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크리스마스> 한줄 관람평
이다영 | 한없이 영화와 같은 이야기
상효정 | 결정을 내리지 못한 미련의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형주 |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 김지수
최미선 | 무채색 일상에 판타지의 마법을
홍수지 | 우주와 크리스마스, 상징들의 합집합
전세리 | 김지수의 하드캐리
<우주의 크리스마스> 리뷰: 무채색 일상에 판타지의 마법을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미선 님의 글입니다.
같은 이름으로 비슷한 인생을 살아가는 세 명의 ‘성우주’가 있다. 38살의 우주(김지수 분)는 무슨 이유인지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그녀에겐 과거 꿈과 사랑을 모두 포기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26살의 우주(허이재 분)에겐 현재의 갈림길로, 또 19살의 우주(윤소미 분)에겐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혼란으로 되풀이된다. 서로가 서로의 과거-현재-미래를 살고 있다는 믿기 힘든 사실은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들을 한 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2000년대 초반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로 한국 코미디 영화에 한 획을 그었던 김경형 감독의 신작이다. 10여년의 공백기 동안 그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 전작의 코믹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이번 영화는 ‘우주’와 ‘인생’과 ‘선택’에 대한 감독의 수년간의 혼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하다.
내가 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38살의 우주는 오래된 골동품 가게에서 다른 두 명의 우주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19살의 우주는 어릴 적 자신을 꿈꾸게 했던 고흐의 화집을, 26살의 우주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았던 관절 인형을 똑같이 가지고 있다. 자신의 삶을 특징짓는 공통된 두 개의 물건을 보고 우주는 그들이 자신의 과거임을 직감한다. 이러한 판타지적인 설정은 시간을 넘나드는 여타 타임 슬립 영화들을 연상케 하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동일한 시간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판타지라는 장르적 요소가 영화의 뼈대가 되지만 이것은 일상에 물들어 있는 방식으로서 존재한다.
영화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듯, 세 명의 우주는 연결과 분리의 흐릿한 경계를 오고 간다. 서로의 삶이 연결되어 있음을 받아들이면서도 각자 분리된 존재임을 잊지 않는다. 그들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크게 맥락을 같이 하지만, 이름을 제외한 구체적인 주변 상황들은 비슷함에 그치는 것도 같은 이유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38살의 우주는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면서도 다른 두 명의 삶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조언하지 못한다. 그들 또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서 답을 요구하지만 이내 선택은 현재를 살아가는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 속에는 유독 반가운 얼굴들이 많다. 특히 이 작품으로 10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지수 배우는 고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영화 전체를 이끌며, 잔잔한 그녀의 어조는 영화의 풍경과 어우러져 한껏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더불어 심은진 배우의 새로운 발견이기도 하다. 38살 우주의 친구 ‘도연’을 연기한 그녀는 서정적인 극의 흐름 속에서 독자적으로 활력을 더하고 있다. 시종일관 차분한 인물들의 표정과 대사 틈에 갑자기 등장한 도연은 그녀의 새빨간 립스틱 색깔만큼이나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물들이고 있다. 통통 튀는 그녀의 대사와 표정은 처음으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고흐처럼 소중한 것에 인생을 바칠 수 있기를
삶은 선택의 순간들로 가득 차 있고 모든 선택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겁이 많아 포기할 것도 많았던 38살의 우주는 그것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19살의 우주와 26살의 우주는 그녀의 힌트를 통해 용기를 냈고 선택을 했다. 이처럼 선택의 기로에 서서 망설이고 있을 누군가에게 감독은 ‘고흐처럼 소중한 것에 인생을 바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상기시켜 준다. 세 명의 우주 이야기처럼 일상에 조용히 스며든 판타지의 마법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만큼이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이러한 판타지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라고 하기엔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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