윤: 보는 방식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눈발의 의미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박영농: 종교와 눈을 내려주는 하늘의 이미지가 연결되었어요. 종교라는 것이 영화에서 인간의 갈등을 해결해줄 수 없는, 비관적으로 보이게끔 나오잖아요. 이렇게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고작 하늘이 할 수 있는 것은 천진하게 눈을 내려주는 것밖에 없구나, 라는 식으로 읽었고 그래서 영화가 좋았어요. 삶의 딜레마를 잘 포착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현재: 눈발은 내린다고 하지 않고 흩날린다고 하잖아요. 파편 같은 느낌이 드는데, 주인공과 고성이라는 마을이 혼재되는 상황 때문에 제목이 그 어수선한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생각했어요.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면 더 흥미로울 수 있겠다 싶었어요. 마지막 장면의 인상이 강한데, 여주인공을 퇴장시킬 때 아름답게, 과하지 않게 퇴장시키더라고요. 그때부터 남주인공의 이야기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고 여주인공은 앞으로 어떻게 되었을까 계속 생각했어요. 

김은정: <눈발> 제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남주인공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영화고, 그 사람 입장도 이해되지만, 상황을 변명하려는 듯이 느껴져서 썩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 

최지원: 염소를 대하는 태도가 흥미로웠어요. 민식은 처음 보고 귀엽다고 하고 구덩이에 내버려 두고 가잖아요. 그런데 예주는 보자마자 데리고 나가요. 민식은 딱히 염소를 구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이고 예주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김은정: 영화 전반에서 민식은 항상 도망치는 반면 예주는 구해주는 역할이죠.

송희원: 이지윤 님의 리뷰에서 무너진 성은 공고했던 공동체가 와해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잖아요. 성이라는 경계선 밖으로 소년과 소녀가 나가 자유로움을 추구하기도 해요. 그러다가 민식은 성 안, 교회 같은 공동체 안으로 다시 도망치기도 하고요. 성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서 포스터가 좋았어요.

박영농: 저는 제목이 차라리 ‘고성’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최지원: 성이 공동체를 상징한다고 보면, 일진 학생들 무리, 교회 공동체에서 민식은 보호받고 소속감도 가져요. 예주와 성을 나서니 오히려 불안해지고요. 반면에 예주는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피해자잖아요. 그래서 성을 나서면 오히려 자유로워지죠. 그런 대조적인 모습이 있었던 것 같아요.



[리뷰] <녹화중이야>: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윤리 http://indiespace.kr/3335

송희원: <녹화중이야>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필모그래피를 찾아보았는데 <녹화중이야> 외에는 없더라고요. 아마도 감독이 연극판에서 오랫동안 봐왔던 실력파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연기가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느꼈어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만약 배우의 연기가 어색했다면 파열음이 났을 것 같아요.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장르와 잘 부합하는 듯했어요. 그리고 박영농 님의 리뷰가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영화 시작에서의 설명(추모사)이 장르의 속성을 잘 구현해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장치 때문에 관객들이 착각하며 몰입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박영농 님 글에서는 실제 다큐멘터리에서 쓰이는 추모글을 페이크 다큐멘터리에서 장치적으로만 가져와 사용하는 게 윤리적으로 좀 문제가 있지 않냐 지적하셨더라고요.

박영농: 사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실제 다큐멘터리와 비교한다는 것 또한 한편으로 우려되는 지점이 있어서 조심스러웠어요. 하지만 저는 리뷰에서 지적한 장면이 분명히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다른 분들과 함께 의견을 공유해보고 싶었어요.

송희원: 포커스가 나가고 이미지가 뭉개지는 장면이 많았어요. 그게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자연스러움을 구현해내는 측면에서는 당연한 장면들이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연인이 서로를 촬영해서 클로즈업이 많았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친구가 촬영한 풀샷이 많았던 것 같아요. 주관적인 시점에서 객관적인 시점으로 이동한 건가 싶기도 했어요. 카메라의 시점 변화, 샷의 구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박영농: 아무래도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이 끝까지 함께 진행되기에 감독 입장에서 고민되는 지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에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민철’(최현우 분)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담아야 하는데, 서사 상에는 필요하지만, 그것을 기록하기 위해 뜬금없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나가는 ‘우석’(서진원 분)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최지원: 저는 남자 친구 둘이 싸우는데, 그걸 찍고 있는 그 장면이 진짜로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연출하는 느낌이랄까요.

이현재: 카메라를 운용하는 게 어떤 부분에서는 영리한 것 같고 어떤 부분은 너무 순진한 거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여주인공의 연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설득력이 있었어요. 특히 웃는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럽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배우들과 같이 나오면 조금 어색한 장면들이 더러 있어요. 연출이 과했다고 생각했어요.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푸티지를 모아서 만든 홈 무비가 계속 충돌을 일으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 중에 하나고 무시할 수 없는 영화인 것 같기는 해요. 



송희원: 인디즈가 되자마자 개봉작과 인디토크를 보고 기록하느라 정신없이 달려온 느낌입니다. 약 두 달 동안 인디즈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점을 나누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독립영화를 더 관심 가지고 많이 보자는 생각으로 인디즈에 지원했습니다. ‘봐야지’ 생각만 하고 지나칠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하게 될 영화들이 많이 기대됩니다. 

김은정: 한국 독립영화를 볼 기회를 가지게 되어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는 한국 영화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관심도 많이 생기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주목하는 삶이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영화화 된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특히 ‘FoFF 2017’에서 본 <가현이들>이 기억이 많이 남는데, 영화뿐만 아니라 후에 진행된 토크를 통해서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해 많이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박영농: 그동안 영화를 본다는 것에 매너리즘이 생긴 게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해보았습니다. 방금 본 영화가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습관처럼 영화를 소비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인디즈 활동을 하면서 그런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습니다. 활동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영화에 몰입하고 인디토크에 참석하고 또 글을 쓰면서 왜 내가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얻게 되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지윤: 인디즈를 시작하고 나서 개봉한 독립영화는 물론, 기획전 덕분에 지나간 독립영화도 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행복했어요. 물론 한 시간가량의 인디토크 녹취를 풀어내거나 영화에서 느낀 감동을 고스란히 리뷰에 옮기기 위해 여러 번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웃음) 그 복잡함조차도 즐거울 정도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현재: 세 편의 인디토크를 기록하고 한 편의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작성할 때는 마감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끝났다고 기뻐하며 ‘보내기’를 클릭하려 하면 늘 자신이 없었습니다. 특히 <나쁜 나라> 인디토크는 어떻게 기록하는 게 맞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아직 글을 올리지 못했는데 가능한 최선의 상태로 수정해서 게시하고 싶습니다. 무엇 하나 올리는 데까지는 그런 지난함이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지난한 게 재미없는 건 아니니 지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빨리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시작했으니 남은 시간이 아직 깁니다.

최지원: 꼬박꼬박 개봉작을 챙겨보고 감상을 적고 또 관심 있는 독립영화를 골라서 ‘인디즈 초이스’로 글을 써보면서 영화에 대한 애정이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또 제 글이 인디스페이스 계정을 통해 게시되는 경험이 설레고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에서 뜻밖의 공감대나 감동을 하는 순간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봄도 인디즈도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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