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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해법> 리뷰: 언론, 그리고 창 너머의 진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2016년의 끝자락, 오랜 시간동안 모습을 교묘히 감춰오던 부정부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많은 이들이 분노했고 수많은 촛불들이 거리로 나왔다.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 사람들과 그들의 탐욕이 줄줄이 세상 밖으로 쏟아졌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부정부패를 국민 앞에 꺼내놓고 있는 것은 언론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말도 안 되는 비리들에 침묵해온 것 또한 언론이었다. 언론은 때로 진실을 숨기기 위해 왜곡을 일삼기도 했다. 그들은 오랜 시간동안 권력과 자본이라는 이해관계에 얽혀 ‘권력의 감시자’ 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고, 명백한 현 세태의 공범이 되었다.
태준식 감독의 <슬기로운 해법>은 이런 언론의 현실, 특히 한국 사회의 주류 언론인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현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다큐멘터리다. 2014년에 개봉한 해당 작품은 다양한 기사들과 풍부한 통계자료, 언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설득력 있게 재조명한다. 작품은 5개의 장(章)으로 나뉜다. 그리고 그 5개의 장을 통해 차분한 어조로 언론이 지닌 문제점들을 모두 아우른다. 언론이 거짓말을 일삼는 ‘양치기 언론’이 된 이유, 언론재판을 부추겨 한 사람의 삶을 비극으로 치닫게 만든 총보다 강한 펜의 힘, 미디어 법을 통해 주류 언론사들의 방송 진출을 허가하고 특혜를 제공한 과거의 정권, 언론사의 수익 중 80%를 차지하는 광고 수익을 손에 쥐고 거침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과 현 상황에서 필요한 ‘슬기로운 해법’까지, 작품은 자본과 정치권력이 복잡하게 얽힌 언론의 문제를 알기 쉽고 명쾌하게 드러낸다.
<슬기로운 해법>은 언론이 현실과의 타협을 통해 기업화되는 과정을 다루며 어떤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작품의 후반부에는 삼성그룹과 언론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2007년,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적극적으로 보도한다. 그리고 보도 바로 직후인 11월, 삼성은 두 신문사에 대한 광고를 전면 중단한다. 독보적인 국내 최대 광고주인 삼성의 광고 중단으로 인해 한겨레와 경향, 두 신문사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다.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절대적인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경향신문은 2010년, 삼성을 비판하는 논조의 칼럼을 미게재한 후 사과문을 올린다. 언론에서 일종의 굴복과 반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사례는 단순히 기업화된 언론을 넘어서 언론 앞의 절대자에 대한 고민의 기회를 부여한다.
‘펜은 총보다 강하다’. 군사 독재 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언론의 비폭력 저항을 상징하던 말이다. 언론은 사실을 밝혀 알리기 위해 존재했으며 사실의 전달을 통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을 형성했다. 그러나 언론의 의미는 퇴색 된지 오래다. 2014년 <슬기로운 해법>이 개봉하던 당시에도 그랬으며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누적되었던 언론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침묵과 거짓의 기정사실화가 반복되며 ‘펜은 총보다 강하다’라는 말의 의미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언론은 창(窓)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언론이라는 창을 통해 진실을 보곤 한다. 창이 맑고 깨끗할수록 진실은 제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창에는 먼지가 쌓이고 물때가 끼곤 한다. 그렇게 더러워진 창 너머의 진실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온통 부옇게 보이게 된다. 다시 진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창문을 닦고 또 닦아야 한다. <슬기로운 해법>은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치권력과 기업의 자본이라는 큰 이해관계 속에서 본질적인 변화는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고,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나서는 것 자체가 어쩌면 치열한 전쟁일 수 있다. 그러나 부패라는 무게에 눌려 무너지려는 언론을 감시하고 언론의 도구화를 인지하여 올바른 판단력을 구축한다면 언젠가는 깨끗한 창 너머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슬기로운 해법>은 언론의 도구화를 인지하게끔 하고 언론에 대한 고민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작품의 이런 특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한 해를 맞은 현 시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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