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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소소대담] 2016.09 스크린을 넘어 삶이 되기까지

by indiespace_은 2016. 9. 13.

 [2016.09 소소대담] 스크린을 넘어 삶이 되기까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다영 님의 글입니다.



지난 8월, 살짝은 어색했던 오리엔테이션에서의 첫 대면 이후 인디즈 7기는 한달에 한 번 진행되는 '소소대담'을 위해 인디스페이스에서 다시 만났다. 첫 한 달간의 활동 이후, 서로의 글을 통해 함께 마음으로 품게 된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일시: 2016년 9월 7일(수) @인디스페이스 
참석자: 이다영, 상효정, 이형주, 최미선, 홍수지, 전세리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이다영: 다들 잘 지내셨나요? 첫 한 달간의 활동은 다들 어떠셨어요?

 

홍수지: 살면서 짧은 기간동안 이렇게 많은 독립영화를 본 게 처음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좋은 영화들이 많아서 힘들다기보다는 재미있었어요.


이다영: 다들 영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서 인디즈 기사들을 빠짐없이 다 읽어봤어요. 효정 씨는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인디토크 기록을 담당하셨는데, 영어로 쓰신 부분이 있더라고요. 너무 웃겼어요. 


상효정: 감독님이 정말 영어로 대답하셨어요. 유쾌한 현장이었어요. 그대로 영어로 써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최미선: 저는 <그림자들의 섬> 리뷰를 썼는데,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랐어요. 보면서 그 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생각했어요. 인디즈 활동이 아니었다면 스스로 찾아보지 않았을 영화들을 보게 된 것 같아서 의미가 있었어요.





이다영: 그럼 이제 한 달동안 관람했던 영화들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 연상호 감독님의 <서울역>부터 시작할게요.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사회적인 문제를 애니메이션이라는 방식을 통해 풀어낸 것이 묘하게 느껴졌어요. 


이형주: 생각보다 평이해서 조금은 아쉬웠어요. 하지만 그런 아쉬움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붉은 하늘, 거리를 돌아다니는 좀비들 등 그런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지옥도로 완성된 것 같아 좋았어요.


이다영: 좀비라는 요소 때문에 무섭다, 혹은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감독이 그려낸 현실사회의 모습이 더 무섭고 잔인해요. 시위 현장, 무력진압, 노숙자 문제 같은 것들 모두 우리가 진짜로 뉴스에서 봐온 모습들이잖아요. 이걸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 무서웠어요. 


상효정: 그래서 그런지 <부산행>을 보고 <서울역>을 본 사람들 중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최미선: 아예 다른 영화라고 생각해요. 프리퀄이라고는 하지만, 연결되는 부분이 거의 없기도 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다른 것 같아요. <부산행>은 대중적으로 조금 완화된 부분이 있고 <서울역>은 사회비판적인 내용과 함께 연상호 감독 고유의 특징이 더 나타나죠. 


전세리: 저는 연상호 감독님을 좋아하고 전작들을 다 봤어요. <돼지의 왕>(2011)이나 <사이비>(2013)는 좀 더 날이 서있었는데, <서울역>도 그 뚝심이 있긴 하나 살짝 날이 죽은 느낌이 있었어요. 


최미선: 전작을 본 분들은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저는 전작들을 다 못 봐서 <서울역>도 굉장히 날카롭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다영: 다음 영화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의외로 정말 재미있었어요. 인류의 시초, 종교,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같은 무거운 것들을 가볍게 풀어낸 점이 똑똑하다고 느껴졌어요. 


상효정: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아요. ‘시발’이라는 단어에 그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 몰랐어요.


전세리: 저는 리뷰 담당이었는데, 무거운 주제들을 가볍게 환기 시킨다는 점에서 영화가 좋았다고 생각해서 영화 속 비유들을 사회문제와 연결시켜서 글을 써보았어요. 하지만 컬트가 되기에는 살짝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어요. 비유적인 부분도 더 깊이 생각하게 하기에는 조금 설익은 느낌도 있었고요. 





이다영: 이번에는 <그림자들의 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게요. 저의 경우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인터뷰 형식으로 노조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아왔던 시절, 경험, 삶에 대한 이야기들도 풀어내서 공감을 하며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상효정: 우리가 한국 사회를 바꿔나가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무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다영: 이 분들이 권리를 위해 싸워온 역사가 길어요. 지금은 조금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그래도 그 투쟁에 의해 바뀐 부분들이 확실히 있죠. 이렇게 열심히 싸워온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어요.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이상, 이전처럼 무지하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최미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길거리에서 시위하시는 분들을 전처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무엇에 대해서 외치고 있는지 한 번 더 보게 돼요. 그렇게 조금씩 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형주: 희망버스는 고3때라서 못 갔지만, 그 후 시위 등에 참여를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투쟁현장의 가장 큰 벽은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내가 옳은 것을 응원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흔들림이 조금 생기기도 하거든요. 세월호 관련 시위도 나갔었는데, 제가 시위에 참가한다는 걸 주변에 말하면 간혹가다 주류가 쌓아온 프레임으로 저를 보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 영화를 보니 그런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땀을 흘려 정직하게 과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솔직히 절망스럽기도 했어요. 아직도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도 영화로 기록하려는 노력을 본다는 것은 확실히 감동적이었어요. 인디토크를 제가 기록했는데, 노동자 분들이 와서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이 영화의 확장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홍수지: 노동조합 이야기를 하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보통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잖아요. 근데 이 영화 같은 경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 거부감을 희석시키려는 노력이 있었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움없이 다가가려고 노력을 한 것이 느껴졌어요. 


이다영: 김정근 감독님은 <버스를 타라>(2012)라는 영화를 이전에 만드셨고 <그림자들의 섬> 이 후 <언더그라운드>라는 영화로 또 다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보면 주제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왜곡하지 않고 진실되게 담고 싶은 그 마음이 특히 김정근 감독님에게서 더 진하게 전해졌어요. 


이형주: 요즘 계속 한진이 뉴스에 나오잖아요. 보면서 주인공분들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이다영: 인디토크에서 감독님이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보면 희망적이기도 하지만, 책임으로 지고 가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구나 생각을 했어요. 





이다영: 조금은 무거워진 마음으로 <범죄의 여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까요? 스릴러, 코미디라는 껍데기를 씌웠지만 아줌마 캐릭터, 고시촌이라는 배경 등 현재 한국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어요. 나오는 캐릭터들이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이형주: 인디즈의 한줄평들을 보면서 저와 생각이 비슷한 분들이 많아 재미있었어요. ‘아줌마’는 ‘어머니’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왔을 때 엄청 뻔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잖아요. 근데 이 영화는 비껴서 표현한 것이 신선하고 좋았어요. 


전세리: 맞아요. 전형적인 여성상이 아니죠. 여자가 주체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간다는 점에서요.


이다영: 개태도 사랑스럽지만, 덕구가 너무 좋았어요. 모든 캐릭터가 현실에서 만나면 조금은 피하고 싶을 것 같은 사람들인데, 영화 속에서는 매력적으로 그려졌어요.


이형주: 다들 연기 내공이! 개태 역을 맡은 조복래 배우는 <차이나타운>(2014)에서 엄청 무서운 역으로 나오는데, 여기서 너무 귀여운 거에요. 혹시 클로즈업이 많다고 느껴지지 않았나요? 공간을 정말 멋있게 잘 만든 것 같은데, 왜 저렇게 좁게 잡을까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전세리: 좁은 공간을 강조하려고 그러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최미선: 배경, 조명의 어두침침함, 그리고 모든 캐릭터가 각기 다르듯이 그들이 살고 있는 방도 각각 특징이 달라서 그걸 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이형주: 이 영화가 단순히 코미디나 스릴러를 넘어서 하나의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미선: 마지막에 엄마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나서 잠이 드는 장면이 굉장히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아들을 위해서 다 참다가 긴장이 풀리는 순간 잠에 빠지는 장면이 엄청 짠했어요.





이다영: 마지막 영화 <최악의 하루>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요? 개인적으로 김종관 감독님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정말 좋게 봤어요. 영화도 좋지만, 그 분 사진도 좋아해요. 그래서 영화의 시작에 배경이 된 서촌을 탁탁 보여주는 인서트들이 되게 마음에 들었어요. 확실히 전작보다 좀 집중된 느낌이어서 오랜만의 장편 복귀작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만족스러운 기다림이었단 생각이 들었어요.


홍수지: 한예리 배우도 너무 사랑스럽게 그려졌고 아무에게나 추천해줘도 다 좋아할 것 같은 영화인데, 각각 좋아하는 지점이 다를 것 같아요.


전세리: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에서 이와세 료 배우가 가이드역할이었는데, <최악의 하루>에서는 여행자로 나오는 게 묘하다고 생각되었어요. 그리고 영화 속에서 은희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계속 행동이 바뀌는, 그런 요소를 담았다는 게 좋았어요. 우리 모두 상대에 따라서 모습이 바뀌잖아요.


이다영: 영화 속에서 배우와 작가가 거짓말을 하는 직업이라고 이야기 하잖아요. 감독, 작가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떤 상황을 만들어 놓고 신적인 존재로 존재하는 그런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졌어요.


전세리: 그래서 든 생각이 료헤이가 이 모든 이야기를 쓴 것은 아닐까 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의 대사도 그렇고, 기자와의 대화 후에도 혼자 앉아있는 장면도 그렇고. 


이다영: <최악의 하루>는 색이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한 달 동안 영화들을 보면서 유난히 사회를 담은 영화가 많다고 느꼈어요. <최악의 하루>는 현실적인 내용으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푸니까 내 삶에 대입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고요. 영화를 봄으로서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죠. 우리의 시각과 인식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생각할 수 있었던 한 달이었던 것 같아요. 




카프카의 말 중에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리는 왜 그 책을 읽는가?’라는 말이 있다. 이 멋진 말에서 ‘책’을 ‘영화’로 바꾸어 읽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우리가 보는 영화가 우리의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무지에서 깨우는, 그래서 영화가 단순히 스크린 너머의 것으로만 남지 않고 우리의 삶으로 스며드는 순간들이 우리 모두에게 허락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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