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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채우면 채울수록 공허한 실체 없는 욕망 '인디돌잔치' <거짓말>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11. 10.

채우면 채울수록 공허한 실체 없는 욕망  인디돌잔치 <거짓말>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10월 25일(화)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김동명 감독

진행: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다영 님의 글입니다.


1년전, 김꽃비 배우의 파격적인 연기변신, 불편한 우리의 사회상을 담아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김동명 감독의 영화 <거짓말>이 관객들의 투표를 통해 인디돌잔치 상영작으로 선정되어 인디스페이스를 다시 찾았다.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이하 진행): 일 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 거 같아요. 감독님의 근황과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된 소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동명 감독(이하 김): 개봉한지 일 년 만에 인디스페이스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초대해주신 인디스페이스와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에게 감사한 마음이 커요.


진행: 제가 준비한 첫 질문은 이 영화의 제목에 관련된 질문입니다. 과거에 크게 히트했던 영화 <거짓말>(1999)이 생각나기도 하고, 영화가 가지고 있는 질문과 첫 시발점이 속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꽤나 직설적이기도 한데, 제목을 어떻게 설정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저는 작품을 구상할 때 보통 제목이 먼저 생각나는 편인데, 이 작품의 경우 욕심이 많았기 때문인지 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직설적이고 싶었고 현대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남쪽의 기억>이라는 가제로 초안을 썼는데, 수정을 거듭하면서 이 제목이 맥락과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제목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거짓말>로 가게 되었습니다.


진행: 대답 중에 ‘사회’, 그리고 ‘남쪽의 기억’이라는 말들이 특히 와 닿았습니다. ‘남쪽의 기억’이라 하면 ‘남쪽’의 어떤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언증을 가진 ‘아영’이라는 인물이 관통하는 사회구조가 이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 있는 자본주의 체제일 수 있고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허영이나 허세도 이 구조 안에서 좌절된 꿈일 수도, 살아남기 위한 분투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었어요. 사실 아영이라는 인물은 우리 내부에 모두가 가지고 있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이 인물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두 가지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 내부와 제가 살고 있는 외부의 환경이 결합된 결과일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제 안에 있는 거짓말의 경우, 제가 집 안에서 제일 못된 둘째로 자랐는데, 가정에 대한 어떤 애정을 굉장히 갈구했었고 어떠한 가정의 이미지를 항상 꿈꿨던 것 같아요. 스스로 가족을 외면하고 살아오면서 동시에 가족 내의 누군가가 날 위로해주기를 바라는 심정이 있었어요. 속으로 가족들이 모두 한자리에 오순도순 앉아서 소박한 밥상과 담소를 나누는 이미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그런 가족과의 시간 또한 쉽게 허락되어지지 않잖아요.  또 한가지는 제가 이 영화를 기획할 당시 허언증이라는 소재가 저에게 깊이 기억되게 한 한 가장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사업을 크게 하다가 실패해서 모든 것을 잃게 되었고 아이들과 순환선을 돌며 생활하면서 영화 속 아영의 행동을 하는 것들을 보게 되었어요. 자신이 마치 부자인 것처럼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아이들에게도 며칠만 있으면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계속 심어주는데, 마지막에 아이들과의 인터뷰를 보니 그들이 아버지를 믿고 있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가정과 그 아버지가 원하는 가정, 또 아이들이 원하는 가정은 뭘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말씀을 듣다 보니 이 영화 속 밥을 먹는 장면을 살펴보면 불편한 식사자리만 있었지 가족들과 단란하게 모여서 먹는 그런 식사장면은 없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아영이라는 인물이 유일하게 자기 소망을 내비쳤던 대사는 언니와 술을 먹고 있을 때 “그냥 평범하게 살자”고 얘기하는 부분인데, 대리부 같았던 언니의 남편이 떠나고 집에 말도 안 되는 냉장고가 들어오면서 아영이 폭주하게 된 것 같아요. 거대한 냉장고가 들어섰을 때 꽉 차버리는 아영이 거주하는 오래된 목조 주택, 그 옹색한 공간을 벗어나 아영이 거니는 곳, 서울 안 허상의 곳곳들을 헌팅 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 커다란 냉장고가 좁은 공간으로 들어올 때의 이미지였고, 그래서 가장 좁은 공간을 원했어요. 그리고 계속 부유해 다니는 어떤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쇼핑몰이든 전자제품 매장이든 그 공간적인 느낌을 상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아영이 거주하는 공간은 진짜 좁은 공간, 매장들의 경우는 탁 트이고 팬시한 느낌의 공간을 찾았어요. 생각보다 좋은 공간들이 많이 섭외가 되었고 협조도 수월했어요. 아영이 살고 있는 공간과 그녀가 계속 욕망하며 찾아 다녔던 공간들의 모습이 합쳐져 나중에 냉장고가 그 집으로 쳐들어왔을 때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에 하나의 타격을 주는 이미지가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진행: 이 영화의 또 커다란 발견이라고 한다면 김꽃비 배우가 항상 귀엽고 어린 모습으로 등장을 하다가 새로운 연기적 시도를 한 작품이라는 점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그녀의 앳된 모습 너머 언뜻언뜻 노인과 같은 지친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김꽃비 배우와는 어떤 인연으로 이 작품을 함께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김: 사실 김꽃비 배우는 크랭크인 일주일 전에 캐스팅이 되었습니다. 김꽃비 배우를 생각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꽃비 배우의 기존의 이미지나 <똥파리>(2008)에서의 이미지가 강해서 배제를 하다가 캐스팅에서 여러 가지 난항을 겪게 되어 그녀에게 뒤늦게나마 출연제의를 했어요. 김꽃비 배우는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김꽃비 배우의 귀여운 마스크와 앳된 이미지가 도리어 이 영화에 득이 되겠다는 것을 첫 촬영 날 아영의 집에서 촬영을 하면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거짓말>을 보면서 눈에 들어온 부분은 마지막에 불빛과 함께 아영이 없어지는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을 통해서 감독님이 전달하시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김: 잘 드러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간에 대한 욕망, 가족이 오순도순 살 수 있는 공간과의 대비, 이런 것들이 영화 내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영이 서울에서 중산층 가정을 꾸리기 원하는 욕망을 다른 공간을 보러 다니면서 풀고, 혹여 그 공간을 획득한다고 해도 그 공간을 채울 수많은 소품들이 또 필요하겠죠. 끝에 그것들이 덩그러니 남겨졌을 때에 느껴지는, 담아도 담아도 채워질 수 없는 그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아영이가 공허함을 채울 수 있을 곳은 어딜까, 이 세상에 있을까, 없다면 정말 어떤 허상 속으로 숨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미지의 세계 혹은 허상 같은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빛 속으로 사라지는 이미지로 결론을 맺었습니다.


진행: 아영의 감정의 변곡점이 되는 여관 장면에서 아영과 그녀의 애인이 보고 있던 TV 화면에서 거대한 오징어가 어떤 것을 빨아들이고 빛이 이상한 방식으로 비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자료화면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김: 지진이 발생할 때에 동물과 심해어들이 가장 먼저 반응을 한다는 말을 언뜻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 상징들을 이 영화에 속속들이 포진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런 장면들이 켜켜이 쌓였을 때 마지막 장면이 조금은 덜 이질적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냉장고 장면과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요. 박민규 작가가 쓴 단편 중에서 냉장고에 관한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냉장고가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느낌이 있어요. 돌아가다 멈추다 하는 자기만의 호흡이 있죠. 그런 면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생명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 것들과 계속 결부를 시키려고 했어요. 결국 아영이 갈 수 있는 공간은 우리가 상상치도 못한 그런 외계의 세계거나 결국은 자신의 세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행: 또 놀라웠던 캐스팅은 언니 역할을 맡은 이선희 배우였습니다. 이선희 배우와의 인연은 어떻게 닿은 것인지 궁금해요.


김: 극을 쓰고 연극을 하는 배우님이십니다. 한참 언니 역할의 배우를 찾고 있을 때 다른 배우 분을 통해서 소개를 받게 되었고 직접 캐스팅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후에 아영과 외모적으로 닮지 않은 것이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나중에 이들이 연기에 몰입하는 것을 보며 그것이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각자 맡은 역할들을 너무 잘 해내주었고 폭발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어 저 또한 처음으로 극중 캐릭터들에게 몰입을 많이 하고 이들을 의지하며 찍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주변에서 허언증을 가진 분들을 만나본 적이 있어서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몰입해서 본 것 같습니다. 저의 경험들을 떠올리기도 했고 그들의 입장도 좀 더 이해하고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은 궁극적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신지, 감독님의 영화관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 이번 영화를 통해서 저는 처음으로 저의 캐릭터에 많이 몰입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저와 제가 살고 있는 세상과의 연관관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부조리에 대해서 더 이야기 해나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지금은 육아를 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과 결부시켜서 하고 싶다는 생각 또한 했습니다. <거짓말>을 통해 허언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병이 허언증이고, 어떤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것에서 나오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그 관심의 지점이 자본과 관련 있을 뿐이죠. 그렇게 학벌이나 소유로 자신을 포장해야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들이 생기기 때문에 어쩌면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짓말이 마치 내 몸 속으로 들어와 조종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해의 개념보다는 사랑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진행: 앞으로 감독님의 계획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 계속 시나리오를 쓰려고 하지만 육아와 병행하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내 안의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것인가와 영화를 어떻게 찍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창 많이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관객 분들 앞에 다시 서니까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 시간이 정말 많은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좋은 차기작으로 만나 뵙고 싶습니다.



영화 속 아영이 그리도 절실하게 찾아 헤매고 채우고자 했던 것들은 어떤 형태의 욕망이었을까? 김동명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채워지지 못할 공허함과 그 갈구와 욕망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각 사람들의 욕망으로 사회는 채워지기도 비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끝에, 우리는 어디에 서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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