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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역> 리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나야만 하는 청춘에 대한 애가(哀歌)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다영 님의 글입니다.
'청춘'은 존재만으로도 반짝반짝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라 했다. 오늘날 우리의 청춘은 어떠한가 종종 생각한다. 미디어에서 숱하게 그려온 청춘의 이미지는 여름날의 따사로운 햇살과 같다. 뜨겁고 밝고 강한 빛. 사람들은 나에게 지금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가장 빛나는 때라고 하는데, 어찌 나는 이리도 무능력하고 하찮기만 한 것일까. 그런 자괴감에 이 '빛나는' 시간을 제대로 살고있지 않다는 이상한 자책감에 빠져있기도 했다.
<수색역>에서 그리는 청춘의 모습은 이전의 성장영화나 청춘영화에서 다뤄온 것과는 다르다.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앞두고 경기장을 짓기 위해서 정부는 싸고 넓은 땅을 찾기 시작했고 윤석(맹세창 분), 상우(공명 분), 호영(이진석 분), 원석(이태환 분) 이 네 친구가 어릴 적부터 살아온 수색동도 그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에서부터 기술을 배워 일찌감치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이 네 친구는 사는 게 빠듯해도 서로가 있어 웃으며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원석에게 재개발 관련업자가 일을 제안하게 되고 이들의 삶에 조그만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너무나 앳된 얼굴로 교복대신 작업복을, 혹은 한치수 큰 정장을 입고 담배를 물고 말 한 마디에 한 번씩 욕을 내뱉는 이들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듯이 사회에서 이들의 위치는 조금 불편한 곳에 있다. 학생과 사회인의 어중간한 그 어디, 아이와 어른의 그 어중간한 경계에서 이들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살아간다. 아직은 미숙하고 어린 이들에게 사회가 쥐여 주는 상황들은 너무나 잔인하기만 하다.
그동안의 숱한 청춘영화들이 순수한 아이에서 상처를 딛고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왔다면 <수색역>은 그 색이 조금 다르다. 아이의 몸으로 이미 어른의 옷을 입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균열이 생겼을 때 가차없이 넘어질 수 밖에 없고 회복의 기회 또한 주어지지 않는다. 이들에게 남는 것은 성장이 아닌, 분노와 열등감, 자책과 좌절뿐이다. 단지 청춘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이리도 불안하고 연약한 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성장의 발판은 없이 무조건 어른이 되어야한다는 강박 속에서 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생존방법을 터득한다. 선미(김시은 분)에게는 그것이 '무조건적인 순응'일 수 있고 상우에게는 '무조건적인 열심’이 될 수 있으며, 윤석과 호영에게는 그것이 ‘방관’이라는 태도로 나타난다. 그 방법들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무도 이들에게 성장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스로 방법을 찾고 결정을 내렸을 때, 또 그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 결국 가장 큰 책임을 떠안고 가는 것 역시 자신이다. 그렇기에 더욱 커져가는 자책감과 열등감 속에서 이들의 청춘은 아스라히 사그라든다.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로운 이들의 청춘. 영화가 마칠 때까지도 마음 속의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불편함은 이내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바람에 따라 무조건 따라 달리다가 길을 잃은 오늘날의 청춘을 떠올리게 되면서 애잔함으로 번진다. 뭐든지 처음이기에 아름다운 청춘이라지만, 또한 그렇기에 불안하기만 한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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