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들
- <족구왕> 페퍼톤스 - 청춘 / <코알라> 옥상달빛 - 수고했어, 오늘도 / <우리들> 치즈 - 새벽길 / <위로공단> 쏜애플 - 아지랑이
*관객기자단 [인디즈] 상효정 님의 글입니다.
방금 한 편의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해보자. 저마다 다르겠지만 영화 한 편이 남기는 여운은 길다. 영화 속 대사가 유독 마음에 와 닿을 수도 있고 배우들의 연기가 혹은 한 장면이 가슴 깊게 남았을 수도 있다. 여기, 영화의 메시지와 잘 맞닿아있는 음악들이 있다. 영화와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들, 뮤직비디오로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인 곡들을 소개한다.
1. <족구왕>: 페퍼톤스 - 청춘
“짙푸른 봄이 돌아오면 따가운 그 햇살 아래서 만나리라 우리들은 손꼽아 기다린 날처럼”
- 페퍼톤스 ‘청춘’ 中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의 청춘. 짙푸른 봄을 노래하고 있는 페퍼톤스 5집 앨범의 5번째 트랙 ‘청춘’은 영화 <족구왕>(우문기, 2013)의 시나리오로부터 탄생했다. 페퍼톤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던 우문기 감독이 자신의 첫 장편영화 <족구왕>을 위해 페퍼톤스에게 영화 OST 작업을 부탁한 것이다. 그렇게 우문기 감독과 페퍼톤스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청춘에 대한 따뜻하고 유쾌한 감성을 담은 영화와 음악을 완성시켰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은 희망고문처럼 느껴진다.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뿐더러 있다 해도 현실 앞에서 꿈과 열정을 꼭꼭 숨긴 채 살아가게 된다. 이때 영화 <족구왕>은 “홍만섭, 너한텐 족구가 뭐냐?” “재밌잖아요.” 대사를 통해 좋아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는다. 영화 속 주인공인 복학생 홍만섭(안재홍 분)은 학점도 낮고 토익점수도 없는 이른바 무스펙 소유자지만, 그런 그에게 있어서 족구는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이자 열정이 된다. 자신이 재밌어하는 일에 마음껏 열중할 수 있는 시기, 모르겠지만 일단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시기가 청춘이 아닐까.
일렁이는 청춘의 마음을 밝고 유쾌하게 노래하고 있는 페퍼톤스의 음악만큼이나 풋풋하고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영화 <족구왕>. 처음 사랑에 빠진 것처럼 설레는 마음을 다시 느껴보자.
뮤직비디오 보기(유튜브) >> https://youtu.be/Cx9z2dtddcE
2. <코알라>: 옥상달빛 -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中
슬픔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달라질 것 같지도 않은 지친 일상에서 힘이 되어주는 것은 누군가의 관심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여성 듀오 인디밴드 옥상달빛의 노래인 ‘수고했어, 오늘도’는 오늘도 변함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건넨다. 그렇게 오늘과 내일의 일상을 노래하며 위로를 건네는 옥상달빛의 음악은 청춘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또 하나,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듯 공감을 자아내는 영화가 있다. <코알라>(김주환, 2013)는 청춘들의 모습이 마냥 희망차거나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우의 꿈을 위해 오디션에 도전하고 도전하지만 매번 고배를 마시는 종익(송유하 분)과 창업을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지는 동빈(박영서 분)은 당찬 알바생 우리(박진주 분)와 함께 꿈의 가게인 ‘버거보이’를 창업하지만, 부푼 마음도 잠시 현실의 처절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영화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것 같아 무섭고 두려운 청춘들에게 ‘네가 청춘이기 때문에 힘든 거야’, ‘네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야’라는 말 대신, 너와 내가 함께하고 있으니 힘을 내보자는 말을 건넨다.
넘어지는 이유에는 수백 가지의 이유가 있다. 앞에 커다란 장애물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넘어졌을 때 결국 다시 일어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리고 영화 <코알라>는 청춘들이 수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을 말한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를 들으면서 영화 <코알라>의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자.
뮤직비디오 보기(유튜브) >> https://youtu.be/28KPAu3N6XA
3. <우리들>: 치즈 - 새벽길
“지나버린 추억은 이제서야 아름다워지네 시원하고 섭섭한 기분 좋은 밤”
- 치즈 ‘새벽길’ 中
혼성 듀오 치즈의 음악은 투명하고 잔잔하지만 청량하고 톡톡 튀는 색깔을 갖는다. 특히 노래 ‘새벽길’의 가사, ‘내세울 것 없이 마음만 먼저였던 고집불통인 나’, ‘서투른 표현과 말실수로 범벅이었던 철없었던 나’는 한걸음 다가가는 것이 서투르지만 지나가버린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영화 <우리들>처럼 말이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기에는 서투른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저마다의 오래된 시절들을 떠올리게 한다. 맞벌이 부모님을 이해하고 어린 동생을 잘 돌보는 씩씩한 아이이지만, 학교에선 늘 혼자였던 선(최수인 분). 전학 온 지아(설혜인 분)와 우연히 만나 한순간에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된다. 하지만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한 상처가 있는 지아는 이번 학교에서만큼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따돌림을 당하던 선을 점차 멀리하고 이에 속이 상한 선은 지아의 상처를 폭로한다. 어쩌면 좋아했던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버림받고 싶지 않은 선과 지아의 마음과 그리고 성적에서 느낀 열등감으로 불안한 보라(이서연 분)의 마음까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순수했기 때문에 그만큼 상처가 되는 말을 뱉었지만, 아이들은 “그럼 언제 놀아?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친구가 때리고... 나 그냥 놀고 싶은데!”라고 다시 화해의 손길을 건넨다.
이처럼 영화는 어린 연기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대사와 표정으로 보이지 않는 감정들의 순간들을 느끼게 한다. 담백하게 다가오는 노래 새벽길을 들으면서, 그리고 영화 <우리들>을 보면서 지나온 감정들을 다시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4. <위로공단>: 쏜애플 - 아지랑이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있어 차는 숨을 내쉬며 살아있어 그대도 어딘가에서 살아가 꺼지지 않는 나의 그리움”
- 쏜애플 ‘아지랑이’ 中
쏜애플의 ‘아지랑이’는 힘겹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지구는 나를 제쳐두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는 가운데 나는 너덜너덜해진 몸뚱일 가눈다’는 내용의 가사에서 오늘도 힘겹게 세상을 살아가는 화자가 그려진다. 이처럼 ‘숨을 참기 힘든 세계에서 나는 여기에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목소리는 여기 이렇게 살아있음에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한 처절하고 애달픈 몸부림을 대변한다. 쏜애플의 아지랑이는 <위로공단>(임흥순, 2014)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영화 <위로공단>은 공장, 마트, 콜센터, 승무원, 이주 노동자에 이르기 까지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한 데 모아 회화적 이미지를 복합하여 만든 다큐멘터리이다. <위로공단>의 임흥순 감독은 ‘구로공단’이 ‘구로 디지털 단지’로 변하게 되면서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어디로 갔을까하는 질문에서 영화를 시작했다고 밝힌다. 이 질문을 따라 영화 속으로 들어가면 관객들은 노동자인 나의 어머니, 내 옆집의 친구, 내 동생, 딸 그리고 또 하나의 노동자인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우리 모두가 노동자이며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임을 상기시키며 우리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뮤직비디오로 함께한 쏜애플은 영화 <위로공단>에 대해 ‘도구적 존재가 아닌 여기, 있는 사람을 봐라’는 느낌이 강했다며 미약한 분들의 목소리를 크게 들려줬던 영화라고 밝힌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선입견 없이 듣는다는 것. 영화가 건네는 목소리들을 들어보자.
뮤직비디오 보기(유튜브) >> https://youtu.be/t-V4qxJAocw
영화와 음악. 두 창작이 만나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당신에게 메시지를 건넨다. 영화와 음악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내는지 궁금하다면, 그리고 영화의 여운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다면 위의 음악들을 초콜릿처럼 꺼내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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