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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걷기왕> : 천천히 걷는 행진의 힘

by indiespace_은 2016. 11. 10.



 <걷기왕한줄 관람평

이다영 | 쓸모 없음의 유쾌함, 그 안에 담긴 생소하고도 묵직한 위로

상효정 | 밝지 않은 고민에게 보내는 밝은 위로

이형주 | 꿈과 '노오력' 사이, 우리는 느리게 걷자

최미선 | 웃다 보니 뭉클

홍수지 | 영화를 보는 내내 잠시 걸어도 괜찮다는 말을 걸어주는 귀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전세리 | 비로소 빛을 보인 여성의 서사. 영문 제목은 'Queen of Walking'이다. 나, 그리고 여성에 대하여.




 <걷기왕리뷰: 천천히 걷는 행진의 힘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형주 님의 글입니다.


선천적 멀미증후군으로 어떠한 운송수단도 타지 못하는 ‘만복’은 2시간을 걸어 등교한다. 공부에 영 흥미가 없는 만복은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육상부에 들어가 경보를 배우게 된다. 뒤늦게 시작한 운동으로 고생하던 만복은 우연히 전국체전에 나갈 기회를 얻으며 점점 최선을 다한다.



영화의 메시지는 일견 분명해 보인다. 왜 꿈을 향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가? 남들보다 느리더라도 본인의 속도대로 걷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경보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 한복판에서 횡단보도를 기다리고 있는 만복을 더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경보는 일상적인 행동인 ‘걷기’마저 남들보다 빠르게 이겨야 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비유다. 영화는 죽을 만큼 노력해도 제자리인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무엇보다 이 레이스에서 나 혼자 뒤쳐지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 말한다. 나의 속도를 찾게 되면 진짜 꿈을 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전도한다.



자기만의 속도를 찾아야 한다는 영화의 메시지와는 반대로, 마음 한 켠에 내가 만복만큼 목숨 걸고 노력한 적이 있었는지, 일단 무엇이든 노력부터 해봐야 포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는다. 이 사회의 경쟁 구도는 너무도 뿌리깊고 구조적이고 이를 벗어나면 기본적인 생계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사회에선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것이 더 치밀한 계획과 노력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느리게 걷자’ 노래 한 구절이 마음을 흔든 건 지나치게 빠른 걸음이 힘들었던 탓도 있지만, ‘우리’라는 말이 주는 안도감 때문이기도 하다. 죽을 만큼 노력하는 주희도, 할게 없어 시작한 만복도 모두 사실 무섭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부끄럽기도 하지만, 혼자가 아니니 용기가 생긴다. 만복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는 굳건한 당신 마음대로 걸으라는 말보다는 아직은 무서운 당신과 함께 걸을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간디의 소금 행진처럼 광장의 촛불 행진처럼 함께 느리게 걷자. 함께 걸으면 나도, 세상도 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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